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삭간몰 보고서’ 후폭풍…트럼프 대북 기조 ‘암초’?

입력 2018.11.17 (07:50) 수정 2018.11.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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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이 최근 공개한 북한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가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즉각 보고서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요.

중간선거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향후 대북협상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미국 정보 당국의 작품이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압박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미 대화의 불씨는 누가, 언제 다시 지피게 될까요?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 주 초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내놓은 보고서가 한 주 내내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보고서의 제목은 ‘신고되지 않은 북한’북한이 미사일 기지 스무 곳을 신고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13곳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그 중 삭간몰 기지를 대표 사례로 지목하고, 지난 3월 말 촬영된 위성사진 10여 장을 제시했습니다.

7개의 긴 터널이 있고, 미사일 차량이 최대 18대까지 드나들 수 있는 삭간몰 기지, 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지이지만,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운용할 수 있다며 이달 현재까지도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일부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대북 협상에 대한 회의론에 다시 불을 지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거대한 기만술’이라는 표현과 함께 북한이 일부 미사일기지를 파괴하는 척하며 사실은 더 많은 탄도미사일을 몰래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와 백악관은 보고서 내용은 이미 한미 당국이 파악한 사실이라며 반박에 나섰습니다.

해당 보고서와 보도들은 “가짜뉴스”다,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해명과 함께, 북한과 계속 물밑 접촉이 유지되고 있다며 협상동력을 추스르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 : "지난 한 해 북한과의 관계에 진전이 있었는데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외교적 노력에 코웃음을 치고 있습니다."]

미국 전문가나 전직 관리들 사이에서도 보고서와 기사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삭간몰은 2016년에만 김정은 위원장이 세 차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면서 이미 잘 알려진 곳.

[문상균/당시 국방부 대변인/2016년 3월 : "황해북도 삭간몰 일대에서 원산 동북방 북한지역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였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매체를 통해 직접 미사일 발사 모습을 공개한 곳이라 기만이라 보기엔 어폐가 있다는 겁니다.

싱가포르 북미 합의에서 미사일 기지의 신고나 폐기에 대해 규정하지 않은 만큼., 합의 위반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해명에도 삭간몰을 둘러싼 논쟁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여 온 미국 내 기류가 보고서를 계기로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 지난 주 중간선거로 하원을 탈환한 미국 민주당은 최근 대북 정책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 등을 예고하며 트럼프 대통령 견제에 나섰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선 안 된다는 정상회담 불가론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중간선거 끝나고 나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태에서 미국 국내 정치 게임이 시작되는 거죠. 트럼프가 가장 대표적인 외교업적이라고 이야기했던 북한 문제에 대해서 트럼프가 실질적으로 이룬 것이 이루어낸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라는 공격이 시작된 거라고 봐야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게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자 북한의 핵 신고와 검증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단 보고서의 내용 자체가 정보 당국에서나 알 법한 정보사항들인데다, 과거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나왔던 정보 당국 발 기사들과 이번 건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섭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이 미뤄지고 있던 지난 6월, 북한이 강선 지역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고 있고, 평양 외곽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조중인 것 같다는 정보 당국자를 인용한 미국 언론 보도가 쏟아졌을 때도 같은 의혹들이 제기되곤 했었습니다.

미국 중간선거 직후 북미 고위급회담이 돌연 취소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시계는 다시 주춤하는 모양샙니다.

중간선거 이후 달라진 미국 내 분위기까지 겹치며 자칫 협상 모멘텀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데요. 여기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던 중국의 태도 변화도 감지되면서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중간 선거를 끝낸 지난 9일, 백악관이 북한을 압박할 때마다 내세웠던 펜스 부통령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기고문에서 북한에 전례 없는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계속 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한 아시아 순방 내내 대북 제재 전선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펜스/ 미국 부통령 : "우리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얻어낼 때까지 압박은 계속 될 것이고 제재도 최대한으로 유지될 것입니다."]

이런 발언들은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나올 때까지 고강도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보다 선명해진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보여줍니다.

