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기부의 나라 미국, 가짜 자선단체 주의!

입력 2019.01.03 (18:06) 수정 2019.01.0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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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글로벌 경제 시간입니다.

미국은 기부가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나라인데 지난 연말을 전후로 기부금 사기, 가짜 자선단체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소식입니다.

워싱턴 연결합니다.

이재원 특파원, 미국은 기부 문화가 잘 정착된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인들은 통상 소득의 얼마나 기부를 하나요?

[기자]

네, 해마다 조금씩 변화는 있지만 미국 사람들은 가처분소득의 평균 2% 정도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 민간 조사기관인 기빙USA의 조사 결과입니다.

한번 표를 보실까요,

지난 40여년 간 미국인 기부율은 가처분 소득의 2%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2000년에 2.4%까지 올랐다가 1.8%까지 떨어진 시기가 있는데,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입니다.

이후 경기가 좋아지면서 기부 비율도 2%대를 회복했습니다.

[앵커]

구체적인 금액으로는 미국에서 1년에 어느 정도 액수가 자선단체에 기부되는 건가요?

[기자]

네, 지난해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요.

그 전 해인 2017년 미국에서 걷힌 기부금 총액은 4천 100억 달러, 우리 돈 약 456조 5천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표를 보시죠.

미국 내 기부금 총액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시기만 빼면 계속 증가해 왔고요.

2014년 3천 580억 달러, 2015년 3천 730억 달러를 기록하다가 2017년에는 처음으로 4천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우리 정부 한해 예산과 거의 맞먹는 규모입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에서 기부금 관련 사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면서요?

어떤 사례가 있나요?

[기자]

미국의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인터넷에 올려서 공개 모금을 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데, 최근 여기와 관련된 사기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2017년, 미국의 남녀 한 쌍이 필라델피아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연료가 떨어졌을 당시, 한 노숙자가 20달러 전 재산을 털어 자신들을 도왔는데, 이 노숙자를 돕고 싶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후 이 사이트를 통해 36만 7천 달러가 모였는데, 이들 남녀는 노숙자에게 7만 5천 달러를 주고 나머지는 자신들이 착복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사기에 가담했던 노숙자가 무슨 이유에선지 이 남녀의 사기 행각을 고발하면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들은 사기 행각이 드러난 후에도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케이트 맥클러/기부금 사기 혐의 : "목숨을 위협하고 집을 불태워 버린다는 협박, 그리고 가족까지 협박하는 걸 감당해 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우린 그저 좋은 일을 했을 뿐인데요."]

[앵커]

개인이 아닌 자선단체가 활동을 제대로 하는지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텐데요,

이와 관련한 사례도 있나요?

[기자]

미국 플로리다에 본부를 둔 AFP&CC라는 민간 자선단체가 있습니다.

순직경찰 가족들 돕는 프로그램 등을 주로 운영하는 단체인데, 설립된 지 40년이 넘은 이 단체가 석달 전 미네소타 주 법무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2017년에 미네소타 주민 약 만 명으로부터 기부금 47만 달러를 모았는데 이 가운데 단 9%만 순직 경찰 유가족을 돕는 데 사용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데이브 메투살람/미네소타 경찰관 협회 이사 : "30년 간 미네소타에서 경찰 유가족들을 도와 오면서 이 단체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이 단체는 앞서 1995년에도 미네소타 주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미네소타 주 당국은 이 단체에 기부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고 미네소타에서 향후 모금 활동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뉴욕에 있는 트럼프 재단도 자금 유용 혐의를 받다가 최근에 해산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죠?

[기자]

네, 이름있는 유명한 자선 재단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은 불거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재단인 '도널드 J. 트럼프 재단'이 그 중 한 곳인데요,

지난해 6월 자금 유용 혐의로 뉴욕 주 검찰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트럼프의 사업상 채무 상환과 골프장 재단장, 대선 유세 자금 조달 등에 트럼프 재단을 반복적으로 이용했다는 겁니다.

뉴욕 검찰 조사 끝에 트럼프 재단은 결국 해산하기로 합의하고, 재단에 남은 자금 175만 달러는 주 법무장관이 지정하는 다른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양측 간 합의는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확정됩니다.

[앵커]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선의를 갖고 하는 좋은 일인데, 악용되면 안 되겠죠?

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기부금 관련 사기가 해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중순을 '국제 자선단체 사기 주의 주간'으로 지정했습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기부를 하기 전에 소비자보호기관이나 자선단체 평가기관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당 단체의 등록 여부와 활동 평가 등을 사전에 조사해 볼 것을 권했습니다.

또 세금 공제를 받으려면 현금이나 기프트카드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기부금 납부 후에는 영수증을 챙기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런데도 피해를 막지 못했다면 사기 행위와 관련된 단체 등을 당국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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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3 18:12:52
    • 수정2019-01-03 18:22:31
    통합뉴스룸ET
[앵커]

글로벌 경제 시간입니다.

