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몸은 불편해도 우리도 어엿한 사회인!

입력 2018.09.15 (22:08) 수정 2018.09.1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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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선 5명 중 1명 정도가 장애인이란 통계가 있습니다.

사회 곳곳에 장애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인데요.

몸이 다소 불편하지만, 이들 장애인이 사회인으로 생활하고 기여할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습니다.

미국의 장애인 자생 시스템을 김철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에서 잘 정리된 도시 설계로 유명한 시카고.

도시 한가운데 난데없이 등대 설치가 한창입니다.

파란 파도가 넘실대는 문양.

빨간색 꽃이 입체적으로 표현된 등대도 있습니다.

바닷가에나 있을 법한 등대가 도심에 등장하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립니다.

만져보기도 하고,

각종 동작을 취하며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살리/캐나다 관광객 : "좋고요. 아름다워요. 왜 이곳에 있는지 궁금해서 시선이 빼앗아 갔어요."]

이곳은 시카고의 유명 쇼핑 거리입니다.

아름다운 색상의 등대 작품들이 매일 이곳을 왕래하는 80만 명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등대 조형물을 만든 사람들은 일반 미술가들이 아닙니다.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카를로스와 마리아 씨.

석 달 동안, 천을 감고 바느질을 해 질감 있는 등대 작품을 표현했습니다.

[마리아 : "작품을 만들 때 편안했고, 작업하면서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20년 전 미국에 이민 온 직후부터 근육이 점점 위축돼 근력이 떨어지는 질환을 앓고 있는 푸자 피티씨는 미술 작품 활동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푸자 피티 : "장애가 있다고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길 가던 사람들이 눈을 가리고 작품에 덧칠할 수 있도록 한 작품도 있습니다.

[로레타/시카고 시민 : "장애인들에 대해 편견을 갖지 말고 우리와 공존하며 살아가자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일부 작가들은 장애 때문에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볼 수 없지만, 관객들에겐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됩니다.

["안녕하세요. 저의 등대를 찾으셨군요. 저는 제프 핸슨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의 목소리입니다.

도심의 등대 전시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잠재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한 비영리 단체가 기획했습니다.

110여 년 전 설립된 이 단체는 시각 장애인 등을 상대로 교육과 상담을 해 주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넷 슐리크/시카고 라이트 하우스 회장 : "우리가 알리고 싶었던 것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접근하고 고용되길 원한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 안에서 유일하게 시계 제조 공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공정 작업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중 75%가 장애인입니다.

[메리/시계 공장 장애인 종업원 :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어 저 자신에게 자부심을 줍니다."]

장애인들의 관심사와 각종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라디오 방송도 합니다.

[브래드/프로듀서 :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법, 보는 사람들과 어떻게 틀린 지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 줍니다."]

[샌디/방송인 : "다른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첫 번째로 지식을 주고 싶고 우리만 아닌 모든 이들에게..."]

장애인이 일터 중심에서 수익을 거두고 사회인으로 훌륭히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윌링턴에 2년 전 문을 연 커피 전문점은 지역 명소가 됐습니다.

4명의 자녀 가운데 2명이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라이트 씨 부부가 장애인 자녀들이 일 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애미 라이트 :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지적 발달 장애를 가진 이들도 평범하게 일하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로 커피 가게가 딱 들어맞았다고 생각했어요."]

15명으로 시작된 다운 증후군 장애인 종업원은 어느덧 60명으로 늘었습니다.

커피와 빵 맛도 일품이지만, 다운증후군 장애인들의 해맑은 미소가 고객들이 매일 이곳을 찾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트위스터 쿠치/커피 바리스타 : "모든 손님들을 좋아해요. 그들을 웃게 만드는 게 좋아요."]

다운증후군 청년이 디자인한 양말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1살 존 크로닌 씨는 만화 주인공에서부터 정치인, 그리고 각종 사물을 디자인 소재로 썼습니다.

[마크 크로닌/존의 아버지: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상에 장애인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회사는 2년 동안 1,200여 종의 양말을 판매해 30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습니다.

[존 크로닌/아들 : "(다운신드롬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지?) 저는 다운신드롬을 가지고 있지만 다운신드롬이 저를 붙잡아 두지 못합니다."]

이 회사는 판매수익의 5%를 패럴림픽과 11개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엔 장애 때문에 일터로 나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 때문입니다.

