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자금’으로 애견 사업?…지원금 505억 ‘헛돈’

입력 2018.10.04 (21:35) 수정 2018.10.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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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삭막한 도시를 떠나 귀농 귀촌을 하려는 분들이 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저리로 귀농지금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귀농자금이 부동산 투자나 애견 분양같은 엉뚱한데로 새나가고 있습니다.

홍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야산.

가건물이 들어서 있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 가파른 산은 두 필지짜리 땅입니다.

부동산 업자는 이 땅을 60필지로 쪼개 송이버섯을 재배할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누가 여기다, 버섯 농장을 누가 합니까? 이런 데다 어떻게 하겠어요."]

하지만 송이버섯 사업에 솔깃해 24명이 찾아왔고 부동산 업자는 이들에게 2%의 저리로, 10년 동안 빌릴 수 있는 '귀농지원금'이란 걸 귀띔해줬습니다.

투자자 24명은 90억 원의 지원금을 지자체에 신청했지만 결국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또 다른 농촌 마을에서도 7명이 52억 원을 받았습니다.

모두 한 애견 분양업체와 계약한 사람들로, 농업계획서를 똑같이 작성했다 적발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 "계획서를 제출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 사업의 이행을 귀농인이 책임을 지는 거예요."]

지자체 11곳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감사를 벌인 결과, 이 기간 모두 505억 원의 지원금이 부정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환수 대상액은 20%가량에 불과합니다.

귀농 이외의 목적으로 지원금이 쓰여도 일단 전입 신고와 교육이수 등 필요한 절차만 지키면 사후 제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현권/국회 농해수위 위원 : "법적 제도적인 허점을 이용해서 계획적으로 이 자금을 유용한 게 드러난 거거든요."]

올해 귀농, 귀촌 지원을 위한 예산은 3,100억여 원입니다.

나랏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심사 요건 강화와 철저한 사후 관리 등의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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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농 자금’으로 애견 사업?…지원금 505억 ‘헛돈’
    • 입력 2018-10-04 21:38:03
    • 수정2018-10-05 09: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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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삭막한 도시를 떠나 귀농 귀촌을 하려는 분들이 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저리로 귀농지금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귀농자금이 부동산 투자나 애견 분양같은 엉뚱한데로 새나가고 있습니다.

홍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야산.

가건물이 들어서 있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 가파른 산은 두 필지짜리 땅입니다.

부동산 업자는 이 땅을 60필지로 쪼개 송이버섯을 재배할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누가 여기다, 버섯 농장을 누가 합니까? 이런 데다 어떻게 하겠어요."]

하지만 송이버섯 사업에 솔깃해 24명이 찾아왔고 부동산 업자는 이들에게 2%의 저리로, 10년 동안 빌릴 수 있는 '귀농지원금'이란 걸 귀띔해줬습니다.

투자자 24명은 90억 원의 지원금을 지자체에 신청했지만 결국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또 다른 농촌 마을에서도 7명이 52억 원을 받았습니다.

모두 한 애견 분양업체와 계약한 사람들로, 농업계획서를 똑같이 작성했다 적발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 "계획서를 제출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 사업의 이행을 귀농인이 책임을 지는 거예요."]

지자체 11곳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감사를 벌인 결과, 이 기간 모두 505억 원의 지원금이 부정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환수 대상액은 20%가량에 불과합니다.

귀농 이외의 목적으로 지원금이 쓰여도 일단 전입 신고와 교육이수 등 필요한 절차만 지키면 사후 제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현권/국회 농해수위 위원 : "법적 제도적인 허점을 이용해서 계획적으로 이 자금을 유용한 게 드러난 거거든요."]

올해 귀농, 귀촌 지원을 위한 예산은 3,100억여 원입니다.

나랏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심사 요건 강화와 철저한 사후 관리 등의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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