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을 떠받치는 주역…북한의 ‘어머니’

입력 2018.11.17 (08:08) 수정 2018.11.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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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도 우리 어버이날에 해당하는 어머니날이 있습니다.

바로 어제, 11월16일이 북한의 어머니날인데요.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2012년부터는 공휴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훌륭하고 위대한 어머니는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어머니상과는 사뭇 다르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 사회와 가정의 꽃이라 불리는 어머니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고사리 같은 손으로 꾹꾹 눌러 편지를 쓰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까지 선보이는 아이.

["언제나 언제나 걱정 많은 우리 엄마 가슴엔 사랑 넘쳐요~"]

북한 매체가 어머니날을 맞아 방영한 TV 프로그램이다. 방송은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령의 : "내가 뛰어가면 넘어질까 봐 걱정을 하고 무엇을 먹을 때는 빨리 먹어 목이 멜까 봐 걱정을 해요."]

꽃집과 백화점이 선물을 사기위한 사람들로 붐비고, 식당, 여행사, 극장등도 특수를 누리는 모습. 어머니날에만 찾아 볼 수 있는 북한의 독특한 광경이다.

[김원철/김책공업대학 학생 : "우리 어머니에게 꼭 기쁨을 드리려는 저의 마음을 이 축하장에 꼭 쓰겠습니다."]

[리 성/평양 시민 : "주름살이 우선 펴지고, 살결이 고와진다고 하는데 우리 어머니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별도의 어버이날이 없던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어머니날’을 새로 만들어 공휴일로 지정했다.

[2012년 9월, 조선중앙TV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국가적으로 어머니의 날이 제정된 것만큼 이날에 꽃을 사다가 어머니들이나 아내들에게 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날로 정해진 11월 16일은 1961년 김일성이 ‘자녀교양에서 어머니의 임무’라는 연설을 했던 날이다. 그런데 북한의 어머니날에는 한 가정의 어머니에 대한 축하와 감사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북한 외교관 : "어머니 하면 조선노동당은 어머니당 그와 항상 연결이 됐고 또 조선의 어머니 하면 강반석 여사 그리고 김정숙 여사 이런.. 그런 것들이 정치적 의미를 많이 띄었어요. 하도 많이 교육을 해서 어머니 하면은 북한 사람들 첫 기억이 떠오르는 게 어머니당 조선노동당 이 생각이 아마 제일 먼저 올라올 거고..."]

북한 최고의 정치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북한은 주민들에게 조선노동당을 어머니 당, 어머니 품이라고 주입 시키고 있는데 결국 정치적인 의미로 어머니는 국가를 뜻한다는 것.

방송을 통해서도 자식을 낳고 기른 수고는 어머니 본인보다 국가의 도움이 컸다고 선전한다.

["자식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을 키운 건 내가 아니라 어머니 당이라는 생각을 힘차게 쪼아 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의 역할 역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사회주의적 여성’의 역할이 한층 강조된다. 특히 1945년 11월 창립된 ‘조선민주여성동맹’, 이른바 여맹은 기혼여성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북한 어머니들의 사회참여를 집단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김성희/여맹 초급 위원장 : "어떤 여맹원 동무들은 하루라도 막장에 들어오지 않으면 정말 섭섭하다고 하는 여맹원 동무들도 많습니다."]

[광부 : "이렇게 여맹원들이 매일 들어오니 우리 탄부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오늘 계획도 문제없습니다."]

북한 정권은 이를 두고 여성 해방, 남녀 평등 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여성들의 사상적 무장과 노동력 동원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회주의 경제시대는 동원경제거든요. 자본주의처럼 자발적인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모든 사회주의 국가는 노동력을 동원하는 작업이 고민거리였어요. 그러다보니까 결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특히 북한의 경우에는 전후 복구과정 작업 중에서 여성의 역할이 절대로 중요했습니다. 그러니까 일찌감치 여성의 역할을 중요시 여기는 어떤 여러 가지 제도나 형태나 이벤트 이런것들이 발달을 했죠."]

