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북한까지 2.6km…‘평화의 섬’ 영화제
입력 2018.09.15 (08:19)
수정 2018.09.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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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접경 지역에는 실향민 마을이 형성된 경우가 참 많은데요.
대표적인 곳이 서해에 있는 교동도입니다.
한때는 실향민 수만 만 삼천 명에 달한 적도 있다는데요.
그래서 교동도의 별명이 실향민의 섬이라고 하네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교동도.
그러나 교동도의 주민들은 그 아픔을 딛고 교동도를 평화의 섬으로 가꿔 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주말엔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제도 열렸습니다.
교동도 주민들까지 함께 해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하네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인천 강화군의 부속섬 교동도.
섬 전체가 민간인 통제구역입니다.
입구에서부터 군인들이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는데요.
오늘은 이 섬에 낮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바로 교동도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인데요.
섬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고 싶어 조금 일찍 섬을 찾았다네요.
[김진희/2.6 영화제 참가자 : "저는 교동시장이 제일 기대 돼요. 뭔가 먹거리들이 많을 거 같아가지고. 뭔가 맛있는 거 이것저것 먹고 싶어서..."]
[차준성/2.6 영화제 참가자 : "당연히 망향대를 좀 기대하고 왔어요. 이 강화도 교동에서 가장 북한을 최단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망향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요히 물결치는 바다.
그 너머는 북한 황해도 연백군입니다.
고향이 그리워질 때면 실향민들의 발길이 습관처럼 닿는 곳, 망향대인데요.
[조은진/2.6 영화제 참가자 : "지금 북한 사람이 보입니다. 그냥 걸어가는 분도 있고,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가시네요."]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북한 땅.
이곳 교동도에서 황해도 연백군까지의 거리는 고작 2.6km입니다.
실향민들의 섬 교동도, 오랜 시간 외부와 단절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멈춘 섬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교동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현장들, 저와 함께 떠나 볼까요?
기름에 익어가는 꽈배기.
그리고 옛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다양한 상점들.
6.25때 피란민들이 몰려들며 만들어진 대룡시장에는 6~70년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400m 남짓의 시장골목은 교동도에선 가장 번화가입니다.
북녘의 고향 소식을 물어준다는 제비가 집을 두 채나 지은 곳.
실향민 지광석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발관인데요.
[지광석/교동도 주민/실향민 : "황해도 연백군 호동면 남당리 장수동. 피난 나오니까 갈 데가 없잖아요. 더러는 육지로 나갔지만 나도 기다리는 거지. 우리 부모님들 어머니 아버지 같이 살면서 통일되면 빨리 들어가겠다고."]
이발관 보조일꾼이던 소년이 주인이 되고, 이발용 기기들에는 손때가 켜켜이 쌓일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기다림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대룡 시장을 거닐던 한 참가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시장상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요.
["저 인터뷰 그때 왔었는데... (응, 그때.) 잘 계셨어요? (또 오셨어?) 네. 이번에 공모전 당선돼 가지고..."]
사실 두 사람 사이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시장상인이자 실향민인 박옥선 할머니가 유진 씨의 영화에 출연한 건데요.
황해도에 살던 시절에도 영화를 보기 위해 10리씩 걸었다는 박옥선 할머니.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스크린에 선보인다는 데 안 가볼 수 없겠죠?
[박옥선/교동도 주민/실향민 : "이따가 있잖아. 제비집에서 영화한다고 저녁 7시에나 간다고 우리 아들보고 그래. 기다릴까봐."]
교동도에서 북한까지의 거리 2.6km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2.6영화제의 영화들은 2분 6초의 짧은 상영시간이 특징이라고 하는데요.
큰 규모의 영화제는 아니지만 교동도의 주민들이 함께하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2.6 영화제.
손님맞이를 위해 교동도 주민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섰습니다.
[장상권/교동도 주민 : "오늘 특별한 날이라요. 2.6 우리 영화제를 기념하기 위해서 이북 음식이라든가 그리고 또 일반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 목삼겹살하고. 여기 오신 분들한테 맛있게 우리가 좀 준비했습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는 영화.
무릉도원이 따로 없죠?
박옥선 할머니도 유진 씨와 함께 영화에 흠뻑 빠졌습니다.
분단으로 헤어진 언니를 그리워하며 교동도를 찾은 한 여성.
["언니, 어디 있어?"]
[박옥선/86세/고향: 황해도 연백 : "고향에서는 저녁에 해지면 언니들은 중학교 다니고 땡치기하고 놀고. 언니가 구름 맞히기 하재. 구름이 피어오르면 좋은 거래."]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자매 사이의 거리 2.6km는 0이 되고, 혼자 걷던 여행길을 이젠 자매가 함께합니다.
