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사냥 후 인증사진…‘트로피 사냥’ 논란

입력 2018.07.26 (20:40) 수정 2018.07.2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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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야생동물 사냥을 두고 요즘 미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켄터키 주 출신 한 여성이 아프리카에서 기린을 사냥한 뒤 이를 자랑스럽게 촬영한 사진 때문인데요.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재미와 과시를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냥해 상아 등 전리품을 챙기는 '트로피 사냥'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홍석우 기자와 오늘 이 이야기 나눠봅니다.

홍 기자 뒤로 사진이 보이는데요.

좀 희귀해보이는 기린 사진이네요?

사진이 이 사진이죠?

[기자]

사진을 찾아봤는데요.

지난달 아프리카 다이제스트라는 트위터 계정에 처음 올라왔습니다.

이 사진이 처음 올라왔습니다.

총을 든 여성이 기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요.

이 사진과 함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지닌 백인 미국 야만인이 아프리카에 와서 멍청한 남아공 정부의 허가를 받고 아주 희귀한 검정 기린을 쏴죽였어요." 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또 이 여성의 이름과 함께 이 사진을 제발 공유해달라는 말도 적혀있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미국 켄터키 주에 사는 테스 톰슨 탤리라는 여성입니다.

지난해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냥한 뒤 찍은 사진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건데요.

탤리는 이 사진과 함께 "일생일대의 꿈이 오늘 이루어졌다"고 썼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이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미국 사회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미국 배우 데브라 메싱, 음악가 모비, 언론인 존 심프슨 등 유명 인사들은 탤리를 향해 '영혼 없는 인간'이다, '이기적'이다. 이런 분노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탤리는 폭스뉴스에 이런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내가 사냥한 기린은 변종이었다. 변종의 숫자가 자꾸 늘어나 사냥으로 없애야 했고 난 사냥을 즐기기 위해 많은 돈을 냈다"고 말입니다.

[앵커]

해명을 들어보니 재미와 과시를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했다는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이른바 '트로피 사냥'이라는 건데요.

돈을 주고 야생동물을 사냥한 뒤 전리품을 차지하는 개념입니다.

아프리카의 남아공, 짐바브웨, 나미비아가 대표적인 사냥터인데요.

불법인 밀렵과는 다르게 법적으로는 합법입니다.

매년 트로피 사냥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찾는 사냥꾼은 9천 명 정도 됩니다.

그 중 대부분이 미국인이라고 합니다.

사냥꾼들은 아프리카에서 사자, 코끼리를 잡는 데 수만 달러를 현지 가이드에게 지불합니다.

그래서 트로피 사냥이 '부자들만 즐기는 잔인한 놀이' 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도 트로피 사냥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트로피 사냥을 관광 상품화해 지역경제를 유지하는데 이용하기도 합니다.

사냥에서부터 번식, 관광까지 아우르는 남아공 산업의 규모는 연간 20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2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그러나 재미로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마치 전리품을 얻은 것처럼 동물 사체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

잔인해보이죠. 때문에 트로피 사냥에 대한 반감이 전 세계적으로 큽니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2015년 미국인 치과의사인 월터 파머가 짐바브웨에서 '국민사자'로 통하는 세실의 머리를 자르고 기념촬영을 한 건데요.

또, 2016년에는 12살 소녀가 아빠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트로피 사냥을 하고 동물 사체와 사진을 찍어 올려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애리아나 고딘 : "우리도 동물을 좋아해요. 사냥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트로피 사냥은)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제가 경험하는 것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앵커]

미국인들이 트로피 사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도 나선 걸 보니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사냥에 대해 호의적인가보네요?

[기자]

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트로피 사냥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슬그머니 뒤집어 허용했다는 보도가 지난 3월에 있었습니다.

예전 미 정부는 코끼리 등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트로피 사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 내무부 산하 '미국어류야생동물보호국'이 지난 3월 사안에 따라 야생동물 사냥 및 상아 등의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돈을 주고 사냥을 해 잡은 코끼리의 상아 등을 반입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셰이 울프/미국 생물다양성센터 생물학자 : "아프리카 코끼리에게는 재앙과도 같습니다. 코끼리의 개체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짐바브웨에 가서 코끼리를 죽이는 것을 허용하다니 너무나 충격적인 일입니다."]