북한 어머니들이 중심이 된 조직 여맹은 김일성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계모인 김성애가 여맹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세력 확장의 계기를 맞았다. 하지만 1974년, 김성애의 친아들 김평일을 제치고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일이 김성애 세력을 견제하면서 여맹은 급격히 위축된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前북한 외교관) : "결국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성공을 하고 후계체제 굳히고 그러면서 그 사람들의 부분들이 몽땅 곁가지로 취급이 돼가지고 여맹위원장 김성애 물러났고 그리고 김성애 동생들인 김청갑 같은 평양시장 조직비서 같은 사람들도 다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리고 뭐 김평일, 김영일 뭐 김경진 같은 김성애가 낳은 아들은 다 해외 내보내고 그러면서 결국은 여맹의 전성기가 끝이 납니다."

그러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여맹의 역할은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다. 국가가 주도하는 배급 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장마당. 직장에 나간 남편을 대신해 장마당에 나온 것은 가정 주부, 즉 여맹원들이었다.

[최송죽 /2016년 탈북 : "다 장마당 나갔죠. 장마당 나가서 하다못해 조그만 물건을 내다 팔아서 그걸로 다 사서는 옥수수쌀을 사던 뭐 옥수수를 사던 이렇게 사가지고 먹고 해서 거의 다 엄마들의 역할이 정말 컸단 말입니다. 그때는. 남편들은 솔직히 그렇게 못하고 다 여자들 나가서 장사하고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새까매서 들어오고 이랬습니다."]

여맹의 위상을 격하시키며 오랜 악연을 이어가던 김정일도 결국 여성들의 경제적 역할을 격려하고 나섰다.

["정녕 선국혁명 총진군 길에서 남성들과 나란히 어깨 겯고 고난도 시련도 달게 여기며 억세게 투쟁하는 조선여성들의 자랑찬 모습"]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前북한 외교관) : "고난의 행군 지나면서 여맹을 다시 만들고 여맹 조직을 강화하고 여맹 조직이 김정일 위원장이 뭐 원산 같은 거를 꾸린다 그럴 때 남자를 동원했는데 일이 안 됐는데 여맹을 동원하니까 일이 잘되거든요. 어디 가서 물자도 막 구해오는 게 남자들보다 훨씬 잘 구해오고 건설물자나 건설 자재들 같은 것도. 그래서 여성들의 역할이 조금 더 올라가고 지금까지 왔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여성, 특히 어머니들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2012년 3월, 국제 부녀절을 기념해 열린 음악회.김정일이 세상을 떠난지 채 백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공연은 화려하게 진행됐다. 공연에 초청된 부녀자들은 일어나 춤을 추고 김정은 위원장은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음악회에선 특별히 주목을 받은 인물도 있다.

[은하수음악공연 진행자 : "보천보 전자악단의 유명한 가수였던 현송월 가수가 앉아있는 것 같은데. 예 오늘 이 기회에 유명한 현송월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이 어떻습니까? 여러분!"]

사회자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이는 바로 현송월이다. 이 자리에서 현송월은 딸을 임신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현송월/당시 보천보전자악단 가수 : "네, 저는 아들을 낳고 싶은데 이전에 산원에 가서 본데에 의하면 지금 제 배 안에 있는 아이가 딸이라고 합니다."]

부녀절에 맞춰 체제 선전성 발언도 잊지 않았다.

[현송월/당시 보천보전자악단 가수 : "사회주의 제도에서 우리 여성들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고 떠받들리면서 살고 있습니까. 또 그렇게 생각하면 딸이 낳고 싶기도 합니다."]

이어 자신의 대표곡 ‘준마처녀’를 김정은 앞에서 선보인다.

["랄랄 랄라라... 날보고 준마처녀래요."]

이어 같은 해 어머니날까지 제정한 김정은 위원장.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세습 체제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여성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자기 자신의 권위를 그러니까 아버지처럼 긴 시간 동안 주민들에게 각인시킬 시간도 없었고,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항일 빨치산 같은 정치적인 자산도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여러 가지 작업들이 필요했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첫 해에 집권하자마자 여성대회를 열고, 어머니 대회를 열고 또 어머니 날을 제정한거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여성을 자신의 주요한 정치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타겟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겠죠."]

