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책방] “학교폭력이 자살 위험성 높여” 청소년기 ‘실행’ 빨라 개입 서둘러야

입력 2018.1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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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자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져대학교 정신건강법정책연구소 서종한 수석연구원은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분석해 학교폭력이 많은 학생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지 경고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살생각 위험성이 1.4~5.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와 자기 위해 등 자살행동 위험성도 5.4배까지 증가한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자살을 떠올리는 위험도 크고, 이를 실행에 옮길 위험성도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이다. 피해 빈도가 잦을수록 위험성이 증가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피해자 못지 않게 가해자도 정신적,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 가해자의 자살생각 위험성은 9배까지 증가하고 자살 시도와 자살행동 위험성은 9.9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자보다 더 높은 위험성을 보이는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경우 자살생각 위험성 10배”

더 나아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동시에 피해자인 경우도 많다는 점이 학교폭력의 특수성으로 지적되고 있다. 괴롭힘에 연루된 아동이나 청소년 가운데 절반가량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보고된 것이다.

괴롭힘에 가담한 경험과 피해를 본 경험 둘 모두가 있는 청소년은 우울과 불안, 자살생각 등 가장 심각한 수준의 부정적 정신건강 상태를 보인다. 가해와 피해를 모두 경험한 청소년은 자살생각 위험성이 최대 10배까지 증가했다.

한국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자살. 2016년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 청소년은 10만 명당 7.8명에 달해, 하루에 1.5명꼴로 생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왜 자살하는가. 같은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이겨내는데 어떤 사람은 생을 마감하고 마는가.


‘심리부검’ 자살한 이들의 심리를 부검한다

'심리부검'은 "사망자가 왜 죽었는가" 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갑자기 사람이 사망하면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찾아내듯이, 누군가 목숨을 끊으면 왜 자살했느냐를 따져보는 것이 '심리부검'이다.

사망자가 목숨을 끊을 때까지 무슨 생각을 했고 무슨 어려움을 겪었는지, 자살 과정을 재구성하는 심리부검은 갑작스럽게 가족의 자살을 맞닥뜨리게 된 유가족의 의문을 풀어주고 심리적인 위로를 주기도 한다. 또한 심리부검을 통해 쌓인 정보는 자살 위험 징후를 판별해 자살 위험성이 높은 이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자살예방협회 심리부검 자격과정을 이수한 서종한 박사는 이 책에서 특히 청소년 자살의 특성을 분석하고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을 예방할 방법을 제시한다.

‘청소년기’ 치명적 자살 시도는 적지만 자살생각에 쉽게 빠져

청소년 자살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학교폭력과 성적 비관이다. 청소년기의 특성상 또래집단과의 긴밀한 유대감을 필요로 하고, 학업 능력이나 특기 등 일정한 성취가 자존감 확립에 영향을 준다. 이에 실패할 경우 우울, 무기력감과 자살생각을 보일 확률이 높다. 또한 충동성이 강하고 상대적인 충동 조절 능력이 미숙해 자살 생각이 짧은 사이에 자살행동의 발전하는 특징을 보인다.

서 박사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내 고통을 이해해주리라' 여겨지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강한 충동성을 보이고, 죽음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해 쉽게 자살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고 분석한다.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내가 죽으면 주변 사람들이 다들 후회하며 울 거야' 라는 식으로 쉽게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한 충동성’ 자살 실행도 빨라…“빨리 개입해 연쇄고리 끊어야”

특히 청소년들은 일단 자살을 결심하면 성인처럼 실행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성인에 비해 치명적인 자살 시도를 하는 확률은 낮지만, 청소년들이 더 쉽게 자살생각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정체감이 확립되지 않은 만큼 자살생각에 취약하고 자살 시도율이 매우 높은 시기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랫동안 자살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빠른 실행을 보이는 청소년기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빠른 개입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자살을 촉진하는 요인을 찾아 빠르게 개입하면 청소년 10명 가운데 8명이 더는 자살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 특유의 취약 지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주변에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개입하면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살생각이 더 강화되기 전에 연쇄 고리를 끊어주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 또한 청소년기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발생 시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문제해결 나서야”

