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앵커&리포트] “5년만 피해 있어라”…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꼼수’

입력 2018.10.09 (21:23) 수정 2018.10.0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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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퇴직 전 5년 동안 했던 일과 관련있는 곳엔 3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입니다.

최근 공정위 위원장 등 고위 공직자들이 한꺼번에 재판에 넘겨진 것도 이 법을 어겼다는 이유였는데요,

퇴직 전 5년 동안 경력관리를 해주고, 특별 승진에, "취업 가능", 의견서를 거의 모든 퇴직자에게 써 줬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다른 곳은 어떨까요?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을 확인해봤더니, 완전 판박이였습니다.

KBS 단독 보도, 김덕훈, 박혜진 기자가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014년 말 금감원 부국장으로 퇴직한 김모 씨는 석 달만에 교보증권 임원이 됐습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에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퇴직 전 5년 동안 증권사 감독 업무와 무관한 일을 했다는 겁니다.

대신 총무국 등 지원 부서를 거쳤습니다.

하지만 5년 이전 기록을 보니, 증권검사국 등, 증권사 감독 경력만 8년입니다.

[김○○/금감원 출신 재취업자/음성변조 : "(공직자윤리위에서) 5년 동안 몇 군데는 좀 미심쩍은 데가 있다. 그래서 추가 확인을 거쳐서 다음 차수에 통과가 됐어요."]

김 씨 자리는 2007년부터 금감원과 기재부 퇴직자들이 계속 도맡아왔습니다.

[교보증권 관계자/음성변조 : "공식적으로 (퇴직자만을 위한) 자리가 있는 건 아닙니다. 금융업 성장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측면을 잘 이해하시는 분들이에요."]

2015년 '디에스자산운용'에 재취업한 천모 씨, 퇴직 전 5년 간 총무국, 거시감독국 등에서 일했지만, 그 전엔 자산운용사 감독 업무를 했습니다.

[천○○/금감원 출신 재취업자/음성변조 : "(취업한 곳이) 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을 한 건데, 자산운용사로 되면서 갖춰야 될 시스템도 필요에 의해서 한 거죠.올초에 그만뒀어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재취업 심사를 받은 금감원 퇴직자는 77명입니다.

이 가운데 김 전 부국장처럼 이른바 경력관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모두 65명, 여기서 50명은 금감원 감독 대상 기관에 재취업했습니다.

[김종석/자유한국당 의원/정무위원 : "퇴직 전에 미리 비규제 업무를 맡김으로써 퇴직 후 바로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공직자윤리)법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직이 없어진 고위직들이 다시 현업부서에서 일하는 것이 조직운영상 맞지 않아 지원 부서에 배치한 것일 뿐 조직적 관리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 경력관리 패키지…‘취업가능’ 검토의견 99%

금감원 국장을 지낸 오모 씨는 2015년 초 한 증권사에 재취업하겠다며 심사를 요청합니다.

줄곧 증권 감독 업무를 맡아왔지만, 퇴직 전 5년 동안은 법무실과 총무 국 등 지원 부서를 거쳤습니다.

이른바 경력 관리를 거쳤는데도, 공직자윤리위에서 막혔습니다.

이 기간 법무실 근무 경력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금감원 법무실이 해당 증권사와 과징금을 두고 소송중이었기 때문에 업무연관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오○○/'취업 제한' 금감원 퇴직자/음성변조 : "자본시장감독국에도 있었고, 공시제도실에도 있었고, 일반적인 감독권이 있으니까, (취업 심사에서) 불이익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당시 금감원이 공직자 윤리위에 제출한 취업심사 검토의견섭니다.

오 씨가 법무실에서 어떤 일을 했는 지 적혀 있지도 않고, 해당 증권사와의 소송 사실도 빠져 있습니다.

금감원의 해명은 "대법원에 계류된 과징금 소송을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실수였다" 입니다.

허술한 검토 의견서는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재취업하려던 증권사가 퇴직 전 근무한 지방사무소의 감독 대상이었는데, 금감원은 "직접 당사자는 아니"라며 업무연관성을 좁게 해석했습니다.

심지어 심사없이 취업해 문제가 된 퇴직자에겐, "이전엔 취업제한 기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변호까지 해줬습니다.

[유동수/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 : "퇴직자에게 유리하도록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은 나중에 본인도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고..."]

2009년부터 최근까지 금감원이 공직자윤리위에 제출한 의견서는 모두 120건.