특히 중간선거 이전에는 대북 문제를 외교 성과로 부각하기 위해 주로 상황을 관리하는 성향이 강했던 반면, 중간선거 이후에는 보다 공세적으로 국제사회의 규범을 들며 북핵 신고와 사찰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논리적으로 보면 국내 정치적으로 몰리면 대외적 협상력은 높아집니다. 국내에서 이렇게 반대를 하니 당신이 더 양보해라라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죠. 비핵화 실무 협상에 들어가면 북한이 한 번 더 양보해야 된다 혹은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샅바싸움이 시작됐다고 봐야 될 거 같습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달라진 중국입니다. 지난 주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안보 대화, 미중 양국은 대북 제재가 엄격하게 이행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데 있어 중국의 협력은 중요한 비핵화 이슈의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 : "중국은 미국과 상호 신뢰를 쌓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병행할 것입니다."]

한동안 대북 제재 문제에서 미국과 이견을 보여왔던 중국이 미국의 방향에 손을 들어주는 듯한 모양새.

중국이 무역 분쟁과 남중국해 갈등 등 다른 미국과의 분쟁 현안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북한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북한 당국은 공식 입장을 내놓는 걸 자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를 통한 발언 수위가 점점 올라가는 건 심상치 않은 조짐입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주말, 미국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나오고 있는 매체들을 보면 조선신보나 우리민족끼리 같은 대외 매체들이거든요. 공신력이 있는 외무성 성명들을 통한 것이 아니라 대외 매체, 그것도 개인 명의의 논평들을 통해서 이제 그런 이야기들을 내놓고 있는데 불만은 있다고 얘기는 하는데 그 메시지를 전하는 수준에서는 좀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히 보입니다."]

북한은 또 어제 김정은 위원장의 첨단 무기 실험 현장 지도 모습도 공개했는데 그간 경제 시찰에만 주력해오던 김 위원장이 무기 시찰에 나선 건 1년 만입니다.

최근 답보 상황인 북미 협상과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미국 내 분위기를 의식해 대미 견제의 수위를 높이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북미가 다시 힘겨루기 국면에 진입하자, 정부는 돌파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인데요.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냈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으로 이어진 평양 정상회담에 이어 또 한 번의 중재 외교가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북미 고위급회담 취소 이후 한미 최고위급 소통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과의 회동.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중요성과 함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함께 진전시키기 위한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남북 관계와 또 북미 관계가 함께 이렇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한미 양국 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있길 바랍니다."]

남북 대화를 존중한다며 문 대통령에게 북측과 더 긴밀히 소통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펜스 부통령.

대북 제재에 대한 한미 간 입장차를 의식한 듯 다른 나라 정상들과의 만남마다 강조했던 대북제재나 압박 얘기는 생략해 한미 공조에 무게를 두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미국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대북 공세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펜스/ 미국 부통령 : "북한이 앞으로 더 중요한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우리의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꽉 막힌 북미 대화 아래에서 남북 관계까지 표류하게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지난 11일과 12일, 청와대는 제주산 귤 2백톤을 군용기에 실어 북한에 보냈습니다. 평양정상회담에서 북측이 전달한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 차원이라는 설명, 감귤 수송을 위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 비서관이 방북한 데 이어, 14일에는 리종혁 아태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방남도 이어졌습니다.

[리종혁/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 : "(김정은 위원장은 연내 서울 답방할 것으로 저희가 기대해도 좋을까요?) 두 수뇌부들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왈가왈부할 형편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북측의 대남 분야 고위급 인사 방문은 지난 2월 평창올림픽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비핵화 협상의 동력 유지를 위해 남북 대화의 끈은 지속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라고 하는 한 축하고 국제사회 보편성이라고 하는 한 축이 지금 교차로 만나고 있는 공간이 한반도라고 생각이 됩니다. 남북관계도 발전시켜야 되고 그리고 국제사회, 특히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국제사회 보편성 기준도 맞춰줘야 하고 그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넘어 더 많은 역할이 사실 요구되고 있는 것이죠."]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와 출렁이는 미중 관계, 곱지 않은 북한의 반응까지, 북미 고위급 회담 취소 이후 비핵화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는 분위깁니다.

