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일 사망 7년…유훈 통치? 변화 모색?

입력 2018.12.15 (08:08) 수정 2018.12.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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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 모레인 12월 17일은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7주기 되는 날입니다.

당시에는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지도자가 되면서 불안의 목소리도 많았는데요.

7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의 유훈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정치스타일도 확립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김정일 사망 7년을 맞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상,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역사 안을 장식한 꽃들.

앳된 모습의 김정은 위원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잠시 뒤 열차가 도착하자, 모습을 보인 것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조선중앙TV/2011년 8월 : "경애하는 장군님을 김정은 동지께서 뜨겁게 마중하셨습니다."]

2011년 8월,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정일과 그 일행을 후계자인 아들이 직접 마중 한 것이다. 차세대 지도자 김정은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북한 정권은 김정일의 사망을 공식 보도했다. 17년간 북한의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던 김정일의 사망에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던 북한 주민들.

[북한 주민/2011년 : "정말 믿어지지 않고,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장군님은 우리 곁에 계십니다."]

[북한 주민/2011년 : "아버지로 믿고 따르는 우리 장군님께서 서거하셨다니...무엇이라고 표현할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충성심은 곧 대를 이은 지도자에게로 향했다.

[북한 주민/2011년 : "슬픔을 용기로 바꿔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더 잘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28살의 나이에 권좌를 넘겨받은 김정은 위원장.

국제사회는 김 위원장의 짧은 후계 수업 기간과어린 나이를 근거로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빠르게 권력을 장악해 갔다.

[김일성 탄생 100년 경축 중앙보고대회/2012년 4월 15일 :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운명을 함께 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 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아버지 김정일 사망 직후부터 당·정·군 최고 직위를 차지하며 빠른 권력 승계를 완료했고, 집권 5년차인 2016년엔 36년 만에 노동당 대회를 열어 자신의 대관식을 치르기에 이른다.

[김영남/제7차 당대회 폐막식/2016년 5월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할 것을 본 대회에 정중히 제의합니다."]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은 9개의 공식 직함 가운데 노동당 수장 지위를 대표 직위로 택하며 당을 앞세운 통치 구조를 만들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김정은 위원장은 본인이 후계자로 지명된 지 만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결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지도자의 위상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아버지하고는 달리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리더십을 통해서 본인의 존재와 이상을 주민 및 권력 핵심들에게 알려야만 됐습니다. 적극적이고 공개적이고 능동적인 리더십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킴으로서 북한의 3대 세습을 완성해야 된다는 아주 긴박한 하나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의 과업이라 할 수 있는 핵 개발에는 그 어느 지도자보다 노골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조선중앙TV/2017년 11월 29일 :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북한 당국이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증거로 내세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5형.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 제재 속에서도 네 차례의 핵실험과 함께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멈출 줄 몰랐던 핵 질주는 김정은 위원장이 수행한 정책 중 대표적인 유훈통치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영환/前 북한 외교관 : "핵 개발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시작이 돼서 김정일 때 계속 지속돼 왔고 김정은에 이르러서 핵무력 완결을 선포를 했어요. 그러니까 김정은이 끝냈다고 봐야 되는 것이 옳죠. 그러니까 3대 내려오면서 핵무기를 가져서 어떤 전략국가의 지위를 가지겠다는 그러한 야망, 그런 것이 결국은 3대에 걸쳐서 쭉 실현돼왔다 그렇게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러나 집권 7년차를 맞은 올해, 김정은 위원장은 파격적인 자신만의 정치 행보를 시작하고 나섰다.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지난 과거를 끊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문건에 서명하게 됩니다."]

미국과의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한 김정은 위원장.

협상 테이블엔 끈질기게 집착해온 핵을 버리겠다는 선언, 즉, 비핵화를 올려놓았다.

북한 스스로 갖게 된 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김 위원장이 선대와 다른 행보를 보이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통해서 핵과 미사일에 실전 능력 배치가 완성했다고 판단을 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정도의 핵미사일의 완성 수준은 미국이 협상에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영환/前 북한 외교관 : "지난해 11월에 핵무력 완성을 했다고 선포를 했으니까 이제는 핵에 대해서 더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전략국가의 지위에 올라섰다, 이것은 북한 노동신문에 수없이 반복되는 얘기거든요. 김일성 주석이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도 지금과 같이 핵무기가 완성됐다고 하면 똑같은 대화 국면으로 나왔으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지난 4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 승리'를 선포하는 결정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핵 무력이 이미 완성됐다, 다만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어 경제 건설에 총력 집중하는 것이 새로운 전략 노선임을 명시 했다.

