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숨진 딸, 냉동고에서 7년…환자 승소 ‘고작 1.15%’

입력 2018.11.24 (07:34) 수정 2018.11.2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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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플 때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곳, 병원이죠,

그런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나면 환자나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병원 측을 상대로 증거를 모으기도, 사고를 입증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고는 났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의료사고 실태를 황경주, 최유경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먼저 간 딸은 평소 조용한 절을 좋아했습니다.

[김수자/故 김민주 씨 어머니 : "여기는 목탁소리 듣고 안 좋겠나... 야도 절에 다니는 걸 내가 다니니까 좋아했어요."]

뇌신경 수술을 받은 딸은 간호사 실수로 제때 주사를 맞지 못했습니다.

[김국선/故 김민주 씨 아버지 : "그 이후로 상태가 계속 나빠지는거예요. 먹는 것도 영 마 시원찮고."]

걸어 들어간 병원에서 46일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황망하고 억울한 마음에, 아직도 영안실 냉동고에서 딸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벌써 7년입니다.

[김국선/故 김민주 씨 아버지 : "우리 애가 물으면 아부지는 뭔 얘기할 내용이 없는거예요. 진실을 밝혀야만 애를 보내지. 그래서 애를 상을 못치렀어요."]

떳떳하게 보내고 싶어 시작한 소송.

의사가 과실을 100% 인정한 녹취록까지 제출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딸의 장례를 치르려 합니다.

[김수자/故 김민주 씨 어머니 : "이제 완전히 보낸다는 그게 이루 말할 수 없죠."]

김태현 씨도 아들 기석 군이 숨진 7년 전에 머물러 살고 있습니다.

제 발로 응급실을 찾을 만큼 경미한 뇌출혈이었는데, 제때 수술만 받았더라면...

아버지는 원망스럽습니다.

[김태현/故 김기석 군 아버지 : "3일 후 수술이 가능하다 그랬어요. 전원하는 도중에 재출혈이 발생한거예요. 고속으로 달리니까 막 머리가 튀잖아요."]

건강했던 아들이 입원 이틀 만에 숨지고, 아버지는 의학 논문까지 뒤지며 매달렸습니다.

[김태/ 故 김기석 군 아버지 : "증거자료 팔십몇개를 제가 다 했어요. 변호사도 이 변호사 저 변호사 만나고. 거의 백명 정도 만나지 않았나 싶어요."]

법원은 끝내 병원 손을 들어줬습니다.

17살, 너무 일찍 가버린 삶이 아쉬워 아버지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했습니다.

[김태현/故 김기석 군 아버지 : " 장기는 다른 사람 소중한 일부분이 돼서 살아있지 않겠냐, 그런 생각으로 어느 날씨 좋은 날 같은 때 보면 기석이가 어딘가엔 있겠구나..."]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 의료소송 환자 승률은 1.15%…이유는?

[리포트]

민주 씨와 기석 군만 법정의 문턱이 높았던 건 아닙니다.

승률 1.15%.

지난해 의료소송 1심 중 환자 측이 '전부 승소'한 비율입니다.

의료 소송, 첫 난관은 진료기록입니다.

기록이 부실하고, 조작이 의심되기도 합니다.

운 좋게 진료기록을 확보해도 끝이 아닙니다.

의사 조치가 적정했는지 감정해야 하는데, 이 '진료기록 감정서'가 그 자료입니다.

법원은 관련 전문의에게 감정을 맡기는데, 이 단계에서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8살 태현(가명)이는 태어날 때 사고로 중증 뇌성마비가 돼, 소송을 했습니다.

1심 재판부가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태현이의 심박동 그래프 감정을 맡겼더니,

"인쇄상태 불량, 판독 불가"란 회신이 왔습니다.

그런데 2심에선 말을 바꿨습니다.

"심박동 정상, 응급 상황이 아니었다"

같은 자료, 같은 의사였는데, 감정 결과는 딴판이 됐고, 태현이는 소송에서 졌습니다.

사례 하나 더 볼까요.

치아 솜 제거 시기를 놓쳐 치아를 잃은 환자가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 과정에 감정의가 감정서를 냈는데 "환자가 깜빡하고 병원에 안 온 게 문제일 수 있다"는 추측을 담았습니다.

