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목숨 걸고 뛰어든 ‘스리랑카 의인’…영주권 첫 사례

입력 2018.12.24 (08:30) 수정 2018.12.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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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화염에 휩싸인 집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선뜻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아무나 하기 힘든 이 일을 해낸 한 이주 노동자가 있습니다.

스리랑카 출신 이주 노동자 니말씨의 이야기인데요.

불이 난 집에 들어가 90대 할머니를 구한 공로로 영주권을 받게 됐습니다.

정부가 의로운 일을 한 공로로 이주노동자에게 영주권을 준 것은 처음인데요.

니말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오전, 대구 출입국 사무소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니말씨가 영주권을 받아듭니다.

[유복근/법무부 국적·통합정책단장 :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고 생명의 숭고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선행으로 인해 외국인이 영주 자격을 얻은 건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 :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 영주권을 준 것은 처음이지 않나……."]

스리랑카에서 수학교사로 일하던 니말씨가 한국으로 건너온 건 지난 2013년.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우리나라 살 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니까 한국에 나와서 돈 많이 벌어서 가족과 잘 살 생각에 왔어요.”]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일하던 니말씨는 체류기간이 만류되어 2016년, 불법체류자가 되고 맙니다.

인력사무소에서 하루하루 일을 구하던 그는경북 군위의 한 과수원에서 일하게 되는데요.

[정창식/마을 주민 : “체격은 작지만 책임감도 있고 친화력도 좋고 아주머니들도 우리 집 일하러 오거든요. 아주머니들하고 (어울리는) 사교성도 있고…….”]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해 2월이었습니다.

그날도 과수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니말씨는 마을 할머니의 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하는데요.

집 주인인 90대 할머니가 아직 나오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한국 아주머니가 얘기했어요. '엄마가 집 안에 있어. 엄마 있어요.'”]

당시 니말씨는 한국말을 거의 못했지만 ‘엄마’라는 말에 바로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스리랑카 말로 엄마인 ‘암마’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내 엄마든 한국 엄마든 (엄마의 의미는) 전 세계 다 똑같아요. 그러니까 (들어)갔어요.”]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니말은 신분이 드러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때는 할머니를 구해야한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집에 불날 땐 불법체류자로 비자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거 위험해. 이런 건 아무것도 생각 안 했어요. 사람이 위험해. 위험해서 할머니 데려온다(만 생각했어요.)”]

화염이 집을 뒤덮은 상황에서 안으로 뛰어 들어간 니말씨. 다행히 할머니를 구출해 나올 수 있었지만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장진영/의성소방서 현장대응단 : “일반인이 들어가기엔 겁나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니말 씨가 안에 들어가서 구출했다는 것은 용감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니말씨 덕분에 할머니는 무사했습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할머니 잘 살아서 내 기분 너무너무 좋아요. 할머니 잘 살아요.”]

하지만 15분 가량 화염 속에 있었던 탓에 니말씨 상태는 좋지 않았는데요.

[장진영/의성소방서 현장대응단 : “목 부위와 머리와 손 부위에 화상 입은 정도가 있어서요. 현장에서는 일단 빨리 이송하는 게 급선무기 때문에 이송하면서…….”]

병원으로 이송된 니말씨는 폐손상과 2도 화상으로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최근까지도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백진오/담당 의사 : “연기 흡입을 많이 했습니다. 유독가스를. 흡인성 폐손상 내지는 흡인 자상이라고 하는데 그런 상태로 내원을 하셨고…….”]

문제는 병원비였습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정창식/마을 주민 : “병원비가 엄청나게 나오더라고요. 3천만 원 나오더라고. 처음에 3일 있었는데 천 3백만 원 나왔으니까…….”]

게다가 치료로 인해 일을 할 수가 없게 되면서 부담은 커졌습니다.

다행히 지난 6월 정부에서 니말씨를 의상자로 인정하면서 불법 체류자 신분은 벗어나게 됐는데요.

치료를 계속 받아야하는데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해야하는 니말씨의 사정을 고려해 영주권 부여를 추진, 이렇게 결실을 맺게 된 겁니다.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 : “영주권을 취득하신 분들은 체류 기간 연장 허가의 신청 의무가 면제됩니다. 그리고 체류자격의 구분에 따른 활동 범위에 제한이 없습니다.”]

이제 의료보험도, 취직도 가능하게 된 니말씨.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내 생각에 너무 기분 좋아요.”]

마을 사람들도 니말의 영주권 획득 소식에 축하를 보냈는데요.

[정창식/마을 주민 : “성실하지, 착하지, 일 잘하지. 이런 재원 하나 더 가지면 나라가 좋은 거죠.”]

니말씨의 영주권 획득 소식은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아딜/이주 노동자 : “이렇게 된 건 너무 좋아요.(니말 씨는)착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 우리는 한국 사람과 똑같은 사람, 마음이 똑같아요”]

[김경태/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 :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 좋은 일을 했을 경우에 사람을 구했을 경우에는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올 수 있겠다는 폭넓은 체류에 대한 희망을 좀 가지게 되는 거죠.”]

니말씨는 조만간 스리랑카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투병중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인데요.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사원 가서 기도하고 왔어요.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하고 기도하고 왔어요.”]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니말씨.