태도를 바꿔 비핵화 카드를 들고 나온 김 위원장의 의도가 어려운 경제 상황, 제재로 인한 경제 고립과 무관치 않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선대 김정일 위원장도 역시 합영법서부터 나진선봉특구 금강산특구 개성 공업지구 등 여러 가지 경제발전 비전을 제시했지만 결국은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국과 북한 간에 대립적인 양상이 지속됨으로써 국제사회 자본이 들어오지 않아 경제 발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지속적으로 나옴으로써 북한 모든 경제가 마비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과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는 정면으로 협상하는 하나의 전략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돈 문제죠. 대북제재가 지금 유엔 안보리 교류를 다 이행 제대로 한다면 북한은 생존할 수가 없어요. 무역의 90%를 희생을 해야 된다면 국가가 생존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그것을 빨리 완화하고 돌려세우기 위한 그런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2017년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유엔은 이를 규탄하며 2017년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 수출의 3분의 1을 차단할 정도로 강력한 결의안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효과는 북-중 교역의 핵심지역 단둥에서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단둥 세관 창고 주차장에선 물자를 실어 나르던 북한 화물 트럭이 자취를 감췄고, 수산물 시장에서도 북한산은 찾기 힘들었다.

[단둥 수산물 시장 상인/음성변조 : "(북한 건가요?) 북한 수산물 아닙니다. 북한 수산물은 국경에서 다 몰수됩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독자제재로 북한 정권을 더욱 압박하면서, 핵 개발을 볼모로 국제사회와 맞서온 과거를 답습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란 분석이다.

내부 경제 요인도 변수로 꼽힌다.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내부의 시장화가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고영환/前 북한 외교관 : "북한 사회가 지금 가장 기본적으로 근저에서 변화는 뭐냐면 시장의 확산입니다. 이게 아버지 때도 그렇게 확산을 못 시켰거든요. 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어떻게 보면 대외적으로도 그렇고 대내적으로도 그렇고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게 아니냐. 그러니까 돌아가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잘못하다 시장을 없애버리면 제2의 고난의 행군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 그러니까 이게 지금 가만 놔두면서 가는데 어쨌든 이 세력은 자꾸자꾸 커진다는 거죠."]

여기서 최근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의 경제사령탑 박봉주 내각 총리를 눈여겨볼 만 하다.

북한식 경제개혁을 이끌던 박 총리는 김정일 시절 지방으로 좌천됐지만, 아들 김정은 위원장은 그를 중앙으로 복귀시켰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결시키고 새롭게 채택한‘경제건설 대진군’노선도 박봉주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박 총리의 두드러진 활동이 김정은 정권이 경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경제 문제 관련해서 내각총리의 그런 활동사항들이 많이 보도가 되고 공개언론에 나오는 것은 역시 지도부의 그런 방향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또 경제 총력전이라는 전략적 노선의 변화 이것도 선택을 했기 때문에 아마 그래서 박봉주 역할이 많이 부각이 될 겁니다."]

비교적 명확하게 느껴지는 경제 개발 의지에 반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도 선대와 다를지는 아직 미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과는 별개로 최종적으로 핵을 완전히 포기할지,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북한의 결단과 향후 협상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비핵화를 가능한 한 늦추면서 비핵화의 A B C 단계인 신고, 사찰의 초보적인 단계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지엽적인 문제라든가 또 여러 가지 종전선언 등 전후관계에 있어서 요구가 너무 강력하게 진행된다면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비핵화의 진정한 의지를 갖고 협상에 나가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문제를 푼다면 비핵화와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어느 날 결실을 맺을 겁니다."]

김정일의 유훈 통치의 그늘에서 불안정한 권력 승계를 이어 갈 거라 평가 받았던 젊은 지도자는 올 한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김정일 사망 7년, 김정은 집권 7년.

