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기름 한 방울이라도 더…94명 사망

입력 2019.01.23 (10:48) 수정 2019.01.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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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멕시코에서 일어난 송유관 폭발사고의 사망자가 94명으로 늘었습니다.

중화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날 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 곳에 몰려들어야 했던 걸까요?

지구촌 인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리포트]

반쯤 타버린 신발과 옷가지들.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했던 송유관 폭발 사고 현장.

[리차드 팔라시오스/생존자 : "폭발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살기위해 허둥지둥 이곳으로 달려왔어요. 옷에 불이 붙은 사람은 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불을 꺼졌지만,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망, 실종자가 발생한 상황.

사랑하는 이의 흔적만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에,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합니다.

[아나 벨리스코/유가족 : "아들이 그곳에 가지 않도록 막았습니다.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렸는데... 아들은 더이상 여기 없네요."]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떠난 아들은 돌아 올 수 없는 현실.

지난 주말엔,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가 적지 않습니다.

[마르타 바카/희생자 가족 : "저의 아들이 없어졌습니다. 신원을 식별할 수 없는 사람중에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DNA 검사를 해서 아들의 시신만이라도 찾을 거예요."]

어쩌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문제는 '기름'이었습니다.

멕시코는 산유국이면서도 정유시설이 부족하다보니, 기름값이 비싼 편인데요.

이 때문에 멕시코에서는 오래 전부터 송유관에 구멍을 내 기름을 훔쳐가는 도둑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지난해엔 하루 평균 40건이 넘는 기름 절도가 횡행했는데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기름 도둑과의 전쟁'을 선포 했습니다.

국민들에게도 기름을 아껴써 달라며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멕시코 대통령 : "모든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반드시 주유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면 양보해 주십시요.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도둑들이 노리는 송유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가급적 열차와 트럭으로 기름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송유관을 유조차로 대체하면서 멕시코 전역엔 제때 기름이 공급되지 못했는데요.

매일 수 십 대의 차가 주유소 앞에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아돌포 플로레스/택시 운전사 : "기름 공급 부족으로 2시간 밖에 일을 못했어요."]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누군가 석유를 빼가려고 뚫어놓은 송유관 구멍에서 돌연 기름 기둥이 솟아 올랐습니다.

일대 주민들이 와르르 몰려 들었고, 주전자, 양동이 등으로 새어나온 기름을 퍼 담는 데 여념이 없던 사이.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이시도르 벨라스코/피해자 유가족 : "정부가 더 낮은 가격에 기름을 살 수 있게 했다면, 시골에서 기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낮은 가격의 기름을 찾던 사람들이, 가족들의 경비를 유지하기 위해 그곳으로 달려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멕시코 당국은 아직, 정확한 폭발 원인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사고는 참담했지만, 기름 도둑과의 전쟁을 중도 포기하진 않겠다며 당국은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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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3 10:41:39
    • 수정2019-01-23 10:57:31
    지구촌뉴스
[앵커]

멕시코에서 일어난 송유관 폭발사고의 사망자가 94명으로 늘었습니다.

중화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날 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 곳에 몰려들어야 했던 걸까요?

지구촌 인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리포트]

반쯤 타버린 신발과 옷가지들.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했던 송유관 폭발 사고 현장.

[리차드 팔라시오스/생존자 : "폭발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살기위해 허둥지둥 이곳으로 달려왔어요. 옷에 불이 붙은 사람은 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불을 꺼졌지만,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망, 실종자가 발생한 상황.

사랑하는 이의 흔적만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에,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합니다.

[아나 벨리스코/유가족 : "아들이 그곳에 가지 않도록 막았습니다.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렸는데... 아들은 더이상 여기 없네요."]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떠난 아들은 돌아 올 수 없는 현실.

지난 주말엔,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가 적지 않습니다.

[마르타 바카/희생자 가족 : "저의 아들이 없어졌습니다. 신원을 식별할 수 없는 사람중에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DNA 검사를 해서 아들의 시신만이라도 찾을 거예요."]

어쩌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문제는 '기름'이었습니다.

멕시코는 산유국이면서도 정유시설이 부족하다보니, 기름값이 비싼 편인데요.

이 때문에 멕시코에서는 오래 전부터 송유관에 구멍을 내 기름을 훔쳐가는 도둑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지난해엔 하루 평균 40건이 넘는 기름 절도가 횡행했는데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기름 도둑과의 전쟁'을 선포 했습니다.

국민들에게도 기름을 아껴써 달라며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멕시코 대통령 : "모든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반드시 주유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면 양보해 주십시요.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도둑들이 노리는 송유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가급적 열차와 트럭으로 기름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송유관을 유조차로 대체하면서 멕시코 전역엔 제때 기름이 공급되지 못했는데요.

매일 수 십 대의 차가 주유소 앞에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아돌포 플로레스/택시 운전사 : "기름 공급 부족으로 2시간 밖에 일을 못했어요."]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누군가 석유를 빼가려고 뚫어놓은 송유관 구멍에서 돌연 기름 기둥이 솟아 올랐습니다.

일대 주민들이 와르르 몰려 들었고, 주전자, 양동이 등으로 새어나온 기름을 퍼 담는 데 여념이 없던 사이.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이시도르 벨라스코/피해자 유가족 : "정부가 더 낮은 가격에 기름을 살 수 있게 했다면, 시골에서 기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낮은 가격의 기름을 찾던 사람들이, 가족들의 경비를 유지하기 위해 그곳으로 달려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멕시코 당국은 아직, 정확한 폭발 원인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사고는 참담했지만, 기름 도둑과의 전쟁을 중도 포기하진 않겠다며 당국은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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