유진 씨가 만들고 박옥선 할머니가 출연한 이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는데요.
왠지 북한에 언니를 남겨두고 온 자신의 사연과 닮았기 때문일까요?
박 할머니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박옥선/교동도 주민/실향민 : "그럼, 말도 못 해. 이북에 10km만 가면 남매가 있는 데 그걸 못 보고 사니. 남북통일이 이제 돼야지. 나 죽기 전에 통일이."]
그래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즐겁다는 박옥선 할머니 유진씨도 이제부턴 가끔씩 교동도를 찾을 생각이라네요.
[김유진/2.6 영화제 참가자 : "할머니 항상 그쪽에 계시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놀러가서 이제 맛있는 것도 대접하고 그러려고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섬 교동도.
그러나 교동도 주민들은 교동도가 실향민들의 섬보다는 평화의 섬으로 불리길 원합니다.
남과 북을 잇는 다리로서 통일의 그 날까지 역할을 다 하겠다는 건데요.
교동도를 이토록 평화롭게 가꾸어왔던 주민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남북 접경 지역에는 실향민 마을이 형성된 경우가 참 많은데요.
대표적인 곳이 서해에 있는 교동도입니다.
한때는 실향민 수만 만 삼천 명에 달한 적도 있다는데요.
그래서 교동도의 별명이 실향민의 섬이라고 하네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교동도.
그러나 교동도의 주민들은 그 아픔을 딛고 교동도를 평화의 섬으로 가꿔 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주말엔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제도 열렸습니다.
교동도 주민들까지 함께 해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하네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인천 강화군의 부속섬 교동도.
섬 전체가 민간인 통제구역입니다.
입구에서부터 군인들이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는데요.
오늘은 이 섬에 낮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바로 교동도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인데요.
섬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고 싶어 조금 일찍 섬을 찾았다네요.
[김진희/2.6 영화제 참가자 : "저는 교동시장이 제일 기대 돼요. 뭔가 먹거리들이 많을 거 같아가지고. 뭔가 맛있는 거 이것저것 먹고 싶어서..."]
[차준성/2.6 영화제 참가자 : "당연히 망향대를 좀 기대하고 왔어요. 이 강화도 교동에서 가장 북한을 최단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망향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요히 물결치는 바다.
그 너머는 북한 황해도 연백군입니다.
고향이 그리워질 때면 실향민들의 발길이 습관처럼 닿는 곳, 망향대인데요.
[조은진/2.6 영화제 참가자 : "지금 북한 사람이 보입니다. 그냥 걸어가는 분도 있고,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가시네요."]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북한 땅.
이곳 교동도에서 황해도 연백군까지의 거리는 고작 2.6km입니다.
실향민들의 섬 교동도, 오랜 시간 외부와 단절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멈춘 섬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교동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현장들, 저와 함께 떠나 볼까요?
기름에 익어가는 꽈배기.
그리고 옛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다양한 상점들.
6.25때 피란민들이 몰려들며 만들어진 대룡시장에는 6~70년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400m 남짓의 시장골목은 교동도에선 가장 번화가입니다.
북녘의 고향 소식을 물어준다는 제비가 집을 두 채나 지은 곳.
실향민 지광석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발관인데요.
[지광석/교동도 주민/실향민 : "황해도 연백군 호동면 남당리 장수동. 피난 나오니까 갈 데가 없잖아요. 더러는 육지로 나갔지만 나도 기다리는 거지. 우리 부모님들 어머니 아버지 같이 살면서 통일되면 빨리 들어가겠다고."]
이발관 보조일꾼이던 소년이 주인이 되고, 이발용 기기들에는 손때가 켜켜이 쌓일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기다림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대룡 시장을 거닐던 한 참가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시장상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요.
["저 인터뷰 그때 왔었는데... (응, 그때.) 잘 계셨어요? (또 오셨어?) 네. 이번에 공모전 당선돼 가지고..."]
사실 두 사람 사이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시장상인이자 실향민인 박옥선 할머니가 유진 씨의 영화에 출연한 건데요.
황해도에 살던 시절에도 영화를 보기 위해 10리씩 걸었다는 박옥선 할머니.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스크린에 선보인다는 데 안 가볼 수 없겠죠?
[박옥선/교동도 주민/실향민 : "이따가 있잖아. 제비집에서 영화한다고 저녁 7시에나 간다고 우리 아들보고 그래. 기다릴까봐."]