김 위원장이 다시 한 번 과거와는 다른 통 큰 결단을 할 수 있을지, 아버지를 이어가면서도 변화를 끌어가고 있는 북한의 수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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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김정일 사망 7년…유훈 통치? 변화 모색?
    • 입력 2018-12-15 08:22:10
    • 수정2018-12-15 08:34:22
    남북의 창
[앵커]

내일, 모레인 12월 17일은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7주기 되는 날입니다.

당시에는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지도자가 되면서 불안의 목소리도 많았는데요.

7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의 유훈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정치스타일도 확립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김정일 사망 7년을 맞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상,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역사 안을 장식한 꽃들.

앳된 모습의 김정은 위원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잠시 뒤 열차가 도착하자, 모습을 보인 것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조선중앙TV/2011년 8월 : "경애하는 장군님을 김정은 동지께서 뜨겁게 마중하셨습니다."]

2011년 8월,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정일과 그 일행을 후계자인 아들이 직접 마중 한 것이다. 차세대 지도자 김정은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북한 정권은 김정일의 사망을 공식 보도했다. 17년간 북한의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던 김정일의 사망에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던 북한 주민들.

[북한 주민/2011년 : "정말 믿어지지 않고,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장군님은 우리 곁에 계십니다."]

[북한 주민/2011년 : "아버지로 믿고 따르는 우리 장군님께서 서거하셨다니...무엇이라고 표현할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충성심은 곧 대를 이은 지도자에게로 향했다.

[북한 주민/2011년 : "슬픔을 용기로 바꿔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더 잘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28살의 나이에 권좌를 넘겨받은 김정은 위원장.

국제사회는 김 위원장의 짧은 후계 수업 기간과어린 나이를 근거로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빠르게 권력을 장악해 갔다.

[김일성 탄생 100년 경축 중앙보고대회/2012년 4월 15일 :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운명을 함께 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 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아버지 김정일 사망 직후부터 당·정·군 최고 직위를 차지하며 빠른 권력 승계를 완료했고, 집권 5년차인 2016년엔 36년 만에 노동당 대회를 열어 자신의 대관식을 치르기에 이른다.

[김영남/제7차 당대회 폐막식/2016년 5월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할 것을 본 대회에 정중히 제의합니다."]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은 9개의 공식 직함 가운데 노동당 수장 지위를 대표 직위로 택하며 당을 앞세운 통치 구조를 만들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김정은 위원장은 본인이 후계자로 지명된 지 만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결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지도자의 위상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아버지하고는 달리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리더십을 통해서 본인의 존재와 이상을 주민 및 권력 핵심들에게 알려야만 됐습니다. 적극적이고 공개적이고 능동적인 리더십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킴으로서 북한의 3대 세습을 완성해야 된다는 아주 긴박한 하나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의 과업이라 할 수 있는 핵 개발에는 그 어느 지도자보다 노골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조선중앙TV/2017년 11월 29일 :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북한 당국이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증거로 내세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5형.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 제재 속에서도 네 차례의 핵실험과 함께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멈출 줄 몰랐던 핵 질주는 김정은 위원장이 수행한 정책 중 대표적인 유훈통치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영환/前 북한 외교관 : "핵 개발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시작이 돼서 김정일 때 계속 지속돼 왔고 김정은에 이르러서 핵무력 완결을 선포를 했어요. 그러니까 김정은이 끝냈다고 봐야 되는 것이 옳죠. 그러니까 3대 내려오면서 핵무기를 가져서 어떤 전략국가의 지위를 가지겠다는 그러한 야망, 그런 것이 결국은 3대에 걸쳐서 쭉 실현돼왔다 그렇게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러나 집권 7년차를 맞은 올해, 김정은 위원장은 파격적인 자신만의 정치 행보를 시작하고 나섰다.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지난 과거를 끊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문건에 서명하게 됩니다."]

미국과의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한 김정은 위원장.

협상 테이블엔 끈질기게 집착해온 핵을 버리겠다는 선언, 즉, 비핵화를 올려놓았다.

북한 스스로 갖게 된 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김 위원장이 선대와 다른 행보를 보이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통해서 핵과 미사일에 실전 능력 배치가 완성했다고 판단을 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정도의 핵미사일의 완성 수준은 미국이 협상에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영환/前 북한 외교관 : "지난해 11월에 핵무력 완성을 했다고 선포를 했으니까 이제는 핵에 대해서 더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전략국가의 지위에 올라섰다, 이것은 북한 노동신문에 수없이 반복되는 얘기거든요. 김일성 주석이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도 지금과 같이 핵무기가 완성됐다고 하면 똑같은 대화 국면으로 나왔으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지난 4월,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 승리'를 선포하는 결정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핵 무력이 이미 완성됐다, 다만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어 경제 건설에 총력 집중하는 것이 새로운 전략 노선임을 명시 했다.

