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키우기도 힘든데 왜 안 주나요?”…‘양육비’와의 싸움

입력 2018.10.29 (21:24) 수정 2018.10.2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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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이혼한 부부 가운데 5 만 천 여쌍이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혼부부 가운데 열에 일곱은 자녀를 키우지 않는 쪽에서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양육비를 못받는 쪽은 법으로든 제도로든 아무리 호소를 해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아빠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겨났지만 소송이 제기되자 지금은 이마저도 '개점 휴업' 상탭니다.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엄마들과 못주겠다고 버티는 아빠들.... 이 비정한 싸움에 아이들은 또 한번 큰 상처를 받게됩니다.

우리사회 이혼가정의 양육비 지급 실태와 논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 최은진, 최유경, 김채린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2년 째 홀로 딸 아이를 키우는 이지수 씨,

전 남편에게서 받은 양육비는 1400여 만원이 전붑니다.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지수(가명)/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7시부터 9시까지 병원 청소. 행정 사무실 청소를 하고요..."]

법원에서 양육비를 내라고 명령을 해도 서류가 전달조차 되지 않습니다.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2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농장, 한 영농조합 소유입니다.

이 조합 대표가 바로 아버지, 한달 최대 천 만 원의 수익을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씨/양육비 미지급자/음성변조 : "딸하고 연락이 안돼. 내 입장에서 연락도 안되는데 양육비 줄 이유가 없잖아요. (밉다고 양육비를 안 주실 수는 없잖아요.) 그건 내 마음이야. 신고하라고 내가 그랬잖아! 따지지 말라고."]

유명 스포츠 감독 출신의 또 다른 아빠,

자녀 둘이 클 때까지 준 양육비가 채 400만 원이 안됩니다.

[B씨/양육비 미지급자/음성변조 : "(양육비) 안 주기도 했고. 오래됐죠. 생활하는 집을 팔아서 주자고 하면 당사자(가족들)가 가만히 있겠어요?"]

가장 큰 피해자는 자녀들,

한 대형 사립유치원 이사장인 한 아버지는 양육비 1억원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아이 전화 통화/음성변조 : "양육비좀 보내래... (니 엄마 그렇게 하는 데 주겠니? 그럴수록 돈 안준다고!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고. 너네가 하지마. 아빠를 괴롭히지 마!)"]

[한지영(가명)/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자기가 태어나서부터 자랐고 다녔고 유치원에 아빠가 있는데 문을 안열어 줘서 들어갈 수가 없어서.. 3시간을 떨다온 애들을 다시 못보내요."]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효과 없는 ‘배드 파더스’

이렇게 양육비 문제에 지친 엄마들이 찾는 곳.

3년 전 양육비 문제를 돕기 위해 생긴 양육비 이행관리원입니다.

처음엔 이제 다 해결될 것 같았는데, 그동안 바뀐 건 없었습니다.

따지러 왔다 자꾸 눈물만 나옵니다.

[양육비 해결모임 회원/음성변조 :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그러면 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 걸 하셨나요? 네?"]

이행관리원이 생겼지만 양육비 평균 이행률은 30%대, 3년간 감치 집행은 고작 24건입니다.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삼희/양육비이행관리원장 : "원장으로 와서 보면서 너무 저희 이행관리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등장한 게 이른바 '배드파더스', 양육비를 내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공개 사이트입니다.

신상이 공개되면서 석 달 만에 해결한 양육비 미지급 사건이 27건,

모두 법으로도, 이행관리원도 해결 못 한 사건들입니다.

[구본창/'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 "(댓글이나 이런 거 보세요?) 예. 여기 보면 적극 지지한다, 이렇게 나오잖아요."]

하지만 이마저도 석 달 만에 개점휴업 상탭니다.

신상이 공개된 아빠들이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해 왔기 때문입니다.

위법 행위란 걸 알면서도 여성단체 요청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부담은 예상보다 컸습니다.

[구본창/'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 "1년 365일 경찰서를 와야 하고. 벌금만 해도 8억 이상 낼 수 있다, 저도. 당연히 부담스럽죠."]

여성단체들은 이제 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말합니다.

양육비를 못 받는 한 부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고, 나쁜 아빠들의 신상도 공개하란 겁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양육비는 ‘아이 생존권’

[기자]

부부가 이혼하면 누가 아이를 키울지 결정하죠,

이때 양육비를 어떡할지도 결정합니다.

재판으로 이혼을 하면 아이를 키우지 않는 쪽이 양육비를 내야합니다.

보통 직장인의 경우 자녀 한 명당 월 30-70만원 정돕니다.

양육비를 안 주면 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최대 30일 동안 구치소 등에 가둘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앞서 봤듯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 3년 동안 감치 신청 건수는 3배 넘게 늘었지만, 실제 감치는 8.1%에 불과합니다.

감치 결정이 나도 유효기간이 고작 석 달이어서 그 기간만 피해 다니면 됩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여권 폐기, 그리고 '양육비 대(代)지급제도' 등입니다.

[리포트]

한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건 양육비 대지급제입니다.

[양육비 해결모임 회원 :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이 제도(양육비 대지급제)는 도대체 언제 도입되는 것인가?"]

한부모 가정의 월 평균 소득은 190만 원으로 전체의 48% 수준.

이런 열악한 경제적 형편을 생각해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해 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양육비를 내지 않는 쪽에게서 국가가 돈을 환수하는 제도입니다.

