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콩고민주공화국’에 ‘민주’는 없다?

입력 2019.01.03 (10:49) 수정 2019.01.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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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58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적인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오랜 독재와 내전에 시달려왔던 만큼 이번엔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겠다는 국민들의 염원이 컸는데요.

하지만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후 처음으로 민주적인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유권자가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선거인 명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직접 찾고 있는데요.

길게 늘어선 줄에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소중한 한표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나탈리 나샤무켄디/투표자 : "컴퓨터에 메모리 카드가 없어서 지금까지 투표를 못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왔는데 이미 날이 어두워졌어요. 하지만 우리는 투표할 것입니다."]

드디어 개표 시작!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손전등까지 동원한 중단 없는 개표가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개표가 시작된 지 하룻만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부당국이 전국의 인터넷망과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전부 차단해 버린 겁니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허위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어, 국가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이유를 내세웠는데요.

오는 6일, 예비 선거 결과가 나올때까지 인터넷과 문자메시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이스마엘 쿠툰기/학생 :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있고, 그것을 막으려고 정부에서 인터넷을 끊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민주콩고의 대선은 무늬만 '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야권이 우세한 지역에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투표가 취소됐고, 선거관리위원회 창고에 불이나 대선 투표 집계기가 못 쓰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인터넷 차단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우는 꼴이 됐는데요.

[로저 무톰보/택시 운전사 : "인터넷 차단은 선거위원회가 투명하지 않고 부정행위를 하려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죠. 우리는 그걸 원하지 않아요."]

개표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한 개표소 현장.

유권자 약 4천 명의 개표 결과가 실시간으로 학교 칠판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날로그 방식의 개표에 국제사회는 못 미더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카메룬의 대선 개표 현장 또한 학교 칠판에 개표 결과를 기록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선거를 거쳐 30여 년 철권 통치자로 군림해 온 85세의 폴비야가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물론 국제사회조차 '부정선거'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는데요.

[안드레/카메룬 시민 : "이것은 명백한 사기입니다. 일종의 카메룬 방식이죠. 우리는 이런 사기에 익숙해요. 결과가 15일 후에 발표된다고 하면 분명히 부정행위가 있는 거죠."]

선거 때마다 혼란과 공정성 문제에 휘말리는 아프리카 선거.

올해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아프가니스탄 등 아프리카 곳곳에서도 대선이 치러질 예정입니다.

올해는 부디, 공정하고, 평화로운 선거가 치러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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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콩고민주공화국’에 ‘민주’는 없다?
    • 입력 2019-01-03 10:53:06
    • 수정2019-01-03 10: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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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58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적인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오랜 독재와 내전에 시달려왔던 만큼 이번엔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겠다는 국민들의 염원이 컸는데요.

하지만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후 처음으로 민주적인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유권자가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선거인 명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직접 찾고 있는데요.

길게 늘어선 줄에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소중한 한표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나탈리 나샤무켄디/투표자 : "컴퓨터에 메모리 카드가 없어서 지금까지 투표를 못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왔는데 이미 날이 어두워졌어요. 하지만 우리는 투표할 것입니다."]

드디어 개표 시작!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손전등까지 동원한 중단 없는 개표가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개표가 시작된 지 하룻만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부당국이 전국의 인터넷망과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전부 차단해 버린 겁니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허위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어, 국가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이유를 내세웠는데요.

오는 6일, 예비 선거 결과가 나올때까지 인터넷과 문자메시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이스마엘 쿠툰기/학생 :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있고, 그것을 막으려고 정부에서 인터넷을 끊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민주콩고의 대선은 무늬만 '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야권이 우세한 지역에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투표가 취소됐고, 선거관리위원회 창고에 불이나 대선 투표 집계기가 못 쓰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인터넷 차단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우는 꼴이 됐는데요.

[로저 무톰보/택시 운전사 : "인터넷 차단은 선거위원회가 투명하지 않고 부정행위를 하려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죠. 우리는 그걸 원하지 않아요."]

개표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한 개표소 현장.

유권자 약 4천 명의 개표 결과가 실시간으로 학교 칠판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날로그 방식의 개표에 국제사회는 못 미더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카메룬의 대선 개표 현장 또한 학교 칠판에 개표 결과를 기록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선거를 거쳐 30여 년 철권 통치자로 군림해 온 85세의 폴비야가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물론 국제사회조차 '부정선거'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는데요.

[안드레/카메룬 시민 : "이것은 명백한 사기입니다. 일종의 카메룬 방식이죠. 우리는 이런 사기에 익숙해요. 결과가 15일 후에 발표된다고 하면 분명히 부정행위가 있는 거죠."]

선거 때마다 혼란과 공정성 문제에 휘말리는 아프리카 선거.

올해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아프가니스탄 등 아프리카 곳곳에서도 대선이 치러질 예정입니다.

올해는 부디, 공정하고, 평화로운 선거가 치러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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