미국은 기부가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나라인데 지난 연말을 전후로 기부금 사기, 가짜 자선단체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소식입니다.

워싱턴 연결합니다.

이재원 특파원, 미국은 기부 문화가 잘 정착된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인들은 통상 소득의 얼마나 기부를 하나요?

[기자]

네, 해마다 조금씩 변화는 있지만 미국 사람들은 가처분소득의 평균 2% 정도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 민간 조사기관인 기빙USA의 조사 결과입니다.

한번 표를 보실까요,

지난 40여년 간 미국인 기부율은 가처분 소득의 2%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2000년에 2.4%까지 올랐다가 1.8%까지 떨어진 시기가 있는데,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입니다.

이후 경기가 좋아지면서 기부 비율도 2%대를 회복했습니다.

[앵커]

구체적인 금액으로는 미국에서 1년에 어느 정도 액수가 자선단체에 기부되는 건가요?

[기자]

네, 지난해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요.

그 전 해인 2017년 미국에서 걷힌 기부금 총액은 4천 100억 달러, 우리 돈 약 456조 5천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표를 보시죠.

미국 내 기부금 총액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시기만 빼면 계속 증가해 왔고요.

2014년 3천 580억 달러, 2015년 3천 730억 달러를 기록하다가 2017년에는 처음으로 4천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우리 정부 한해 예산과 거의 맞먹는 규모입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에서 기부금 관련 사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면서요?

어떤 사례가 있나요?

[기자]

미국의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인터넷에 올려서 공개 모금을 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데, 최근 여기와 관련된 사기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2017년, 미국의 남녀 한 쌍이 필라델피아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연료가 떨어졌을 당시, 한 노숙자가 20달러 전 재산을 털어 자신들을 도왔는데, 이 노숙자를 돕고 싶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후 이 사이트를 통해 36만 7천 달러가 모였는데, 이들 남녀는 노숙자에게 7만 5천 달러를 주고 나머지는 자신들이 착복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사기에 가담했던 노숙자가 무슨 이유에선지 이 남녀의 사기 행각을 고발하면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들은 사기 행각이 드러난 후에도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케이트 맥클러/기부금 사기 혐의 : "목숨을 위협하고 집을 불태워 버린다는 협박, 그리고 가족까지 협박하는 걸 감당해 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우린 그저 좋은 일을 했을 뿐인데요."]

[앵커]

개인이 아닌 자선단체가 활동을 제대로 하는지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텐데요,

이와 관련한 사례도 있나요?

[기자]

미국 플로리다에 본부를 둔 AFP&CC라는 민간 자선단체가 있습니다.

순직경찰 가족들 돕는 프로그램 등을 주로 운영하는 단체인데, 설립된 지 40년이 넘은 이 단체가 석달 전 미네소타 주 법무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2017년에 미네소타 주민 약 만 명으로부터 기부금 47만 달러를 모았는데 이 가운데 단 9%만 순직 경찰 유가족을 돕는 데 사용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데이브 메투살람/미네소타 경찰관 협회 이사 : "30년 간 미네소타에서 경찰 유가족들을 도와 오면서 이 단체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이 단체는 앞서 1995년에도 미네소타 주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미네소타 주 당국은 이 단체에 기부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고 미네소타에서 향후 모금 활동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뉴욕에 있는 트럼프 재단도 자금 유용 혐의를 받다가 최근에 해산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죠?

[기자]

네, 이름있는 유명한 자선 재단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은 불거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재단인 '도널드 J. 트럼프 재단'이 그 중 한 곳인데요,

지난해 6월 자금 유용 혐의로 뉴욕 주 검찰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트럼프의 사업상 채무 상환과 골프장 재단장, 대선 유세 자금 조달 등에 트럼프 재단을 반복적으로 이용했다는 겁니다.

뉴욕 검찰 조사 끝에 트럼프 재단은 결국 해산하기로 합의하고, 재단에 남은 자금 175만 달러는 주 법무장관이 지정하는 다른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양측 간 합의는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확정됩니다.

[앵커]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선의를 갖고 하는 좋은 일인데, 악용되면 안 되겠죠?

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기부금 관련 사기가 해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중순을 '국제 자선단체 사기 주의 주간'으로 지정했습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기부를 하기 전에 소비자보호기관이나 자선단체 평가기관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당 단체의 등록 여부와 활동 평가 등을 사전에 조사해 볼 것을 권했습니다.

또 세금 공제를 받으려면 현금이나 기프트카드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기부금 납부 후에는 영수증을 챙기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런데도 피해를 막지 못했다면 사기 행위와 관련된 단체 등을 당국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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