황상기 씨의 마지막 상경…“딸아! 이제 편히 쉬렴”

입력 2018.07.25 (12:32) 수정 2018.07.2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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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촉발됐는데요,

어제 삼성전자와 피해자들의 모임인 '반올림'이 조정위원회가 만들 '중재안'을 무조건 따르는 데 합의했습니다.

지난 11년의 힘든 시간을 기다려온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소회를 이승철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여보, 나 다녀올게."]

황상기 씨가 부인을 꼭 안아주고 집을 나섭니다.

처음엔 아이를 살려보려고, 나중엔 딸의 죽음이 억울해서 수없이 서울을 오갔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1주일에 한 그러니까 400km에서 800km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왔다 갔다 한 거리는요."]

허망하게 떠나버린 딸 유미를 죽어서라도 훌훌 날아다니라고 공기 좋은 곳에 뿌렸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화학약품에 의해서 백혈병이 걸렸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있으라고 이곳에서 화장해서 이렇게 뿌렸어요."]

잊어 보려고 일부러 무덤도 만들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가슴을 차지한 딸은 쉬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얼마나 억울한지 지금도 가만히 생각하면 그 사람들한테 화장한 유골을 확 뿌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때론 따끔하게 질책도 했습니다.

[황상기/지난 1월 : "방송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고 하면 이 사람이 여기 있어야 할 아무런 저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1년 만에 딸과의 약속을 지키는 날, 아버지는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황상기/반올림 대표 : "10년이 넘도록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입니다."]

비로소 딸을 마음으로 보낸 황상기 씨는 이제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딸들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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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상기 씨의 마지막 상경…“딸아! 이제 편히 쉬렴”
    • 입력 2018-07-25 12:39:00
    • 수정2018-07-25 12: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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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촉발됐는데요,

어제 삼성전자와 피해자들의 모임인 '반올림'이 조정위원회가 만들 '중재안'을 무조건 따르는 데 합의했습니다.

지난 11년의 힘든 시간을 기다려온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소회를 이승철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여보, 나 다녀올게."]

황상기 씨가 부인을 꼭 안아주고 집을 나섭니다.

처음엔 아이를 살려보려고, 나중엔 딸의 죽음이 억울해서 수없이 서울을 오갔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1주일에 한 그러니까 400km에서 800km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왔다 갔다 한 거리는요."]

허망하게 떠나버린 딸 유미를 죽어서라도 훌훌 날아다니라고 공기 좋은 곳에 뿌렸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화학약품에 의해서 백혈병이 걸렸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있으라고 이곳에서 화장해서 이렇게 뿌렸어요."]

잊어 보려고 일부러 무덤도 만들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가슴을 차지한 딸은 쉬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얼마나 억울한지 지금도 가만히 생각하면 그 사람들한테 화장한 유골을 확 뿌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때론 따끔하게 질책도 했습니다.

[황상기/지난 1월 : "방송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고 하면 이 사람이 여기 있어야 할 아무런 저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1년 만에 딸과의 약속을 지키는 날, 아버지는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황상기/반올림 대표 : "10년이 넘도록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입니다."]

비로소 딸을 마음으로 보낸 황상기 씨는 이제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딸들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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