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시신 선점하려고”…소방 무전망 ‘도청’

입력 2018.08.29 (08:29) 수정 2018.08.29 (08: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사고 현장에 1분 1초라도 빨리 출동해 인명을 구하고 현장을 수습하는 분들, 바로 119 구조대원들입니다.

그런데, 119 대원 만큼이나 빨리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신을 수습, 운구하는 업체였는데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119 무전 내용을 24시간 불법 도청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로 인한 피해는 단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어떻게 불법 도청이 가능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다세대주택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경찰에 붙잡힌 남성 뒤 창가 쪽에는 무전기와 휴대전화가 보이는데요.

잠시 뒤, 이 무전기와 연결된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온 소리, 한번 들어보시죠.

["119 종합작전상황실에서 무전 테스트 중입니다. 1, 2, 3, 4, 5."]

눈치 채셨습니까? 바로 119상황실에서 관할 안전센터로 보내는 무전 내용이 실시간으로 들린 겁니다.

이같은 119지령이 소방 안전센터가 아닌 다세대 주택 가정집 안에서 들리게 된 이유는 뭘까요?

[김회성/부산 남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2015년 2월부터 감청이 현재까지 이뤄졌고요. 약 1000~1100여 구의 시신을 선점해서 운영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감청을 통해 시신을 선점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이해가 가십니까?

자 이렇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장례지도사 조모 씨 등 일당은 모두 8명.

이들은 집안에 무전기와 안테나를 설치하고 119 무선 주파수를 찾아낸 뒤 출동 지령을 24시간 엿듣고 있었는데요.

하루에도 수없이 오가는 119 무전 가운데 이들이 주목한 건 바로 심정지, 변사 사건 등 사망 사고와 관련된 무전이었습니다.

실제 무전 내용 들어보시죠.

[실제 119 무전 :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다는데 CPR (심폐소생술) 추정됩니다."]

[실제 119 무전 : "OO아파트로 가서 자살시도 관련 지원하기 바랍니다."]

도청을 하다 이렇게 사망 사고가 있을 것 같은 상황이다 싶으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들어보시죠.

[도청 일당 전화 통화 내용/음성변조 : "범일동 보면 진시장 밑에 용사천로. 거기로 계속 가봐라, 지금."]

이같은 119 도청 덕에 경쟁업체보다 늘 먼저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일당은 시신을 수습한 뒤 유족으로부터 시신 운반비와 장례비 등을 챙겼습니다.

불법도청팀, 현장출동팀 그리고 장례진행팀까지 3개팀으로 나뉘어 조직적으로 움직인 일당은 3년 여 동안 무려 1,000구가 넘는 시신을 이른바 '선점'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회성/부산 남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장례업체 대표라든지 장례지도사 이런 사람들이 관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이 직접 장례를 따내면 건당 150만 원에서 18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추가로 올렸던……."]

시신 운구 10만 원, 장례식장 알선 150만원 여기에 일당이 직접 장례까지 치르는 경우 수익은 더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시신 운구를 해주고 10만 원 벌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고 장례 전체적인 걸 자기들이 해야만 수익이 많이 발생하니까……."]

이렇게 벌어들인 금액만 15억 원이 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특히, 3개 팀이 8시간씩 무전을 엿들으며 24시간 공백 없는 도청 체계를 갖추고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두세 달에 한 번씩 도청 상황실을 옮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회성/부산 남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전파가 잘 잡히는 장소여야 되기 때문에 베란다 쪽이라든지 창틀, 창문에 인접한 장소로 삼았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존재가 이미 지역 장의업계에선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부산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부산시에 광범위하게 그룹별로 이뤄지는 팀이 있고요. 쉽게 말해 조직이라고 해야겠네요."]

도청 조직이 시신 운구뿐만 아니라 장례식까지 선점하면서 일반 장의업자들과 이런 마찰을 빚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부산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돌아가신 분이 우리 친척이에요. 그 사람들은 감청 해서 미리 현장에 와있고 제가 늦게 가잖아요. 저는 우리 친척이니까 내가 당연히 장례를 치러줘야 한다, 자기네들은 먼저 (시신을) 선점했기 때문에 자기가 해야 한다 이거에요."]

유족들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요청을 해도 업체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겁니다.

[부산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입관하기 전에 수의를 입혀버리는 거예요. 가족들 동의 없이. 시신 수습을 하고 수의를 입힌 값이 500만 원 정도 되는데 상조를 안 쓰시면 이 비용으로 장례 치러주겠다 이렇게 조건을 제시합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 일당에게 장례를 맡길 수밖에 없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유족의 몫이었습니다.

비싼 비용을 치르며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부산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경황이 없다 보니까 상주들이 그 사람들 원하는 대로 다 포용을 해주니까 장례비 전체가 굉장히 비싸지는 거예요. 정상적으로 영업하시는 분들의 3배 4배 정도를……."]

사실 119 무전이 뚫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해에도 119 무선감청으로 시신을 선점해왔던 일당이 붙잡혔다는데요.

소방 무전이 도청에 취약한 아날로그 방식인 것을 노렸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무전 도청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지역 소방안전본부 측은 119 무전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교체했습니다.

암호화된 디지털로 바꾼 무전기는 도청을 시도하더라도 이렇게 잡음만 들립니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무전기 테스트."]

[심재민/부산소방안전본부 무선통신 주임 : "사설 이송업체에서 똑같은 무전기를 구입하더라도 암호화 키값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 도청은 불가능합니다."]

