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여야 온라인 ‘여론 조작’

입력 2018.08.13 (23:24) 수정 2018.08.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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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 캠프와 외곽 조직이 온라인 여론 조작을 벌인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양대 캠프측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동원해 저마다 유리한 글을 무차별 확산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탐사보도부 정수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트위터가 중요한 공론의 장으로 떠올랐었는데요, 이번에 확인된 온라인 여론 조작도 트위터에서 벌어진 일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당시 여야 양대 대선 캠프는 트위터 여론전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습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을 취재진이 입수했는데요, 문건 하단에 이런 구호가 적혀 있습니다.

'RT가 먼저다', 즉 트위터 퍼나르기에 몰두하라는 거죠.

새누리당은 아예 선관위 고발까지 당했습니다.

외곽단체를 동원해 트위터 홍보전을 벌이다 적발당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선거 캠프가 유리한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몰두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데, 사람이 하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썼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민주당 캠프에서 벌인 여론 조작 실태에 대해 보시겠습니다.

새누리당 불법 여론조작 세력인 이른바 '십알단' 사건이 불거진 당일에 이 사건을 비난하는 취지로 트위터에 올라온 글입니다.

이 트윗 글은 잠시 뒤 5명에 의해 동시에 RT, 즉 퍼나르기가 됩니다.

시간을 보면 초까지 일치합니다.

박근혜 후보 광화문 집중 유세 날 새누리당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자 이번에는 앞서 언급한 5명 중 4명이 동시에 퍼나르기를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여러 명이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자동트윗프로그램을 사용해 글을 확산시키는 수법입니다.

[앵커]

그런데 자동트윗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런 트위터 활동을 민주당 캠프 내부 인사가 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취재진은 2012년 당시 한글로 작성된 트윗 9억건 정도의 데이터를 모두 입수해서 전수 분석해봤습니다.

그러자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민주당 캠프에 유리한 글을 퍼나르던 계정 13개가 드러났습니다.

취재진이 계정 주인들을 추적해보니 3명이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공식 활동을 한 인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한 명은 자신이 자동 프로그램을 써서 트위터 활동을 한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당시 사용된 프로그램은 '트윗덱'이라는 앱인데 바로 국정원 심리전단이 여론조작 활동에 사용한 프로그램입니다.

[앵커]

이번에는 새누리 캠프 쪽도 들여다볼까요.

당시 캠프 외곽 조직에서 아예 트위터 여론 조작을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했다면서요?

[기자]

네, 취재진이 확인한 사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비하하고 댓글 공작 사건의 국정원 여직원을 옹호하는 한 트윗 글인데요.

이 글은 트위터상에서 1,495차례에 걸쳐 퍼나르기되면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RT를 한 계정들이 모두 똑같은 트위터 앱을 썼는데요, 바로 트위터 포 안드로이드라는 앱입니다.

당시 널리 쓰이던 상용프로그램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교묘히 이름을 바꾼 비밀 매크로 프로그램입니다.

취재진이 확인해 봤더니 이 매크로 프로그램이 바로 새누리당 대선 캠프 외곽 조직에서 사용됐습니다.

[앵커]

당시 새누리당 캠프 내부 인사가 직접 이런 사실을 확인해 준 거죠?

[기자]

네, 취재진은 당시 새누리당 대선 캠프 디지털상황실장을 지냈던 박철완 교수를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박 교수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박철완/전 새누리당 대선캠프 디지털상황실장 : "타임라인 보면 리트윗봇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정말 리트윗만 했어요."]

이로써 소문으로만 떠돌던 새누리 측 매크로 프로그램의 실체가 대선 6년만에 KBS취재로 드러난 건데요.

문제의 매크로 프로그램은 무차별 트윗 확산에 모두 2,866개의 계정을 사용했습니다.

