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책방] 뜻밖의 완벽주의자?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완벽한 방법
입력 2018.12.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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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대생이 본과 1학년에 한 과목에서 F를 맞아 유급했다. 실험과목에 리포트를 내지 않아 유급된 보기 드문 경우였는데 그는 그저 '덤벙대는 학생'이었던 걸까? 사실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디테일에 집착하다 보니 아예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미루고 미루다 마감시한이 다가오자 그냥 포기하고 마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뜻밖의 완벽주의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5년 동안 1,000건이 넘는 의대생 심리 상담을 통해 '어린 완벽주의자'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다.
'입시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의대에 들어갔다면 나름 '승자'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저자가 만난 많은 의대생은 이유 모를 자기 비하에 시달리고 있었다. 공부 잘한다고 칭찬받고 살아왔으며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자랑하는데도 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직도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을까? 그들이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누가 저 같은 걸 좋아하겠어요?"
「완벽주의란 보다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신념이며,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의 태도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부여하고 성취감을 얻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질서와 정돈을 얻고자 한다.」본문 22쪽
'보다 높은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으니 '지금 나의 상태'는 항상 불만족스럽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거나, 혹은 아주 훌륭한 상태여도 말이다. 이런 완벽주의를 마음에 품고 있다 보면, 친구를 사귈 때도 불안하고 연애를 할 때도 불안하다. 내 스스로가 맘에 안 드는데 누가 날 좋아하길 꿈꿀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저자는 "완벽주의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마실수록 갈증이 심해질 뿐"이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 부모가 어린 완벽주의자들을 키워낸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은 '완벽주의자 부모'에 의해 자라난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완벽주의자는 자녀에게도 관대하지 못하고, 어린 자녀가 실수해도 '아이여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기지 못한다. 잘한 것보다는 부족한 것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는 앞으로 이뤄낼 성과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러다 보면 자녀도 완벽주의자의 길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는 자기 자신이 세상을 힘들게 살기 때문에 '자식만큼은 편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식에게 열린 사고, 자유로운 삶 같은 것을 강조하는데, (…) 자식은 절대 부모가 살라는 대로 살지 않는다. 부모가 사는 대로 산다. 그래서 완벽주의자의 자녀는 거의 예외 없이 완벽주의자가 된다.」 본문 94쪽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하면 된다'의 함정이 여기에 도사리고 있다.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미래의 내가 행복해 질 것이라는 믿음, 뭐든 열심히 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피어난다. '있는 것, 가진 것'보다는 '없는 것, 부족한 것'이 더 눈에 들어오고,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혹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한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당신도 완벽주의자일 수 있다
저자는 완벽주의의 핵심은 '당위성에 대한 숭배'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들은 세상 모든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양보해야 하고, 부모님은 자주 찾아봬야 하고, 연인 사이에는 기념일을 챙겨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점점 인생은 당위성투성이가 되고, 항상 마음이 무겁다. 행여나 뭔가 빼먹었을까 봐,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일도 지레 걱정하고, 미리 불안해하다가 결국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 '거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하며 다시 자기만의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그럼 '완벽주의'를 벗어날 방법도 있을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자
'해야 하는 일'에서 중요한 건 효율과 성과다. 해야 하는 일은 정확한 목표를 정해서 빨리 끝내면 된다. 여기서 재미나 가치까지 얻으려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공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효율적으로 공부해서 필요한 성적을 얻으면 되지, 재미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서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다. 재미로 시작한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잘하지 못해도 문제는 아니다. 취미 삼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 힘들다면 그만두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즐거움 이외의 것은 신경 쓰지 않으면 인생이 심플해진다.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없어요' 대신 '있어요'를 쓰는 언어습관을 들여보자. 그러면 "남자친구와 있으면 설렘이 없어요"라는 말 대신, "남자친구와 만나면 편안한 건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 이 상태에서 무엇이 부족한가를 찾으려 하지 말고,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자.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완벽주의를 벗어나는 실질적인 교정방법이다.
