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지났지만 피해 구제 지지부진

입력 2018.08.31 (23:24) 수정 2018.08.3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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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어난지 어느덧 7년이 됐습니다.

최근들어 피해구제 대상도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들도 있었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류란 기자, 오늘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가 열렸죠?

[기자]

7년 전부터 매년 오늘즈음 피해자들이 모여서 서로의 상황을 확인하고 정부에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어 왔습니다.

2011년 8월 31일에 질병관리본부가 당시 급증했던 원인 모를 '폐손상'을 역학조사 했더니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중간 발표를 해서 충격을 줬는데요.

이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피해자들이 모인 것이 '피해자대회'의 기원이 됐습니다.

[앵커]

정부가 옥시나 애경 같은 기업에 사법적 책임을 묻고, 피해를 구제하는 정책이 꽤 오랫동안 진행돼왔는데, 현재 어떤 상황인지 좀 정리해주실까요?

[기자]

2011년부터 정부가 네 차례에 걸쳐서 피해자 접수를 받았고요, 6천 70여 명이 "내가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건강상의 피해를 입었다"라고 신고를 했습니다.

이 분들 가운데 육백 일곱 명, 10%죠, 이 10%만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안타깝게 숨진 분들이 1337명에 이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이 문제를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일년 전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혀 피해자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주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오늘 피해자대회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여전히 정부, 현장 공무원들의 태도가 소극적이라고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피해자 협의회 공동대표인 김기태 대표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김기태/가습기살균제 피해자협의회 공동대표 :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단계에 그 병의 증세에 맞춰서 치료해 달라는 겁니다. 그런데 무슨 큰거라도 뜯어내려고 하는 줄 알고 너무 피해자들하고 안 만나주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정부나 책임자들이 피해자를 안 만나준다'는 말이 가슴에 박히는데요, 피해자들이 바라거나 힘들어하는 건 무엇인지 좀 더 말씀해주시죠.

[기자]

여전히 피해를 인정받기가 너무 어렵다는 데 많이들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의 피해구제 방식은 '내가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썼고, 그 이후로 전에 전혀 앓은 적 없는 질병을 얻었다' 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까 그 살균제를 샀던 영수증이 없어서, 또 질병이 생긴 앞 뒤로 병원에 가지 않아서 기저 질병이 있었는지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한 수천 명이 피해자로 인정되지 못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을 가해자 측인 기업이 우리 살균제와 저 사람의 질병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요구인 거죠.

그리고 피해자로 인정이 안 되면 내가 왜 안 되는지 설명이라도 해 달라, 또는 앞으로 진행상황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은데 어디다 물어볼 창구가 없다, 이런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환경부에서 석 달에 한 번씩 피해자들과 담당 공무원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는 있는데요, 여기에 참석했던 피해자들은 1~2시간 정부가 준비해온 발표를 쭉 하고는 끝나버린다는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1인당 10분씩이라도 상 담을 좀 할 수 있으면 이렇게 답답하고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이 저는 이해가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련된 기업이 모두 50곳에 이르는데, 사과를 하고 배상하고 있는 곳은 한 곳 뿐이라고요?

[기자]

네, 옥시 한 곳만 배상을 진행하고 있죠.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데다가 배상하기까기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칭찬할 것은 아닙니다만,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 현재 정부 집계로 1400명의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메이트'를 만든 '애경산업'과 여기에 원료를 댄 'sk케미칼'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상은커녕 잘못했다는 사과조차 안 하고 있으니까...

이 가습기 메이트를 썼던 피해자들의 심경은 얼마나 참담하겠습니까?

생후 5개월이었던 딸이 독성 살균제의 피해자가 된 김미향 씨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김미향/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 "저희도 똑같은 가습기 피해자라고 정부에서 인정을 했는데 왜 지금 저희가 뒷전에 있는 상황인지는 저희도 모르겠어요."]

김미향 씨 뿐만 아니라 저희가 만난 많은 분들이 국민들께 좀 알려달라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아직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끝나지 않았고 애경과 sk케미칼은 시작도 안 했다고 제발 관심을 거두지 말아달라 이런 부탁을 하셨는데요.

실제로 올해 3월에는 나온다고 했던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독성실험 결과가 아직까지 아무 말도 없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오늘 제가 확인했더니 담당과에서도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모르겠다,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피해가 없는데 무슨 돈을 내놔라, 이런 게 아니잖습니까?

