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사라지는 중국인들…‘보이지 않는 권력의 손’
입력 2018.10.08 (16:26)
수정 2018.10.0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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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랑스 칸 영화제 심사위원. 해외에서도 유명한 중국 배우 판빙빙이 지난 6월 불가사의하게 자취를 감춘 뒤 석 달여 만인 지난 3일 자신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잘못을 고하는 사과문을 SNS에 올렸다. 근황을 실은 사진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로써 사망설과 망명설 등 실종 뒤 난무한 소문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하지만 판빙빙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중국에서 갑자기 실종된 인사와 관련된 사건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라진 인물들은 하나같이 유명인, 또는 재력이나 권력 면에서 막강한 이들이다.
■ '저우융캉 측근' 인터폴 총재, 중국 출장 갔다 실종
판빙빙이 적어도 사망설은 부인하듯 사과문을 올리자마자 이번엔 중국 공안 2인자 출신의 국제기구 인터폴 수장이 사라졌다. 현지시각 5일, 유럽 1 방송 등 프랑스 언론은 "리옹 경찰이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멍 총재는 지난달 29일 중국 출장을 간다며 리옹 집을 나선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그의 가족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멍 총재는 중국 공안부 부부장을 역임한 인사로 2016년 11월 인터폴 총재에 선임됐다.
멍훙웨이의 실종 이후 그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중국 당국에 연행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잇딴 보도에도 입을 열지 않던 중국 당국이 7일(현지시각) 늦은 밤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내놨다. "멍훙웨이가 법을 위반해 현재 반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의 감시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멍훙웨이가 집을 나서고 실종된 뒤 13일 만에 나온 발표다.
이 발표 직후 인터폴은 멍 총재가 총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은 저우융캉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공안부장 재임 시절 멍 총재가 공안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우융캉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2015년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5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저우융캉의 남은 세력을 대상으로 한 대숙청 소문이 있다며 멍훙웨이가 그중 한 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 '돈세탁 연루' 의혹 ... 권력 암투 산물?
숱한 소문과 함께 석 달 넘게 종적이 묘연했던 판빙빙. 그녀의 사과문과 함께 알려진 사실은 그녀에게 세무당국이 부과한 엄청난 세금과 벌금이다. 모두 합해 한화로 천 437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만 일간 자유시보(自由時報)는 그러나 판빙빙 실종 사건을 둘러싼 본질은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시보는 미국과 호주에서 발행되는 독립신문인 비전타임스를 인용해 "판빙빙이 단순한 탈세가 아니라 대규모 돈세탁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판빙빙을 통해 당국이 찾고자 하는 것은 그의 배후 인물이다. 판빙빙 사건의 배경은 장쩌민 전 주석의 측근이었던 쩡칭훙 전 국가 부주석 집안으로, 사건의 초점은 연예계에 깊이 연루된 쩡칭훙 세력이며 중국 정부가 쩡칭훙 세력을 견제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판빙빙 사건이 시진핑을 주축으로 한 현 주류세력과 장쩌민 전 주석 등을 아우르는 구 세력 간의 권력 쟁탈전, 즉 권력 암투의 산물이라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한발 더 나아가 "톱스타도 중국 공산당의 노선을 따르면 상을 받고, 반대로 그 노선을 벗어나면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판빙빙을 바라보는 중국 내 여론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BBC는 "판빙빙을 보는 중국 내 시각이 동정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판빙빙이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중국인들은 판빙빙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판빙빙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라진 억만장자들 ... '혹시 나도?' 공포 확산
중국에서는 판빙빙뿐 아니라, 최근 멍후웨이 같은 정치인이나 고위관리, 억만장자 기업인 등이 갑자기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판빙빙 실종 99일째였던 지난달 10일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며 1년 뒤 은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은퇴 선언을 놓고 '당국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자유시보는 "장쩌민 전 주석 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마 회장이 자신의 비명횡사(非命橫死)를 우려해 신변안전을 위한 결단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시진핑 주석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샤오젠화 중국 밍톈 그룹 회장과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 왕제린 완다 그룹 회장, 왕젠 전 하이항 그룹 회장 등 장 전 주석 계열 기업 인물들을 대거 숙청해왔다. 마 회장의 은퇴 선언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했다"고 논평했다.