교동도에서 북한까지의 거리 2.6km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2.6영화제의 영화들은 2분 6초의 짧은 상영시간이 특징이라고 하는데요.
큰 규모의 영화제는 아니지만 교동도의 주민들이 함께하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2.6 영화제.
손님맞이를 위해 교동도 주민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섰습니다.
[장상권/교동도 주민 : "오늘 특별한 날이라요. 2.6 우리 영화제를 기념하기 위해서 이북 음식이라든가 그리고 또 일반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 목삼겹살하고. 여기 오신 분들한테 맛있게 우리가 좀 준비했습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는 영화.
무릉도원이 따로 없죠?
박옥선 할머니도 유진 씨와 함께 영화에 흠뻑 빠졌습니다.
분단으로 헤어진 언니를 그리워하며 교동도를 찾은 한 여성.
["언니, 어디 있어?"]
[박옥선/86세/고향: 황해도 연백 : "고향에서는 저녁에 해지면 언니들은 중학교 다니고 땡치기하고 놀고. 언니가 구름 맞히기 하재. 구름이 피어오르면 좋은 거래."]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자매 사이의 거리 2.6km는 0이 되고, 혼자 걷던 여행길을 이젠 자매가 함께합니다.
유진 씨가 만들고 박옥선 할머니가 출연한 이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는데요.
왠지 북한에 언니를 남겨두고 온 자신의 사연과 닮았기 때문일까요?
박 할머니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박옥선/교동도 주민/실향민 : "그럼, 말도 못 해. 이북에 10km만 가면 남매가 있는 데 그걸 못 보고 사니. 남북통일이 이제 돼야지. 나 죽기 전에 통일이."]
그래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즐겁다는 박옥선 할머니 유진씨도 이제부턴 가끔씩 교동도를 찾을 생각이라네요.
[김유진/2.6 영화제 참가자 : "할머니 항상 그쪽에 계시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놀러가서 이제 맛있는 것도 대접하고 그러려고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섬 교동도.
그러나 교동도 주민들은 교동도가 실향민들의 섬보다는 평화의 섬으로 불리길 원합니다.
남과 북을 잇는 다리로서 통일의 그 날까지 역할을 다 하겠다는 건데요.
교동도를 이토록 평화롭게 가꾸어왔던 주민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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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로 미래로] 북한까지 2.6km…‘평화의 섬’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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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15 09:10:07
- 수정2018-09-15 09:14:45
[앵커]
남북 접경 지역에는 실향민 마을이 형성된 경우가 참 많은데요.
대표적인 곳이 서해에 있는 교동도입니다.
한때는 실향민 수만 만 삼천 명에 달한 적도 있다는데요.
그래서 교동도의 별명이 실향민의 섬이라고 하네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교동도.
그러나 교동도의 주민들은 그 아픔을 딛고 교동도를 평화의 섬으로 가꿔 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주말엔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제도 열렸습니다.
교동도 주민들까지 함께 해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하네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인천 강화군의 부속섬 교동도.
섬 전체가 민간인 통제구역입니다.
입구에서부터 군인들이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는데요.
오늘은 이 섬에 낮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바로 교동도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인데요.
섬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고 싶어 조금 일찍 섬을 찾았다네요.
[김진희/2.6 영화제 참가자 : "저는 교동시장이 제일 기대 돼요. 뭔가 먹거리들이 많을 거 같아가지고. 뭔가 맛있는 거 이것저것 먹고 싶어서..."]
[차준성/2.6 영화제 참가자 : "당연히 망향대를 좀 기대하고 왔어요. 이 강화도 교동에서 가장 북한을 최단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망향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요히 물결치는 바다.
그 너머는 북한 황해도 연백군입니다.
고향이 그리워질 때면 실향민들의 발길이 습관처럼 닿는 곳, 망향대인데요.
[조은진/2.6 영화제 참가자 : "지금 북한 사람이 보입니다. 그냥 걸어가는 분도 있고,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가시네요."]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북한 땅.
이곳 교동도에서 황해도 연백군까지의 거리는 고작 2.6km입니다.
실향민들의 섬 교동도, 오랜 시간 외부와 단절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멈춘 섬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교동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현장들, 저와 함께 떠나 볼까요?
기름에 익어가는 꽈배기.
그리고 옛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다양한 상점들.
6.25때 피란민들이 몰려들며 만들어진 대룡시장에는 6~70년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400m 남짓의 시장골목은 교동도에선 가장 번화가입니다.
북녘의 고향 소식을 물어준다는 제비가 집을 두 채나 지은 곳.
