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교류·협력 활발…훈풍 속 ‘2018 남북을 오가다’

입력 2018.12.29 (07:49) 수정 2018.12.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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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한해 한반도 정세, 말 그대로 대격변기였다는 평가가 맞는 듯 합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녹기 시작했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물꼬를 텄는데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여전히 속도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할 때 적대감, 대결보다는 평화와 협력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 한 해 조성된 한반도의 역사적 장면,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년 간 반목과 갈등을 반복하던 남북 관계.

화해의 훈풍은 평창에 가장 먼저 불어왔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임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 사건! 남북 단일팀이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입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분단국에서 펼쳐진 극적인 평화 드라마는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최악으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로 급반전을 맞았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8년 신년사 :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평창올림픽 참가와 함께 남북 대화 의사를 전해온 김 위원장.

판문점 연락망이 빠르게 복원됐고, 2년만에 남북 고위 당국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마주앉았습니다.

[리선권/조평통 위원장/북측 수석대표 :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아이스하키와 피겨페어, 스키 등 5개 종목에 총 22명의 선수를 보냈습니다.

IOC가 출전을 특별히 허용하는 와일드카드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결과입니다.

선수촌 도착 다음날부터 훈련에 들어간 북한 피겨팀은 남측 선수들과 같은 빙판에서 훈련을 하며 우정을 쌓았습니다.

[김주식/북측 피겨스케이팅 페어 대표 : "(훈련 같이했잖아요. 어땠어요?) 강찬이한테 물어보시죠. 어떻나... 우리는 좋았습니다."]

남북 역사상 최초로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평화올림픽의 기치를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짧았던 합동 훈련 기간에, 선수들의 사전 양해나 감독과의 충분한 상의가 없었던 점 등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5전 전패로 예선 탈락했지만, 일본전에서 터진 첫 득점은 금메달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랜디 희수 그리핀/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 "경기장에 정말 멋진 열정적인 응원이 있었고 2피리어드 내내 우리 팀에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골을 더 넣지 못해 아쉽습니다."]

연말을 맞아 단일팀의 주역들을 다시 만나봤습니다.

그 겨울, 뜨거웠던 평창의 아이스링크를 선수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박종아/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주장 : "애국가 대신에 아리랑이 나왔을 때 그때 뭔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아마... (미묘한 감동이요.) 시합 전인데 뭔가 눈물이 날 것 같은... 그게 무슨 감동인지 모르겠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잊히지 않는 것 같아요."]

다행히 올림픽에 출전했던 많은 선수들이 최근 국내 첫 여자아이스하키 실업팀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평화를 실현한 공로를 인정받아 큰 상도 받았습니다.

[한수진/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 : "(올 한해 남북 관계에서도 놀라운 일이 많이 일어났는데요. 선수로서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쉽지만 저희가 여자팀이 하나다 보니까 시합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요. 중학교 남자팀 리그 정도인데 북한에는 실업팀이 6개 정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남북 교류를 수원시청 이름으로 참가한다면 남북 교류에 또 의미 있는 그런 일이 되지 않을까..."]

올 한해 남북 화합은 예술 분야에서도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전날 열린 강릉 공연.

삼지연관현악단은 남쪽 가요 등을 섞어 부르며 정치색 논란을 피했습니다.

서울 무대에서는 현송월 단장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현송월/삼지연관현악단 관장 : "단장인 제 체면을 봐서 앞선 가수들보다 조금 더 크게 박수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북한 노래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 : "삼천리가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 통일, 통일, 통일이어라."]

13년 만에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도 성사됐습니다.

[조용필/가수 : "13년 전 제가 평양에 와서 공연을 했습니다. 그때 평양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 저의 음악과 노래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교감했습니다."]

남북 가수가 손을 꼭 잡고 한국의 대중가요를 부르는가 하면, 아이돌 가수의 자유로운 모습도 북한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리설주 여사와 함께 공연을 관람한 김 위원장은 우리 측 예술단을 각별히 챙기며 '가을이 왔다' 공연을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예리/레드벨벳 : "(남측에서) 저희 레드벨벳과 (김 위원장이) 만날지 안 만날지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오늘 찾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셨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온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활동은 정치적 의미가 컸습니다.