또한, 무엇이든 쓸데없이 판단하려 하지 말고, 지금 내 상태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행복은 '당위'가 아니고, 누군가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완벽주의자인가? 혹은 왜 이렇게 힘들지? 하고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이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장형주 지음, 지식프레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5년 동안 1,000건이 넘는 의대생 심리 상담을 통해 '어린 완벽주의자'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다.
'입시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의대에 들어갔다면 나름 '승자'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저자가 만난 많은 의대생은 이유 모를 자기 비하에 시달리고 있었다. 공부 잘한다고 칭찬받고 살아왔으며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자랑하는데도 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직도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을까? 그들이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누가 저 같은 걸 좋아하겠어요?"
「완벽주의란 보다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신념이며,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의 태도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부여하고 성취감을 얻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질서와 정돈을 얻고자 한다.」본문 22쪽
'보다 높은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으니 '지금 나의 상태'는 항상 불만족스럽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거나, 혹은 아주 훌륭한 상태여도 말이다. 이런 완벽주의를 마음에 품고 있다 보면, 친구를 사귈 때도 불안하고 연애를 할 때도 불안하다. 내 스스로가 맘에 안 드는데 누가 날 좋아하길 꿈꿀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저자는 "완벽주의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마실수록 갈증이 심해질 뿐"이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 부모가 어린 완벽주의자들을 키워낸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은 '완벽주의자 부모'에 의해 자라난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완벽주의자는 자녀에게도 관대하지 못하고, 어린 자녀가 실수해도 '아이여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기지 못한다. 잘한 것보다는 부족한 것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는 앞으로 이뤄낼 성과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러다 보면 자녀도 완벽주의자의 길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는 자기 자신이 세상을 힘들게 살기 때문에 '자식만큼은 편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식에게 열린 사고, 자유로운 삶 같은 것을 강조하는데, (…) 자식은 절대 부모가 살라는 대로 살지 않는다. 부모가 사는 대로 산다. 그래서 완벽주의자의 자녀는 거의 예외 없이 완벽주의자가 된다.」 본문 94쪽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하면 된다'의 함정이 여기에 도사리고 있다.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미래의 내가 행복해 질 것이라는 믿음, 뭐든 열심히 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피어난다. '있는 것, 가진 것'보다는 '없는 것, 부족한 것'이 더 눈에 들어오고,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혹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한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당신도 완벽주의자일 수 있다
저자는 완벽주의의 핵심은 '당위성에 대한 숭배'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들은 세상 모든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양보해야 하고, 부모님은 자주 찾아봬야 하고, 연인 사이에는 기념일을 챙겨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점점 인생은 당위성투성이가 되고, 항상 마음이 무겁다. 행여나 뭔가 빼먹었을까 봐,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일도 지레 걱정하고, 미리 불안해하다가 결국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 '거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하며 다시 자기만의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그럼 '완벽주의'를 벗어날 방법도 있을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자
'해야 하는 일'에서 중요한 건 효율과 성과다. 해야 하는 일은 정확한 목표를 정해서 빨리 끝내면 된다. 여기서 재미나 가치까지 얻으려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공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효율적으로 공부해서 필요한 성적을 얻으면 되지, 재미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서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다. 재미로 시작한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잘하지 못해도 문제는 아니다. 취미 삼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 힘들다면 그만두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즐거움 이외의 것은 신경 쓰지 않으면 인생이 심플해진다.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없어요' 대신 '있어요'를 쓰는 언어습관을 들여보자. 그러면 "남자친구와 있으면 설렘이 없어요"라는 말 대신, "남자친구와 만나면 편안한 건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 이 상태에서 무엇이 부족한가를 찾으려 하지 말고,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자.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완벽주의를 벗어나는 실질적인 교정방법이다.
