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사람 많이 죽였다" 진압군의 고백

입력 2018.10.19 (21:56) 수정 2018.10.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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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여순사건 당시 이뤄진
참혹한 학살의 진상은
아직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요.

부역자 색출 과정에서 자행된
잔인한 민간인 학살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
진압 군인들의 증언록을
KBS가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좌익에 협력했다는
손가락질로 생사가 갈리고,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즉결처분이 이뤄졌던 그때.

여순사건 진압에 참가한
한 하사관은 "부역 혐의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죽였다"고 증언합니다.

"실탄이 아까워서 일본도로 목을 쳤고,
악질적인 동네는 불을 질렀다"며
"엉터리 같은 전투를 했다"고 고백합니다.

또다른 장교는
"반란군이 지나갈 때
밥 한 덩어리만 줘도 혐의를 받았으며,
간단한 고발로 종신형이 내려졌고
그 자리에서 총살했다"고 썼습니다.

"애매한 사람을 많이 죽였고
여학생들, 꽃 같은 학생들이 다 죽었다"며
"6.25에도 참여했지만
그렇게 비참한 전투를 본 일이 없다"고
회한 섞인 어조로 여순사건을 회고합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여순사건 진압군을 면담해 작성한 증언록.

KBS와 정인화 의원실의 요청으로
처음으로 전문이 공개됐습니다.

[인터뷰]정인화/국회의원
"양민학살의 방법이 매우 잔인하고 적나라해서 소름끼치는 장면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부역 혐의자들을 남녀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죽였다든지, 팬티만 입은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했다든지..."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여순사건을 서술한 책
<한국전쟁사> 등을 펴냈지만,
진압군들이 증언한
민간인 학살의 실상은 누락했습니다.

[인터뷰]주철희/역사학자·여순사건 연구자
"(<한국전쟁사>에는) 토벌군들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 기록들(증언록)에는 토벌 나와서 자행했던 민간인 학살 내용이 정확히 기록돼 있고...당시 얼마나 군경에 의해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는가를 증명하고 있는 거죠."

천 백여 쪽 분량의
증언록은 여순사건의
민간인 학살을 부정하는
국방부의 주장이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거스르는 것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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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매한 사람 많이 죽였다" 진압군의 고백
    • 입력 2018-10-19 21:56:43
    • 수정2018-10-19 23:40:28
    뉴스9(광주)
[앵커멘트] 여순사건 당시 이뤄진 참혹한 학살의 진상은 아직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요. 부역자 색출 과정에서 자행된 잔인한 민간인 학살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 진압 군인들의 증언록을 KBS가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좌익에 협력했다는 손가락질로 생사가 갈리고,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즉결처분이 이뤄졌던 그때. 여순사건 진압에 참가한 한 하사관은 "부역 혐의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죽였다"고 증언합니다. "실탄이 아까워서 일본도로 목을 쳤고, 악질적인 동네는 불을 질렀다"며 "엉터리 같은 전투를 했다"고 고백합니다. 또다른 장교는 "반란군이 지나갈 때 밥 한 덩어리만 줘도 혐의를 받았으며, 간단한 고발로 종신형이 내려졌고 그 자리에서 총살했다"고 썼습니다. "애매한 사람을 많이 죽였고 여학생들, 꽃 같은 학생들이 다 죽었다"며 "6.25에도 참여했지만 그렇게 비참한 전투를 본 일이 없다"고 회한 섞인 어조로 여순사건을 회고합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여순사건 진압군을 면담해 작성한 증언록. KBS와 정인화 의원실의 요청으로 처음으로 전문이 공개됐습니다. [인터뷰]정인화/국회의원 "양민학살의 방법이 매우 잔인하고 적나라해서 소름끼치는 장면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부역 혐의자들을 남녀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죽였다든지, 팬티만 입은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했다든지..."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여순사건을 서술한 책 <한국전쟁사> 등을 펴냈지만, 진압군들이 증언한 민간인 학살의 실상은 누락했습니다. [인터뷰]주철희/역사학자·여순사건 연구자 "(<한국전쟁사>에는) 토벌군들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 기록들(증언록)에는 토벌 나와서 자행했던 민간인 학살 내용이 정확히 기록돼 있고...당시 얼마나 군경에 의해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는가를 증명하고 있는 거죠." 천 백여 쪽 분량의 증언록은 여순사건의 민간인 학살을 부정하는 국방부의 주장이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거스르는 것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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