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니 지갑을 열긴 하는데, 거의 상전입니다. 면세품 말입니다.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부랴부랴 해외 공항 면세점에서 술병을 꽁꽁 싸매기도 하고, 화장품 용량을 따져가며 보따리를 꾸리기도 하죠.
더한 경우는 일찌감치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에서 구매하고, 출발 때 공항에서 면세품을 받는 경우입니다. 신줏단지 모시듯 포장 그대로 둘러업고서는 전 세계를 유랑합니다. 공항 어디에 물품 보관소라도 있으면 숨겨 놓고 다녀오고 싶은 심정이죠.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예정지
그래서 입국할 때, 면세점 한번 들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이미 짐 찾는 컨베이어 벨트 뒤에 면세점으로 쓸 공간을 확보해뒀고, 2003년 16대 국회 때부터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처음 법안을 냈던 사람이 지금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입니다. 한병도 정무수석도 국회의원 시절 법안을 낸 적이 있고요.
2003년 이래 법안이 여섯 번 제출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건,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정부 부처의 강력한 반대 때문입니다. 면세품이라는 게 '해외에 반출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건데, 입국하는 길에 사는 면세품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겁니다. '소비지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이 원칙은 제주면세점에서 일찌감치 깨져 있습니다. 제주도 다녀오는 길에 사는 면세품이 해외 반출용은 아니니까요. 기내면세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의 입국장 면세점 역할로 항공사들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699억, 아시아나가 964억 원의 매출을 기내 면세점에서 올렸습니다.
자료 :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실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게 되면, 세관 당국의 단속이 어렵다는 것도 반대 논리 중의 하나였습니다. 짐 찾는 사람, 면세품 사는 사람 뒤섞이고, 그러다 보면 세관 검사를 강화해야 하고, 여행객들이 불편해진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71개국의 135개 공항에선 이런 번거로움을 이겨내고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도쿄 나리타 공항에도 베이징 공항에도 문을 열었습니다.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이들은 화장품, 술 판매 정도로 시설규모를 최소화해서 혼잡을 막는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외국에 나가서 돈 쓸 필요 없고, 입국장 면세점을 만들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당위성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결국,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크고 작은 불합리와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게 혁신",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습니다. 면세품을 여행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국민의 해외 소비 지출액은 8조 4천억여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9% 뛰었다는 사실도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한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문 대통령이 '검토'라고 했지만, 사실상 '추진'으로 읽히는 입국장 면세점. 기획재정부부터 바빠졌습니다. 세관 검사 같은 보완점을 잘 만들어서,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국회에도 이미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으니,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 면세점에서 미리 산 면세품을 출국 때 말고, 아예 입국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내용까지 받아들여질지는 정부와 국회의 논의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관기사][뉴스9] 文 대통령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신규 소비 창출”
더한 경우는 일찌감치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에서 구매하고, 출발 때 공항에서 면세품을 받는 경우입니다. 신줏단지 모시듯 포장 그대로 둘러업고서는 전 세계를 유랑합니다. 공항 어디에 물품 보관소라도 있으면 숨겨 놓고 다녀오고 싶은 심정이죠.

그래서 입국할 때, 면세점 한번 들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이미 짐 찾는 컨베이어 벨트 뒤에 면세점으로 쓸 공간을 확보해뒀고, 2003년 16대 국회 때부터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처음 법안을 냈던 사람이 지금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입니다. 한병도 정무수석도 국회의원 시절 법안을 낸 적이 있고요.
2003년 이래 법안이 여섯 번 제출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건,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정부 부처의 강력한 반대 때문입니다. 면세품이라는 게 '해외에 반출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건데, 입국하는 길에 사는 면세품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겁니다. '소비지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이 원칙은 제주면세점에서 일찌감치 깨져 있습니다. 제주도 다녀오는 길에 사는 면세품이 해외 반출용은 아니니까요. 기내면세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의 입국장 면세점 역할로 항공사들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699억, 아시아나가 964억 원의 매출을 기내 면세점에서 올렸습니다.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게 되면, 세관 당국의 단속이 어렵다는 것도 반대 논리 중의 하나였습니다. 짐 찾는 사람, 면세품 사는 사람 뒤섞이고, 그러다 보면 세관 검사를 강화해야 하고, 여행객들이 불편해진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71개국의 135개 공항에선 이런 번거로움을 이겨내고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도쿄 나리타 공항에도 베이징 공항에도 문을 열었습니다.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이들은 화장품, 술 판매 정도로 시설규모를 최소화해서 혼잡을 막는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외국에 나가서 돈 쓸 필요 없고, 입국장 면세점을 만들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당위성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결국,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크고 작은 불합리와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게 혁신",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습니다. 면세품을 여행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국민의 해외 소비 지출액은 8조 4천억여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9% 뛰었다는 사실도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한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문 대통령이 '검토'라고 했지만, 사실상 '추진'으로 읽히는 입국장 면세점. 기획재정부부터 바빠졌습니다. 세관 검사 같은 보완점을 잘 만들어서,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국회에도 이미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으니,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 면세점에서 미리 산 면세품을 출국 때 말고, 아예 입국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내용까지 받아들여질지는 정부와 국회의 논의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관기사][뉴스9] 文 대통령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신규 소비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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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쇼핑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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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8-13 18:50:06
- 수정2018-08-13 22:33:41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니 지갑을 열긴 하는데, 거의 상전입니다. 면세품 말입니다.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부랴부랴 해외 공항 면세점에서 술병을 꽁꽁 싸매기도 하고, 화장품 용량을 따져가며 보따리를 꾸리기도 하죠.
더한 경우는 일찌감치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에서 구매하고, 출발 때 공항에서 면세품을 받는 경우입니다. 신줏단지 모시듯 포장 그대로 둘러업고서는 전 세계를 유랑합니다. 공항 어디에 물품 보관소라도 있으면 숨겨 놓고 다녀오고 싶은 심정이죠.