자유시보가 거명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갑작스러운 실종 이후 길게는 1년 반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 대신 불법 행위가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거나 정식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등의 보도만 나오는 식이다.
CNN도 '중국의 최고경영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샤오젠화와 우샤오후이 등 억만장자 4명의 사례를 소개하고 실종 사건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했다. CNN은 "우샤오후이는 실종된 뒤 거의 1년 뒤 사기 등의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았고, 샤오젠화도 중국 법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들의 근황을 전하면서, "중국의 조사관들이 시장 교란 등의 혐의로 재계 거물들을 붙잡아두고 있다. 미스테리한 납치 사건들은 중국정부의 반부패 단속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처벌을 받은 부패 관료가 150만 명 이상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부패 척결을 앞세워 정적을 제거해 권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최고 여배우와 재벌 총수들까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현실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나도 언제든 실종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다는 사실은 정치와 경제·연예계 간 어두운 교차점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판빙빙 사건 이후 "누구든 실종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식의 풍자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 '저우융캉 측근' 인터폴 총재, 중국 출장 갔다 실종
판빙빙이 적어도 사망설은 부인하듯 사과문을 올리자마자 이번엔 중국 공안 2인자 출신의 국제기구 인터폴 수장이 사라졌다. 현지시각 5일, 유럽 1 방송 등 프랑스 언론은 "리옹 경찰이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멍 총재는 지난달 29일 중국 출장을 간다며 리옹 집을 나선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그의 가족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멍 총재는 중국 공안부 부부장을 역임한 인사로 2016년 11월 인터폴 총재에 선임됐다.
멍훙웨이의 실종 이후 그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중국 당국에 연행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
中국가감찰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잇딴 보도에도 입을 열지 않던 중국 당국이 7일(현지시각) 늦은 밤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내놨다. "멍훙웨이가 법을 위반해 현재 반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의 감시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멍훙웨이가 집을 나서고 실종된 뒤 13일 만에 나온 발표다.
이 발표 직후 인터폴은 멍 총재가 총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은 저우융캉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공안부장 재임 시절 멍 총재가 공안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우융캉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2015년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5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저우융캉의 남은 세력을 대상으로 한 대숙청 소문이 있다며 멍훙웨이가 그중 한 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 '돈세탁 연루' 의혹 ... 권력 암투 산물?
숱한 소문과 함께 석 달 넘게 종적이 묘연했던 판빙빙. 그녀의 사과문과 함께 알려진 사실은 그녀에게 세무당국이 부과한 엄청난 세금과 벌금이다. 모두 합해 한화로 천 437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만 일간 자유시보(自由時報)는 그러나 판빙빙 실종 사건을 둘러싼 본질은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시보는 미국과 호주에서 발행되는 독립신문인 비전타임스를 인용해 "판빙빙이 단순한 탈세가 아니라 대규모 돈세탁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고 있는 쩡칭훙 前 부주석
그러면서 "판빙빙을 통해 당국이 찾고자 하는 것은 그의 배후 인물이다. 판빙빙 사건의 배경은 장쩌민 전 주석의 측근이었던 쩡칭훙 전 국가 부주석 집안으로, 사건의 초점은 연예계에 깊이 연루된 쩡칭훙 세력이며 중국 정부가 쩡칭훙 세력을 견제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판빙빙 사건이 시진핑을 주축으로 한 현 주류세력과 장쩌민 전 주석 등을 아우르는 구 세력 간의 권력 쟁탈전, 즉 권력 암투의 산물이라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한발 더 나아가 "톱스타도 중국 공산당의 노선을 따르면 상을 받고, 반대로 그 노선을 벗어나면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판빙빙을 바라보는 중국 내 여론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BBC는 "판빙빙을 보는 중국 내 시각이 동정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판빙빙이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중국인들은 판빙빙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판빙빙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라진 억만장자들 ... '혹시 나도?' 공포 확산
중국에서는 판빙빙뿐 아니라, 최근 멍후웨이 같은 정치인이나 고위관리, 억만장자 기업인 등이 갑자기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과 후계자로 지목된 장융 최고경영자
판빙빙 실종 99일째였던 지난달 10일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며 1년 뒤 은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은퇴 선언을 놓고 '당국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자유시보는 "장쩌민 전 주석 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마 회장이 자신의 비명횡사(非命橫死)를 우려해 신변안전을 위한 결단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시진핑 주석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샤오젠화 중국 밍톈 그룹 회장과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 왕제린 완다 그룹 회장, 왕젠 전 하이항 그룹 회장 등 장 전 주석 계열 기업 인물들을 대거 숙청해왔다. 마 회장의 은퇴 선언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했다"고 논평했다.