[김여정/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 "대통령님께서 마음 많이 써주셔서 불편함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우리 측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역시 특사로 평양을 방문하여 남북정상회담이 빠르게 가시화됐습니다.

남북 특사 외교는 경색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국면 전환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안겼습니다.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3월 7일, 백악관 브리핑 :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 감사를 표시하고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5월 안에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회담이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오시는데 힘들지 않았습니까?) 아닙니다.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고요.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런 자리까지 나와서 맞이해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았습니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들고,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이제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온 겨레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새 시대를 열어나갈 확고한 의지를 같이 하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이뤄졌습니다.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이를 계기로 무산 위기에 처한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도 살아났습니다.

결국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놓고 세기의 담판을 벌였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는 (북한의) 체제 보장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변함없는 약속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이게 우리가 방금 서명한 성명서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북미 간 기 싸움은 계속됐습니다.

북한은 연내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원했지만,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없는 상응조치는 없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문대통령의 평양행은 이러한 북미 교착 국면을 타개하는 데 있었습니다.

[조선중앙TV :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근 4개월 만에 또다시 상봉하게 된 기쁨을 나누시며 뜨겁게 포옹하시였습니다."]

순안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시민과 눈을 맞추고,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고개를 숙여 이른바 90도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평양 시민 앞에 선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이 함께 일궈낸 정상회담 결과도 직접 전달했습니다.

[평양 5.1 경기장 연설 :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7분 간 이어진 문 대통령의 연설에 15만 관중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습니다.

[북한 주민 : "통일이 당장 되는 것 같습니다! 통일이 빨리 오게끔 적극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한 특별수행단의 솔직한 방북 후기도 남북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음을 실감케 했습니다.

[최현우/마술사/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단 : "대박이다. 대박이야. 사진에서 보던 느낌이랑 다르고요. 물이 너무 깨끗해요. 진짜 이 안에 용이 산다고 해도 믿을 만큼 진짜 신선한 느낌이에요."]

특히 평양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군사 분야 합의서는 남북관계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JSA 비무장화 :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어제 JSA의 비무장화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비무장지대 내 남북 공동 유해 발굴 : "남측 지역에서만 벌써 9구의 6.25 전사자 유해가 발굴됐습니다."]

[서해 NLL 일대 적대행위 금지 : "서해 북방한계선 NLL 인근에서는 해안포 포문이 폐쇄됐습니다."]

감시초소 GP 20여 곳이 철거됐고, 남북한 군인들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로의 철책선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남북 간 해빙 분위기는 이산가족의 멍든 가슴도 보듬었습니다.

피난길에 네 살배기 아들과 헤어진 이금섬 할머니.

지난 8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67년 만에 아들을 만났습니다.

[이금섬/이산가족/92세 : "이렇게 앉아있는 거 가서 끌어안으며 너 상철이가 맞나 하고 물어보고 그렇게 끌어안았지."]

[이금섬/이산가족/92세 : "상철이 맞아? 상철이 맞니? 아이고 어떻게 살았어..."]

앳된 얼굴로 기억에 남아있던 아들은 71살 노인이 됐습니다.

엄마 노릇을 못해 준 죄책감에 아들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던 46시간.

하지만 구순 노모와 칠순 아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생이별을 했습니다.

[이금섬/이산가족/92세 : "(헤어질 때 아드님이 어머님 백 살까지만 살아달라고 했다면서요?) 예. '엄마 100살만 살아 한 번 더 만나게.' 그러니까 아쉬운 거지 저도, 저도 이렇게 갑자기 보니까 할 말을 못했을 거 아니야. 자식들 낳았느냐, 몇 남 몇 녀냐, 그 사람들하고도 잘 지내냐, (아들한테) 물어봐야 되는데 그런 것도 하나도 못 물어봤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아쉬워."]

올해 남북, 북미 관계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은 장면들이 여러 번 연출됐습니다.