실향민 지광석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발관인데요.
[지광석/교동도 주민/실향민 : "황해도 연백군 호동면 남당리 장수동. 피난 나오니까 갈 데가 없잖아요. 더러는 육지로 나갔지만 나도 기다리는 거지. 우리 부모님들 어머니 아버지 같이 살면서 통일되면 빨리 들어가겠다고."]
이발관 보조일꾼이던 소년이 주인이 되고, 이발용 기기들에는 손때가 켜켜이 쌓일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기다림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대룡 시장을 거닐던 한 참가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시장상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요.
["저 인터뷰 그때 왔었는데... (응, 그때.) 잘 계셨어요? (또 오셨어?) 네. 이번에 공모전 당선돼 가지고..."]
사실 두 사람 사이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시장상인이자 실향민인 박옥선 할머니가 유진 씨의 영화에 출연한 건데요.
황해도에 살던 시절에도 영화를 보기 위해 10리씩 걸었다는 박옥선 할머니.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스크린에 선보인다는 데 안 가볼 수 없겠죠?
[박옥선/교동도 주민/실향민 : "이따가 있잖아. 제비집에서 영화한다고 저녁 7시에나 간다고 우리 아들보고 그래. 기다릴까봐."]
교동도에서 북한까지의 거리 2.6km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2.6영화제의 영화들은 2분 6초의 짧은 상영시간이 특징이라고 하는데요.
큰 규모의 영화제는 아니지만 교동도의 주민들이 함께하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2.6 영화제.
손님맞이를 위해 교동도 주민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섰습니다.
[장상권/교동도 주민 : "오늘 특별한 날이라요. 2.6 우리 영화제를 기념하기 위해서 이북 음식이라든가 그리고 또 일반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 목삼겹살하고. 여기 오신 분들한테 맛있게 우리가 좀 준비했습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는 영화.
무릉도원이 따로 없죠?
박옥선 할머니도 유진 씨와 함께 영화에 흠뻑 빠졌습니다.
분단으로 헤어진 언니를 그리워하며 교동도를 찾은 한 여성.
["언니, 어디 있어?"]
[박옥선/86세/고향: 황해도 연백 : "고향에서는 저녁에 해지면 언니들은 중학교 다니고 땡치기하고 놀고. 언니가 구름 맞히기 하재. 구름이 피어오르면 좋은 거래."]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자매 사이의 거리 2.6km는 0이 되고, 혼자 걷던 여행길을 이젠 자매가 함께합니다.
유진 씨가 만들고 박옥선 할머니가 출연한 이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는데요.
왠지 북한에 언니를 남겨두고 온 자신의 사연과 닮았기 때문일까요?
박 할머니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박옥선/교동도 주민/실향민 : "그럼, 말도 못 해. 이북에 10km만 가면 남매가 있는 데 그걸 못 보고 사니. 남북통일이 이제 돼야지. 나 죽기 전에 통일이."]
그래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즐겁다는 박옥선 할머니 유진씨도 이제부턴 가끔씩 교동도를 찾을 생각이라네요.
[김유진/2.6 영화제 참가자 : "할머니 항상 그쪽에 계시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놀러가서 이제 맛있는 것도 대접하고 그러려고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섬 교동도.
그러나 교동도 주민들은 교동도가 실향민들의 섬보다는 평화의 섬으로 불리길 원합니다.
남과 북을 잇는 다리로서 통일의 그 날까지 역할을 다 하겠다는 건데요.
교동도를 이토록 평화롭게 가꾸어왔던 주민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남북 접경 지역에는 실향민 마을이 형성된 경우가 참 많은데요.
대표적인 곳이 서해에 있는 교동도입니다.
한때는 실향민 수만 만 삼천 명에 달한 적도 있다는데요.
그래서 교동도의 별명이 실향민의 섬이라고 하네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교동도.
그러나 교동도의 주민들은 그 아픔을 딛고 교동도를 평화의 섬으로 가꿔 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주말엔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제도 열렸습니다.
교동도 주민들까지 함께 해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하네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인천 강화군의 부속섬 교동도.
섬 전체가 민간인 통제구역입니다.
입구에서부터 군인들이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는데요.
오늘은 이 섬에 낮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바로 교동도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인데요.
섬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고 싶어 조금 일찍 섬을 찾았다네요.
[김진희/2.6 영화제 참가자 : "저는 교동시장이 제일 기대 돼요. 뭔가 먹거리들이 많을 거 같아가지고. 뭔가 맛있는 거 이것저것 먹고 싶어서..."]