의로운 행동으로 편견을 넘어선 그는 이제 한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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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목숨 걸고 뛰어든 ‘스리랑카 의인’…영주권 첫 사례
    • 입력 2018-12-24 08:33:36
    • 수정2018-12-24 1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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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화염에 휩싸인 집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선뜻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아무나 하기 힘든 이 일을 해낸 한 이주 노동자가 있습니다.

스리랑카 출신 이주 노동자 니말씨의 이야기인데요.

불이 난 집에 들어가 90대 할머니를 구한 공로로 영주권을 받게 됐습니다.

정부가 의로운 일을 한 공로로 이주노동자에게 영주권을 준 것은 처음인데요.

니말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오전, 대구 출입국 사무소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니말씨가 영주권을 받아듭니다.

[유복근/법무부 국적·통합정책단장 :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고 생명의 숭고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선행으로 인해 외국인이 영주 자격을 얻은 건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 :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 영주권을 준 것은 처음이지 않나……."]

스리랑카에서 수학교사로 일하던 니말씨가 한국으로 건너온 건 지난 2013년.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우리나라 살 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니까 한국에 나와서 돈 많이 벌어서 가족과 잘 살 생각에 왔어요.”]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일하던 니말씨는 체류기간이 만류되어 2016년, 불법체류자가 되고 맙니다.

인력사무소에서 하루하루 일을 구하던 그는경북 군위의 한 과수원에서 일하게 되는데요.

[정창식/마을 주민 : “체격은 작지만 책임감도 있고 친화력도 좋고 아주머니들도 우리 집 일하러 오거든요. 아주머니들하고 (어울리는) 사교성도 있고…….”]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해 2월이었습니다.

그날도 과수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니말씨는 마을 할머니의 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하는데요.

집 주인인 90대 할머니가 아직 나오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한국 아주머니가 얘기했어요. '엄마가 집 안에 있어. 엄마 있어요.'”]

당시 니말씨는 한국말을 거의 못했지만 ‘엄마’라는 말에 바로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스리랑카 말로 엄마인 ‘암마’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내 엄마든 한국 엄마든 (엄마의 의미는) 전 세계 다 똑같아요. 그러니까 (들어)갔어요.”]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니말은 신분이 드러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때는 할머니를 구해야한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집에 불날 땐 불법체류자로 비자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거 위험해. 이런 건 아무것도 생각 안 했어요. 사람이 위험해. 위험해서 할머니 데려온다(만 생각했어요.)”]

화염이 집을 뒤덮은 상황에서 안으로 뛰어 들어간 니말씨. 다행히 할머니를 구출해 나올 수 있었지만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장진영/의성소방서 현장대응단 : “일반인이 들어가기엔 겁나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니말 씨가 안에 들어가서 구출했다는 것은 용감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니말씨 덕분에 할머니는 무사했습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할머니 잘 살아서 내 기분 너무너무 좋아요. 할머니 잘 살아요.”]

하지만 15분 가량 화염 속에 있었던 탓에 니말씨 상태는 좋지 않았는데요.

[장진영/의성소방서 현장대응단 : “목 부위와 머리와 손 부위에 화상 입은 정도가 있어서요. 현장에서는 일단 빨리 이송하는 게 급선무기 때문에 이송하면서…….”]

병원으로 이송된 니말씨는 폐손상과 2도 화상으로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최근까지도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백진오/담당 의사 : “연기 흡입을 많이 했습니다. 유독가스를. 흡인성 폐손상 내지는 흡인 자상이라고 하는데 그런 상태로 내원을 하셨고…….”]

문제는 병원비였습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정창식/마을 주민 : “병원비가 엄청나게 나오더라고요. 3천만 원 나오더라고. 처음에 3일 있었는데 천 3백만 원 나왔으니까…….”]

게다가 치료로 인해 일을 할 수가 없게 되면서 부담은 커졌습니다.

다행히 지난 6월 정부에서 니말씨를 의상자로 인정하면서 불법 체류자 신분은 벗어나게 됐는데요.

치료를 계속 받아야하는데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해야하는 니말씨의 사정을 고려해 영주권 부여를 추진, 이렇게 결실을 맺게 된 겁니다.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 : “영주권을 취득하신 분들은 체류 기간 연장 허가의 신청 의무가 면제됩니다. 그리고 체류자격의 구분에 따른 활동 범위에 제한이 없습니다.”]

이제 의료보험도, 취직도 가능하게 된 니말씨.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내 생각에 너무 기분 좋아요.”]

마을 사람들도 니말의 영주권 획득 소식에 축하를 보냈는데요.

[정창식/마을 주민 : “성실하지, 착하지, 일 잘하지. 이런 재원 하나 더 가지면 나라가 좋은 거죠.”]

니말씨의 영주권 획득 소식은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아딜/이주 노동자 : “이렇게 된 건 너무 좋아요.(니말 씨는)착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 우리는 한국 사람과 똑같은 사람, 마음이 똑같아요”]

[김경태/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 :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 좋은 일을 했을 경우에 사람을 구했을 경우에는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올 수 있겠다는 폭넓은 체류에 대한 희망을 좀 가지게 되는 거죠.”]

니말씨는 조만간 스리랑카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투병중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인데요.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니말/영주권 획득 이주노동자 : “사원 가서 기도하고 왔어요.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하고 기도하고 왔어요.”]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니말씨.

의로운 행동으로 편견을 넘어선 그는 이제 한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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