또한, 무엇이든 쓸데없이 판단하려 하지 말고, 지금 내 상태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행복은 '당위'가 아니고, 누군가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완벽주의자인가? 혹은 왜 이렇게 힘들지? 하고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이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장형주 지음, 지식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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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29 08:18:35

한 의대생이 본과 1학년에 한 과목에서 F를 맞아 유급했다. 실험과목에 리포트를 내지 않아 유급된 보기 드문 경우였는데 그는 그저 '덤벙대는 학생'이었던 걸까? 사실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디테일에 집착하다 보니 아예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미루고 미루다 마감시한이 다가오자 그냥 포기하고 마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뜻밖의 완벽주의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5년 동안 1,000건이 넘는 의대생 심리 상담을 통해 '어린 완벽주의자'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다.
'입시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의대에 들어갔다면 나름 '승자'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저자가 만난 많은 의대생은 이유 모를 자기 비하에 시달리고 있었다. 공부 잘한다고 칭찬받고 살아왔으며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자랑하는데도 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직도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을까? 그들이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누가 저 같은 걸 좋아하겠어요?"
「완벽주의란 보다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신념이며,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의 태도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부여하고 성취감을 얻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질서와 정돈을 얻고자 한다.」본문 22쪽
'보다 높은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으니 '지금 나의 상태'는 항상 불만족스럽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거나, 혹은 아주 훌륭한 상태여도 말이다. 이런 완벽주의를 마음에 품고 있다 보면, 친구를 사귈 때도 불안하고 연애를 할 때도 불안하다. 내 스스로가 맘에 안 드는데 누가 날 좋아하길 꿈꿀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저자는 "완벽주의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마실수록 갈증이 심해질 뿐"이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 부모가 어린 완벽주의자들을 키워낸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은 '완벽주의자 부모'에 의해 자라난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완벽주의자는 자녀에게도 관대하지 못하고, 어린 자녀가 실수해도 '아이여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기지 못한다. 잘한 것보다는 부족한 것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는 앞으로 이뤄낼 성과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러다 보면 자녀도 완벽주의자의 길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는 자기 자신이 세상을 힘들게 살기 때문에 '자식만큼은 편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식에게 열린 사고, 자유로운 삶 같은 것을 강조하는데, (…) 자식은 절대 부모가 살라는 대로 살지 않는다. 부모가 사는 대로 산다. 그래서 완벽주의자의 자녀는 거의 예외 없이 완벽주의자가 된다.」 본문 94쪽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하면 된다'의 함정이 여기에 도사리고 있다.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미래의 내가 행복해 질 것이라는 믿음, 뭐든 열심히 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피어난다. '있는 것, 가진 것'보다는 '없는 것, 부족한 것'이 더 눈에 들어오고,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혹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한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당신도 완벽주의자일 수 있다
저자는 완벽주의의 핵심은 '당위성에 대한 숭배'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들은 세상 모든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양보해야 하고, 부모님은 자주 찾아봬야 하고, 연인 사이에는 기념일을 챙겨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점점 인생은 당위성투성이가 되고, 항상 마음이 무겁다. 행여나 뭔가 빼먹었을까 봐,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일도 지레 걱정하고, 미리 불안해하다가 결국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 '거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하며 다시 자기만의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그럼 '완벽주의'를 벗어날 방법도 있을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자
'해야 하는 일'에서 중요한 건 효율과 성과다. 해야 하는 일은 정확한 목표를 정해서 빨리 끝내면 된다. 여기서 재미나 가치까지 얻으려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공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효율적으로 공부해서 필요한 성적을 얻으면 되지, 재미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서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다. 재미로 시작한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잘하지 못해도 문제는 아니다. 취미 삼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 힘들다면 그만두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즐거움 이외의 것은 신경 쓰지 않으면 인생이 심플해진다.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없어요' 대신 '있어요'를 쓰는 언어습관을 들여보자. 그러면 "남자친구와 있으면 설렘이 없어요"라는 말 대신, "남자친구와 만나면 편안한 건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 이 상태에서 무엇이 부족한가를 찾으려 하지 말고,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자.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완벽주의를 벗어나는 실질적인 교정방법이다.
