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 이은 태풍과 폭우…지구 온난화로 ‘새로운 일상’ 되나?

입력 2018.08.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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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상의 역사에 큰 기록을 남긴 올해 여름이 끝나간다. 역대 가장 강한, 그리고 가장 길었던 폭염과 뒤이어 6년 만에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태풍, 여름 장마보다 더 큰 비를 뿌린 가을장마까지…모두 올여름 한 철에 일어난 일이다.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올여름을 여름의 마지막 날 되짚어 본다.

최강·최장 기록 모두 갈아치운 올여름 폭염

'40도'! 올여름이 오기 전까지 76년 동안 깨지지 않던 국내 최고 기온 기록이다. 그동안 39도 이상의 기록은 수차례 있었지만 '40도'(대구, 1942년 8월 1일)는 지난 76년 동안 돌파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올해 그 기록이 깨졌다. 지난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 기온이 41도까지 올랐다. 이를 포함해 40도를 넘는 기록이 전국 다섯 지점에서 나왔다. 서울도 같은 날 39.6도까지 올라 기상 관측 1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으로 기록됐다. 전국 기록과 서울 기록 모두 단숨에 기존 최고 기록을 1도 이상 넘어선 것이다.

올여름 폭염은 기간으로 봐도 사상 최악이었다. 31일 현재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31.5일로 역대 가장 길었던 1994년의 31.1일을 넘어섰다. 충남 금산 지역은 7월 11일부터 8월 16일까지 37일 연속 폭염이 나타나 2016년 합천에서 기록된 34일의 연속 폭염 기록을 갈아치웠다.

열대야 일수도 31일 현재 17.7일로 1994년의 기존 최장 기록을 따라잡았다. 9월에도 열대야 현상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에 단독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6년 만에 내륙을 관통한 태풍 '솔릭'

폭염이 꺾여가나 싶던 8월 하순, 태풍의 북상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 남쪽 해상에서 북상하던 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보였다. 결국 '솔릭'은 지난 23일 밤 전남 해남 화원반도에 상륙해 24일 오전 강원도 강릉 부근으로 빠져나가면서 6년 만에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지난 23일 바람 예상도. 한반도 서쪽에 19호 태풍 ‘솔릭’이, 동쪽에는 20호 태풍 ‘시마론’이 북상하고 있다.(자료 : 어스윈드맵)지난 23일 바람 예상도. 한반도 서쪽에 19호 태풍 ‘솔릭’이, 동쪽에는 20호 태풍 ‘시마론’이 북상하고 있다.(자료 : 어스윈드맵)

'솔릭'은 상륙 직전까지도 진로를 수시로 바꾸며 예보관들을 애태웠다. 제주 서쪽 해상에서는 걷는 속도와 비슷할 만큼 느리게 북상하는 등 '이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동해 상으로 북상한 20호 태풍 '시마론'과 이른바 '쌍 태풍'을 이루며 진로 예측을 더 어렵게 했다.

여름 장마 넘은 가을장마…하루 400mm 폭우

태풍이 물러가자 그다음은 '가을장마'였다. 지난 27일 남부 지방부터 집중호우를 뿌린 정체전선은 이번 주 내내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며 폭우를 퍼부었다. 특히 지난 28일에는 북쪽으로 올라가던 구름대가 갑자기 방향을 꺾어 퇴근길 서울에 장대비를 쏟았다. 기상청에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표현할 만큼의 기습 폭우였다.

지난 29일 천리안 위성 영상.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를 뿌리는 ‘당근형 구름’이 휴전선 부근에 발달해 있다.지난 29일 천리안 위성 영상.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를 뿌리는 ‘당근형 구름’이 휴전선 부근에 발달해 있다.

지난 29일에는 비구름이 더 북쪽으로 올라와 휴전선 일대에 하루에 400mm가 넘는 집중호우를 뿌렸다. 올여름 장마철 강수량이 전국 평균 283mm였던 것을 고려하면 여름 장맛비보다 많은 비가 가을장마 기간, 그것도 단 하루에 쏟아진 셈이다.

