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강원 문화

입력 2018.12.28 (21:50) 수정 2018.12.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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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강원도에서
문화를 얘기할 때면
열악하다거나 질이 낮다는
부정적인 표현이 자주 거론됩니다.
하지만, 통계상으론
강원도의 문화시설 수는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강원도의 문화산업을
송혜림/ 송승룡 기자가 집중 조명합니다.


[리포트]

크고 작은 공연장을 갖춘
문화예술 전문 공연시설입니다.

140석 규모의 소공연장은
올해 겨우 십여 일만 사용했습니다.

바로 아래층엔
5백석 규모의 대공연장이 있습니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단체의 모임용으로
빌려줘 보기도 했지만,
올해 사용일수는 96일.

1년에 2백일 이상
텅 비어 있었단 얘깁니다.

문화예술회관 관계자(음성변조)/
"(군 단위라) 인원이 얼마 안되니까…어쨌거나 2만명 좀 넘는데 그거 마저도 나뉘어 있으니까."

근처의 미술관입니다.

전시가 없는 날이
1년에 2백일이 넘습니다.

전시회를 열어도
하루 평균 관람인원은 고작 27명뿐입니다.

미술관 관계자(음성변조)/
"마을 단위로 카풀이랄까 해서 왔으면 좋겠는데 여러가지로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 같고요."

도시의 소공연장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 공연장의 연간 사용일수는
70일 남짓.

공연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4배 정도 더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강원도의 인구가 적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이도 많습니다.

특히, 읍, 면 단위 지역의 경우,
공연장까지 가려면
30-40분씩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도로는 꼬부랑길에
대중교통까지 열악합니다.

유료공연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도 적지 않습니다.

오제환/ 강원문화재단 사무처장/
"군단위 같은 경우는 거의 문화예술단체도 미미하고, 특히 군민들의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도(열악합니다)"

주민이 없으니, 공연도 없고,
공연이 없으니 문화 수준이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됩니다.

임순희/ 문화프로덕션 '도모' 대표
"외부에서 좋은 공연들이 문화예술회관에 얼마든지 작품이 들어올 수는 있지만, 지역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충분치가 않은 거예요."



미술관이나 문화예술회관 같은 곳을
문화기반시설이라고 부르는데요.

강원도에는 이런 문화시설이
2백 개 넘게 있습니다.

경기도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습니다.

인구 백만 명당 문화시설 비율은
더 높습니다.

제주도에 이어 전국 2윕니다.

갯수로만 따지면,
강원도의 문화는
전국 최고 수준인 겁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얘기가 다릅니다.

강원도 내
문예회관의 공연일수는
평균 75일입니다.

1년 중 290일은 공연이 없습니다.

공연횟수가
대도시의 3분의 1도 안 되고,
전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또, 공연을
돈을 내고 즐기는 사람도 적습니다.

문예회관의 유료관객수는
전국에서 제일 적습니다.

평균치의 10분의 1에 그칩니다.

문화의 질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돕니다.

그럼, 해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강원 문화의 질적 도약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송승룡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

국내 최고 수준의 국악과
인기가수의 공연이 열린
대형 공연장입니다.

객석 천3백 석이 모자라
5백 명은 바닥에 걸터 앉았습니다.



불편할텐데도
박수와 환호가 끊이질 않습니다.

오제환/강원문화재단 사무처장
"이거(문화)는 창작이기 때문에, 공연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어떤 공연을 1년 동안 준비하고 만들어 낼 건지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횡성에선
작은 극단이
커다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상주하면서,
공연도 준비하고,
주민들에게 연극도 가르쳐 줍니다.

처음에 낯설기만 했던 연극.
이젠 많이 친숙해졌습니다.

전은숙/ 연극프로그램 참가자
"이런 일을 통해서 저런 어른들이나 저같은 사람들도 이렇게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니까. 몸은 나이를 점점 먹지만 마음이 참 젊어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처럼 문화의 질을 높이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건물만 늘릴 게 아니라
문화 산업의 토양부터 바꾸자는 겁니다.

