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도 외국인도 탁구로 ‘통일’ 기원

입력 2018.11.10 (08:19) 수정 2018.11.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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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관계 이슈는 올해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상당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평창올림픽,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북관계가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일 텐데요.

이러면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외국인 유학생들이 최근 탈북민들과 실력을 겨루는 탁구대회에 첫 도전장을 던졌는데요.

정은지 리포터와 대회 현장 함께 가 보시죠.

[리포트]

서울 강서구의 한 스포츠 센터.

오늘 이곳에서는 조금 특별한 탁구 경기가 열릴 예정입니다.

["아삼, 아삼이 누구야?"]

탈북민들로 구성된‘코리안 드림 탁구팀’이 매년 개최하는 탁구대회.

작년까진 남한주민과 탈북민만의 행사였지만 올해부턴 외국인 유학생들까지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자 파한/말레이시아/고려 대학교 : "말레이시아에서 왔어요. 한국에 거주한 지, 4년째입니다."]

[명 통디/미국/워싱턴 대학교 : "저는 명 통디입니다. 미국에서 왔어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참가자들.

언어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모두 한가지입니다.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대학교 : "저희 팀은 여기서 우승할 겁니다. 하지만 이건 단지 평화와 우정을 위한 거죠. 파이팅!"]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 남북관계는 큰 관심거립니다.

이번 탁구대회에 유학생들이 함께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러한 관심에서 시작했는데요.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반도의 평화 이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요?

미국에서 온 명 통디씨.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처음은 아니건만 막상 시합에 나서자니 걱정이 앞섭니다.

["복식은 안 해. 이게 재미로 하는 거야. 재미로 이분하고 둘이서 복식하고, 이분 혼자서 또 단식 나가고."]

봉사활동과 세계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명씨는 통일 문제를 다루는 한 NGO의 미국회원입니다.

지난해부턴 한국에 살면서 좀 더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명 통디/미국/워싱턴 대학교 : "만약 남북이 통일된다면 다른 나라를 위한 하나의 사례로 남을 거예요. 어떻게 분쟁을 극복했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도 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각 나라가 지닌 갈등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정말 중요해요."]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진 참가자도 있습니다.

["국가대표래. 어떻게 이기라고 잘못 붙었어."]

이란의 전 국가대표 탁구선수였던 아미르 카만디 씨.

유소년 시절 북한출신의 고 김경성 코치에게 탁구를 배웠다는데요.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 대학교 : "북한 탁구선수들은 상당히 실력이 좋습니다. 그래서 이란 유소년팀엔 2명의 북한 코치가 있었어요. 중학교 시절 만난 북한 코치에게 2년 정도 배웠는데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 대회에 참여한 건 북한 코치와의 추억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갈등을 지속해왔던 이란과 이스라엘.

[하산 카시카비/이란 외무부 대변인 :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해 군비축소와 200여 핵탄두의 해체를 요구해야 합니다."]

두 나라 관계가 날로 악화되자 급기야 이란 정부는 국제스포츠에서 이스라엘 선수와의 경기를 금지합니다.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 대학교 : "2010년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이스라엘 선수와 경기를 치러야 했어요. 불행히도 경기할 순 없었죠. 이란 정부는 이란 선수와 이스라엘 선수의 시합을 금지했거든요. 전 기권해야만 했고, 그 때문에 굉장히 괴로웠어요."]

나라 간의 갈등 때문에 선수로서 중요한 시합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픈 경험.

그렇기에 탁구를 통해 통일과 평화를 꿈꾸는 이 대회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 대학교 : "이 행사에 대해 들었을 때, 이스라엘 선수와의 경기가 떠올랐어요. 남북이 하나가 되길 기원하며 경기를 치른다는 게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치열해진 경기.

관중석에서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봅니다.

[조한문/통역 자원봉사자 : "분명 치열하게 경기를 했지만 그것이 전혀 경쟁같이 이뤄지진 않았고 오히려 화합과 같은 그런 마음이 더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 테이블 위에서 멋진 경기를 펼쳤던 외국인 유학생들과 탈북민들.

경기를 치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했다는데요.

그들의 바람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곳곳에 닿길 기대해봅니다.

대회의 1등상인 원 월드상을 차지한 3조.

아미르 씨와 함께한 팀이기도 한데요.

[김영준/탈북민 : "많이 친해졌을 뿐만 아니라 친구가 됐어요. 친구가 됐고요. 친구가 된 거 맞지? (당연하지) 시합의 승부를 떠나가지고 일단 탁구 운동이라는 개념의 틀 안에서 지구촌의 평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끈끈한 우정을 쌓은 팀원들.

아미르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도 고백해보는데요.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대학교 : "이란도 한국처럼 될 수 있어요. 2010년 경기를 함께 하지 못했던 이스라엘 선수와 탁구를 하고 싶어요. 그날이 오기를, 평화로운 방법으로 그 선수와 함께 경기를 뛰게 될 날이 오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의 기회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세계사 속 한국이 분쟁이 아닌 평화의 기록으로 남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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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민도 외국인도 탁구로 ‘통일’ 기원
    • 입력 2018-11-10 08:40:46
    • 수정2018-11-10 08:55:08
    남북의 창
[앵커]

남북관계 이슈는 올해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상당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평창올림픽,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북관계가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일 텐데요.