또 매크로 프로그램 계정들은 2012년 8월부터 정확히 대선 전 날까지만 사용되다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KBS탐사보도부는 앞으로도 2012년 대선 캠프들이 은밀히 벌였던 SNS 여론 조작 실태를 연속 보도를 통해 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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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대선 여야 온라인 ‘여론 조작’
    • 입력 2018-08-13 23:27:39
    • 수정2018-08-13 23: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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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 캠프와 외곽 조직이 온라인 여론 조작을 벌인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양대 캠프측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동원해 저마다 유리한 글을 무차별 확산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탐사보도부 정수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트위터가 중요한 공론의 장으로 떠올랐었는데요, 이번에 확인된 온라인 여론 조작도 트위터에서 벌어진 일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당시 여야 양대 대선 캠프는 트위터 여론전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습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을 취재진이 입수했는데요, 문건 하단에 이런 구호가 적혀 있습니다.

'RT가 먼저다', 즉 트위터 퍼나르기에 몰두하라는 거죠.

새누리당은 아예 선관위 고발까지 당했습니다.

외곽단체를 동원해 트위터 홍보전을 벌이다 적발당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선거 캠프가 유리한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몰두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데, 사람이 하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썼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민주당 캠프에서 벌인 여론 조작 실태에 대해 보시겠습니다.

새누리당 불법 여론조작 세력인 이른바 '십알단' 사건이 불거진 당일에 이 사건을 비난하는 취지로 트위터에 올라온 글입니다.

이 트윗 글은 잠시 뒤 5명에 의해 동시에 RT, 즉 퍼나르기가 됩니다.

시간을 보면 초까지 일치합니다.

박근혜 후보 광화문 집중 유세 날 새누리당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자 이번에는 앞서 언급한 5명 중 4명이 동시에 퍼나르기를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여러 명이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자동트윗프로그램을 사용해 글을 확산시키는 수법입니다.

[앵커]

그런데 자동트윗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런 트위터 활동을 민주당 캠프 내부 인사가 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취재진은 2012년 당시 한글로 작성된 트윗 9억건 정도의 데이터를 모두 입수해서 전수 분석해봤습니다.

그러자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민주당 캠프에 유리한 글을 퍼나르던 계정 13개가 드러났습니다.

취재진이 계정 주인들을 추적해보니 3명이 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공식 활동을 한 인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한 명은 자신이 자동 프로그램을 써서 트위터 활동을 한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당시 사용된 프로그램은 '트윗덱'이라는 앱인데 바로 국정원 심리전단이 여론조작 활동에 사용한 프로그램입니다.

[앵커]

이번에는 새누리 캠프 쪽도 들여다볼까요.

당시 캠프 외곽 조직에서 아예 트위터 여론 조작을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했다면서요?

[기자]

네, 취재진이 확인한 사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비하하고 댓글 공작 사건의 국정원 여직원을 옹호하는 한 트윗 글인데요.

이 글은 트위터상에서 1,495차례에 걸쳐 퍼나르기되면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RT를 한 계정들이 모두 똑같은 트위터 앱을 썼는데요, 바로 트위터 포 안드로이드라는 앱입니다.

당시 널리 쓰이던 상용프로그램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교묘히 이름을 바꾼 비밀 매크로 프로그램입니다.

취재진이 확인해 봤더니 이 매크로 프로그램이 바로 새누리당 대선 캠프 외곽 조직에서 사용됐습니다.

[앵커]

당시 새누리당 캠프 내부 인사가 직접 이런 사실을 확인해 준 거죠?

[기자]

네, 취재진은 당시 새누리당 대선 캠프 디지털상황실장을 지냈던 박철완 교수를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박 교수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박철완/전 새누리당 대선캠프 디지털상황실장 : "타임라인 보면 리트윗봇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정말 리트윗만 했어요."]

이로써 소문으로만 떠돌던 새누리 측 매크로 프로그램의 실체가 대선 6년만에 KBS취재로 드러난 건데요.

문제의 매크로 프로그램은 무차별 트윗 확산에 모두 2,866개의 계정을 사용했습니다.

또 매크로 프로그램 계정들은 2012년 8월부터 정확히 대선 전 날까지만 사용되다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KBS탐사보도부는 앞으로도 2012년 대선 캠프들이 은밀히 벌였던 SNS 여론 조작 실태를 연속 보도를 통해 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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