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이탈리아 反난민 정책 강화…인도적 보호 축소

입력 2018.09.27 (11:26) 수정 2018.09.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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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에서 난민에 가장 적대적인 나라, 어디일까요?

최근 한 연구소의 설문 조사 결과 이탈리아에서 난민에 대한 반감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5년간 약 70만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했는데요.

이탈리아 국민의 반난민 정서는 더딘 경제 회복과 실업률 증가 등과 맞물려 증폭됐습니다.

이에 편승해 이탈리아의 극우·대중영합주의 연립정부는 새로운 반난민 정책을 도입하며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지구촌 속으로' 입니다.

[리포트]

국제 인도주의 단체 국경없는의사회 등이 공동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 호'가 지난 20일, 리비아 연안에서 난민 수십 명을 구조했습니다.

그러나 '아쿠아리우스 호'는 받아주는 나라가 없어 엿새동안 지중해를 정처없이 떠돌다 어제, 가까스로 정박할 곳을 찾았는데요.

지리적으로 가까운 몰타와 이탈리아 당국 모두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달 간 이탈리아에선 이와 유사한 '난민 떠넘기기' 사태가 반복됐습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자국의 해안 경비대가 지중해에서 난민 170여 명을 구조해 시칠리아 섬의 항구에 입항했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수일간 난민의 하선을 허용하지 않아 거센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베네데토/'세이브 더 칠드런' 대변인/지난달 21일 : "선박에서 벌써 5일간 내리지 못한 난민들이 매우 걱정됩니다. 이미 많은 고난을 겪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긴 시간이죠. 특히 어린이 등 몸이 쇠약한 이들이 걱정입니다."]

유럽연합 안팎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 24일 이탈리아 내각은 난민에 대한 인도적 보호 축소, 난민 자격 박탈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사회안전·이민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난민 자격 신청자 가운데 약 20%가 인도적 보호 차원에서 체류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심사를 강화해 자연재해와 노동 착취, 가정폭력 등의 사유로 고국을 등진 소수의 난민에게만 이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인데요.

이 법안의 뒤에는 EU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을 강력히 반대하며, 이탈리아 정부의 반난민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있었습니다.

[마테오 살비니/이탈리아 내무장관 : "인도적 보호는 이제 6개의 특정한 사례에만 국한될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중요한 선택을 개인적인 해석에만 맡겨두진 않을 계획입니다."]

이탈리아가 지중해를 통해 유입되는 난민선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이른바 '해상 봉쇄'를 하고 있다면, 헝가리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며 '육상 봉쇄'를 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말 전격 회동한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과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서로를 치켜 세우며 새로운 반난민 노선을 함께 추구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빅토르 오르반/헝가리 총리 : "(살비니를 영웅이자 영혼의 동반자라고 말한 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마테오 살비니/이탈리아 내무장관 :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 정책 변화를 향해 우리가 함께 할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6월 헝가리는 난민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개인과 단체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어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이런 반난민 정서는 이탈리아와 헝가리 뿐 아니라 그간 난민에 관대했던 다른 유럽 국가까지 번지고 있어, 난민 문제를 둘러싼 EU 회원국 간 분열이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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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이탈리아 反난민 정책 강화…인도적 보호 축소
    • 입력 2018-09-27 10:53:20
    • 수정2018-09-27 11:32:46
    지구촌뉴스
[앵커]

유럽에서 난민에 가장 적대적인 나라, 어디일까요?

최근 한 연구소의 설문 조사 결과 이탈리아에서 난민에 대한 반감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5년간 약 70만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했는데요.

이탈리아 국민의 반난민 정서는 더딘 경제 회복과 실업률 증가 등과 맞물려 증폭됐습니다.

이에 편승해 이탈리아의 극우·대중영합주의 연립정부는 새로운 반난민 정책을 도입하며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지구촌 속으로' 입니다.

[리포트]

국제 인도주의 단체 국경없는의사회 등이 공동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 호'가 지난 20일, 리비아 연안에서 난민 수십 명을 구조했습니다.

그러나 '아쿠아리우스 호'는 받아주는 나라가 없어 엿새동안 지중해를 정처없이 떠돌다 어제, 가까스로 정박할 곳을 찾았는데요.

지리적으로 가까운 몰타와 이탈리아 당국 모두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달 간 이탈리아에선 이와 유사한 '난민 떠넘기기' 사태가 반복됐습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자국의 해안 경비대가 지중해에서 난민 170여 명을 구조해 시칠리아 섬의 항구에 입항했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수일간 난민의 하선을 허용하지 않아 거센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베네데토/'세이브 더 칠드런' 대변인/지난달 21일 : "선박에서 벌써 5일간 내리지 못한 난민들이 매우 걱정됩니다. 이미 많은 고난을 겪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긴 시간이죠. 특히 어린이 등 몸이 쇠약한 이들이 걱정입니다."]

유럽연합 안팎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 24일 이탈리아 내각은 난민에 대한 인도적 보호 축소, 난민 자격 박탈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사회안전·이민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난민 자격 신청자 가운데 약 20%가 인도적 보호 차원에서 체류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심사를 강화해 자연재해와 노동 착취, 가정폭력 등의 사유로 고국을 등진 소수의 난민에게만 이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인데요.

이 법안의 뒤에는 EU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을 강력히 반대하며, 이탈리아 정부의 반난민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있었습니다.

[마테오 살비니/이탈리아 내무장관 : "인도적 보호는 이제 6개의 특정한 사례에만 국한될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중요한 선택을 개인적인 해석에만 맡겨두진 않을 계획입니다."]

이탈리아가 지중해를 통해 유입되는 난민선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이른바 '해상 봉쇄'를 하고 있다면, 헝가리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며 '육상 봉쇄'를 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말 전격 회동한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과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서로를 치켜 세우며 새로운 반난민 노선을 함께 추구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빅토르 오르반/헝가리 총리 : "(살비니를 영웅이자 영혼의 동반자라고 말한 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마테오 살비니/이탈리아 내무장관 :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 정책 변화를 향해 우리가 함께 할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6월 헝가리는 난민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개인과 단체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어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이런 반난민 정서는 이탈리아와 헝가리 뿐 아니라 그간 난민에 관대했던 다른 유럽 국가까지 번지고 있어, 난민 문제를 둘러싼 EU 회원국 간 분열이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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