그래서 입국할 때, 면세점 한번 들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이미 짐 찾는 컨베이어 벨트 뒤에 면세점으로 쓸 공간을 확보해뒀고, 2003년 16대 국회 때부터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처음 법안을 냈던 사람이 지금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입니다. 한병도 정무수석도 국회의원 시절 법안을 낸 적이 있고요.
2003년 이래 법안이 여섯 번 제출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건,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정부 부처의 강력한 반대 때문입니다. 면세품이라는 게 '해외에 반출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건데, 입국하는 길에 사는 면세품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겁니다. '소비지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이 원칙은 제주면세점에서 일찌감치 깨져 있습니다. 제주도 다녀오는 길에 사는 면세품이 해외 반출용은 아니니까요. 기내면세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의 입국장 면세점 역할로 항공사들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699억, 아시아나가 964억 원의 매출을 기내 면세점에서 올렸습니다.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게 되면, 세관 당국의 단속이 어렵다는 것도 반대 논리 중의 하나였습니다. 짐 찾는 사람, 면세품 사는 사람 뒤섞이고, 그러다 보면 세관 검사를 강화해야 하고, 여행객들이 불편해진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71개국의 135개 공항에선 이런 번거로움을 이겨내고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도쿄 나리타 공항에도 베이징 공항에도 문을 열었습니다.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이들은 화장품, 술 판매 정도로 시설규모를 최소화해서 혼잡을 막는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외국에 나가서 돈 쓸 필요 없고, 입국장 면세점을 만들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당위성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결국,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크고 작은 불합리와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게 혁신",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습니다. 면세품을 여행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국민의 해외 소비 지출액은 8조 4천억여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9% 뛰었다는 사실도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한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문 대통령이 '검토'라고 했지만, 사실상 '추진'으로 읽히는 입국장 면세점. 기획재정부부터 바빠졌습니다. 세관 검사 같은 보완점을 잘 만들어서,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국회에도 이미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으니,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 면세점에서 미리 산 면세품을 출국 때 말고, 아예 입국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내용까지 받아들여질지는 정부와 국회의 논의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관기사][뉴스9] 文 대통령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신규 소비 창출”
더한 경우는 일찌감치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에서 구매하고, 출발 때 공항에서 면세품을 받는 경우입니다. 신줏단지 모시듯 포장 그대로 둘러업고서는 전 세계를 유랑합니다. 공항 어디에 물품 보관소라도 있으면 숨겨 놓고 다녀오고 싶은 심정이죠.

그래서 입국할 때, 면세점 한번 들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이미 짐 찾는 컨베이어 벨트 뒤에 면세점으로 쓸 공간을 확보해뒀고, 2003년 16대 국회 때부터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처음 법안을 냈던 사람이 지금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입니다. 한병도 정무수석도 국회의원 시절 법안을 낸 적이 있고요.
2003년 이래 법안이 여섯 번 제출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건,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정부 부처의 강력한 반대 때문입니다. 면세품이라는 게 '해외에 반출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건데, 입국하는 길에 사는 면세품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겁니다. '소비지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이 원칙은 제주면세점에서 일찌감치 깨져 있습니다. 제주도 다녀오는 길에 사는 면세품이 해외 반출용은 아니니까요. 기내면세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의 입국장 면세점 역할로 항공사들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699억, 아시아나가 964억 원의 매출을 기내 면세점에서 올렸습니다.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게 되면, 세관 당국의 단속이 어렵다는 것도 반대 논리 중의 하나였습니다. 짐 찾는 사람, 면세품 사는 사람 뒤섞이고, 그러다 보면 세관 검사를 강화해야 하고, 여행객들이 불편해진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71개국의 135개 공항에선 이런 번거로움을 이겨내고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도쿄 나리타 공항에도 베이징 공항에도 문을 열었습니다.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이들은 화장품, 술 판매 정도로 시설규모를 최소화해서 혼잡을 막는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외국에 나가서 돈 쓸 필요 없고, 입국장 면세점을 만들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당위성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결국,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크고 작은 불합리와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게 혁신",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습니다. 면세품을 여행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국민의 해외 소비 지출액은 8조 4천억여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9% 뛰었다는 사실도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한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문 대통령이 '검토'라고 했지만, 사실상 '추진'으로 읽히는 입국장 면세점. 기획재정부부터 바빠졌습니다. 세관 검사 같은 보완점을 잘 만들어서,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국회에도 이미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으니,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 면세점에서 미리 산 면세품을 출국 때 말고, 아예 입국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내용까지 받아들여질지는 정부와 국회의 논의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관기사][뉴스9] 文 대통령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신규 소비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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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흠 기자 hm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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