이처럼 동물보호단체들은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야생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로피 사냥을 지지하는 측은 사냥할 때 많은 돈을 내기 때문에 동물보호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적절한 규제가 있다면 트로피 사냥이 오히려 야생동물 개체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트로피 사냥을 둘러싼 논란, 앞으로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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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6 20:42:44
    • 수정2018-07-26 2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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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야생동물 사냥을 두고 요즘 미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켄터키 주 출신 한 여성이 아프리카에서 기린을 사냥한 뒤 이를 자랑스럽게 촬영한 사진 때문인데요.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재미와 과시를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냥해 상아 등 전리품을 챙기는 '트로피 사냥'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홍석우 기자와 오늘 이 이야기 나눠봅니다.

홍 기자 뒤로 사진이 보이는데요.

좀 희귀해보이는 기린 사진이네요?

사진이 이 사진이죠?

[기자]

사진을 찾아봤는데요.

지난달 아프리카 다이제스트라는 트위터 계정에 처음 올라왔습니다.

이 사진이 처음 올라왔습니다.

총을 든 여성이 기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요.

이 사진과 함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지닌 백인 미국 야만인이 아프리카에 와서 멍청한 남아공 정부의 허가를 받고 아주 희귀한 검정 기린을 쏴죽였어요." 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또 이 여성의 이름과 함께 이 사진을 제발 공유해달라는 말도 적혀있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미국 켄터키 주에 사는 테스 톰슨 탤리라는 여성입니다.

지난해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냥한 뒤 찍은 사진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건데요.

탤리는 이 사진과 함께 "일생일대의 꿈이 오늘 이루어졌다"고 썼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이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미국 사회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미국 배우 데브라 메싱, 음악가 모비, 언론인 존 심프슨 등 유명 인사들은 탤리를 향해 '영혼 없는 인간'이다, '이기적'이다. 이런 분노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탤리는 폭스뉴스에 이런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내가 사냥한 기린은 변종이었다. 변종의 숫자가 자꾸 늘어나 사냥으로 없애야 했고 난 사냥을 즐기기 위해 많은 돈을 냈다"고 말입니다.

[앵커]

해명을 들어보니 재미와 과시를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했다는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이른바 '트로피 사냥'이라는 건데요.

돈을 주고 야생동물을 사냥한 뒤 전리품을 차지하는 개념입니다.

아프리카의 남아공, 짐바브웨, 나미비아가 대표적인 사냥터인데요.

불법인 밀렵과는 다르게 법적으로는 합법입니다.

매년 트로피 사냥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찾는 사냥꾼은 9천 명 정도 됩니다.

그 중 대부분이 미국인이라고 합니다.

사냥꾼들은 아프리카에서 사자, 코끼리를 잡는 데 수만 달러를 현지 가이드에게 지불합니다.

그래서 트로피 사냥이 '부자들만 즐기는 잔인한 놀이' 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도 트로피 사냥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트로피 사냥을 관광 상품화해 지역경제를 유지하는데 이용하기도 합니다.

사냥에서부터 번식, 관광까지 아우르는 남아공 산업의 규모는 연간 20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2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그러나 재미로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마치 전리품을 얻은 것처럼 동물 사체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

잔인해보이죠. 때문에 트로피 사냥에 대한 반감이 전 세계적으로 큽니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2015년 미국인 치과의사인 월터 파머가 짐바브웨에서 '국민사자'로 통하는 세실의 머리를 자르고 기념촬영을 한 건데요.

또, 2016년에는 12살 소녀가 아빠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트로피 사냥을 하고 동물 사체와 사진을 찍어 올려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애리아나 고딘 : "우리도 동물을 좋아해요. 사냥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트로피 사냥은)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제가 경험하는 것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앵커]

미국인들이 트로피 사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도 나선 걸 보니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사냥에 대해 호의적인가보네요?

[기자]

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트로피 사냥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슬그머니 뒤집어 허용했다는 보도가 지난 3월에 있었습니다.

예전 미 정부는 코끼리 등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트로피 사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 내무부 산하 '미국어류야생동물보호국'이 지난 3월 사안에 따라 야생동물 사냥 및 상아 등의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돈을 주고 사냥을 해 잡은 코끼리의 상아 등을 반입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셰이 울프/미국 생물다양성센터 생물학자 : "아프리카 코끼리에게는 재앙과도 같습니다. 코끼리의 개체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짐바브웨에 가서 코끼리를 죽이는 것을 허용하다니 너무나 충격적인 일입니다."]

이처럼 동물보호단체들은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야생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로피 사냥을 지지하는 측은 사냥할 때 많은 돈을 내기 때문에 동물보호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적절한 규제가 있다면 트로피 사냥이 오히려 야생동물 개체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트로피 사냥을 둘러싼 논란, 앞으로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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