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민통선 안 다시 찾은 고향 ‘평화마을’로

입력 2018.10.27 (08:19) 수정 2018.11.1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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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의 창에서는 지금까지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들의 사연을 여러 차례 소개했는데요.

그런데 사실 전쟁 뒤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있습니다.

네, 바로 민통선 지역 안이 고향인 분들인데요. 남쪽이 고향이지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이런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 경기도 파주에 있는데요.

지금은 입주를 바라는 일반인들도 있다고 합니다.

남북 화해의 분위기 속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는데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휴전선에서 6.4km 남방한계선에서 4.4km. 해마루촌으로 가는 길은 조금 까다롭습니다.

마을로 통하는 전진교에선 국군 초병이 신원을 확인하는데요.

그렇게 임진강을 건너 해마루촌으로 들어서자 깨끗하게 정돈된 전원주택 단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관광객을 위한 마을 안내를 도맡을 정도로 해마루촌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김경숙 이장. 과연 이 마을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김경숙/ 해마루촌 이장 : "다 실향민이었죠. 실향민이었는데 다시 이제 이렇게 저희 고향으로 복귀를 했기 때문에 이게 이제 수복마을이에요. 내 고향을 찾아 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마을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아주 강합니다."]

한때는 동파리 수복마을이라 불렸던 해마루촌.

6.25 전쟁당시 피란을 위해 고향을 떠났던 이들이 귀향하며 조성된 마을이라는데요.

과연 어떤 곳인지 저와 함께 마을을 둘러보실까요?

1년 365일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은 이 마을만의 독특한 풍경입니다.

대성동, 통일촌과 더불어 파주시 민통선 내에 위치한 3개 마을 중 하나인 해마루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곳일지언정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실향민들의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여 지난 2001년 탄생한 마을입니다.

[목영민/ 해마루촌 주민 :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성남에서 살았고요. 2001년도에 정부에서 여기 단지를 조성해가지고 지금 통일천. 네, 거기가 제가 태어난 곳입니다."]

당시 이 지역에 원적을 둔 이들을 대상으로 60가구를 분양했는데요.

해마루촌 46호 주민인 민태하 어르신 역시 소식을 듣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입주를 신청했습니다.

[민태하/ 해마루촌 주민 : "여기가 고향이고 또 여기에 농지도 있고 하여튼 객지 생활 하시다가 고향에 오셔가지고 여기서 이렇게 생활하시는 거 보면은 마음 편안하게 그렇게 생활하고.."]

임진강의 강물소리와 간간이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리는 평화로운 마을.

남북정상회담 전인 4월 말까지는 대남방송으로 마을 곳곳이 소음에 시달렸다는데요.

[민태하/ 해마루촌 주민 : "옛날에는 많이 들렸죠. 좀 시끄러울 정도로. 좀 힘들다기보다도 귀찮았지. 그런데 지금은 좀 그때에 비해서는 아주 조용하고 많이 편해졌어요."]

군사지역에 위치한 마을인 만큼 지난 4월까진 마을 방공호에서 비상사태를 대비한 대피 훈련이 이뤄지기도 했었습니다.

[김경숙/ 해마루촌 이장 : "화학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스유입이 안 되라고. 이렇게 굉장히 두꺼운 문을. 이거 한 번씩 움직이기도 힘들어요."]

1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방공호는 지금도 꼼꼼하게 관리되고 있었는데요.

[김경숙/ 해마루촌 이장 : "어르신들이 다 전쟁을 겪으신 분들이에요. 그러기 때문에 그 전쟁의 공포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 북한하면은 그냥 뭐 잠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

그럼에도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던 건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 때문입니다.

일주일 뒤에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피란을 떠났다는 마을의 한 어르신.

전쟁 뒤 고향 가까이 살면서도 출입이 통제됐던 고향마을엔 돌아오지 못해 오랜 시간 실향민 생활을 해야 했는데요.

[오옥순/ 해마루촌 주민 : "60년이 되도록 못 들어오고 저 강 건너서 여기 들여다보면서 거기를 못 가니까 건너가면 자기네 집 가는데. 그러니까는 그거를 쳐다보면서 얼마나 한스러워 했다고요."]

되찾은 고향에서 평화롭게 노후를 보내게 돼 그 동안의 설움이 조금이라도 풀리는 듯 하다네요. 같은 아픔을 공유한 만큼 마을 주민들은 한 가족처럼 지냅니다.