하지만 북미 간 기싸움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정세가 다시 반전의 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사흘 뒤 발표될 북한의 신년사가 첫 가늠대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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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교류·협력 활발…훈풍 속 ‘2018 남북을 오가다’
    • 입력 2018-12-29 07:59:18
    • 수정2018-12-29 1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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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한해 한반도 정세, 말 그대로 대격변기였다는 평가가 맞는 듯 합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녹기 시작했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물꼬를 텄는데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여전히 속도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할 때 적대감, 대결보다는 평화와 협력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 한 해 조성된 한반도의 역사적 장면,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년 간 반목과 갈등을 반복하던 남북 관계.

화해의 훈풍은 평창에 가장 먼저 불어왔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임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 사건! 남북 단일팀이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입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분단국에서 펼쳐진 극적인 평화 드라마는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최악으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로 급반전을 맞았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8년 신년사 :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평창올림픽 참가와 함께 남북 대화 의사를 전해온 김 위원장.

판문점 연락망이 빠르게 복원됐고, 2년만에 남북 고위 당국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마주앉았습니다.

[리선권/조평통 위원장/북측 수석대표 :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아이스하키와 피겨페어, 스키 등 5개 종목에 총 22명의 선수를 보냈습니다.

IOC가 출전을 특별히 허용하는 와일드카드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결과입니다.

선수촌 도착 다음날부터 훈련에 들어간 북한 피겨팀은 남측 선수들과 같은 빙판에서 훈련을 하며 우정을 쌓았습니다.

[김주식/북측 피겨스케이팅 페어 대표 : "(훈련 같이했잖아요. 어땠어요?) 강찬이한테 물어보시죠. 어떻나... 우리는 좋았습니다."]

남북 역사상 최초로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평화올림픽의 기치를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짧았던 합동 훈련 기간에, 선수들의 사전 양해나 감독과의 충분한 상의가 없었던 점 등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5전 전패로 예선 탈락했지만, 일본전에서 터진 첫 득점은 금메달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랜디 희수 그리핀/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 "경기장에 정말 멋진 열정적인 응원이 있었고 2피리어드 내내 우리 팀에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골을 더 넣지 못해 아쉽습니다."]

연말을 맞아 단일팀의 주역들을 다시 만나봤습니다.

그 겨울, 뜨거웠던 평창의 아이스링크를 선수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박종아/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주장 : "애국가 대신에 아리랑이 나왔을 때 그때 뭔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아마... (미묘한 감동이요.) 시합 전인데 뭔가 눈물이 날 것 같은... 그게 무슨 감동인지 모르겠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잊히지 않는 것 같아요."]

다행히 올림픽에 출전했던 많은 선수들이 최근 국내 첫 여자아이스하키 실업팀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평화를 실현한 공로를 인정받아 큰 상도 받았습니다.

[한수진/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 : "(올 한해 남북 관계에서도 놀라운 일이 많이 일어났는데요. 선수로서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쉽지만 저희가 여자팀이 하나다 보니까 시합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요. 중학교 남자팀 리그 정도인데 북한에는 실업팀이 6개 정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남북 교류를 수원시청 이름으로 참가한다면 남북 교류에 또 의미 있는 그런 일이 되지 않을까..."]

올 한해 남북 화합은 예술 분야에서도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전날 열린 강릉 공연.

삼지연관현악단은 남쪽 가요 등을 섞어 부르며 정치색 논란을 피했습니다.

서울 무대에서는 현송월 단장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현송월/삼지연관현악단 관장 : "단장인 제 체면을 봐서 앞선 가수들보다 조금 더 크게 박수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북한 노래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 : "삼천리가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 통일, 통일, 통일이어라."]

13년 만에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도 성사됐습니다.

[조용필/가수 : "13년 전 제가 평양에 와서 공연을 했습니다. 그때 평양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 저의 음악과 노래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교감했습니다."]

남북 가수가 손을 꼭 잡고 한국의 대중가요를 부르는가 하면, 아이돌 가수의 자유로운 모습도 북한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리설주 여사와 함께 공연을 관람한 김 위원장은 우리 측 예술단을 각별히 챙기며 '가을이 왔다' 공연을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예리/레드벨벳 : "(남측에서) 저희 레드벨벳과 (김 위원장이) 만날지 안 만날지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오늘 찾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셨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온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활동은 정치적 의미가 컸습니다.