이 가운데 '취업 가능' 의견서는 1건을 뺀 119건이었습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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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앵커&리포트] “5년만 피해 있어라”…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꼼수’
    • 입력 2018-10-09 21:27:26
    • 수정2018-10-09 22: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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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퇴직 전 5년 동안 했던 일과 관련있는 곳엔 3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입니다.

최근 공정위 위원장 등 고위 공직자들이 한꺼번에 재판에 넘겨진 것도 이 법을 어겼다는 이유였는데요,

퇴직 전 5년 동안 경력관리를 해주고, 특별 승진에, "취업 가능", 의견서를 거의 모든 퇴직자에게 써 줬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다른 곳은 어떨까요?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을 확인해봤더니, 완전 판박이였습니다.

KBS 단독 보도, 김덕훈, 박혜진 기자가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2014년 말 금감원 부국장으로 퇴직한 김모 씨는 석 달만에 교보증권 임원이 됐습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에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퇴직 전 5년 동안 증권사 감독 업무와 무관한 일을 했다는 겁니다.

대신 총무국 등 지원 부서를 거쳤습니다.

하지만 5년 이전 기록을 보니, 증권검사국 등, 증권사 감독 경력만 8년입니다.

[김○○/금감원 출신 재취업자/음성변조 : "(공직자윤리위에서) 5년 동안 몇 군데는 좀 미심쩍은 데가 있다. 그래서 추가 확인을 거쳐서 다음 차수에 통과가 됐어요."]

김 씨 자리는 2007년부터 금감원과 기재부 퇴직자들이 계속 도맡아왔습니다.

[교보증권 관계자/음성변조 : "공식적으로 (퇴직자만을 위한) 자리가 있는 건 아닙니다. 금융업 성장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측면을 잘 이해하시는 분들이에요."]

2015년 '디에스자산운용'에 재취업한 천모 씨, 퇴직 전 5년 간 총무국, 거시감독국 등에서 일했지만, 그 전엔 자산운용사 감독 업무를 했습니다.

[천○○/금감원 출신 재취업자/음성변조 : "(취업한 곳이) 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을 한 건데, 자산운용사로 되면서 갖춰야 될 시스템도 필요에 의해서 한 거죠.올초에 그만뒀어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재취업 심사를 받은 금감원 퇴직자는 77명입니다.

이 가운데 김 전 부국장처럼 이른바 경력관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모두 65명, 여기서 50명은 금감원 감독 대상 기관에 재취업했습니다.

[김종석/자유한국당 의원/정무위원 : "퇴직 전에 미리 비규제 업무를 맡김으로써 퇴직 후 바로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공직자윤리)법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직이 없어진 고위직들이 다시 현업부서에서 일하는 것이 조직운영상 맞지 않아 지원 부서에 배치한 것일 뿐 조직적 관리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 경력관리 패키지…‘취업가능’ 검토의견 99%

금감원 국장을 지낸 오모 씨는 2015년 초 한 증권사에 재취업하겠다며 심사를 요청합니다.

줄곧 증권 감독 업무를 맡아왔지만, 퇴직 전 5년 동안은 법무실과 총무 국 등 지원 부서를 거쳤습니다.

이른바 경력 관리를 거쳤는데도, 공직자윤리위에서 막혔습니다.

이 기간 법무실 근무 경력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금감원 법무실이 해당 증권사와 과징금을 두고 소송중이었기 때문에 업무연관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오○○/'취업 제한' 금감원 퇴직자/음성변조 : "자본시장감독국에도 있었고, 공시제도실에도 있었고, 일반적인 감독권이 있으니까, (취업 심사에서) 불이익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당시 금감원이 공직자 윤리위에 제출한 취업심사 검토의견섭니다.

오 씨가 법무실에서 어떤 일을 했는 지 적혀 있지도 않고, 해당 증권사와의 소송 사실도 빠져 있습니다.

금감원의 해명은 "대법원에 계류된 과징금 소송을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실수였다" 입니다.

허술한 검토 의견서는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재취업하려던 증권사가 퇴직 전 근무한 지방사무소의 감독 대상이었는데, 금감원은 "직접 당사자는 아니"라며 업무연관성을 좁게 해석했습니다.

심지어 심사없이 취업해 문제가 된 퇴직자에겐, "이전엔 취업제한 기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변호까지 해줬습니다.

[유동수/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 : "퇴직자에게 유리하도록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은 나중에 본인도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고..."]

2009년부터 최근까지 금감원이 공직자윤리위에 제출한 의견서는 모두 120건.

이 가운데 '취업 가능' 의견서는 1건을 뺀 119건이었습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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