자유시보가 거명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갑작스러운 실종 이후 길게는 1년 반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 대신 불법 행위가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거나 정식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등의 보도만 나오는 식이다.
CNN 화면 캡처
CNN도 '중국의 최고경영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샤오젠화와 우샤오후이 등 억만장자 4명의 사례를 소개하고 실종 사건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했다. CNN은 "우샤오후이는 실종된 뒤 거의 1년 뒤 사기 등의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았고, 샤오젠화도 중국 법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들의 근황을 전하면서, "중국의 조사관들이 시장 교란 등의 혐의로 재계 거물들을 붙잡아두고 있다. 미스테리한 납치 사건들은 중국정부의 반부패 단속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처벌을 받은 부패 관료가 150만 명 이상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부패 척결을 앞세워 정적을 제거해 권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최고 여배우와 재벌 총수들까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현실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나도 언제든 실종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다는 사실은 정치와 경제·연예계 간 어두운 교차점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판빙빙 사건 이후 "누구든 실종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식의 풍자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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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0-08 16:26:12
- 수정2018-10-08 18:34:36
지난해 프랑스 칸 영화제 심사위원. 해외에서도 유명한 중국 배우 판빙빙이 지난 6월 불가사의하게 자취를 감춘 뒤 석 달여 만인 지난 3일 자신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잘못을 고하는 사과문을 SNS에 올렸다. 근황을 실은 사진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로써 사망설과 망명설 등 실종 뒤 난무한 소문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하지만 판빙빙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중국에서 갑자기 실종된 인사와 관련된 사건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라진 인물들은 하나같이 유명인, 또는 재력이나 권력 면에서 막강한 이들이다.
■ '저우융캉 측근' 인터폴 총재, 중국 출장 갔다 실종
판빙빙이 적어도 사망설은 부인하듯 사과문을 올리자마자 이번엔 중국 공안 2인자 출신의 국제기구 인터폴 수장이 사라졌다. 현지시각 5일, 유럽 1 방송 등 프랑스 언론은 "리옹 경찰이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멍 총재는 지난달 29일 중국 출장을 간다며 리옹 집을 나선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그의 가족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멍 총재는 중국 공안부 부부장을 역임한 인사로 2016년 11월 인터폴 총재에 선임됐다.
멍훙웨이의 실종 이후 그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중국 당국에 연행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잇딴 보도에도 입을 열지 않던 중국 당국이 7일(현지시각) 늦은 밤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내놨다. "멍훙웨이가 법을 위반해 현재 반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의 감시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멍훙웨이가 집을 나서고 실종된 뒤 13일 만에 나온 발표다.
이 발표 직후 인터폴은 멍 총재가 총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은 저우융캉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공안부장 재임 시절 멍 총재가 공안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우융캉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2015년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5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저우융캉의 남은 세력을 대상으로 한 대숙청 소문이 있다며 멍훙웨이가 그중 한 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 '돈세탁 연루' 의혹 ... 권력 암투 산물?
