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변 수도권이 사망률 더 높다!…“병원 구조 개혁 시급”

입력 2018.10.3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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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의원, 의원, 의원...한 건물에도 '의원' 간판이 주르륵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장염, 소화불량, 혹은 가벼운 골절상이나 타박상을 입었을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럴 때 마다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병원이 가까워서 살기 편하다" 라고.

그런데 조금 더 위중한 병을 앓고 있을 때엔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다. 작은 규모의 내과를 갔더니 정밀 진단 장비가 없을 수도 있고, 의사의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증상을 듣자마자 돌려보내질 수도 있다.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할 때, 그 때 내가 살고 있는 집 주변에 망설임 없이 찾을 수 있는 병원이 있는가? 이런 개념을 굳이 전문 용어로 설명하면 '의료 공급의 적정성'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지역에 동네병원부터 종합병원이 골고루 포진되어 있어 질환의 정도에 따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혹시 이 '의료 공급의 적정성'이 지역에 따른 격차가 있는가, 어떤 지역에서 사망률이 높고 낮은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5년부터 이 연구를 시작했는데 지역별 특성이 반영된 결과를 오늘(31일) 발표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팀의 조사를 보면, 환자의 사망 빈도를 나타내는 '사망비'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전국 평균을 1로 잡을 때, 강릉 지역의 사망비는 0.8로 가장 낮고, 경기 이천·여주가 1.7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보통 수도권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의료 여건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상식과는 다소 배치되는 결과이다.

김 윤 교수는 이를 두고, '지역'이 아닌 '구조'의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릉은 수도권과 떨어져있고 지역은 작지만 적절한 종합병원이 정착되어 있어서 주민들이 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병상의 63%가 300 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 의해서 공급되고 있었다. 작은 개인 병원에서 입원실을 많이 운영할 경우, 굳이 입원이 필요하지 않아도 입원하는 경우가 있다. 불필요한 입원을 하지 않으면 입원비 등 비용이 절감된다. 또,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사망비가 가장 높은 경기 이천·여주 지역의 경우는 어떨까. 이 지역엔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없다.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흡수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에 신속하게 서울로 이동한 중증 환자들은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팀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팀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입원 의료 초과 사망자 수' 이다. 적절한 진료 수준을 유지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률, 이른바 '초과 사망률'을 보면 전국에서 경기도가 가장 높다. 2017년 기준으로 1,11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전국의 초과 사망자수가 5,599명인 걸 감안하면 전체의 20% 정도에 달하는 수치이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팀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팀

결국 의료의 질은 '병상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기능 배분'이 관건이라는 결론이다. 우리나라 병상수는 인구 1천명 당 6.2개로 OCED 평균 3.3개의 1.9배에 달한다. 국내 의료 환경은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이 전체의 69%에 달한다.

연구 결과 병상수를 OECD 수준으로 줄이면 입원 23%, 재입원 20%, 진료비 9.2%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종합병원
(300병상 이상)이 한 개 증가할 때마다 사망비는 9% 감소하는데, 특히 취약 지역에 이런 시설을 두면 초과사망률은 25%나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러면서 병상을 늘리는 '양적 공급'을 억제하고 적정 규모의 병원을 확대하는 '질적 성장'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 수가를 개선해 의료기관 각자의 기능에 충실한 진료를 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능을 분화하고, 신규 의료기관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필수 의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의료 결차 해소를 위한 질적 개선 방안을 검토해 관련 부처에 정책을 제안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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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주변 수도권이 사망률 더 높다!…“병원 구조 개혁 시급”
    • 입력 2018-10-31 16:32:12
    취재K
의원, 의원, 의원, 의원...한 건물에도 '의원' 간판이 주르륵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장염, 소화불량, 혹은 가벼운 골절상이나 타박상을 입었을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럴 때 마다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병원이 가까워서 살기 편하다" 라고.

그런데 조금 더 위중한 병을 앓고 있을 때엔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다. 작은 규모의 내과를 갔더니 정밀 진단 장비가 없을 수도 있고, 의사의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증상을 듣자마자 돌려보내질 수도 있다.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할 때, 그 때 내가 살고 있는 집 주변에 망설임 없이 찾을 수 있는 병원이 있는가? 이런 개념을 굳이 전문 용어로 설명하면 '의료 공급의 적정성'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지역에 동네병원부터 종합병원이 골고루 포진되어 있어 질환의 정도에 따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혹시 이 '의료 공급의 적정성'이 지역에 따른 격차가 있는가, 어떤 지역에서 사망률이 높고 낮은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5년부터 이 연구를 시작했는데 지역별 특성이 반영된 결과를 오늘(31일) 발표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팀의 조사를 보면, 환자의 사망 빈도를 나타내는 '사망비'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전국 평균을 1로 잡을 때, 강릉 지역의 사망비는 0.8로 가장 낮고, 경기 이천·여주가 1.7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보통 수도권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의료 여건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상식과는 다소 배치되는 결과이다.

김 윤 교수는 이를 두고, '지역'이 아닌 '구조'의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릉은 수도권과 떨어져있고 지역은 작지만 적절한 종합병원이 정착되어 있어서 주민들이 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병상의 63%가 300 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 의해서 공급되고 있었다. 작은 개인 병원에서 입원실을 많이 운영할 경우, 굳이 입원이 필요하지 않아도 입원하는 경우가 있다. 불필요한 입원을 하지 않으면 입원비 등 비용이 절감된다. 또,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사망비가 가장 높은 경기 이천·여주 지역의 경우는 어떨까. 이 지역엔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없다.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흡수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에 신속하게 서울로 이동한 중증 환자들은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팀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입원 의료 초과 사망자 수' 이다. 적절한 진료 수준을 유지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률, 이른바 '초과 사망률'을 보면 전국에서 경기도가 가장 높다. 2017년 기준으로 1,11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전국의 초과 사망자수가 5,599명인 걸 감안하면 전체의 20% 정도에 달하는 수치이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팀
결국 의료의 질은 '병상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기능 배분'이 관건이라는 결론이다. 우리나라 병상수는 인구 1천명 당 6.2개로 OCED 평균 3.3개의 1.9배에 달한다. 국내 의료 환경은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이 전체의 69%에 달한다.

연구 결과 병상수를 OECD 수준으로 줄이면 입원 23%, 재입원 20%, 진료비 9.2%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종합병원
(300병상 이상)이 한 개 증가할 때마다 사망비는 9% 감소하는데, 특히 취약 지역에 이런 시설을 두면 초과사망률은 25%나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러면서 병상을 늘리는 '양적 공급'을 억제하고 적정 규모의 병원을 확대하는 '질적 성장'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 수가를 개선해 의료기관 각자의 기능에 충실한 진료를 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능을 분화하고, 신규 의료기관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필수 의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의료 결차 해소를 위한 질적 개선 방안을 검토해 관련 부처에 정책을 제안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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