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무너지는 해일 방파제 ‘맹그로브 숲’

입력 2019.01.05 (21:53) 수정 2019.01.0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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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도네시아에선 쓰나미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이 그 고통을 감당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는데요.

매번 큰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맹그로브 숲 파괴가 지목받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숲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김민지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의 해안가에 자리잡은 맹그로브 숲.

울창한 숲을 만나기 위해선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소금기가 가득한데다 수시로 바닷물에 잠기는 곳.

맹그로브 나무는 이런 극한의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거미줄 같은 뿌리가 특징인 맹그로브는 물고기들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돼 줍니다.

멸종위기종 등 각종 생물들의 삶의 터전인 이 숲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해일과 태풍을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 역할 때문입니다.

[에카/까라송 맹그로브 공원 직원 : "맹그로브는 물고기 서식지, 먹이 등을 제공합니다. 또 썰물과 밀물로 인한 해안 침식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지난달 말 수도 자카르타 인근 반텐주 지역을 덮친 해일.

400명 넘게 숨졌습니다.

인도네시아 동쪽 술라웨시섬의 팔루 지역에서 2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 이후 불과 3개월 여 만의 참사였습니다.

해일 피해가 컸던 지역들.

모두 맹그로브 파괴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맹그로브는 전세계에 걸쳐 분포하지만 최대서식지는 동남아시아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맹그로브 파괴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곳으로 꼽힙니다.

[피르만/인도네시아 산림부 산림보존국장 : "인도네시아는 맹그로브 숲 전체 면적은 350만 헥타르입니다. 그중 현재 파괴된 면적은 약 180만 헥타르에 달합니다."]

맹그로브 숲은 왜이리 잘려진 걸까.

자바섬 동쪽에 위치한 인드라마유의 해안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 숲 대신 논처럼 생긴 양식장이 드넓게 펼쳐집니다.

바로 새우 양식장입니다.

해변을 따라 맹그로브 나무가 가득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거대한 새우 양식장으로 변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새우 수출량은 연간 22만 톤 이상으로 세계 4위 수준.

천연 영양분이 많은 맹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양식장이 맹그로브를 벌목하고 지어집니다.

[모하마드 졸파자인/새우 양식장 관리자 : "여기서는 바나메이라는 종류의 새우를 양식하고 있습니다. 수출용인데 양식장의 총면적은 35헥타르입니다."]

맹그로브를 밀어낸 건 새우 양식장뿐만이 아닙니다.

자바섬의 대표적인 주말 휴양지 반텐주.

그 중에서도 딴중 르숭은 최근 해일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이곳을 찾은 건 해일이 덮치기 불과 나흘 전.

해일이 덮치기 전과 후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이곳 해안가는 야자수와 잔디밭으로 꾸며진 정원과 대규모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래 이 해변도 맹그로브 숲이 있었던 곳입니다.

[우쟝 사푸르딘/딴중 르숭 주민 : "옛날부터 약 200미터 밖까지 다 늪지대 숲이었습니다. 숲에 원숭이, 산돼지 같은 야생동물도 많아서 혼자 걸어 다니는 것도 위험할 정도였지요."]

맹그로브 숲이 없어지고 들어선 휴양지.

울타리를 잃은 해안가는 집채 만한 해일에 속수무책 무너졌습니다.

새우양식장과 리조트, 팜농장과 고무농장에 뗄감용 벌목까지.

이대로가면 앞으로 100년 안에 맹그로브가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2004년 무려 22만 명 넘게 희생된 인도양 쓰나미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맹그로브 복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예산으론 이미 절반 이상 파괴된 맹그로브를 회복시키는 건 더디기만 합니다.

[피르만/인도네시아 산림부 산림보존국장 : "맹그로브 복원에 앞으로 30년은 걸릴 것입니다. 10년 안에 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문제는 예산이지요.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일의 위력을 직접 느끼고 맹그로브 복원에 나선 주민들도 있습니다.

찌레본 바닷가 마을의 누르신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누르신/찌레본 주민 : "앞으로 더 큰 파도가 닥쳐왔을 때 이런 숲이 있다면 우리가 좀 더 안전할 것으로 생각해요."]

처음엔 관심이 없던 주민들도 숲이 복원된 뒤 눈에 띄게 해안 침식이 줄어들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어획량도 늘어 일석이조의 효과이기도 합니다.

[따아디/찌레본 어민 : "작은 물고기들은 맹그로브 밑에 살게 됐고요. 큰 고기들도 많은 수는 아니어도 다시 살게 됐습니다."]

탄소 흡수량이 월등한 맹그로브는 공해와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에카/카라송 맹그로브 숲 관리자 : "맹그로브는 일반 나무보다 산소를 5배나 더 많이 생산합니다. 산소를 아주 많이 생산하는 식물입니다."]

사람과 생물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맹그로브 숲.