숱한 소문과 함께 석 달 넘게 종적이 묘연했던 판빙빙. 그녀의 사과문과 함께 알려진 사실은 그녀에게 세무당국이 부과한 엄청난 세금과 벌금이다. 모두 합해 한화로 천 437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만 일간 자유시보(自由時報)는 그러나 판빙빙 실종 사건을 둘러싼 본질은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시보는 미국과 호주에서 발행되는 독립신문인 비전타임스를 인용해 "판빙빙이 단순한 탈세가 아니라 대규모 돈세탁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판빙빙을 통해 당국이 찾고자 하는 것은 그의 배후 인물이다. 판빙빙 사건의 배경은 장쩌민 전 주석의 측근이었던 쩡칭훙 전 국가 부주석 집안으로, 사건의 초점은 연예계에 깊이 연루된 쩡칭훙 세력이며 중국 정부가 쩡칭훙 세력을 견제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판빙빙 사건이 시진핑을 주축으로 한 현 주류세력과 장쩌민 전 주석 등을 아우르는 구 세력 간의 권력 쟁탈전, 즉 권력 암투의 산물이라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한발 더 나아가 "톱스타도 중국 공산당의 노선을 따르면 상을 받고, 반대로 그 노선을 벗어나면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판빙빙을 바라보는 중국 내 여론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BBC는 "판빙빙을 보는 중국 내 시각이 동정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판빙빙이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중국인들은 판빙빙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판빙빙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라진 억만장자들 ... '혹시 나도?' 공포 확산
중국에서는 판빙빙뿐 아니라, 최근 멍후웨이 같은 정치인이나 고위관리, 억만장자 기업인 등이 갑자기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판빙빙 실종 99일째였던 지난달 10일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며 1년 뒤 은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은퇴 선언을 놓고 '당국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자유시보는 "장쩌민 전 주석 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마 회장이 자신의 비명횡사(非命橫死)를 우려해 신변안전을 위한 결단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시진핑 주석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샤오젠화 중국 밍톈 그룹 회장과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 왕제린 완다 그룹 회장, 왕젠 전 하이항 그룹 회장 등 장 전 주석 계열 기업 인물들을 대거 숙청해왔다. 마 회장의 은퇴 선언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했다"고 논평했다.
자유시보가 거명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갑작스러운 실종 이후 길게는 1년 반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 대신 불법 행위가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거나 정식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등의 보도만 나오는 식이다.
CNN도 '중국의 최고경영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샤오젠화와 우샤오후이 등 억만장자 4명의 사례를 소개하고 실종 사건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했다. CNN은 "우샤오후이는 실종된 뒤 거의 1년 뒤 사기 등의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았고, 샤오젠화도 중국 법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들의 근황을 전하면서, "중국의 조사관들이 시장 교란 등의 혐의로 재계 거물들을 붙잡아두고 있다. 미스테리한 납치 사건들은 중국정부의 반부패 단속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처벌을 받은 부패 관료가 150만 명 이상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부패 척결을 앞세워 정적을 제거해 권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최고 여배우와 재벌 총수들까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현실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나도 언제든 실종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다는 사실은 정치와 경제·연예계 간 어두운 교차점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판빙빙 사건 이후 "누구든 실종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식의 풍자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 '저우융캉 측근' 인터폴 총재, 중국 출장 갔다 실종
판빙빙이 적어도 사망설은 부인하듯 사과문을 올리자마자 이번엔 중국 공안 2인자 출신의 국제기구 인터폴 수장이 사라졌다. 현지시각 5일, 유럽 1 방송 등 프랑스 언론은 "리옹 경찰이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멍 총재는 지난달 29일 중국 출장을 간다며 리옹 집을 나선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그의 가족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멍 총재는 중국 공안부 부부장을 역임한 인사로 2016년 11월 인터폴 총재에 선임됐다.
