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헤어진지 두 달 만에…‘이별·보복’ 범죄 어디까지

입력 2018.10.29 (08:29) 수정 2018.10.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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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죠. 바로 '부산 일가족 피살 사건'입니다.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숨진 30대 손녀와 피의자가 과거 연인관계였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전 여자 친구는 물론 80대 할머니와 부모까지 처참하게 살해한 이번 사건으로 이른바 '이별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장으로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24일 오후 4시 10분쯤.

선글라스에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성이 아파트에 들어섭니다. 한눈에 봐도 묵직해 보이는 '가방'이 눈에 띕니다.

이 남성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하루가 지난 다음날 오전.

전날과는 달리 얼굴을 드러낸 채 들고 올라가는건 바로 '질소통'입니다.

이 남성이 드나든 곳은 조 모 씨네 집.

그런데, 남성이 집에 머무른 시간동안, 이 집 가족들의 행방이 묘연해집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집사람이 (25일) 아침에 출근하고 난 뒤에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엄마한테 (해도) 전화 안 받아, 오빠한테 해도 전화 안 받아. 언니도 전화 안 받아."]

조 씨 가족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날은 주말에 있을 불꽃축제 구경을 가기위해, 셋째 사위가 장모인 할머니를 모시러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토요일 광안리에서 불꽃축제 하잖아요. 우리 집이 높은 데 있어서 그게 훨씬 잘 보여. 그래서 내가 집사람한테 엄마 모시러 갈 테니까 준비를 해 놔라."]

그런데, 아침부터 연락을 해도 할머니를 포함한 조 씨 부부 모두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날마다 들르는 아파트 노인정에도 이날은 나오지 않았다는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25일 : "노인정에 갔는데 그 뒷날 갔는데 이 시간이 되면 (할머니가) 일찍 오는데 열쇠를 가지고 다니니까 그랬는데 안 와."]

그날 밤, 셋째 사위는 불안한 마음에 아예 아파트를 찾아가게 됩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정말로 뭐 때문에 연락이 안 될까 (걱정했죠). 경비원 아저씨가 하는 말이 딸은 출근 안 했다고 학원에서 전화 왔다고 하더라고. 이상하다 진짜 이상하다. 할머니도 오늘 노인정에 안 나오셨거든. 그래서 경찰에 연락해가지고…."]

경찰의 협조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간 조 씨의 집.

거기엔 두 눈으로 보고도 차마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문을 여는데 조카가 누워있어. 세 사람은 어디 있나 어디 분명히 있을 거다 찾아봐라 (했는데) 화장실에 있는 거야. 우리는 억장이 무너지죠. 억장이 무너져."]

그런데, 작은방에서는 신원불명의 한 남성도 숨져있었습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경찰이) 옆방에 보니까 한 사람있다 (했는데) 이 사람은 (가족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다."]

바로 24일부터 이 아파트에 드나든 32살 신 모 씨였습니다.

신 씨가 들고 들어갔던 묵직한 가방에선 전기 충격기 등 50여 가지 범행도구들이 발견됐습니다.

신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은 신 씨가 혼자 집에 있던 조 씨를 먼저 살해한 뒤, 귀가하는 가족들을 한명씩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승철/부산 사하경찰서 형사과장 : "(집에) 들어온 순서대로 현장 상황을 보면 목욕탕에 시신 세 구가 쌓여 있고, 손녀는 거실에 반듯이 누워있는 상태로 (있었습니다)."]

조 씨 집에 들어간 오후 4시 20분부터 자정까지 무려 8시간 동안, 시간차를 두고 범행이 이뤄졌습니다.

치밀한 계획범죄라는 분석입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이 가족의 동선, 생활 패턴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아마도 상당히 장기간 동안 감시를 하면서 누가 어떻게 순차적으로 한 명씩 집으로 들어가는지 (알아내고) 이런 식으로 (가족) 모두 살해할 계획을 오랫동안 세웠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충격적인 건, 신 씨가 자신이 살해한 네 구의 시신이 있는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입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신 씨가) 사이코패스적 특질을 갖고 있다 이렇게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남을 죽이고 도주를 하고, 흥분하고 당황하는데, 굉장히 침착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결말까지 사전에 미리 다 준비를 해가지고 들어갔다."]