아슬아슬 유지되고 있는 협상 동력이 제 길을 찾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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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삭간몰 보고서’ 후폭풍…트럼프 대북 기조 ‘암초’?
    • 입력 2018-11-17 08:12:41
    • 수정2018-11-17 09:18:38
    남북의 창
[앵커]

미국이 최근 공개한 북한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가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즉각 보고서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요.

중간선거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향후 대북협상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미국 정보 당국의 작품이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압박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미 대화의 불씨는 누가, 언제 다시 지피게 될까요?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 주 초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내놓은 보고서가 한 주 내내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보고서의 제목은 ‘신고되지 않은 북한’북한이 미사일 기지 스무 곳을 신고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13곳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그 중 삭간몰 기지를 대표 사례로 지목하고, 지난 3월 말 촬영된 위성사진 10여 장을 제시했습니다.

7개의 긴 터널이 있고, 미사일 차량이 최대 18대까지 드나들 수 있는 삭간몰 기지, 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지이지만,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운용할 수 있다며 이달 현재까지도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일부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대북 협상에 대한 회의론에 다시 불을 지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거대한 기만술’이라는 표현과 함께 북한이 일부 미사일기지를 파괴하는 척하며 사실은 더 많은 탄도미사일을 몰래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와 백악관은 보고서 내용은 이미 한미 당국이 파악한 사실이라며 반박에 나섰습니다.

해당 보고서와 보도들은 “가짜뉴스”다,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해명과 함께, 북한과 계속 물밑 접촉이 유지되고 있다며 협상동력을 추스르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 : "지난 한 해 북한과의 관계에 진전이 있었는데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외교적 노력에 코웃음을 치고 있습니다."]

미국 전문가나 전직 관리들 사이에서도 보고서와 기사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삭간몰은 2016년에만 김정은 위원장이 세 차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면서 이미 잘 알려진 곳.

[문상균/당시 국방부 대변인/2016년 3월 : "황해북도 삭간몰 일대에서 원산 동북방 북한지역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였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매체를 통해 직접 미사일 발사 모습을 공개한 곳이라 기만이라 보기엔 어폐가 있다는 겁니다.

싱가포르 북미 합의에서 미사일 기지의 신고나 폐기에 대해 규정하지 않은 만큼., 합의 위반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해명에도 삭간몰을 둘러싼 논쟁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여 온 미국 내 기류가 보고서를 계기로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 지난 주 중간선거로 하원을 탈환한 미국 민주당은 최근 대북 정책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 등을 예고하며 트럼프 대통령 견제에 나섰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해선 안 된다는 정상회담 불가론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중간선거 끝나고 나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태에서 미국 국내 정치 게임이 시작되는 거죠. 트럼프가 가장 대표적인 외교업적이라고 이야기했던 북한 문제에 대해서 트럼프가 실질적으로 이룬 것이 이루어낸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라는 공격이 시작된 거라고 봐야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게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자 북한의 핵 신고와 검증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단 보고서의 내용 자체가 정보 당국에서나 알 법한 정보사항들인데다, 과거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나왔던 정보 당국 발 기사들과 이번 건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섭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이 미뤄지고 있던 지난 6월, 북한이 강선 지역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고 있고, 평양 외곽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조중인 것 같다는 정보 당국자를 인용한 미국 언론 보도가 쏟아졌을 때도 같은 의혹들이 제기되곤 했었습니다.

미국 중간선거 직후 북미 고위급회담이 돌연 취소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시계는 다시 주춤하는 모양샙니다.

중간선거 이후 달라진 미국 내 분위기까지 겹치며 자칫 협상 모멘텀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데요. 여기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던 중국의 태도 변화도 감지되면서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중간 선거를 끝낸 지난 9일, 백악관이 북한을 압박할 때마다 내세웠던 펜스 부통령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기고문에서 북한에 전례 없는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계속 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한 아시아 순방 내내 대북 제재 전선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펜스/ 미국 부통령 : "우리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얻어낼 때까지 압박은 계속 될 것이고 제재도 최대한으로 유지될 것입니다."]

이런 발언들은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나올 때까지 고강도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보다 선명해진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보여줍니다.