기상천외한 불법도청으로 부당 수익을 가로채온 일당들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시신 선점하려고”…소방 무전망 ‘도청’
    • 입력 2018-08-29 08:34:03
    • 수정2018-08-29 08:38:47
    아침뉴스타임
[기자]

사고 현장에 1분 1초라도 빨리 출동해 인명을 구하고 현장을 수습하는 분들, 바로 119 구조대원들입니다.

그런데, 119 대원 만큼이나 빨리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신을 수습, 운구하는 업체였는데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119 무전 내용을 24시간 불법 도청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로 인한 피해는 단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어떻게 불법 도청이 가능했는지, 지금부터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다세대주택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경찰에 붙잡힌 남성 뒤 창가 쪽에는 무전기와 휴대전화가 보이는데요.

잠시 뒤, 이 무전기와 연결된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온 소리, 한번 들어보시죠.

["119 종합작전상황실에서 무전 테스트 중입니다. 1, 2, 3, 4, 5."]

눈치 채셨습니까? 바로 119상황실에서 관할 안전센터로 보내는 무전 내용이 실시간으로 들린 겁니다.

이같은 119지령이 소방 안전센터가 아닌 다세대 주택 가정집 안에서 들리게 된 이유는 뭘까요?

[김회성/부산 남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2015년 2월부터 감청이 현재까지 이뤄졌고요. 약 1000~1100여 구의 시신을 선점해서 운영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감청을 통해 시신을 선점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이해가 가십니까?

자 이렇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장례지도사 조모 씨 등 일당은 모두 8명.

이들은 집안에 무전기와 안테나를 설치하고 119 무선 주파수를 찾아낸 뒤 출동 지령을 24시간 엿듣고 있었는데요.

하루에도 수없이 오가는 119 무전 가운데 이들이 주목한 건 바로 심정지, 변사 사건 등 사망 사고와 관련된 무전이었습니다.

실제 무전 내용 들어보시죠.

[실제 119 무전 :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다는데 CPR (심폐소생술) 추정됩니다."]

[실제 119 무전 : "OO아파트로 가서 자살시도 관련 지원하기 바랍니다."]

도청을 하다 이렇게 사망 사고가 있을 것 같은 상황이다 싶으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들어보시죠.

[도청 일당 전화 통화 내용/음성변조 : "범일동 보면 진시장 밑에 용사천로. 거기로 계속 가봐라, 지금."]

이같은 119 도청 덕에 경쟁업체보다 늘 먼저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일당은 시신을 수습한 뒤 유족으로부터 시신 운반비와 장례비 등을 챙겼습니다.

불법도청팀, 현장출동팀 그리고 장례진행팀까지 3개팀으로 나뉘어 조직적으로 움직인 일당은 3년 여 동안 무려 1,000구가 넘는 시신을 이른바 '선점'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회성/부산 남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장례업체 대표라든지 장례지도사 이런 사람들이 관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이 직접 장례를 따내면 건당 150만 원에서 18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추가로 올렸던……."]

시신 운구 10만 원, 장례식장 알선 150만원 여기에 일당이 직접 장례까지 치르는 경우 수익은 더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시신 운구를 해주고 10만 원 벌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고 장례 전체적인 걸 자기들이 해야만 수익이 많이 발생하니까……."]

이렇게 벌어들인 금액만 15억 원이 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특히, 3개 팀이 8시간씩 무전을 엿들으며 24시간 공백 없는 도청 체계를 갖추고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두세 달에 한 번씩 도청 상황실을 옮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회성/부산 남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전파가 잘 잡히는 장소여야 되기 때문에 베란다 쪽이라든지 창틀, 창문에 인접한 장소로 삼았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존재가 이미 지역 장의업계에선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부산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부산시에 광범위하게 그룹별로 이뤄지는 팀이 있고요. 쉽게 말해 조직이라고 해야겠네요."]

도청 조직이 시신 운구뿐만 아니라 장례식까지 선점하면서 일반 장의업자들과 이런 마찰을 빚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부산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돌아가신 분이 우리 친척이에요. 그 사람들은 감청 해서 미리 현장에 와있고 제가 늦게 가잖아요. 저는 우리 친척이니까 내가 당연히 장례를 치러줘야 한다, 자기네들은 먼저 (시신을) 선점했기 때문에 자기가 해야 한다 이거에요."]

유족들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요청을 해도 업체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겁니다.

[부산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입관하기 전에 수의를 입혀버리는 거예요. 가족들 동의 없이. 시신 수습을 하고 수의를 입힌 값이 500만 원 정도 되는데 상조를 안 쓰시면 이 비용으로 장례 치러주겠다 이렇게 조건을 제시합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 일당에게 장례를 맡길 수밖에 없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유족의 몫이었습니다.

비싼 비용을 치르며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부산 장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경황이 없다 보니까 상주들이 그 사람들 원하는 대로 다 포용을 해주니까 장례비 전체가 굉장히 비싸지는 거예요. 정상적으로 영업하시는 분들의 3배 4배 정도를……."]

사실 119 무전이 뚫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해에도 119 무선감청으로 시신을 선점해왔던 일당이 붙잡혔다는데요.

소방 무전이 도청에 취약한 아날로그 방식인 것을 노렸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무전 도청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지역 소방안전본부 측은 119 무전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교체했습니다.

암호화된 디지털로 바꾼 무전기는 도청을 시도하더라도 이렇게 잡음만 들립니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무전기 테스트."]

[심재민/부산소방안전본부 무선통신 주임 : "사설 이송업체에서 똑같은 무전기를 구입하더라도 암호화 키값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 도청은 불가능합니다."]

기상천외한 불법도청으로 부당 수익을 가로채온 일당들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