["20년 젊어졌는데 내가 보니까요. 한 20년, 30년 젊어졌네."]

[목영민/ 해마루촌 주민 : "같은 세대고 같은 고향 분들이고 고향이 아닌 사람들은 못 들어오니까는 아주 화목하게들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해마루촌의 집엔 담장이 없습니다.

서로를 신뢰하기에 담이 없어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건데요.

언젠간 남과 북의 사람들도 높이 쌓인 담을 허물고 서로를 마주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마을 구성원 다수는 전쟁 전 이곳에 살던 어르신들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젠 연고가 없던 사람들도 하나 둘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통일의 현장에 서고 싶어 2010년 해마루촌에 입주했다는 김인수 교수.

[김인수/ 해마루촌 주민 : "언젠가는 대한민국은 하나가 된다고 나는 믿고 또 분단은 잠시잖아요. 남북관계가 변화가 일었을 때 내가 어디에 있어야 되는가해서 구하다 보니까 해마루촌에 정착하게 된 거예요."]

지난 5월엔 마을의 카페와 식당도 인수해 손님들에게 마을의 역사와 통일의 의미를 전하기도 하는데요.

[이윤섭/ 경기도 파주 : "여기가 조금 남북이 좋지 않을 때는 문 닫고 있다가 또 남북이 좋아지면 문 열고 있는데 이런 데가 많이 이런 장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 교수는 전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세웠고, 남한에서 북한을 가까이 바라보는 이 해마루촌이 남북이 함께 조성할 평화지역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 말합니다.

[김인수/ 해마루촌 주민 : "해마루촌이라든가 그간에 죽어있는 동토. 군사보호지라든가 민통선에 묶어있는 동토가 살아있는 땅이 되지 않을까. 저는 남한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북한에서도 한 50년 살고 싶어요. 돌아다니면서..."]

고향을 찾아 또 평화를 갈망하며 해마루촌에 정착한 사람들.

그들이 가꾸고 있는 평화가 한반도 전역으로 널리 퍼질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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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민통선 안 다시 찾은 고향 ‘평화마을’로
    • 입력 2018-10-27 08:24:17
    • 수정2018-11-19 15:28:45
    남북의 창
[앵커]

남북의 창에서는 지금까지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들의 사연을 여러 차례 소개했는데요.

그런데 사실 전쟁 뒤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있습니다.

네, 바로 민통선 지역 안이 고향인 분들인데요. 남쪽이 고향이지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이런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 경기도 파주에 있는데요.

지금은 입주를 바라는 일반인들도 있다고 합니다.

남북 화해의 분위기 속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는데요.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휴전선에서 6.4km 남방한계선에서 4.4km. 해마루촌으로 가는 길은 조금 까다롭습니다.

마을로 통하는 전진교에선 국군 초병이 신원을 확인하는데요.

그렇게 임진강을 건너 해마루촌으로 들어서자 깨끗하게 정돈된 전원주택 단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관광객을 위한 마을 안내를 도맡을 정도로 해마루촌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김경숙 이장. 과연 이 마을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김경숙/ 해마루촌 이장 : "다 실향민이었죠. 실향민이었는데 다시 이제 이렇게 저희 고향으로 복귀를 했기 때문에 이게 이제 수복마을이에요. 내 고향을 찾아 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마을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아주 강합니다."]

한때는 동파리 수복마을이라 불렸던 해마루촌.

6.25 전쟁당시 피란을 위해 고향을 떠났던 이들이 귀향하며 조성된 마을이라는데요.

과연 어떤 곳인지 저와 함께 마을을 둘러보실까요?

1년 365일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은 이 마을만의 독특한 풍경입니다.

대성동, 통일촌과 더불어 파주시 민통선 내에 위치한 3개 마을 중 하나인 해마루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곳일지언정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실향민들의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여 지난 2001년 탄생한 마을입니다.

[목영민/ 해마루촌 주민 :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성남에서 살았고요. 2001년도에 정부에서 여기 단지를 조성해가지고 지금 통일천. 네, 거기가 제가 태어난 곳입니다."]

당시 이 지역에 원적을 둔 이들을 대상으로 60가구를 분양했는데요.

