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도 만든다던 ‘청계천 공구거리’ 철거…“지켜주세요”

입력 2019.01.13 (21:26) 수정 2019.01.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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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곳에선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서울 청계천 공구거리.

최근 재개발로 인해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갈 곳을 잃은 상인들은 근대화를 이끈 이곳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손글씨 간판들이 쭉 늘어선 이곳, 청계천 공구거립니다.

볼트와 너트, 솔을 파는 가게부터 종합 상사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기름밥' 52년, 고정민 씨는 이곳에서 34년을 보냈습니다.

["여기다가 이제 가공을 해야 된다고..."]

일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훌쩍 가게를 나섭니다.

["저 12mm 볼트 좀 사러 왔습니다. (예, 어서 오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몇 번만 오가도 재료부터 색칠까지 해결되는 기특한 거립니다.

["바쁘게 다니시는구려. (네.)"]

이웃 몇이 모이면 탱크도 만든다는 우스갯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고정민/범진유압기계 사장 : "볼트도 사서 하고 베어링도 여기 근방에 다 있으니까 뭐든지 제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아버지 가게를 넘겨받아 33년째 가업을 잇고 있는 홍성철 씨.

30대에 찍은 사진, 이젠 추억이 됐습니다.

[홍성철/평안상사 사장 : "이게 1988년도니까 제가 입사한 다음 해, 제가 31살이었을 때 찍은 사진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보고서 '누구지' 그랬었는데..."]

하지만 여기까집니다.

재개발 사업으로 석 달 전부터 철거가 시작됐는데 벌써 400여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사를 가려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금상/신화사 사장 : "창신동에, 점포는 못 얻고 권리금 달라 그러고 비싸니까 못 얻고. 창고 얻어 가지고 창고로 지금 들어가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를 만드는 이동엽 씨는 재작년 공구거리 명성을 믿고 들어왔다 실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동엽/아나츠 사장 : "이곳은 천국이다. 여기서 다 살 수 있고 다 만들 수 있고. 그곳이 다 없어진다면 아, 이거 도대체 머리만 있고 팔다리가 없는 그런 상태가 되거든요."]

이 자리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섭니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제조업을 이끌어온 청계천 공구거리.

상인들은 역사와 추억이 깃든 이곳을 '제조산업 문화 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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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크도 만든다던 ‘청계천 공구거리’ 철거…“지켜주세요”
    • 입력 2019-01-13 21:29:10
    • 수정2019-01-13 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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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곳에선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서울 청계천 공구거리.

최근 재개발로 인해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갈 곳을 잃은 상인들은 근대화를 이끈 이곳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손글씨 간판들이 쭉 늘어선 이곳, 청계천 공구거립니다.

볼트와 너트, 솔을 파는 가게부터 종합 상사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기름밥' 52년, 고정민 씨는 이곳에서 34년을 보냈습니다.

["여기다가 이제 가공을 해야 된다고..."]

일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훌쩍 가게를 나섭니다.

["저 12mm 볼트 좀 사러 왔습니다. (예, 어서 오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몇 번만 오가도 재료부터 색칠까지 해결되는 기특한 거립니다.

["바쁘게 다니시는구려. (네.)"]

이웃 몇이 모이면 탱크도 만든다는 우스갯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고정민/범진유압기계 사장 : "볼트도 사서 하고 베어링도 여기 근방에 다 있으니까 뭐든지 제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아버지 가게를 넘겨받아 33년째 가업을 잇고 있는 홍성철 씨.

30대에 찍은 사진, 이젠 추억이 됐습니다.

[홍성철/평안상사 사장 : "이게 1988년도니까 제가 입사한 다음 해, 제가 31살이었을 때 찍은 사진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보고서 '누구지' 그랬었는데..."]

하지만 여기까집니다.

재개발 사업으로 석 달 전부터 철거가 시작됐는데 벌써 400여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사를 가려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금상/신화사 사장 : "창신동에, 점포는 못 얻고 권리금 달라 그러고 비싸니까 못 얻고. 창고 얻어 가지고 창고로 지금 들어가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를 만드는 이동엽 씨는 재작년 공구거리 명성을 믿고 들어왔다 실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동엽/아나츠 사장 : "이곳은 천국이다. 여기서 다 살 수 있고 다 만들 수 있고. 그곳이 다 없어진다면 아, 이거 도대체 머리만 있고 팔다리가 없는 그런 상태가 되거든요."]

이 자리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섭니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제조업을 이끌어온 청계천 공구거리.

상인들은 역사와 추억이 깃든 이곳을 '제조산업 문화 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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