[2016년 11월, 조선중앙TV : "조선민주여성동맹 제6차대회가 17일과 18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진행됐습니다."]

2016년 11월, 33년 만에 개최된 제6차 여성동맹 대회. 북한 당국은 기존의 ‘조선민주여성동맹’을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으로개칭하며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모든 여맹조직들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끝없이 충직한 여성혁명조직으로 만들자! (만들자! 만들자! 만들자!)"]

하지만 삶의 질은 그닥 나아지지 않은 채 여성으로서의 역할만 더 강조되는 현실에 정작 평범한 북한 어머니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는 게 탈북민들의 이야기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우리 일반사람들은 힘들죠. 우린 뭐 어머니 명절이 있어도 우린 명절이란 거 모르니까 그거 그런가보다 하지 그날도 일하고 휴식이란 거 없고 그저 티비고 못보고 하니까 어머니 명절이 되면 어머니 대회랑, 어머니 대회랑 하지 않습니까? 어머니 대회를 해도 대회를 한다 이런 소리나 듣지 우린 모릅니다."]

그럼에도 장마당 활동을 통해 커지고 있는 여성들의 경제권과 변화에 대한 욕구가 결국에는 북한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과거에는 당성 정치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이 가부장적이었다고 하면 지금 금권이 지배하는 장마당을 지배하는 이런 체제에서는 여성들이 지배하는 체제에서는 여성들의 어떤, 가족내에서 권한이나 사회적 지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경제적인 변화는 결국, 정치문화적인 변화도 같이 수반을 하거든요 사회적인 변화도. 그렇기 때문에 향후의 북한의 여성의 역할은 과거와는 다른 시제로 접어들거다 이런 시제로 전망이 가능합니다."]

여성을 사회주의의 꽃, 가정의 꽃이라 칭하며 어느덧 일곱 번째 어머니 날을 맞은 북한. 힘든 시기마다 어머니의 역할이 강조되며 그 고비를 넘겼던 만큼, 변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시선이 북한 사회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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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한을 떠받치는 주역…북한의 ‘어머니’
    • 입력 2018-11-17 08:16:32
    • 수정2018-11-17 10:02:12
    남북의 창
[앵커]

북한에도 우리 어버이날에 해당하는 어머니날이 있습니다.

바로 어제, 11월16일이 북한의 어머니날인데요.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2012년부터는 공휴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훌륭하고 위대한 어머니는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어머니상과는 사뭇 다르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 사회와 가정의 꽃이라 불리는 어머니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고사리 같은 손으로 꾹꾹 눌러 편지를 쓰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까지 선보이는 아이.

["언제나 언제나 걱정 많은 우리 엄마 가슴엔 사랑 넘쳐요~"]

북한 매체가 어머니날을 맞아 방영한 TV 프로그램이다. 방송은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령의 : "내가 뛰어가면 넘어질까 봐 걱정을 하고 무엇을 먹을 때는 빨리 먹어 목이 멜까 봐 걱정을 해요."]

꽃집과 백화점이 선물을 사기위한 사람들로 붐비고, 식당, 여행사, 극장등도 특수를 누리는 모습. 어머니날에만 찾아 볼 수 있는 북한의 독특한 광경이다.

[김원철/김책공업대학 학생 : "우리 어머니에게 꼭 기쁨을 드리려는 저의 마음을 이 축하장에 꼭 쓰겠습니다."]

[리 성/평양 시민 : "주름살이 우선 펴지고, 살결이 고와진다고 하는데 우리 어머니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별도의 어버이날이 없던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어머니날’을 새로 만들어 공휴일로 지정했다.

[2012년 9월, 조선중앙TV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국가적으로 어머니의 날이 제정된 것만큼 이날에 꽃을 사다가 어머니들이나 아내들에게 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날로 정해진 11월 16일은 1961년 김일성이 ‘자녀교양에서 어머니의 임무’라는 연설을 했던 날이다. 그런데 북한의 어머니날에는 한 가정의 어머니에 대한 축하와 감사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前북한 외교관 : "어머니 하면 조선노동당은 어머니당 그와 항상 연결이 됐고 또 조선의 어머니 하면 강반석 여사 그리고 김정숙 여사 이런.. 그런 것들이 정치적 의미를 많이 띄었어요. 하도 많이 교육을 해서 어머니 하면은 북한 사람들 첫 기억이 떠오르는 게 어머니당 조선노동당 이 생각이 아마 제일 먼저 올라올 거고..."]