이를 위해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제보를 받았을 때 교사가 바로 제지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어른들이 적극적인 개입을 보여줄 경우, 청소년들도 주변에서 폭력행위를 목격했을 때 적극적인 도움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박사는 특히 70년대부터 학교폭력을 인지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30년간 꾸준히 개입해온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 괴롭힘이 가장 적게 나타난 점을 지적하며, 꾸준한 교육과 예방만이 청소년들을 자살로 이끄는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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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5 08:00:07
    지식K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자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져대학교 정신건강법정책연구소 서종한 수석연구원은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분석해 학교폭력이 많은 학생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지 경고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살생각 위험성이 1.4~5.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와 자기 위해 등 자살행동 위험성도 5.4배까지 증가한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자살을 떠올리는 위험도 크고, 이를 실행에 옮길 위험성도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이다. 피해 빈도가 잦을수록 위험성이 증가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피해자 못지 않게 가해자도 정신적,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 가해자의 자살생각 위험성은 9배까지 증가하고 자살 시도와 자살행동 위험성은 9.9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자보다 더 높은 위험성을 보이는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경우 자살생각 위험성 10배”

더 나아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동시에 피해자인 경우도 많다는 점이 학교폭력의 특수성으로 지적되고 있다. 괴롭힘에 연루된 아동이나 청소년 가운데 절반가량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보고된 것이다.

괴롭힘에 가담한 경험과 피해를 본 경험 둘 모두가 있는 청소년은 우울과 불안, 자살생각 등 가장 심각한 수준의 부정적 정신건강 상태를 보인다. 가해와 피해를 모두 경험한 청소년은 자살생각 위험성이 최대 10배까지 증가했다.

한국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자살. 2016년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 청소년은 10만 명당 7.8명에 달해, 하루에 1.5명꼴로 생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왜 자살하는가. 같은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이겨내는데 어떤 사람은 생을 마감하고 마는가.


‘심리부검’ 자살한 이들의 심리를 부검한다

'심리부검'은 "사망자가 왜 죽었는가" 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갑자기 사람이 사망하면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찾아내듯이, 누군가 목숨을 끊으면 왜 자살했느냐를 따져보는 것이 '심리부검'이다.

사망자가 목숨을 끊을 때까지 무슨 생각을 했고 무슨 어려움을 겪었는지, 자살 과정을 재구성하는 심리부검은 갑작스럽게 가족의 자살을 맞닥뜨리게 된 유가족의 의문을 풀어주고 심리적인 위로를 주기도 한다. 또한 심리부검을 통해 쌓인 정보는 자살 위험 징후를 판별해 자살 위험성이 높은 이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자살예방협회 심리부검 자격과정을 이수한 서종한 박사는 이 책에서 특히 청소년 자살의 특성을 분석하고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을 예방할 방법을 제시한다.

‘청소년기’ 치명적 자살 시도는 적지만 자살생각에 쉽게 빠져

청소년 자살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학교폭력과 성적 비관이다. 청소년기의 특성상 또래집단과의 긴밀한 유대감을 필요로 하고, 학업 능력이나 특기 등 일정한 성취가 자존감 확립에 영향을 준다. 이에 실패할 경우 우울, 무기력감과 자살생각을 보일 확률이 높다. 또한 충동성이 강하고 상대적인 충동 조절 능력이 미숙해 자살 생각이 짧은 사이에 자살행동의 발전하는 특징을 보인다.

서 박사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내 고통을 이해해주리라' 여겨지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강한 충동성을 보이고, 죽음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해 쉽게 자살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고 분석한다.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내가 죽으면 주변 사람들이 다들 후회하며 울 거야' 라는 식으로 쉽게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한 충동성’ 자살 실행도 빨라…“빨리 개입해 연쇄고리 끊어야”

특히 청소년들은 일단 자살을 결심하면 성인처럼 실행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성인에 비해 치명적인 자살 시도를 하는 확률은 낮지만, 청소년들이 더 쉽게 자살생각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정체감이 확립되지 않은 만큼 자살생각에 취약하고 자살 시도율이 매우 높은 시기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랫동안 자살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빠른 실행을 보이는 청소년기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빠른 개입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자살을 촉진하는 요인을 찾아 빠르게 개입하면 청소년 10명 가운데 8명이 더는 자살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 특유의 취약 지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주변에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개입하면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살생각이 더 강화되기 전에 연쇄 고리를 끊어주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 또한 청소년기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발생 시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문제해결 나서야”

이를 위해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제보를 받았을 때 교사가 바로 제지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어른들이 적극적인 개입을 보여줄 경우, 청소년들도 주변에서 폭력행위를 목격했을 때 적극적인 도움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박사는 특히 70년대부터 학교폭력을 인지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30년간 꾸준히 개입해온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 괴롭힘이 가장 적게 나타난 점을 지적하며, 꾸준한 교육과 예방만이 청소년들을 자살로 이끄는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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