동남아뿐 아니라 지구의 보물 맹그로브 숲의 위기는 우리 모두의 위기로 다가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김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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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무너지는 해일 방파제 ‘맹그로브 숲’
    • 입력 2019-01-05 22:26:42
    • 수정2019-01-05 22: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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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도네시아에선 쓰나미나 해일 같은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이 그 고통을 감당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는데요.

매번 큰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맹그로브 숲 파괴가 지목받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숲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김민지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의 해안가에 자리잡은 맹그로브 숲.

울창한 숲을 만나기 위해선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소금기가 가득한데다 수시로 바닷물에 잠기는 곳.

맹그로브 나무는 이런 극한의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거미줄 같은 뿌리가 특징인 맹그로브는 물고기들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돼 줍니다.

멸종위기종 등 각종 생물들의 삶의 터전인 이 숲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해일과 태풍을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 역할 때문입니다.

[에카/까라송 맹그로브 공원 직원 : "맹그로브는 물고기 서식지, 먹이 등을 제공합니다. 또 썰물과 밀물로 인한 해안 침식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지난달 말 수도 자카르타 인근 반텐주 지역을 덮친 해일.

400명 넘게 숨졌습니다.

인도네시아 동쪽 술라웨시섬의 팔루 지역에서 2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 이후 불과 3개월 여 만의 참사였습니다.

해일 피해가 컸던 지역들.

모두 맹그로브 파괴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맹그로브는 전세계에 걸쳐 분포하지만 최대서식지는 동남아시아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맹그로브 파괴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곳으로 꼽힙니다.

[피르만/인도네시아 산림부 산림보존국장 : "인도네시아는 맹그로브 숲 전체 면적은 350만 헥타르입니다. 그중 현재 파괴된 면적은 약 180만 헥타르에 달합니다."]

맹그로브 숲은 왜이리 잘려진 걸까.

자바섬 동쪽에 위치한 인드라마유의 해안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 숲 대신 논처럼 생긴 양식장이 드넓게 펼쳐집니다.

바로 새우 양식장입니다.

해변을 따라 맹그로브 나무가 가득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거대한 새우 양식장으로 변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새우 수출량은 연간 22만 톤 이상으로 세계 4위 수준.

천연 영양분이 많은 맹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양식장이 맹그로브를 벌목하고 지어집니다.

[모하마드 졸파자인/새우 양식장 관리자 : "여기서는 바나메이라는 종류의 새우를 양식하고 있습니다. 수출용인데 양식장의 총면적은 35헥타르입니다."]

맹그로브를 밀어낸 건 새우 양식장뿐만이 아닙니다.

자바섬의 대표적인 주말 휴양지 반텐주.

그 중에서도 딴중 르숭은 최근 해일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이곳을 찾은 건 해일이 덮치기 불과 나흘 전.

해일이 덮치기 전과 후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이곳 해안가는 야자수와 잔디밭으로 꾸며진 정원과 대규모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래 이 해변도 맹그로브 숲이 있었던 곳입니다.

[우쟝 사푸르딘/딴중 르숭 주민 : "옛날부터 약 200미터 밖까지 다 늪지대 숲이었습니다. 숲에 원숭이, 산돼지 같은 야생동물도 많아서 혼자 걸어 다니는 것도 위험할 정도였지요."]

맹그로브 숲이 없어지고 들어선 휴양지.

울타리를 잃은 해안가는 집채 만한 해일에 속수무책 무너졌습니다.

새우양식장과 리조트, 팜농장과 고무농장에 뗄감용 벌목까지.

이대로가면 앞으로 100년 안에 맹그로브가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2004년 무려 22만 명 넘게 희생된 인도양 쓰나미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맹그로브 복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예산으론 이미 절반 이상 파괴된 맹그로브를 회복시키는 건 더디기만 합니다.

[피르만/인도네시아 산림부 산림보존국장 : "맹그로브 복원에 앞으로 30년은 걸릴 것입니다. 10년 안에 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문제는 예산이지요.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일의 위력을 직접 느끼고 맹그로브 복원에 나선 주민들도 있습니다.

찌레본 바닷가 마을의 누르신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누르신/찌레본 주민 : "앞으로 더 큰 파도가 닥쳐왔을 때 이런 숲이 있다면 우리가 좀 더 안전할 것으로 생각해요."]

처음엔 관심이 없던 주민들도 숲이 복원된 뒤 눈에 띄게 해안 침식이 줄어들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어획량도 늘어 일석이조의 효과이기도 합니다.

[따아디/찌레본 어민 : "작은 물고기들은 맹그로브 밑에 살게 됐고요. 큰 고기들도 많은 수는 아니어도 다시 살게 됐습니다."]

탄소 흡수량이 월등한 맹그로브는 공해와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에카/카라송 맹그로브 숲 관리자 : "맹그로브는 일반 나무보다 산소를 5배나 더 많이 생산합니다. 산소를 아주 많이 생산하는 식물입니다."]

사람과 생물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맹그로브 숲.

동남아뿐 아니라 지구의 보물 맹그로브 숲의 위기는 우리 모두의 위기로 다가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김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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