올여름 기상 이변을 아우르는 키워드 '기후 변화'

기록적인 폭염, 그리고 태풍의 이상 진로, 여름 막바지 집중호우. 기상학자들은 각각의 현상에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들을 아우를 수 있는, 그리고 현상의 강도를 더 강화한 원인은 '기후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와 같은 폭염을 유발하는 기압 패턴은 과거에도 나타났지만, 그 강도가 세지고 지속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원인은 결국 '지구 온난화'로 배경 온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1994년과 올여름 지구 곳곳에 나타난 폭염은 형태 면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그런데 올해는 여러 국가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그 강도는 훨씬 강했다.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더 오르면서 폭염의 출발선 자체가 훨씬 높아진 셈이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12km 상공에 나타나는 제트기류(강풍대)를 의미. 예년과 달리 폭염이 심한 1994년과 2018년에는 제트기류의 강도가 약했고, 특히 2018년에는 제트기류가 한반도보다 더 북쪽으로 치우친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12km 상공에 나타나는 제트기류(강풍대)를 의미. 예년과 달리 폭염이 심한 1994년과 2018년에는 제트기류의 강도가 약했고, 특히 2018년에는 제트기류가 한반도보다 더 북쪽으로 치우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더 약해지고 북쪽으로 올라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명인 기상청 지정 폭염연구센터장(UNIST 교수)은 "지구 온난화에 의한 고위도 지역의 가열 등으로 인해서 중위도의 제트기류가 상당히 약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서 폭염 등 반복적인 날씨가 지속돼 기상 재해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 이변의 일상화 '뉴 노멀' 우려

해외 기상학자들도 올여름 기상 이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여름 이상 고온과 극심한 가뭄에 산불 피해까지 겪은 북유럽의 기상학자들은 이런 날씨가 '뉴 노멀(New Normal : 새로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23일 오슬로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노르웨이 연구진들은 지구 온난화로 북유럽 지역에 더 많은 무더위와 가뭄, 더 극단적인 강우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뿐만 아니라 날씨가 더 예측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구 온난화가 전 지구 기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우균 한국기후변화학회 학회장(고려대 교수)은 "기후 변화는 이제는 다른 나라, 남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내가 내 분야에서 겪고 있는 아주 위험한 문제라는 것을 절감하고, 각자 자기 분야에서 대응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날씨가 왜 우리의 삶을 힘들게 했고, 왜 기상 예측은 번번이 빗나가는지 불평만 할 게 아니라 그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우리 삶의 편의를 위해 뿜어낸 온실가스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임을 인식하고 우리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것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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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 폭염 이은 태풍과 폭우…지구 온난화로 ‘새로운 일상’ 되나?
    • 입력 2018-08-31 18:02:31
    취재K
한국 기상의 역사에 큰 기록을 남긴 올해 여름이 끝나간다. 역대 가장 강한, 그리고 가장 길었던 폭염과 뒤이어 6년 만에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태풍, 여름 장마보다 더 큰 비를 뿌린 가을장마까지…모두 올여름 한 철에 일어난 일이다.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올여름을 여름의 마지막 날 되짚어 본다.

최강·최장 기록 모두 갈아치운 올여름 폭염

'40도'! 올여름이 오기 전까지 76년 동안 깨지지 않던 국내 최고 기온 기록이다. 그동안 39도 이상의 기록은 수차례 있었지만 '40도'(대구, 1942년 8월 1일)는 지난 76년 동안 돌파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올해 그 기록이 깨졌다. 지난 1일 강원도 홍천의 낮 최고 기온이 41도까지 올랐다. 이를 포함해 40도를 넘는 기록이 전국 다섯 지점에서 나왔다. 서울도 같은 날 39.6도까지 올라 기상 관측 1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으로 기록됐다. 전국 기록과 서울 기록 모두 단숨에 기존 최고 기록을 1도 이상 넘어선 것이다.

올여름 폭염은 기간으로 봐도 사상 최악이었다. 31일 현재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31.5일로 역대 가장 길었던 1994년의 31.1일을 넘어섰다. 충남 금산 지역은 7월 11일부터 8월 16일까지 37일 연속 폭염이 나타나 2016년 합천에서 기록된 34일의 연속 폭염 기록을 갈아치웠다.

