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호소한 성폭행 피해…대법 “‘피해자다움’ 판단 안돼”

입력 2018.10.31 (23:16) 수정 2018.10.3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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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구의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 부부는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최근 대법원이 이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하급심 판결에 대해 성감수성이 결여됐다고 질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지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친구의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모 씨.

1, 2심 재판부는 박 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불륜 사실이 드러날 까 두려워 피해 여성이 허위로 성폭행 당했다고 말했을 것으로 추정하는가 하면, 피해자가 성관계 뒤 가해자와 가정사를 얘기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른바 '피해자 답지 못했다'는 겁니다.

억울함을 이기지 못한 피해자 부부는 1심 판결 직후 유서를 남기고 함께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급심 판결에 대해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피해자가 성폭행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박진웅/대법원 공보관 : "성폭행 사건의 심리에 있어서 개별 사건의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성폭행이나 성추행 직후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삼는 판결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천정아/변호사 :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가해자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든가 친절하게 말한다든가 그런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성 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고려를 해라(라는 판결입니다)."]

최근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의 1심 재판부도 김지은 씨가 피해자답지 못했다고 판단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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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으로 호소한 성폭행 피해…대법 “‘피해자다움’ 판단 안돼”
    • 입력 2018-10-31 23:18:49
    • 수정2018-10-31 23: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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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구의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 부부는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최근 대법원이 이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하급심 판결에 대해 성감수성이 결여됐다고 질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지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친구의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모 씨.

1, 2심 재판부는 박 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불륜 사실이 드러날 까 두려워 피해 여성이 허위로 성폭행 당했다고 말했을 것으로 추정하는가 하면, 피해자가 성관계 뒤 가해자와 가정사를 얘기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른바 '피해자 답지 못했다'는 겁니다.

억울함을 이기지 못한 피해자 부부는 1심 판결 직후 유서를 남기고 함께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급심 판결에 대해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피해자가 성폭행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박진웅/대법원 공보관 : "성폭행 사건의 심리에 있어서 개별 사건의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성폭행이나 성추행 직후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삼는 판결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천정아/변호사 :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가해자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든가 친절하게 말한다든가 그런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성 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고려를 해라(라는 판결입니다)."]

최근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의 1심 재판부도 김지은 씨가 피해자답지 못했다고 판단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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