이웃 주민들도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밤에 잠 한숨도 못 잤네. 놀라서."]

사건 당일, 조 씨 집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들었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냥 쿵쿵거리는 소리에, 여자 욕설에. 엊그제가 심했어요. 물건 던지는 소리 그런 소리가 아주 심했어요."]

그렇다면 신 씨는 왜 조 씨 일가족을 상대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걸까.

경찰 수사 결과 신 씨와 30대 조 모 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정도 교제한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어렴풋이 (신 씨 가족은) 대충 아는 것 같아요. 올해 8월에 헤어지면서 좀 힘들어했다 (신 씨 가.) 그 정도 진술되었습니다."]

조 씨 친구의 설명도 한번 들어보시죠.

[조 씨 친구/음성변조 : "많이 싸웠다고 하더라고요. (신 씨가 조 씨에게) 너랑 헤어지려고 너를 때리는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폭행이 있었고, (헤어지려고 하면) 다시 또 붙잡고, 가라고 때리고 또다시 붙잡고 이게 반복이 됐었거든요."]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조 씨 친구/음성변조 : "(싸운 뒤) 남자가 격분해서 (조 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강아지를 내동댕이쳐서 죽여 버렸어요. 그것 때문에 (조 씨가) 한동안 무척 힘들어했었거든요."]

결국 헤어진지 두 달여 만에 이같은 참혹한 범죄로 이어졌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일종의 보복행위죠. (가해자가) 상당한 기간 동안 감시하고 추적하고, 생활패턴까지 분석하는 그런 과정들이 있거든요. 그런 종류의 예비적 행위를 제지할 수 있지 않으면 결국은 인명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는 게 지금 이 범죄의 가장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경찰은 보다 명확한 범행동기와 과정을 밝히기 위해 신 씨와 조 씨 등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메시지 등을 분석하고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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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헤어진지 두 달 만에…‘이별·보복’ 범죄 어디까지
    • 입력 2018-10-29 08:30:56
    • 수정2018-10-29 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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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죠. 바로 '부산 일가족 피살 사건'입니다.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숨진 30대 손녀와 피의자가 과거 연인관계였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전 여자 친구는 물론 80대 할머니와 부모까지 처참하게 살해한 이번 사건으로 이른바 '이별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장으로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24일 오후 4시 10분쯤.

선글라스에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성이 아파트에 들어섭니다. 한눈에 봐도 묵직해 보이는 '가방'이 눈에 띕니다.

이 남성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하루가 지난 다음날 오전.

전날과는 달리 얼굴을 드러낸 채 들고 올라가는건 바로 '질소통'입니다.

이 남성이 드나든 곳은 조 모 씨네 집.

그런데, 남성이 집에 머무른 시간동안, 이 집 가족들의 행방이 묘연해집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집사람이 (25일) 아침에 출근하고 난 뒤에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엄마한테 (해도) 전화 안 받아, 오빠한테 해도 전화 안 받아. 언니도 전화 안 받아."]

조 씨 가족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날은 주말에 있을 불꽃축제 구경을 가기위해, 셋째 사위가 장모인 할머니를 모시러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토요일 광안리에서 불꽃축제 하잖아요. 우리 집이 높은 데 있어서 그게 훨씬 잘 보여. 그래서 내가 집사람한테 엄마 모시러 갈 테니까 준비를 해 놔라."]

그런데, 아침부터 연락을 해도 할머니를 포함한 조 씨 부부 모두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날마다 들르는 아파트 노인정에도 이날은 나오지 않았다는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25일 : "노인정에 갔는데 그 뒷날 갔는데 이 시간이 되면 (할머니가) 일찍 오는데 열쇠를 가지고 다니니까 그랬는데 안 와."]

