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의부증에 가정파괴 급증

⊙앵커: 앞서 보도해 드린 것처럼 부부간의 다툼이 살인까지 부른 데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의처증과 의부증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의처증과 의부증도 정신질환인 만큼 부부가 함께 꾸준히 치료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집중취재 박현진, 천희성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어제 부부싸움을 하다 투신해 숨진 주부 이 모씨는 평소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편은 큰딸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며 유전자 감식까지 의뢰했습니다.
⊙김 모씨(남편): 제 말이 사실인가 아닌가는 제 딸이 친딸이 아니면 사실이 되잖아요.
⊙기자: 극단적인 죽음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의처증과 의부증은 심각한 가정파괴를 부릅니다.
30대 주부 김 모씨는 최근 남편의 집요한 감시와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자녀들과 함께 집을 나왔습니다.
⊙김 모씨(의처증 피해자): 심지어는 도청 장치까지 집 안에 해 놓고 자기는 이게 맞는데 제가 아니다 그러면 폭행하는 거예요.
⊙기자: 부부끼리 서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결국 이혼에 이르는 가정도 많습니다.
⊙이 모씨(의처증 피해자):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이 편하게 살아야죠.
(이혼)소장은 집으로 날아갔고요.
⊙기자: 지난해 가정법률상담소에 들어온 이혼상담 사례 중 의처증이나 의부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160여 건에 이릅니다.
⊙곽배희(가정법률상담소장): 의처증이나 또는 의부증 같은 정신질환에 의한 폭력이 전체 중에 약 3, 40%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죠.
⊙기자: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빗나간 사랑이 부르는 의처증과 의부증이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박현진입니다.
⊙기자: 의처증과 의부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입니다.
배우자를 닦달하다 못 해 직접 배우자의 물품을 뒤지고 아예 도청이나 미행을 하기도 합니다.
증거가 없어도 자신의 망상을 입증하려는 강한 의지 때문입니다.
⊙의처증 환자 배우자: 사람을 사서 미행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여자도 만나지 말라고 했어요.
⊙기자: 상대방의 피를 말릴 정도로 집요한 추궁과 추적은 뇌 속에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상승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다는 망상에서 비롯되는 이 증상은 주로 35살에서 55살 사이에 잘 걸리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어 있습니다.
⊙김기현(정신과 전문의): 의부증과 의처증 환자는 자신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상대방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치료 초기에는 부부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자: 그러나 자신을 의심하는 상대방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부부만이 아니라 자녀 등 다른 가족들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KBS뉴스 천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