[김여정/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 "대통령님께서 마음 많이 써주셔서 불편함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우리 측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역시 특사로 평양을 방문하여 남북정상회담이 빠르게 가시화됐습니다.

남북 특사 외교는 경색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국면 전환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안겼습니다.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3월 7일, 백악관 브리핑 :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 감사를 표시하고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5월 안에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회담이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오시는데 힘들지 않았습니까?) 아닙니다.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고요.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런 자리까지 나와서 맞이해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았습니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들고,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이제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온 겨레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새 시대를 열어나갈 확고한 의지를 같이 하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이뤄졌습니다.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이를 계기로 무산 위기에 처한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도 살아났습니다.

결국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놓고 세기의 담판을 벌였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는 (북한의) 체제 보장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변함없는 약속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이게 우리가 방금 서명한 성명서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북미 간 기 싸움은 계속됐습니다.

북한은 연내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원했지만,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없는 상응조치는 없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문대통령의 평양행은 이러한 북미 교착 국면을 타개하는 데 있었습니다.

[조선중앙TV :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근 4개월 만에 또다시 상봉하게 된 기쁨을 나누시며 뜨겁게 포옹하시였습니다."]

순안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시민과 눈을 맞추고,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고개를 숙여 이른바 90도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평양 시민 앞에 선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이 함께 일궈낸 정상회담 결과도 직접 전달했습니다.

[평양 5.1 경기장 연설 :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7분 간 이어진 문 대통령의 연설에 15만 관중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습니다.

[북한 주민 : "통일이 당장 되는 것 같습니다! 통일이 빨리 오게끔 적극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한 특별수행단의 솔직한 방북 후기도 남북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음을 실감케 했습니다.

[최현우/마술사/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단 : "대박이다. 대박이야. 사진에서 보던 느낌이랑 다르고요. 물이 너무 깨끗해요. 진짜 이 안에 용이 산다고 해도 믿을 만큼 진짜 신선한 느낌이에요."]

특히 평양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군사 분야 합의서는 남북관계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JSA 비무장화 :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어제 JSA의 비무장화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비무장지대 내 남북 공동 유해 발굴 : "남측 지역에서만 벌써 9구의 6.25 전사자 유해가 발굴됐습니다."]

[서해 NLL 일대 적대행위 금지 : "서해 북방한계선 NLL 인근에서는 해안포 포문이 폐쇄됐습니다."]

감시초소 GP 20여 곳이 철거됐고, 남북한 군인들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로의 철책선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남북 간 해빙 분위기는 이산가족의 멍든 가슴도 보듬었습니다.

피난길에 네 살배기 아들과 헤어진 이금섬 할머니.

지난 8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67년 만에 아들을 만났습니다.

[이금섬/이산가족/92세 : "이렇게 앉아있는 거 가서 끌어안으며 너 상철이가 맞나 하고 물어보고 그렇게 끌어안았지."]

[이금섬/이산가족/92세 : "상철이 맞아? 상철이 맞니? 아이고 어떻게 살았어..."]

앳된 얼굴로 기억에 남아있던 아들은 71살 노인이 됐습니다.

엄마 노릇을 못해 준 죄책감에 아들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던 46시간.

하지만 구순 노모와 칠순 아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생이별을 했습니다.

[이금섬/이산가족/92세 : "(헤어질 때 아드님이 어머님 백 살까지만 살아달라고 했다면서요?) 예. '엄마 100살만 살아 한 번 더 만나게.' 그러니까 아쉬운 거지 저도, 저도 이렇게 갑자기 보니까 할 말을 못했을 거 아니야. 자식들 낳았느냐, 몇 남 몇 녀냐, 그 사람들하고도 잘 지내냐, (아들한테) 물어봐야 되는데 그런 것도 하나도 못 물어봤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아쉬워."]

올해 남북, 북미 관계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은 장면들이 여러 번 연출됐습니다.

하지만 북미 간 기싸움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정세가 다시 반전의 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사흘 뒤 발표될 북한의 신년사가 첫 가늠대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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