태도를 바꿔 비핵화 카드를 들고 나온 김 위원장의 의도가 어려운 경제 상황, 제재로 인한 경제 고립과 무관치 않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선대 김정일 위원장도 역시 합영법서부터 나진선봉특구 금강산특구 개성 공업지구 등 여러 가지 경제발전 비전을 제시했지만 결국은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국과 북한 간에 대립적인 양상이 지속됨으로써 국제사회 자본이 들어오지 않아 경제 발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지속적으로 나옴으로써 북한 모든 경제가 마비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과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는 정면으로 협상하는 하나의 전략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돈 문제죠. 대북제재가 지금 유엔 안보리 교류를 다 이행 제대로 한다면 북한은 생존할 수가 없어요. 무역의 90%를 희생을 해야 된다면 국가가 생존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그것을 빨리 완화하고 돌려세우기 위한 그런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2017년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유엔은 이를 규탄하며 2017년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 수출의 3분의 1을 차단할 정도로 강력한 결의안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효과는 북-중 교역의 핵심지역 단둥에서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단둥 세관 창고 주차장에선 물자를 실어 나르던 북한 화물 트럭이 자취를 감췄고, 수산물 시장에서도 북한산은 찾기 힘들었다.

[단둥 수산물 시장 상인/음성변조 : "(북한 건가요?) 북한 수산물 아닙니다. 북한 수산물은 국경에서 다 몰수됩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독자제재로 북한 정권을 더욱 압박하면서, 핵 개발을 볼모로 국제사회와 맞서온 과거를 답습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란 분석이다.

내부 경제 요인도 변수로 꼽힌다.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내부의 시장화가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고영환/前 북한 외교관 : "북한 사회가 지금 가장 기본적으로 근저에서 변화는 뭐냐면 시장의 확산입니다. 이게 아버지 때도 그렇게 확산을 못 시켰거든요. 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어떻게 보면 대외적으로도 그렇고 대내적으로도 그렇고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게 아니냐. 그러니까 돌아가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잘못하다 시장을 없애버리면 제2의 고난의 행군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 그러니까 이게 지금 가만 놔두면서 가는데 어쨌든 이 세력은 자꾸자꾸 커진다는 거죠."]

여기서 최근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의 경제사령탑 박봉주 내각 총리를 눈여겨볼 만 하다.

북한식 경제개혁을 이끌던 박 총리는 김정일 시절 지방으로 좌천됐지만, 아들 김정은 위원장은 그를 중앙으로 복귀시켰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결시키고 새롭게 채택한‘경제건설 대진군’노선도 박봉주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박 총리의 두드러진 활동이 김정은 정권이 경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경제 문제 관련해서 내각총리의 그런 활동사항들이 많이 보도가 되고 공개언론에 나오는 것은 역시 지도부의 그런 방향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또 경제 총력전이라는 전략적 노선의 변화 이것도 선택을 했기 때문에 아마 그래서 박봉주 역할이 많이 부각이 될 겁니다."]

비교적 명확하게 느껴지는 경제 개발 의지에 반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도 선대와 다를지는 아직 미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과는 별개로 최종적으로 핵을 완전히 포기할지,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북한의 결단과 향후 협상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비핵화를 가능한 한 늦추면서 비핵화의 A B C 단계인 신고, 사찰의 초보적인 단계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지엽적인 문제라든가 또 여러 가지 종전선언 등 전후관계에 있어서 요구가 너무 강력하게 진행된다면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비핵화의 진정한 의지를 갖고 협상에 나가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문제를 푼다면 비핵화와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어느 날 결실을 맺을 겁니다."]

김정일의 유훈 통치의 그늘에서 불안정한 권력 승계를 이어 갈 거라 평가 받았던 젊은 지도자는 올 한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김정일 사망 7년, 김정은 집권 7년.

김 위원장이 다시 한 번 과거와는 다른 통 큰 결단을 할 수 있을지, 아버지를 이어가면서도 변화를 끌어가고 있는 북한의 수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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