유영심/강원연구원 부연구위원/
"군 단위로 봐서는 소규모 단위의 생활문화 중심으로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선
당장은 돈이 안되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만
지역의 문화산업 육성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승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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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 길 먼 강원 문화
    • 입력 2018-12-28 21:50:07
    • 수정2018-12-28 23:48:06
    뉴스9(원주)
[앵커멘트] 강원도에서 문화를 얘기할 때면 열악하다거나 질이 낮다는 부정적인 표현이 자주 거론됩니다. 하지만, 통계상으론 강원도의 문화시설 수는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강원도의 문화산업을 송혜림/ 송승룡 기자가 집중 조명합니다. [리포트] 크고 작은 공연장을 갖춘 문화예술 전문 공연시설입니다. 140석 규모의 소공연장은 올해 겨우 십여 일만 사용했습니다. 바로 아래층엔 5백석 규모의 대공연장이 있습니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단체의 모임용으로 빌려줘 보기도 했지만, 올해 사용일수는 96일. 1년에 2백일 이상 텅 비어 있었단 얘깁니다. 문화예술회관 관계자(음성변조)/ "(군 단위라) 인원이 얼마 안되니까…어쨌거나 2만명 좀 넘는데 그거 마저도 나뉘어 있으니까." 근처의 미술관입니다. 전시가 없는 날이 1년에 2백일이 넘습니다. 전시회를 열어도 하루 평균 관람인원은 고작 27명뿐입니다. 미술관 관계자(음성변조)/ "마을 단위로 카풀이랄까 해서 왔으면 좋겠는데 여러가지로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 같고요." 도시의 소공연장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 공연장의 연간 사용일수는 70일 남짓. 공연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4배 정도 더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강원도의 인구가 적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이도 많습니다. 특히, 읍, 면 단위 지역의 경우, 공연장까지 가려면 30-40분씩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도로는 꼬부랑길에 대중교통까지 열악합니다. 유료공연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도 적지 않습니다. 오제환/ 강원문화재단 사무처장/ "군단위 같은 경우는 거의 문화예술단체도 미미하고, 특히 군민들의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도(열악합니다)" 주민이 없으니, 공연도 없고, 공연이 없으니 문화 수준이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됩니다. 임순희/ 문화프로덕션 '도모' 대표 "외부에서 좋은 공연들이 문화예술회관에 얼마든지 작품이 들어올 수는 있지만, 지역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충분치가 않은 거예요." 미술관이나 문화예술회관 같은 곳을 문화기반시설이라고 부르는데요. 강원도에는 이런 문화시설이 2백 개 넘게 있습니다. 경기도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습니다. 인구 백만 명당 문화시설 비율은 더 높습니다. 제주도에 이어 전국 2윕니다. 갯수로만 따지면, 강원도의 문화는 전국 최고 수준인 겁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얘기가 다릅니다. 강원도 내 문예회관의 공연일수는 평균 75일입니다. 1년 중 290일은 공연이 없습니다. 공연횟수가 대도시의 3분의 1도 안 되고, 전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또, 공연을 돈을 내고 즐기는 사람도 적습니다. 문예회관의 유료관객수는 전국에서 제일 적습니다. 평균치의 10분의 1에 그칩니다. 문화의 질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돕니다. 그럼, 해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강원 문화의 질적 도약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송승룡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 국내 최고 수준의 국악과 인기가수의 공연이 열린 대형 공연장입니다. 객석 천3백 석이 모자라 5백 명은 바닥에 걸터 앉았습니다. 불편할텐데도 박수와 환호가 끊이질 않습니다. 오제환/강원문화재단 사무처장 "이거(문화)는 창작이기 때문에, 공연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어떤 공연을 1년 동안 준비하고 만들어 낼 건지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횡성에선 작은 극단이 커다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상주하면서, 공연도 준비하고, 주민들에게 연극도 가르쳐 줍니다. 처음에 낯설기만 했던 연극. 이젠 많이 친숙해졌습니다. 전은숙/ 연극프로그램 참가자 "이런 일을 통해서 저런 어른들이나 저같은 사람들도 이렇게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니까. 몸은 나이를 점점 먹지만 마음이 참 젊어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처럼 문화의 질을 높이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건물만 늘릴 게 아니라 문화 산업의 토양부터 바꾸자는 겁니다. 유영심/강원연구원 부연구위원/ "군 단위로 봐서는 소규모 단위의 생활문화 중심으로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선 당장은 돈이 안되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만 지역의 문화산업 육성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승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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