멍훙웨이의 실종 이후 그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중국 당국에 연행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잇딴 보도에도 입을 열지 않던 중국 당국이 7일(현지시각) 늦은 밤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내놨다. "멍훙웨이가 법을 위반해 현재 반부패 당국인 국가감찰위원회의 감시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멍훙웨이가 집을 나서고 실종된 뒤 13일 만에 나온 발표다.
이 발표 직후 인터폴은 멍 총재가 총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은 저우융캉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공안부장 재임 시절 멍 총재가 공안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우융캉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2015년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5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저우융캉의 남은 세력을 대상으로 한 대숙청 소문이 있다며 멍훙웨이가 그중 한 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 '돈세탁 연루' 의혹 ... 권력 암투 산물?
숱한 소문과 함께 석 달 넘게 종적이 묘연했던 판빙빙. 그녀의 사과문과 함께 알려진 사실은 그녀에게 세무당국이 부과한 엄청난 세금과 벌금이다. 모두 합해 한화로 천 437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만 일간 자유시보(自由時報)는 그러나 판빙빙 실종 사건을 둘러싼 본질은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시보는 미국과 호주에서 발행되는 독립신문인 비전타임스를 인용해 "판빙빙이 단순한 탈세가 아니라 대규모 돈세탁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판빙빙을 통해 당국이 찾고자 하는 것은 그의 배후 인물이다. 판빙빙 사건의 배경은 장쩌민 전 주석의 측근이었던 쩡칭훙 전 국가 부주석 집안으로, 사건의 초점은 연예계에 깊이 연루된 쩡칭훙 세력이며 중국 정부가 쩡칭훙 세력을 견제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판빙빙 사건이 시진핑을 주축으로 한 현 주류세력과 장쩌민 전 주석 등을 아우르는 구 세력 간의 권력 쟁탈전, 즉 권력 암투의 산물이라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한발 더 나아가 "톱스타도 중국 공산당의 노선을 따르면 상을 받고, 반대로 그 노선을 벗어나면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판빙빙을 바라보는 중국 내 여론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BBC는 "판빙빙을 보는 중국 내 시각이 동정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판빙빙이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중국인들은 판빙빙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판빙빙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라진 억만장자들 ... '혹시 나도?' 공포 확산
중국에서는 판빙빙뿐 아니라, 최근 멍후웨이 같은 정치인이나 고위관리, 억만장자 기업인 등이 갑자기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판빙빙 실종 99일째였던 지난달 10일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며 1년 뒤 은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은퇴 선언을 놓고 '당국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자유시보는 "장쩌민 전 주석 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마 회장이 자신의 비명횡사(非命橫死)를 우려해 신변안전을 위한 결단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시진핑 주석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샤오젠화 중국 밍톈 그룹 회장과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 왕제린 완다 그룹 회장, 왕젠 전 하이항 그룹 회장 등 장 전 주석 계열 기업 인물들을 대거 숙청해왔다. 마 회장의 은퇴 선언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했다"고 논평했다.
자유시보가 거명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갑작스러운 실종 이후 길게는 1년 반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 대신 불법 행위가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거나 정식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등의 보도만 나오는 식이다.
CNN도 '중국의 최고경영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샤오젠화와 우샤오후이 등 억만장자 4명의 사례를 소개하고 실종 사건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했다. CNN은 "우샤오후이는 실종된 뒤 거의 1년 뒤 사기 등의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았고, 샤오젠화도 중국 법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들의 근황을 전하면서, "중국의 조사관들이 시장 교란 등의 혐의로 재계 거물들을 붙잡아두고 있다. 미스테리한 납치 사건들은 중국정부의 반부패 단속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처벌을 받은 부패 관료가 150만 명 이상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부패 척결을 앞세워 정적을 제거해 권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최고 여배우와 재벌 총수들까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현실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나도 언제든 실종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다는 사실은 정치와 경제·연예계 간 어두운 교차점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판빙빙 사건 이후 "누구든 실종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식의 풍자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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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석 기자 s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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