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살인 멧돼지·들개 떼…야생동물 ‘주의보’

입력 2019.01.28 (08:31) 수정 2019.01.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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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멧돼지가 나타났다" 이런 뉴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최근에는 양상이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야산이나 도심 아파트 주차장까지 나타나 사람에게는 물론 각종 피해를 주고 있는데요.

멧돼지뿐만이 아닙니다.

들개까지 출몰해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야생동물의 습격이라고도 할 만한데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경북 예천의 한 마을.

65살 노 모 할아버지가 야산으로 향한 건 지난 23일 오후였습니다.

[오윤섭/마을 이장 : "고추가 자라나서 나무가 크지만 자기 혼자 못 서 있거든요. 그래서 대를 박고 묶어서 안 넘어지게 하는 게 지주목이에요. 저 나무를 베러 간 모양이더라고…."]

그런데, 해가 질 때가 되어도 노 씨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소방서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실종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수색을 시작했는데요.

밭 근처 야산에서 마을 주민에 의해 노 씨가 발견됐습니다.

[오윤섭/마을 이장 : "얼굴 쪽을 비춰 보니까 흙도 묻고 했는데도 육안으로 봐도 돌아가신 분 얼굴이더라고…."]

노 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현장 근처에서는 150kg 가량의 멧돼지가 발견됐다고 하는데요.

[이민호/예천119안전센터 소방사 :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멧돼지가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차량 불빛을 비추고 다가가니 산속으로 사라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멧돼지는 노 씨를 발견한 마을 주민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오윤섭/마을 이장 : "여기 있던 놈이 와서 팍 치더라고. (차로) 미니까 또 밀고 그렇게 한 4차례하고 마지막에는 확 밀었더니 뒤로 한번 가더니 비틀거리더니 이리로 달아나더라고…."]

야산으로 도망쳤던 멧돼지는 25일 오후 2시쯤 유해조수포획단이 사살했습니다.

노 씨는 이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예천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멧돼지 옆구리에 낫 자국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고 이빨에 피가 묻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멧돼지는 잡혔지만, 마을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심옥인/마을 주민 : "말도 못 해요. 고사리 꺾으러 가서도 돼지 때문에 몇 번 쫓겨 내려왔어요. 불안하죠. 밭에 가면 혼자는 못 가요."]

[김혜숙/마을 주민 : "겁나죠. 벌건 대낮에도 밭에 못 가고 있어요. 우리 밭이 저 산 밑이거든. 거기도 멧돼지가 많이 오는 곳이야. 우리도 못 가고 있죠."]

멧돼지의 습격, 이 같은 시골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 23일 새벽, 부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와, 크다."]

추적하는 순찰차를 피해 빠르게 도망가는 멧돼지.

도망치던 멧돼지는 아파트 출입문을 들이받고 주차된 차량 위로 뛰어내려 도주했습니다.

차량은 크게 파손됐습니다.

[조지훈/부산 사하소방서 소방장 : "1m 되는 턱을 넘어서 밑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파손하고 그것을 밟고 외부 도로가 보이니까 그쪽으로 뛰어나가서 인근 야산으로 도망갔습니다."]

인근 야산으로 도망간 멧돼지는 16시간 만에야 포획됐는데요.

크기가 어느 정도였을까요?

[김미정/부산시 환경정책과 생태지질팀장 : "저녁 8시쯤에 최종 포획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몸무게가 180kg에 수컷으로 상당히 큰 멧돼지가 포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멧돼지가 출몰하고 있는데요.

[이성민/대전세종연구원 연구원 : "밀도가 높아지고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내려오는 빈도가 높아지고 두 번째로는 멧돼지의 자체적인 생태적 특성이 있습니다. 먹이를 찾는다든지 계절별로 이동을 다르게 한다든지 그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해서…."]