해마루촌 46호 주민인 민태하 어르신 역시 소식을 듣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입주를 신청했습니다.

[민태하/ 해마루촌 주민 : "여기가 고향이고 또 여기에 농지도 있고 하여튼 객지 생활 하시다가 고향에 오셔가지고 여기서 이렇게 생활하시는 거 보면은 마음 편안하게 그렇게 생활하고.."]

임진강의 강물소리와 간간이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리는 평화로운 마을.

남북정상회담 전인 4월 말까지는 대남방송으로 마을 곳곳이 소음에 시달렸다는데요.

[민태하/ 해마루촌 주민 : "옛날에는 많이 들렸죠. 좀 시끄러울 정도로. 좀 힘들다기보다도 귀찮았지. 그런데 지금은 좀 그때에 비해서는 아주 조용하고 많이 편해졌어요."]

군사지역에 위치한 마을인 만큼 지난 4월까진 마을 방공호에서 비상사태를 대비한 대피 훈련이 이뤄지기도 했었습니다.

[김경숙/ 해마루촌 이장 : "화학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스유입이 안 되라고. 이렇게 굉장히 두꺼운 문을. 이거 한 번씩 움직이기도 힘들어요."]

1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방공호는 지금도 꼼꼼하게 관리되고 있었는데요.

[김경숙/ 해마루촌 이장 : "어르신들이 다 전쟁을 겪으신 분들이에요. 그러기 때문에 그 전쟁의 공포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 북한하면은 그냥 뭐 잠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

그럼에도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던 건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 때문입니다.

일주일 뒤에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피란을 떠났다는 마을의 한 어르신.

전쟁 뒤 고향 가까이 살면서도 출입이 통제됐던 고향마을엔 돌아오지 못해 오랜 시간 실향민 생활을 해야 했는데요.

[오옥순/ 해마루촌 주민 : "60년이 되도록 못 들어오고 저 강 건너서 여기 들여다보면서 거기를 못 가니까 건너가면 자기네 집 가는데. 그러니까는 그거를 쳐다보면서 얼마나 한스러워 했다고요."]

되찾은 고향에서 평화롭게 노후를 보내게 돼 그 동안의 설움이 조금이라도 풀리는 듯 하다네요. 같은 아픔을 공유한 만큼 마을 주민들은 한 가족처럼 지냅니다.

["20년 젊어졌는데 내가 보니까요. 한 20년, 30년 젊어졌네."]

[목영민/ 해마루촌 주민 : "같은 세대고 같은 고향 분들이고 고향이 아닌 사람들은 못 들어오니까는 아주 화목하게들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해마루촌의 집엔 담장이 없습니다.

서로를 신뢰하기에 담이 없어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건데요.

언젠간 남과 북의 사람들도 높이 쌓인 담을 허물고 서로를 마주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마을 구성원 다수는 전쟁 전 이곳에 살던 어르신들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젠 연고가 없던 사람들도 하나 둘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통일의 현장에 서고 싶어 2010년 해마루촌에 입주했다는 김인수 교수.

[김인수/ 해마루촌 주민 : "언젠가는 대한민국은 하나가 된다고 나는 믿고 또 분단은 잠시잖아요. 남북관계가 변화가 일었을 때 내가 어디에 있어야 되는가해서 구하다 보니까 해마루촌에 정착하게 된 거예요."]

지난 5월엔 마을의 카페와 식당도 인수해 손님들에게 마을의 역사와 통일의 의미를 전하기도 하는데요.

[이윤섭/ 경기도 파주 : "여기가 조금 남북이 좋지 않을 때는 문 닫고 있다가 또 남북이 좋아지면 문 열고 있는데 이런 데가 많이 이런 장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 교수는 전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세웠고, 남한에서 북한을 가까이 바라보는 이 해마루촌이 남북이 함께 조성할 평화지역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 말합니다.

[김인수/ 해마루촌 주민 : "해마루촌이라든가 그간에 죽어있는 동토. 군사보호지라든가 민통선에 묶어있는 동토가 살아있는 땅이 되지 않을까. 저는 남한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북한에서도 한 50년 살고 싶어요. 돌아다니면서..."]

고향을 찾아 또 평화를 갈망하며 해마루촌에 정착한 사람들.

그들이 가꾸고 있는 평화가 한반도 전역으로 널리 퍼질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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