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17살 소년은 백발로… “70년 한 풀었다”

입력 2018.10.31 (06:27) 수정 2018.10.3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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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선고를 누구보다 기다렸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사건의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입니다.

70년 묵은 한이 이제야 풀렸다는 이춘식 할아버지의 특별한 1박 2일.

강병수 기자가 함께 했습니다.

[앵커]

["판사가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숨이 내가 끊어져 버릴것 아닌가. 법정에서 말이여. 주저앉아 버릴것 아닌가 허허 하고 내가."]

좁은 집, 낡은 침대.

일본으로 끌려갔던 17살 소년은 어느새 백 살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습니다.

["어렸을때 그때 18인가 17인가 먹응께. 그때는 뭐 힘든게 있어. 기술 배우러 간다니께 가가지고 노가다로 빠져부렸지."]

아직도 선명한 징용의 상처.

같이 했던 동료들은 하나둘 세상을 떴습니다.

["다 죽고 없어 여기서. 나하고 같이 한. 나 하나 여기. 나만 여기 살아있제. 다 이런 사람들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떻게 알갔는가."]

이제는 결론이 날까.

좋아하는 약주 한 잔에도 불안함을 감출 순 없습니다.

["안정이 안 되네. 마음에 안정이 안돼. 혼자라. 눈물만 내가 뺄 뿐이지. 눈물만 나와 아우 참말로 눈물만."]

아침 일찍 곱게 옷을 차려입은 할아버지.

["시수하고 면도 쪼깐하고. 그래 갖고 슬슬 옷 입고 이빨 닦고."]

특별한 외출에 나섭니다.

["같이 너이(넷이) 보게됐는데 너이가 없고 내 혼자만 간께. 나 혼자만 줄런가 모르지 가봐야 알지. 나 혼자라 그런가 속이 더 답답하구만."]

왜 이렇게까지 길어졌는지 알 수 없는 재판.

["이렇게 늘어져갖고 오래 끄는지는 내가 어떻게 알겄는가."]

초조했던 마음은, 막내딸 전화에 결국 눈물로 터져나옵니다.

["아이 아부지 목이 멕혀서 눈물 나와 버링께."]

긴 기다림을 끝내기 위해 찾은 법정.

["이런 좋은 촬영을 해주니께 대단히 고맙네."]

할아버지의 70년 한, 드디어 풀렸습니다.

["건강해져야겄네. 더 오래 살아야겄네."]

KBS 뉴스 강병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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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징용’ 17살 소년은 백발로… “70년 한 풀었다”
    • 입력 2018-10-31 06:27:29
    • 수정2018-10-31 06: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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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선고를 누구보다 기다렸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사건의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입니다.

70년 묵은 한이 이제야 풀렸다는 이춘식 할아버지의 특별한 1박 2일.

강병수 기자가 함께 했습니다.

[앵커]

["판사가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숨이 내가 끊어져 버릴것 아닌가. 법정에서 말이여. 주저앉아 버릴것 아닌가 허허 하고 내가."]

좁은 집, 낡은 침대.

일본으로 끌려갔던 17살 소년은 어느새 백 살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습니다.

["어렸을때 그때 18인가 17인가 먹응께. 그때는 뭐 힘든게 있어. 기술 배우러 간다니께 가가지고 노가다로 빠져부렸지."]

아직도 선명한 징용의 상처.

같이 했던 동료들은 하나둘 세상을 떴습니다.

["다 죽고 없어 여기서. 나하고 같이 한. 나 하나 여기. 나만 여기 살아있제. 다 이런 사람들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떻게 알갔는가."]

이제는 결론이 날까.

좋아하는 약주 한 잔에도 불안함을 감출 순 없습니다.

["안정이 안 되네. 마음에 안정이 안돼. 혼자라. 눈물만 내가 뺄 뿐이지. 눈물만 나와 아우 참말로 눈물만."]

아침 일찍 곱게 옷을 차려입은 할아버지.

["시수하고 면도 쪼깐하고. 그래 갖고 슬슬 옷 입고 이빨 닦고."]

특별한 외출에 나섭니다.

["같이 너이(넷이) 보게됐는데 너이가 없고 내 혼자만 간께. 나 혼자만 줄런가 모르지 가봐야 알지. 나 혼자라 그런가 속이 더 답답하구만."]

왜 이렇게까지 길어졌는지 알 수 없는 재판.

["이렇게 늘어져갖고 오래 끄는지는 내가 어떻게 알겄는가."]

초조했던 마음은, 막내딸 전화에 결국 눈물로 터져나옵니다.

["아이 아부지 목이 멕혀서 눈물 나와 버링께."]

긴 기다림을 끝내기 위해 찾은 법정.

["이런 좋은 촬영을 해주니께 대단히 고맙네."]

할아버지의 70년 한, 드디어 풀렸습니다.

["건강해져야겄네. 더 오래 살아야겄네."]

KBS 뉴스 강병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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