특히 중간선거 이전에는 대북 문제를 외교 성과로 부각하기 위해 주로 상황을 관리하는 성향이 강했던 반면, 중간선거 이후에는 보다 공세적으로 국제사회의 규범을 들며 북핵 신고와 사찰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논리적으로 보면 국내 정치적으로 몰리면 대외적 협상력은 높아집니다. 국내에서 이렇게 반대를 하니 당신이 더 양보해라라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죠. 비핵화 실무 협상에 들어가면 북한이 한 번 더 양보해야 된다 혹은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샅바싸움이 시작됐다고 봐야 될 거 같습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달라진 중국입니다. 지난 주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안보 대화, 미중 양국은 대북 제재가 엄격하게 이행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데 있어 중국의 협력은 중요한 비핵화 이슈의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 : "중국은 미국과 상호 신뢰를 쌓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병행할 것입니다."]

한동안 대북 제재 문제에서 미국과 이견을 보여왔던 중국이 미국의 방향에 손을 들어주는 듯한 모양새.

중국이 무역 분쟁과 남중국해 갈등 등 다른 미국과의 분쟁 현안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북한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북한 당국은 공식 입장을 내놓는 걸 자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를 통한 발언 수위가 점점 올라가는 건 심상치 않은 조짐입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주말, 미국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나오고 있는 매체들을 보면 조선신보나 우리민족끼리 같은 대외 매체들이거든요. 공신력이 있는 외무성 성명들을 통한 것이 아니라 대외 매체, 그것도 개인 명의의 논평들을 통해서 이제 그런 이야기들을 내놓고 있는데 불만은 있다고 얘기는 하는데 그 메시지를 전하는 수준에서는 좀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히 보입니다."]

북한은 또 어제 김정은 위원장의 첨단 무기 실험 현장 지도 모습도 공개했는데 그간 경제 시찰에만 주력해오던 김 위원장이 무기 시찰에 나선 건 1년 만입니다.

최근 답보 상황인 북미 협상과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미국 내 분위기를 의식해 대미 견제의 수위를 높이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북미가 다시 힘겨루기 국면에 진입하자, 정부는 돌파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인데요.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냈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으로 이어진 평양 정상회담에 이어 또 한 번의 중재 외교가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북미 고위급회담 취소 이후 한미 최고위급 소통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과의 회동.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중요성과 함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함께 진전시키기 위한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남북 관계와 또 북미 관계가 함께 이렇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한미 양국 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가 있길 바랍니다."]

남북 대화를 존중한다며 문 대통령에게 북측과 더 긴밀히 소통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펜스 부통령.

대북 제재에 대한 한미 간 입장차를 의식한 듯 다른 나라 정상들과의 만남마다 강조했던 대북제재나 압박 얘기는 생략해 한미 공조에 무게를 두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미국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대북 공세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펜스/ 미국 부통령 : "북한이 앞으로 더 중요한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우리의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꽉 막힌 북미 대화 아래에서 남북 관계까지 표류하게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지난 11일과 12일, 청와대는 제주산 귤 2백톤을 군용기에 실어 북한에 보냈습니다. 평양정상회담에서 북측이 전달한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 차원이라는 설명, 감귤 수송을 위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 비서관이 방북한 데 이어, 14일에는 리종혁 아태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방남도 이어졌습니다.

[리종혁/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 : "(김정은 위원장은 연내 서울 답방할 것으로 저희가 기대해도 좋을까요?) 두 수뇌부들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왈가왈부할 형편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북측의 대남 분야 고위급 인사 방문은 지난 2월 평창올림픽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비핵화 협상의 동력 유지를 위해 남북 대화의 끈은 지속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라고 하는 한 축하고 국제사회 보편성이라고 하는 한 축이 지금 교차로 만나고 있는 공간이 한반도라고 생각이 됩니다. 남북관계도 발전시켜야 되고 그리고 국제사회, 특히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국제사회 보편성 기준도 맞춰줘야 하고 그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넘어 더 많은 역할이 사실 요구되고 있는 것이죠."]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와 출렁이는 미중 관계, 곱지 않은 북한의 반응까지, 북미 고위급 회담 취소 이후 비핵화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는 분위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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