북한 최고의 정치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북한은 주민들에게 조선노동당을 어머니 당, 어머니 품이라고 주입 시키고 있는데 결국 정치적인 의미로 어머니는 국가를 뜻한다는 것.

방송을 통해서도 자식을 낳고 기른 수고는 어머니 본인보다 국가의 도움이 컸다고 선전한다.

["자식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을 키운 건 내가 아니라 어머니 당이라는 생각을 힘차게 쪼아 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의 역할 역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사회주의적 여성’의 역할이 한층 강조된다. 특히 1945년 11월 창립된 ‘조선민주여성동맹’, 이른바 여맹은 기혼여성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북한 어머니들의 사회참여를 집단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김성희/여맹 초급 위원장 : "어떤 여맹원 동무들은 하루라도 막장에 들어오지 않으면 정말 섭섭하다고 하는 여맹원 동무들도 많습니다."]

[광부 : "이렇게 여맹원들이 매일 들어오니 우리 탄부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오늘 계획도 문제없습니다."]

북한 정권은 이를 두고 여성 해방, 남녀 평등 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여성들의 사상적 무장과 노동력 동원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회주의 경제시대는 동원경제거든요. 자본주의처럼 자발적인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모든 사회주의 국가는 노동력을 동원하는 작업이 고민거리였어요. 그러다보니까 결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특히 북한의 경우에는 전후 복구과정 작업 중에서 여성의 역할이 절대로 중요했습니다. 그러니까 일찌감치 여성의 역할을 중요시 여기는 어떤 여러 가지 제도나 형태나 이벤트 이런것들이 발달을 했죠."]

북한 어머니들이 중심이 된 조직 여맹은 김일성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계모인 김성애가 여맹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세력 확장의 계기를 맞았다. 하지만 1974년, 김성애의 친아들 김평일을 제치고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일이 김성애 세력을 견제하면서 여맹은 급격히 위축된다.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前북한 외교관) : "결국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성공을 하고 후계체제 굳히고 그러면서 그 사람들의 부분들이 몽땅 곁가지로 취급이 돼가지고 여맹위원장 김성애 물러났고 그리고 김성애 동생들인 김청갑 같은 평양시장 조직비서 같은 사람들도 다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리고 뭐 김평일, 김영일 뭐 김경진 같은 김성애가 낳은 아들은 다 해외 내보내고 그러면서 결국은 여맹의 전성기가 끝이 납니다."

그러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여맹의 역할은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다. 국가가 주도하는 배급 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장마당. 직장에 나간 남편을 대신해 장마당에 나온 것은 가정 주부, 즉 여맹원들이었다.

[최송죽 /2016년 탈북 : "다 장마당 나갔죠. 장마당 나가서 하다못해 조그만 물건을 내다 팔아서 그걸로 다 사서는 옥수수쌀을 사던 뭐 옥수수를 사던 이렇게 사가지고 먹고 해서 거의 다 엄마들의 역할이 정말 컸단 말입니다. 그때는. 남편들은 솔직히 그렇게 못하고 다 여자들 나가서 장사하고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새까매서 들어오고 이랬습니다."]

여맹의 위상을 격하시키며 오랜 악연을 이어가던 김정일도 결국 여성들의 경제적 역할을 격려하고 나섰다.