누구나 평범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포용사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시카고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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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몸은 불편해도 우리도 어엿한 사회인!
    • 입력 2018-09-15 22:34:16
    • 수정2018-09-15 22: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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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선 5명 중 1명 정도가 장애인이란 통계가 있습니다.

사회 곳곳에 장애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인데요.

몸이 다소 불편하지만, 이들 장애인이 사회인으로 생활하고 기여할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습니다.

미국의 장애인 자생 시스템을 김철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에서 잘 정리된 도시 설계로 유명한 시카고.

도시 한가운데 난데없이 등대 설치가 한창입니다.

파란 파도가 넘실대는 문양.

빨간색 꽃이 입체적으로 표현된 등대도 있습니다.

바닷가에나 있을 법한 등대가 도심에 등장하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립니다.

만져보기도 하고,

각종 동작을 취하며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살리/캐나다 관광객 : "좋고요. 아름다워요. 왜 이곳에 있는지 궁금해서 시선이 빼앗아 갔어요."]

이곳은 시카고의 유명 쇼핑 거리입니다.

아름다운 색상의 등대 작품들이 매일 이곳을 왕래하는 80만 명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등대 조형물을 만든 사람들은 일반 미술가들이 아닙니다.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카를로스와 마리아 씨.

석 달 동안, 천을 감고 바느질을 해 질감 있는 등대 작품을 표현했습니다.

[마리아 : "작품을 만들 때 편안했고, 작업하면서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20년 전 미국에 이민 온 직후부터 근육이 점점 위축돼 근력이 떨어지는 질환을 앓고 있는 푸자 피티씨는 미술 작품 활동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푸자 피티 : "장애가 있다고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길 가던 사람들이 눈을 가리고 작품에 덧칠할 수 있도록 한 작품도 있습니다.

[로레타/시카고 시민 : "장애인들에 대해 편견을 갖지 말고 우리와 공존하며 살아가자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일부 작가들은 장애 때문에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볼 수 없지만, 관객들에겐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됩니다.

["안녕하세요. 저의 등대를 찾으셨군요. 저는 제프 핸슨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의 목소리입니다.

도심의 등대 전시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잠재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한 비영리 단체가 기획했습니다.

110여 년 전 설립된 이 단체는 시각 장애인 등을 상대로 교육과 상담을 해 주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넷 슐리크/시카고 라이트 하우스 회장 : "우리가 알리고 싶었던 것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접근하고 고용되길 원한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 안에서 유일하게 시계 제조 공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공정 작업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중 75%가 장애인입니다.

[메리/시계 공장 장애인 종업원 :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어 저 자신에게 자부심을 줍니다."]

장애인들의 관심사와 각종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라디오 방송도 합니다.

[브래드/프로듀서 :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법, 보는 사람들과 어떻게 틀린 지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 줍니다."]

[샌디/방송인 : "다른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첫 번째로 지식을 주고 싶고 우리만 아닌 모든 이들에게..."]

장애인이 일터 중심에서 수익을 거두고 사회인으로 훌륭히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윌링턴에 2년 전 문을 연 커피 전문점은 지역 명소가 됐습니다.

4명의 자녀 가운데 2명이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라이트 씨 부부가 장애인 자녀들이 일 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애미 라이트 :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지적 발달 장애를 가진 이들도 평범하게 일하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로 커피 가게가 딱 들어맞았다고 생각했어요."]

15명으로 시작된 다운 증후군 장애인 종업원은 어느덧 60명으로 늘었습니다.

커피와 빵 맛도 일품이지만, 다운증후군 장애인들의 해맑은 미소가 고객들이 매일 이곳을 찾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트위스터 쿠치/커피 바리스타 : "모든 손님들을 좋아해요. 그들을 웃게 만드는 게 좋아요."]

다운증후군 청년이 디자인한 양말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1살 존 크로닌 씨는 만화 주인공에서부터 정치인, 그리고 각종 사물을 디자인 소재로 썼습니다.

[마크 크로닌/존의 아버지: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상에 장애인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회사는 2년 동안 1,200여 종의 양말을 판매해 30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습니다.

[존 크로닌/아들 : "(다운신드롬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지?) 저는 다운신드롬을 가지고 있지만 다운신드롬이 저를 붙잡아 두지 못합니다."]

이 회사는 판매수익의 5%를 패럴림픽과 11개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엔 장애 때문에 일터로 나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 때문입니다.

누구나 평범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포용사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시카고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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