물론 모든 감정이 이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의사에게 불리한 감정을 할까'하는 의심,

많은 사례들은 의심이 합리적임을 보여줍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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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서 숨진 딸, 냉동고에서 7년…환자 승소 ‘고작 1.15%’
    • 입력 2018-11-24 07:38:52
    • 수정2018-11-24 07: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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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플 때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곳, 병원이죠,

그런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나면 환자나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병원 측을 상대로 증거를 모으기도, 사고를 입증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고는 났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의료사고 실태를 황경주, 최유경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먼저 간 딸은 평소 조용한 절을 좋아했습니다.

[김수자/故 김민주 씨 어머니 : "여기는 목탁소리 듣고 안 좋겠나... 야도 절에 다니는 걸 내가 다니니까 좋아했어요."]

뇌신경 수술을 받은 딸은 간호사 실수로 제때 주사를 맞지 못했습니다.

[김국선/故 김민주 씨 아버지 : "그 이후로 상태가 계속 나빠지는거예요. 먹는 것도 영 마 시원찮고."]

걸어 들어간 병원에서 46일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황망하고 억울한 마음에, 아직도 영안실 냉동고에서 딸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벌써 7년입니다.

[김국선/故 김민주 씨 아버지 : "우리 애가 물으면 아부지는 뭔 얘기할 내용이 없는거예요. 진실을 밝혀야만 애를 보내지. 그래서 애를 상을 못치렀어요."]

떳떳하게 보내고 싶어 시작한 소송.

의사가 과실을 100% 인정한 녹취록까지 제출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딸의 장례를 치르려 합니다.

[김수자/故 김민주 씨 어머니 : "이제 완전히 보낸다는 그게 이루 말할 수 없죠."]

김태현 씨도 아들 기석 군이 숨진 7년 전에 머물러 살고 있습니다.

제 발로 응급실을 찾을 만큼 경미한 뇌출혈이었는데, 제때 수술만 받았더라면...

아버지는 원망스럽습니다.

[김태현/故 김기석 군 아버지 : "3일 후 수술이 가능하다 그랬어요. 전원하는 도중에 재출혈이 발생한거예요. 고속으로 달리니까 막 머리가 튀잖아요."]

건강했던 아들이 입원 이틀 만에 숨지고, 아버지는 의학 논문까지 뒤지며 매달렸습니다.

[김태/ 故 김기석 군 아버지 : "증거자료 팔십몇개를 제가 다 했어요. 변호사도 이 변호사 저 변호사 만나고. 거의 백명 정도 만나지 않았나 싶어요."]

법원은 끝내 병원 손을 들어줬습니다.

17살, 너무 일찍 가버린 삶이 아쉬워 아버지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했습니다.

[김태현/故 김기석 군 아버지 : " 장기는 다른 사람 소중한 일부분이 돼서 살아있지 않겠냐, 그런 생각으로 어느 날씨 좋은 날 같은 때 보면 기석이가 어딘가엔 있겠구나..."]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 의료소송 환자 승률은 1.15%…이유는?

[리포트]

민주 씨와 기석 군만 법정의 문턱이 높았던 건 아닙니다.

승률 1.15%.

지난해 의료소송 1심 중 환자 측이 '전부 승소'한 비율입니다.

의료 소송, 첫 난관은 진료기록입니다.

기록이 부실하고, 조작이 의심되기도 합니다.

운 좋게 진료기록을 확보해도 끝이 아닙니다.

의사 조치가 적정했는지 감정해야 하는데, 이 '진료기록 감정서'가 그 자료입니다.

법원은 관련 전문의에게 감정을 맡기는데, 이 단계에서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8살 태현(가명)이는 태어날 때 사고로 중증 뇌성마비가 돼, 소송을 했습니다.

1심 재판부가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태현이의 심박동 그래프 감정을 맡겼더니,

"인쇄상태 불량, 판독 불가"란 회신이 왔습니다.

그런데 2심에선 말을 바꿨습니다.

"심박동 정상, 응급 상황이 아니었다"

같은 자료, 같은 의사였는데, 감정 결과는 딴판이 됐고, 태현이는 소송에서 졌습니다.

사례 하나 더 볼까요.

치아 솜 제거 시기를 놓쳐 치아를 잃은 환자가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 과정에 감정의가 감정서를 냈는데 "환자가 깜빡하고 병원에 안 온 게 문제일 수 있다"는 추측을 담았습니다.

물론 모든 감정이 이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의사에게 불리한 감정을 할까'하는 의심,

많은 사례들은 의심이 합리적임을 보여줍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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