2005년부터 관련법이 발의돼 왔는데, 재정 부담과 형평성 문제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정춘숙/더불어민주당/여가위원 :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은 사실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고, 아동학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의 대지급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UN 아동권리협약엔 "모든 아동은 부모의 혼인과 무관하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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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키우기도 힘든데 왜 안 주나요?”…‘양육비’와의 싸움
    • 입력 2018-10-29 21:31:16
    • 수정2018-10-29 22: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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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이혼한 부부 가운데 5 만 천 여쌍이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혼부부 가운데 열에 일곱은 자녀를 키우지 않는 쪽에서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양육비를 못받는 쪽은 법으로든 제도로든 아무리 호소를 해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아빠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겨났지만 소송이 제기되자 지금은 이마저도 '개점 휴업' 상탭니다.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엄마들과 못주겠다고 버티는 아빠들.... 이 비정한 싸움에 아이들은 또 한번 큰 상처를 받게됩니다.

우리사회 이혼가정의 양육비 지급 실태와 논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 최은진, 최유경, 김채린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2년 째 홀로 딸 아이를 키우는 이지수 씨,

전 남편에게서 받은 양육비는 1400여 만원이 전붑니다.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지수(가명)/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7시부터 9시까지 병원 청소. 행정 사무실 청소를 하고요..."]

법원에서 양육비를 내라고 명령을 해도 서류가 전달조차 되지 않습니다.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2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농장, 한 영농조합 소유입니다.

이 조합 대표가 바로 아버지, 한달 최대 천 만 원의 수익을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씨/양육비 미지급자/음성변조 : "딸하고 연락이 안돼. 내 입장에서 연락도 안되는데 양육비 줄 이유가 없잖아요. (밉다고 양육비를 안 주실 수는 없잖아요.) 그건 내 마음이야. 신고하라고 내가 그랬잖아! 따지지 말라고."]

유명 스포츠 감독 출신의 또 다른 아빠,

자녀 둘이 클 때까지 준 양육비가 채 400만 원이 안됩니다.

[B씨/양육비 미지급자/음성변조 : "(양육비) 안 주기도 했고. 오래됐죠. 생활하는 집을 팔아서 주자고 하면 당사자(가족들)가 가만히 있겠어요?"]

가장 큰 피해자는 자녀들,

한 대형 사립유치원 이사장인 한 아버지는 양육비 1억원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아이 전화 통화/음성변조 : "양육비좀 보내래... (니 엄마 그렇게 하는 데 주겠니? 그럴수록 돈 안준다고!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고. 너네가 하지마. 아빠를 괴롭히지 마!)"]

[한지영(가명)/한부모 가정 양육자/음성변조 : "자기가 태어나서부터 자랐고 다녔고 유치원에 아빠가 있는데 문을 안열어 줘서 들어갈 수가 없어서.. 3시간을 떨다온 애들을 다시 못보내요."]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효과 없는 ‘배드 파더스’

이렇게 양육비 문제에 지친 엄마들이 찾는 곳.

3년 전 양육비 문제를 돕기 위해 생긴 양육비 이행관리원입니다.

처음엔 이제 다 해결될 것 같았는데, 그동안 바뀐 건 없었습니다.

따지러 왔다 자꾸 눈물만 나옵니다.

[양육비 해결모임 회원/음성변조 :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그러면 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 걸 하셨나요? 네?"]

이행관리원이 생겼지만 양육비 평균 이행률은 30%대, 3년간 감치 집행은 고작 24건입니다.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삼희/양육비이행관리원장 : "원장으로 와서 보면서 너무 저희 이행관리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등장한 게 이른바 '배드파더스', 양육비를 내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공개 사이트입니다.

신상이 공개되면서 석 달 만에 해결한 양육비 미지급 사건이 27건,

모두 법으로도, 이행관리원도 해결 못 한 사건들입니다.

[구본창/'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 "(댓글이나 이런 거 보세요?) 예. 여기 보면 적극 지지한다, 이렇게 나오잖아요."]

하지만 이마저도 석 달 만에 개점휴업 상탭니다.

신상이 공개된 아빠들이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해 왔기 때문입니다.

위법 행위란 걸 알면서도 여성단체 요청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부담은 예상보다 컸습니다.

[구본창/'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 "1년 365일 경찰서를 와야 하고. 벌금만 해도 8억 이상 낼 수 있다, 저도. 당연히 부담스럽죠."]

여성단체들은 이제 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말합니다.

양육비를 못 받는 한 부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고, 나쁜 아빠들의 신상도 공개하란 겁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양육비는 ‘아이 생존권’

[기자]

부부가 이혼하면 누가 아이를 키울지 결정하죠,

이때 양육비를 어떡할지도 결정합니다.

재판으로 이혼을 하면 아이를 키우지 않는 쪽이 양육비를 내야합니다.

보통 직장인의 경우 자녀 한 명당 월 30-70만원 정돕니다.

양육비를 안 주면 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최대 30일 동안 구치소 등에 가둘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앞서 봤듯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 3년 동안 감치 신청 건수는 3배 넘게 늘었지만, 실제 감치는 8.1%에 불과합니다.

감치 결정이 나도 유효기간이 고작 석 달이어서 그 기간만 피해 다니면 됩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여권 폐기, 그리고 '양육비 대(代)지급제도' 등입니다.

[리포트]

한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건 양육비 대지급제입니다.

[양육비 해결모임 회원 :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이 제도(양육비 대지급제)는 도대체 언제 도입되는 것인가?"]

한부모 가정의 월 평균 소득은 190만 원으로 전체의 48% 수준.

이런 열악한 경제적 형편을 생각해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해 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양육비를 내지 않는 쪽에게서 국가가 돈을 환수하는 제도입니다.

2005년부터 관련법이 발의돼 왔는데, 재정 부담과 형평성 문제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정춘숙/더불어민주당/여가위원 :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은 사실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고, 아동학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의 대지급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UN 아동권리협약엔 "모든 아동은 부모의 혼인과 무관하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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