또한, 무엇이든 쓸데없이 판단하려 하지 말고, 지금 내 상태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행복은 '당위'가 아니고, 누군가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완벽주의자인가? 혹은 왜 이렇게 힘들지? 하고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이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장형주 지음, 지식프레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5년 동안 1,000건이 넘는 의대생 심리 상담을 통해 '어린 완벽주의자'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다.
'입시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의대에 들어갔다면 나름 '승자'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저자가 만난 많은 의대생은 이유 모를 자기 비하에 시달리고 있었다. 공부 잘한다고 칭찬받고 살아왔으며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자랑하는데도 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직도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을까? 그들이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누가 저 같은 걸 좋아하겠어요?"
「완벽주의란 보다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신념이며,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의 태도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부여하고 성취감을 얻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질서와 정돈을 얻고자 한다.」본문 22쪽
'보다 높은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으니 '지금 나의 상태'는 항상 불만족스럽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거나, 혹은 아주 훌륭한 상태여도 말이다. 이런 완벽주의를 마음에 품고 있다 보면, 친구를 사귈 때도 불안하고 연애를 할 때도 불안하다. 내 스스로가 맘에 안 드는데 누가 날 좋아하길 꿈꿀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저자는 "완벽주의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마실수록 갈증이 심해질 뿐"이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 부모가 어린 완벽주의자들을 키워낸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은 '완벽주의자 부모'에 의해 자라난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완벽주의자는 자녀에게도 관대하지 못하고, 어린 자녀가 실수해도 '아이여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기지 못한다. 잘한 것보다는 부족한 것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는 앞으로 이뤄낼 성과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러다 보면 자녀도 완벽주의자의 길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는 자기 자신이 세상을 힘들게 살기 때문에 '자식만큼은 편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식에게 열린 사고, 자유로운 삶 같은 것을 강조하는데, (…) 자식은 절대 부모가 살라는 대로 살지 않는다. 부모가 사는 대로 산다. 그래서 완벽주의자의 자녀는 거의 예외 없이 완벽주의자가 된다.」 본문 94쪽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하면 된다'의 함정이 여기에 도사리고 있다.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미래의 내가 행복해 질 것이라는 믿음, 뭐든 열심히 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피어난다. '있는 것, 가진 것'보다는 '없는 것, 부족한 것'이 더 눈에 들어오고,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혹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한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당신도 완벽주의자일 수 있다
저자는 완벽주의의 핵심은 '당위성에 대한 숭배'라고 말한다. 완벽주의자들은 세상 모든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양보해야 하고, 부모님은 자주 찾아봬야 하고, 연인 사이에는 기념일을 챙겨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점점 인생은 당위성투성이가 되고, 항상 마음이 무겁다. 행여나 뭔가 빼먹었을까 봐,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일도 지레 걱정하고, 미리 불안해하다가 결국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 '거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하며 다시 자기만의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그럼 '완벽주의'를 벗어날 방법도 있을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자
'해야 하는 일'에서 중요한 건 효율과 성과다. 해야 하는 일은 정확한 목표를 정해서 빨리 끝내면 된다. 여기서 재미나 가치까지 얻으려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공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효율적으로 공부해서 필요한 성적을 얻으면 되지, 재미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서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다. 재미로 시작한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잘하지 못해도 문제는 아니다. 취미 삼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 힘들다면 그만두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즐거움 이외의 것은 신경 쓰지 않으면 인생이 심플해진다.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없어요' 대신 '있어요'를 쓰는 언어습관을 들여보자. 그러면 "남자친구와 있으면 설렘이 없어요"라는 말 대신, "남자친구와 만나면 편안한 건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 이 상태에서 무엇이 부족한가를 찾으려 하지 말고,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자.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완벽주의를 벗어나는 실질적인 교정방법이다.
또한, 무엇이든 쓸데없이 판단하려 하지 말고, 지금 내 상태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행복은 '당위'가 아니고, 누군가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완벽주의자인가? 혹은 왜 이렇게 힘들지? 하고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이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장형주 지음, 지식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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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기자 isuy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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