사회적인 관심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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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31 23:24:50
    • 수정2018-08-31 23: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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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일어난지 어느덧 7년이 됐습니다.

최근들어 피해구제 대상도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들도 있었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류란 기자, 오늘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가 열렸죠?

[기자]

7년 전부터 매년 오늘즈음 피해자들이 모여서 서로의 상황을 확인하고 정부에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어 왔습니다.

2011년 8월 31일에 질병관리본부가 당시 급증했던 원인 모를 '폐손상'을 역학조사 했더니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중간 발표를 해서 충격을 줬는데요.

이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피해자들이 모인 것이 '피해자대회'의 기원이 됐습니다.

[앵커]

정부가 옥시나 애경 같은 기업에 사법적 책임을 묻고, 피해를 구제하는 정책이 꽤 오랫동안 진행돼왔는데, 현재 어떤 상황인지 좀 정리해주실까요?

[기자]

2011년부터 정부가 네 차례에 걸쳐서 피해자 접수를 받았고요, 6천 70여 명이 "내가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건강상의 피해를 입었다"라고 신고를 했습니다.

이 분들 가운데 육백 일곱 명, 10%죠, 이 10%만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안타깝게 숨진 분들이 1337명에 이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이 문제를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일년 전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혀 피해자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주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오늘 피해자대회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여전히 정부, 현장 공무원들의 태도가 소극적이라고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피해자 협의회 공동대표인 김기태 대표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김기태/가습기살균제 피해자협의회 공동대표 :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단계에 그 병의 증세에 맞춰서 치료해 달라는 겁니다. 그런데 무슨 큰거라도 뜯어내려고 하는 줄 알고 너무 피해자들하고 안 만나주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정부나 책임자들이 피해자를 안 만나준다'는 말이 가슴에 박히는데요, 피해자들이 바라거나 힘들어하는 건 무엇인지 좀 더 말씀해주시죠.

[기자]

여전히 피해를 인정받기가 너무 어렵다는 데 많이들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의 피해구제 방식은 '내가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썼고, 그 이후로 전에 전혀 앓은 적 없는 질병을 얻었다' 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까 그 살균제를 샀던 영수증이 없어서, 또 질병이 생긴 앞 뒤로 병원에 가지 않아서 기저 질병이 있었는지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한 수천 명이 피해자로 인정되지 못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을 가해자 측인 기업이 우리 살균제와 저 사람의 질병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요구인 거죠.

그리고 피해자로 인정이 안 되면 내가 왜 안 되는지 설명이라도 해 달라, 또는 앞으로 진행상황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은데 어디다 물어볼 창구가 없다, 이런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환경부에서 석 달에 한 번씩 피해자들과 담당 공무원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는 있는데요, 여기에 참석했던 피해자들은 1~2시간 정부가 준비해온 발표를 쭉 하고는 끝나버린다는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1인당 10분씩이라도 상 담을 좀 할 수 있으면 이렇게 답답하고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이 저는 이해가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련된 기업이 모두 50곳에 이르는데, 사과를 하고 배상하고 있는 곳은 한 곳 뿐이라고요?

[기자]

네, 옥시 한 곳만 배상을 진행하고 있죠.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데다가 배상하기까기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칭찬할 것은 아닙니다만,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 현재 정부 집계로 1400명의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메이트'를 만든 '애경산업'과 여기에 원료를 댄 'sk케미칼'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상은커녕 잘못했다는 사과조차 안 하고 있으니까...

이 가습기 메이트를 썼던 피해자들의 심경은 얼마나 참담하겠습니까?

생후 5개월이었던 딸이 독성 살균제의 피해자가 된 김미향 씨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김미향/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 "저희도 똑같은 가습기 피해자라고 정부에서 인정을 했는데 왜 지금 저희가 뒷전에 있는 상황인지는 저희도 모르겠어요."]

김미향 씨 뿐만 아니라 저희가 만난 많은 분들이 국민들께 좀 알려달라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아직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끝나지 않았고 애경과 sk케미칼은 시작도 안 했다고 제발 관심을 거두지 말아달라 이런 부탁을 하셨는데요.

실제로 올해 3월에는 나온다고 했던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독성실험 결과가 아직까지 아무 말도 없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오늘 제가 확인했더니 담당과에서도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모르겠다,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피해가 없는데 무슨 돈을 내놔라, 이런 게 아니잖습니까?

사회적인 관심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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