이러면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외국인 유학생들이 최근 탈북민들과 실력을 겨루는 탁구대회에 첫 도전장을 던졌는데요.

정은지 리포터와 대회 현장 함께 가 보시죠.

[리포트]

서울 강서구의 한 스포츠 센터.

오늘 이곳에서는 조금 특별한 탁구 경기가 열릴 예정입니다.

["아삼, 아삼이 누구야?"]

탈북민들로 구성된‘코리안 드림 탁구팀’이 매년 개최하는 탁구대회.

작년까진 남한주민과 탈북민만의 행사였지만 올해부턴 외국인 유학생들까지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자 파한/말레이시아/고려 대학교 : "말레이시아에서 왔어요. 한국에 거주한 지, 4년째입니다."]

[명 통디/미국/워싱턴 대학교 : "저는 명 통디입니다. 미국에서 왔어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참가자들.

언어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모두 한가지입니다.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대학교 : "저희 팀은 여기서 우승할 겁니다. 하지만 이건 단지 평화와 우정을 위한 거죠. 파이팅!"]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 남북관계는 큰 관심거립니다.

이번 탁구대회에 유학생들이 함께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러한 관심에서 시작했는데요.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반도의 평화 이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요?

미국에서 온 명 통디씨.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처음은 아니건만 막상 시합에 나서자니 걱정이 앞섭니다.

["복식은 안 해. 이게 재미로 하는 거야. 재미로 이분하고 둘이서 복식하고, 이분 혼자서 또 단식 나가고."]

봉사활동과 세계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명씨는 통일 문제를 다루는 한 NGO의 미국회원입니다.

지난해부턴 한국에 살면서 좀 더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명 통디/미국/워싱턴 대학교 : "만약 남북이 통일된다면 다른 나라를 위한 하나의 사례로 남을 거예요. 어떻게 분쟁을 극복했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도 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각 나라가 지닌 갈등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정말 중요해요."]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진 참가자도 있습니다.

["국가대표래. 어떻게 이기라고 잘못 붙었어."]

이란의 전 국가대표 탁구선수였던 아미르 카만디 씨.

유소년 시절 북한출신의 고 김경성 코치에게 탁구를 배웠다는데요.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 대학교 : "북한 탁구선수들은 상당히 실력이 좋습니다. 그래서 이란 유소년팀엔 2명의 북한 코치가 있었어요. 중학교 시절 만난 북한 코치에게 2년 정도 배웠는데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 대회에 참여한 건 북한 코치와의 추억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갈등을 지속해왔던 이란과 이스라엘.

[하산 카시카비/이란 외무부 대변인 :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해 군비축소와 200여 핵탄두의 해체를 요구해야 합니다."]

두 나라 관계가 날로 악화되자 급기야 이란 정부는 국제스포츠에서 이스라엘 선수와의 경기를 금지합니다.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 대학교 : "2010년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이스라엘 선수와 경기를 치러야 했어요. 불행히도 경기할 순 없었죠. 이란 정부는 이란 선수와 이스라엘 선수의 시합을 금지했거든요. 전 기권해야만 했고, 그 때문에 굉장히 괴로웠어요."]

나라 간의 갈등 때문에 선수로서 중요한 시합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픈 경험.

그렇기에 탁구를 통해 통일과 평화를 꿈꾸는 이 대회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 대학교 : "이 행사에 대해 들었을 때, 이스라엘 선수와의 경기가 떠올랐어요. 남북이 하나가 되길 기원하며 경기를 치른다는 게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치열해진 경기.

관중석에서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봅니다.

[조한문/통역 자원봉사자 : "분명 치열하게 경기를 했지만 그것이 전혀 경쟁같이 이뤄지진 않았고 오히려 화합과 같은 그런 마음이 더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 테이블 위에서 멋진 경기를 펼쳤던 외국인 유학생들과 탈북민들.

경기를 치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했다는데요.

그들의 바람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곳곳에 닿길 기대해봅니다.

대회의 1등상인 원 월드상을 차지한 3조.

아미르 씨와 함께한 팀이기도 한데요.

[김영준/탈북민 : "많이 친해졌을 뿐만 아니라 친구가 됐어요. 친구가 됐고요. 친구가 된 거 맞지? (당연하지) 시합의 승부를 떠나가지고 일단 탁구 운동이라는 개념의 틀 안에서 지구촌의 평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끈끈한 우정을 쌓은 팀원들.

아미르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도 고백해보는데요.

[아미르 카만디/이란/서울대학교 : "이란도 한국처럼 될 수 있어요. 2010년 경기를 함께 하지 못했던 이스라엘 선수와 탁구를 하고 싶어요. 그날이 오기를, 평화로운 방법으로 그 선수와 함께 경기를 뛰게 될 날이 오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의 기회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세계사 속 한국이 분쟁이 아닌 평화의 기록으로 남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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