그날 밤, 셋째 사위는 불안한 마음에 아예 아파트를 찾아가게 됩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정말로 뭐 때문에 연락이 안 될까 (걱정했죠). 경비원 아저씨가 하는 말이 딸은 출근 안 했다고 학원에서 전화 왔다고 하더라고. 이상하다 진짜 이상하다. 할머니도 오늘 노인정에 안 나오셨거든. 그래서 경찰에 연락해가지고…."]

경찰의 협조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간 조 씨의 집.

거기엔 두 눈으로 보고도 차마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문을 여는데 조카가 누워있어. 세 사람은 어디 있나 어디 분명히 있을 거다 찾아봐라 (했는데) 화장실에 있는 거야. 우리는 억장이 무너지죠. 억장이 무너져."]

그런데, 작은방에서는 신원불명의 한 남성도 숨져있었습니다.

[셋째 사위/음성변조 : "(경찰이) 옆방에 보니까 한 사람있다 (했는데) 이 사람은 (가족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다."]

바로 24일부터 이 아파트에 드나든 32살 신 모 씨였습니다.

신 씨가 들고 들어갔던 묵직한 가방에선 전기 충격기 등 50여 가지 범행도구들이 발견됐습니다.

신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은 신 씨가 혼자 집에 있던 조 씨를 먼저 살해한 뒤, 귀가하는 가족들을 한명씩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승철/부산 사하경찰서 형사과장 : "(집에) 들어온 순서대로 현장 상황을 보면 목욕탕에 시신 세 구가 쌓여 있고, 손녀는 거실에 반듯이 누워있는 상태로 (있었습니다)."]

조 씨 집에 들어간 오후 4시 20분부터 자정까지 무려 8시간 동안, 시간차를 두고 범행이 이뤄졌습니다.

치밀한 계획범죄라는 분석입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이 가족의 동선, 생활 패턴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아마도 상당히 장기간 동안 감시를 하면서 누가 어떻게 순차적으로 한 명씩 집으로 들어가는지 (알아내고) 이런 식으로 (가족) 모두 살해할 계획을 오랫동안 세웠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충격적인 건, 신 씨가 자신이 살해한 네 구의 시신이 있는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입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신 씨가) 사이코패스적 특질을 갖고 있다 이렇게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남을 죽이고 도주를 하고, 흥분하고 당황하는데, 굉장히 침착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결말까지 사전에 미리 다 준비를 해가지고 들어갔다."]

이웃 주민들도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밤에 잠 한숨도 못 잤네. 놀라서."]

사건 당일, 조 씨 집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들었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냥 쿵쿵거리는 소리에, 여자 욕설에. 엊그제가 심했어요. 물건 던지는 소리 그런 소리가 아주 심했어요."]

그렇다면 신 씨는 왜 조 씨 일가족을 상대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걸까.

경찰 수사 결과 신 씨와 30대 조 모 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정도 교제한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어렴풋이 (신 씨 가족은) 대충 아는 것 같아요. 올해 8월에 헤어지면서 좀 힘들어했다 (신 씨 가.) 그 정도 진술되었습니다."]

조 씨 친구의 설명도 한번 들어보시죠.

[조 씨 친구/음성변조 : "많이 싸웠다고 하더라고요. (신 씨가 조 씨에게) 너랑 헤어지려고 너를 때리는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폭행이 있었고, (헤어지려고 하면) 다시 또 붙잡고, 가라고 때리고 또다시 붙잡고 이게 반복이 됐었거든요."]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조 씨 친구/음성변조 : "(싸운 뒤) 남자가 격분해서 (조 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강아지를 내동댕이쳐서 죽여 버렸어요. 그것 때문에 (조 씨가) 한동안 무척 힘들어했었거든요."]

결국 헤어진지 두 달여 만에 이같은 참혹한 범죄로 이어졌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일종의 보복행위죠. (가해자가) 상당한 기간 동안 감시하고 추적하고, 생활패턴까지 분석하는 그런 과정들이 있거든요. 그런 종류의 예비적 행위를 제지할 수 있지 않으면 결국은 인명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는 게 지금 이 범죄의 가장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경찰은 보다 명확한 범행동기와 과정을 밝히기 위해 신 씨와 조 씨 등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메시지 등을 분석하고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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