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기자 꿀! 정보] 숲에 가고, 향기 맡고…동네 책방이 사는 법

[앵커]

똑! 기자 꿀! 정보입니다.

무더위에 야외보단, 시원한 실내에서 여가를 즐기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김기흥 기자, 멀리 가지 않으면서도 몸과 머리를 식히는 피서법 소개해 준다고요?

[기자]

네, 두 분은 북캉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앵커]

여름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에 북, 책을 붙인 것 같은데요..

정말 요즘 대형 서점을 가면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기자]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인정사정 없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금이 독서의 계절이 된 것 같은데요.

요즘엔 특히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은 규모의 동네 책방들이 뜨고 있다고 합니다.

골목 문화가 발달하고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분들이 늘면서 동네 책방의 이유 있는 변신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숲에 가고 향기도 만들어준다고 하는데 빨리 만나볼까요?

[리포트]

초등학교를 마주보고 있는 주택가 한 골목입니다.

가게 앞에 자리한, 갖가지 식물들이 눈길을 모으는데요.

판매되는 종류만도 수십여 가지가 된다고 하니 누가 봐도 영락없는 꽃집 같은데요.

하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책인데요,

도심 속 작은 숲이라는 테마로 지난 3월에 문을 연, 생태·문학 전문 책방입니다.

[김혜정/책방 주인 : “도시에 있는 분들에게 자연이 이렇게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좋은 친구라는 것을 소개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방을 열게 됐습니다.”]

300여 종류의 도서가 비치돼 있는데요,

대부분 자연과 생태에 관한 책들입니다.

숲처럼 고요하던 책방에 활기가 넘칩니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방의 문을 활짝 열어둔 덕분입니다.

이번에는 한자리에 모두 둘러앉았는데요.

["예쁜 자연물을 붙여서 책갈피를 만들어 볼 거야."]

아이들이 책과 자연에 대해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책방 안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 해나가고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이곳에서만 열리는 특별한 이벤트에 참가하러 오신 분들입니다.

[“다 오셨으니까 출발해 볼까요?”]

도대체 어딜 가려는 걸까요?

[안상명/서울시 강서구 : “산에 가고 있어요. 숲 해설도 해준다고 해서 같이 따라가고 있어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용왕산입니다.

[“여기 자세히 보시면 구멍이 있어요. 구멍 한 번 찾아보시겠어요?]

[오~~]

책방 주인이자 숲 해설가가 들려주는 숲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고, 각자 마음에 드는 나뭇잎을 주워서 책방으로 돌아오면 또 다른 이벤트가 기다립니다.

하얀 손수건 위에 나뭇잎, 그 위에 필름지를 올리고 동전으로 문지르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손수건이 완성됩니다.

원하는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

[안경심/경기도 부천시 : “책방에 와서 책도 보고요, 나뭇잎도 주워 와서 손수건도 만들고 너무 좋아요.“]

이번에는 카페라는 착각이 들만큼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책방입니다.

어떤 책인지 전혀 알 수 없고, 오직 연관된 단어만 보고 골라야 하는 블라인드 북,

흔히 만나볼 수 없는 독립 출판물 등이 눈길을 끄는데요.

하지만 정작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유리그릇에 작은 돌들이 담겨 있죠,

향기를 머금도록 제작된, 시향용 돌입니다.

모두 6가지, 각기 다른 향인데요.

손님이 직접 맡아보고, 마음에 드는 향이 담긴 방향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책방 주인이 향기를 제조하는 조향사라고 하는데요.

[최승진/책방 주인 : “향을 만들 때 주제나 스토리가 필요한데, 그런 것들을 책에서 가져와서 만들면 좀 더 풍부한 느낌들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책과 향기를 결합시킨 서점을 열게 됐어요.”]

<어린왕자>는 순수한 느낌의 라일락 향,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슬픔이여 안녕>은 성숙한 느낌의 오리엔탈 향 등, 누구나 알 법한 문학 작품들이 고유의 향기로 재탄생했는데요.

책과 향기라는, 차별화된 조합으로 특히 20~30대 젊은 여성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세라/서울시 양천구 : “책과 어울리는 향기까지 선물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고요,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신촌 기차역 뒷골목입니다.

간판도 없어서 자칫 지나쳐버리기 쉬운, 작은 책방인데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이곳의 특별함은 바로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의 ‘제목’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제목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죠?

추리소설만 모여 있기 때문인데요.

광고회사 출신인 책방 주인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유수영/책방 주인 : “서점을 하고 싶었고, 또 이왕 서점을 하는 거면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소설을 전문적으로 다뤄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추리소설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셜록 홈즈 시리즈는 물론이고, 한때 수많은 독자들을 잠 못 들게 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 등 추리소설의 고전을 시작으로, 전 세계 추리소설들이 국가별로 찾기 쉽게 분류돼 있는데요.

22제곱미터의 작은 공간에 추리소설 종류만 해도 무려 1,800권이 넘습니다.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또 다른 비결이 있는데요.

바로 추리소설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주인이 대화를 통해서 손님이 만족할 만한 추리소설을 직접 추천해주는 겁니다.

[이한샘/서울시 양천구 : “어떤 걸 원하는지만 말씀드리면, 사장님께서 저한테 딱 맞는 추리소설들을 추천해 주셔서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네요.”]

톡톡 튀는 자기만의 개성으로 승부하는 동네 책방들!

올 여름 동네 책방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