열대야 일수도 31일 현재 17.7일로 1994년의 기존 최장 기록을 따라잡았다. 9월에도 열대야 현상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에 단독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6년 만에 내륙을 관통한 태풍 '솔릭'

폭염이 꺾여가나 싶던 8월 하순, 태풍의 북상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 남쪽 해상에서 북상하던 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보였다. 결국 '솔릭'은 지난 23일 밤 전남 해남 화원반도에 상륙해 24일 오전 강원도 강릉 부근으로 빠져나가면서 6년 만에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지난 23일 바람 예상도. 한반도 서쪽에 19호 태풍 ‘솔릭’이, 동쪽에는 20호 태풍 ‘시마론’이 북상하고 있다.(자료 : 어스윈드맵)
'솔릭'은 상륙 직전까지도 진로를 수시로 바꾸며 예보관들을 애태웠다. 제주 서쪽 해상에서는 걷는 속도와 비슷할 만큼 느리게 북상하는 등 '이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동해 상으로 북상한 20호 태풍 '시마론'과 이른바 '쌍 태풍'을 이루며 진로 예측을 더 어렵게 했다.

여름 장마 넘은 가을장마…하루 400mm 폭우

태풍이 물러가자 그다음은 '가을장마'였다. 지난 27일 남부 지방부터 집중호우를 뿌린 정체전선은 이번 주 내내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며 폭우를 퍼부었다. 특히 지난 28일에는 북쪽으로 올라가던 구름대가 갑자기 방향을 꺾어 퇴근길 서울에 장대비를 쏟았다. 기상청에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표현할 만큼의 기습 폭우였다.

지난 29일 천리안 위성 영상.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를 뿌리는 ‘당근형 구름’이 휴전선 부근에 발달해 있다.
지난 29일에는 비구름이 더 북쪽으로 올라와 휴전선 일대에 하루에 400mm가 넘는 집중호우를 뿌렸다. 올여름 장마철 강수량이 전국 평균 283mm였던 것을 고려하면 여름 장맛비보다 많은 비가 가을장마 기간, 그것도 단 하루에 쏟아진 셈이다.

올여름 기상 이변을 아우르는 키워드 '기후 변화'

기록적인 폭염, 그리고 태풍의 이상 진로, 여름 막바지 집중호우. 기상학자들은 각각의 현상에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들을 아우를 수 있는, 그리고 현상의 강도를 더 강화한 원인은 '기후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와 같은 폭염을 유발하는 기압 패턴은 과거에도 나타났지만, 그 강도가 세지고 지속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원인은 결국 '지구 온난화'로 배경 온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1994년과 올여름 지구 곳곳에 나타난 폭염은 형태 면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그런데 올해는 여러 국가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그 강도는 훨씬 강했다.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더 오르면서 폭염의 출발선 자체가 훨씬 높아진 셈이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12km 상공에 나타나는 제트기류(강풍대)를 의미. 예년과 달리 폭염이 심한 1994년과 2018년에는 제트기류의 강도가 약했고, 특히 2018년에는 제트기류가 한반도보다 더 북쪽으로 치우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더 약해지고 북쪽으로 올라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명인 기상청 지정 폭염연구센터장(UNIST 교수)은 "지구 온난화에 의한 고위도 지역의 가열 등으로 인해서 중위도의 제트기류가 상당히 약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서 폭염 등 반복적인 날씨가 지속돼 기상 재해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 이변의 일상화 '뉴 노멀' 우려

해외 기상학자들도 올여름 기상 이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여름 이상 고온과 극심한 가뭄에 산불 피해까지 겪은 북유럽의 기상학자들은 이런 날씨가 '뉴 노멀(New Normal : 새로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23일 오슬로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노르웨이 연구진들은 지구 온난화로 북유럽 지역에 더 많은 무더위와 가뭄, 더 극단적인 강우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뿐만 아니라 날씨가 더 예측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구 온난화가 전 지구 기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우균 한국기후변화학회 학회장(고려대 교수)은 "기후 변화는 이제는 다른 나라, 남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내가 내 분야에서 겪고 있는 아주 위험한 문제라는 것을 절감하고, 각자 자기 분야에서 대응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날씨가 왜 우리의 삶을 힘들게 했고, 왜 기상 예측은 번번이 빗나가는지 불평만 할 게 아니라 그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우리 삶의 편의를 위해 뿜어낸 온실가스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임을 인식하고 우리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것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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