["정녕 선국혁명 총진군 길에서 남성들과 나란히 어깨 겯고 고난도 시련도 달게 여기며 억세게 투쟁하는 조선여성들의 자랑찬 모습"]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 (前북한 외교관) : "고난의 행군 지나면서 여맹을 다시 만들고 여맹 조직을 강화하고 여맹 조직이 김정일 위원장이 뭐 원산 같은 거를 꾸린다 그럴 때 남자를 동원했는데 일이 안 됐는데 여맹을 동원하니까 일이 잘되거든요. 어디 가서 물자도 막 구해오는 게 남자들보다 훨씬 잘 구해오고 건설물자나 건설 자재들 같은 것도. 그래서 여성들의 역할이 조금 더 올라가고 지금까지 왔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여성, 특히 어머니들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2012년 3월, 국제 부녀절을 기념해 열린 음악회.김정일이 세상을 떠난지 채 백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공연은 화려하게 진행됐다. 공연에 초청된 부녀자들은 일어나 춤을 추고 김정은 위원장은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음악회에선 특별히 주목을 받은 인물도 있다.

[은하수음악공연 진행자 : "보천보 전자악단의 유명한 가수였던 현송월 가수가 앉아있는 것 같은데. 예 오늘 이 기회에 유명한 현송월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이 어떻습니까? 여러분!"]

사회자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이는 바로 현송월이다. 이 자리에서 현송월은 딸을 임신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현송월/당시 보천보전자악단 가수 : "네, 저는 아들을 낳고 싶은데 이전에 산원에 가서 본데에 의하면 지금 제 배 안에 있는 아이가 딸이라고 합니다."]

부녀절에 맞춰 체제 선전성 발언도 잊지 않았다.

[현송월/당시 보천보전자악단 가수 : "사회주의 제도에서 우리 여성들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고 떠받들리면서 살고 있습니까. 또 그렇게 생각하면 딸이 낳고 싶기도 합니다."]

이어 자신의 대표곡 ‘준마처녀’를 김정은 앞에서 선보인다.

["랄랄 랄라라... 날보고 준마처녀래요."]

이어 같은 해 어머니날까지 제정한 김정은 위원장.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세습 체제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여성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자기 자신의 권위를 그러니까 아버지처럼 긴 시간 동안 주민들에게 각인시킬 시간도 없었고,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항일 빨치산 같은 정치적인 자산도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여러 가지 작업들이 필요했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첫 해에 집권하자마자 여성대회를 열고, 어머니 대회를 열고 또 어머니 날을 제정한거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여성을 자신의 주요한 정치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타겟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겠죠."]

[2016년 11월, 조선중앙TV : "조선민주여성동맹 제6차대회가 17일과 18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진행됐습니다."]

2016년 11월, 33년 만에 개최된 제6차 여성동맹 대회. 북한 당국은 기존의 ‘조선민주여성동맹’을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으로개칭하며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모든 여맹조직들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끝없이 충직한 여성혁명조직으로 만들자! (만들자! 만들자! 만들자!)"]

하지만 삶의 질은 그닥 나아지지 않은 채 여성으로서의 역할만 더 강조되는 현실에 정작 평범한 북한 어머니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는 게 탈북민들의 이야기다.

[최송죽/2016년 탈북 : "우리 일반사람들은 힘들죠. 우린 뭐 어머니 명절이 있어도 우린 명절이란 거 모르니까 그거 그런가보다 하지 그날도 일하고 휴식이란 거 없고 그저 티비고 못보고 하니까 어머니 명절이 되면 어머니 대회랑, 어머니 대회랑 하지 않습니까? 어머니 대회를 해도 대회를 한다 이런 소리나 듣지 우린 모릅니다."]

그럼에도 장마당 활동을 통해 커지고 있는 여성들의 경제권과 변화에 대한 욕구가 결국에는 북한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과거에는 당성 정치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이 가부장적이었다고 하면 지금 금권이 지배하는 장마당을 지배하는 이런 체제에서는 여성들이 지배하는 체제에서는 여성들의 어떤, 가족내에서 권한이나 사회적 지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경제적인 변화는 결국, 정치문화적인 변화도 같이 수반을 하거든요 사회적인 변화도. 그렇기 때문에 향후의 북한의 여성의 역할은 과거와는 다른 시제로 접어들거다 이런 시제로 전망이 가능합니다."]

여성을 사회주의의 꽃, 가정의 꽃이라 칭하며 어느덧 일곱 번째 어머니 날을 맞은 북한. 힘든 시기마다 어머니의 역할이 강조되며 그 고비를 넘겼던 만큼, 변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시선이 북한 사회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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