[차준성/2.6 영화제 참가자 : "당연히 망향대를 좀 기대하고 왔어요. 이 강화도 교동에서 가장 북한을 최단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망향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요히 물결치는 바다.
그 너머는 북한 황해도 연백군입니다.
고향이 그리워질 때면 실향민들의 발길이 습관처럼 닿는 곳, 망향대인데요.
[조은진/2.6 영화제 참가자 : "지금 북한 사람이 보입니다. 그냥 걸어가는 분도 있고,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가시네요."]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북한 땅.
이곳 교동도에서 황해도 연백군까지의 거리는 고작 2.6km입니다.
실향민들의 섬 교동도, 오랜 시간 외부와 단절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멈춘 섬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교동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현장들, 저와 함께 떠나 볼까요?
기름에 익어가는 꽈배기.
그리고 옛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다양한 상점들.
6.25때 피란민들이 몰려들며 만들어진 대룡시장에는 6~70년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400m 남짓의 시장골목은 교동도에선 가장 번화가입니다.
북녘의 고향 소식을 물어준다는 제비가 집을 두 채나 지은 곳.
실향민 지광석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발관인데요.
[지광석/교동도 주민/실향민 : "황해도 연백군 호동면 남당리 장수동. 피난 나오니까 갈 데가 없잖아요. 더러는 육지로 나갔지만 나도 기다리는 거지. 우리 부모님들 어머니 아버지 같이 살면서 통일되면 빨리 들어가겠다고."]
이발관 보조일꾼이던 소년이 주인이 되고, 이발용 기기들에는 손때가 켜켜이 쌓일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기다림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대룡 시장을 거닐던 한 참가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시장상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요.
["저 인터뷰 그때 왔었는데... (응, 그때.) 잘 계셨어요? (또 오셨어?) 네. 이번에 공모전 당선돼 가지고..."]
사실 두 사람 사이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시장상인이자 실향민인 박옥선 할머니가 유진 씨의 영화에 출연한 건데요.
황해도에 살던 시절에도 영화를 보기 위해 10리씩 걸었다는 박옥선 할머니.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스크린에 선보인다는 데 안 가볼 수 없겠죠?
[박옥선/교동도 주민/실향민 : "이따가 있잖아. 제비집에서 영화한다고 저녁 7시에나 간다고 우리 아들보고 그래. 기다릴까봐."]
교동도에서 북한까지의 거리 2.6km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2.6영화제의 영화들은 2분 6초의 짧은 상영시간이 특징이라고 하는데요.
큰 규모의 영화제는 아니지만 교동도의 주민들이 함께하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2.6 영화제.
손님맞이를 위해 교동도 주민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섰습니다.
[장상권/교동도 주민 : "오늘 특별한 날이라요. 2.6 우리 영화제를 기념하기 위해서 이북 음식이라든가 그리고 또 일반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 목삼겹살하고. 여기 오신 분들한테 맛있게 우리가 좀 준비했습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는 영화.
무릉도원이 따로 없죠?
박옥선 할머니도 유진 씨와 함께 영화에 흠뻑 빠졌습니다.
분단으로 헤어진 언니를 그리워하며 교동도를 찾은 한 여성.
["언니, 어디 있어?"]
[박옥선/86세/고향: 황해도 연백 : "고향에서는 저녁에 해지면 언니들은 중학교 다니고 땡치기하고 놀고. 언니가 구름 맞히기 하재. 구름이 피어오르면 좋은 거래."]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자매 사이의 거리 2.6km는 0이 되고, 혼자 걷던 여행길을 이젠 자매가 함께합니다.
유진 씨가 만들고 박옥선 할머니가 출연한 이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는데요.
왠지 북한에 언니를 남겨두고 온 자신의 사연과 닮았기 때문일까요?
박 할머니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박옥선/교동도 주민/실향민 : "그럼, 말도 못 해. 이북에 10km만 가면 남매가 있는 데 그걸 못 보고 사니. 남북통일이 이제 돼야지. 나 죽기 전에 통일이."]
그래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즐겁다는 박옥선 할머니 유진씨도 이제부턴 가끔씩 교동도를 찾을 생각이라네요.
[김유진/2.6 영화제 참가자 : "할머니 항상 그쪽에 계시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놀러가서 이제 맛있는 것도 대접하고 그러려고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섬 교동도.
그러나 교동도 주민들은 교동도가 실향민들의 섬보다는 평화의 섬으로 불리길 원합니다.
남과 북을 잇는 다리로서 통일의 그 날까지 역할을 다 하겠다는 건데요.
교동도를 이토록 평화롭게 가꾸어왔던 주민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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