최근에는 멧돼지뿐만 아니라 들개까지 자주 출몰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한 등산로 근처를 목줄이 없는 흰 개가 돌아다닙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하얀 개들 엄청나게 돌아다녀요. 막 덤벼. 덤비지만 않으면 괜찮은데 막대기를 들고 다닌다니까. 이거 어떻게 해 주셔야 해요. 진짜 무서워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두 마리가 다녀. 주인이 없어요. 공포증 생겨요. 개가 돌아다니면 물까 봐 순간적으로…."]

인근에 재개발 지역이 있다 보니 누군가 버리고 간 개들이 야생화되어 돌아다니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는데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유기견이 그쪽으로, 들개가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인천의 또 다른 지역.

이곳에서도 대여섯 마리의 들개들이 다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5~6마리가 무리 지어 다녀. 여기 뒷산 거기로 막 다니지. 버려진 개들 위험하죠. 돌아다니면서 사람한테 막 짖고 그러잖아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무섭죠. 개들이 떼로 몰려다니는데. 배가 고프니까 쓰레기 내놓은 것을 뒤지고 그러던데..."]

인근 농가에선 키우던 닭이 공격받아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물려서 좀 죽었어요. 저 윗집도 죽고 우리 것도 죽고 그런 적이 있어. 그때 10여 마리를 죽여 놨지."]

주민 피해와 신고가 잇따르면서 지자체도 전문포획업체와 들개 포획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특정한 개를 지정을 해 드리면 그 개를 잡았을 때 이제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현재 계획 중이기는 해요."]

사실 야생동물을 만날 경우 누구나 당황하거나 놀랄 수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성민/대전세종연구원 연구원 :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있는 상태가 좋고요. 여유가 된다면 어디 은폐물을 통해서 피한다든지 건물 안으로 대피를 한다든지…."]

환경부 조사 결과 2017년 포획된 멧돼지는 4만 8천여 마리로 2015년부터 해마다 만 마리 이상씩 급증하고 있는데요.

서식 밀도 증가 등 생태계 변화, 유기견 문제 등에 대해 대응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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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살인 멧돼지·들개 떼…야생동물 ‘주의보’
    • 입력 2019-01-28 08:38:21
    • 수정2019-01-28 13: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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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멧돼지가 나타났다" 이런 뉴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최근에는 양상이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야산이나 도심 아파트 주차장까지 나타나 사람에게는 물론 각종 피해를 주고 있는데요.

멧돼지뿐만이 아닙니다.

들개까지 출몰해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야생동물의 습격이라고도 할 만한데요.

지금부터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경북 예천의 한 마을.

65살 노 모 할아버지가 야산으로 향한 건 지난 23일 오후였습니다.

[오윤섭/마을 이장 : "고추가 자라나서 나무가 크지만 자기 혼자 못 서 있거든요. 그래서 대를 박고 묶어서 안 넘어지게 하는 게 지주목이에요. 저 나무를 베러 간 모양이더라고…."]

그런데, 해가 질 때가 되어도 노 씨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소방서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실종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수색을 시작했는데요.

밭 근처 야산에서 마을 주민에 의해 노 씨가 발견됐습니다.

[오윤섭/마을 이장 : "얼굴 쪽을 비춰 보니까 흙도 묻고 했는데도 육안으로 봐도 돌아가신 분 얼굴이더라고…."]

노 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현장 근처에서는 150kg 가량의 멧돼지가 발견됐다고 하는데요.

[이민호/예천119안전센터 소방사 :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멧돼지가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차량 불빛을 비추고 다가가니 산속으로 사라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멧돼지는 노 씨를 발견한 마을 주민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오윤섭/마을 이장 : "여기 있던 놈이 와서 팍 치더라고. (차로) 미니까 또 밀고 그렇게 한 4차례하고 마지막에는 확 밀었더니 뒤로 한번 가더니 비틀거리더니 이리로 달아나더라고…."]

야산으로 도망쳤던 멧돼지는 25일 오후 2시쯤 유해조수포획단이 사살했습니다.

노 씨는 이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예천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멧돼지 옆구리에 낫 자국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고 이빨에 피가 묻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멧돼지는 잡혔지만, 마을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심옥인/마을 주민 : "말도 못 해요. 고사리 꺾으러 가서도 돼지 때문에 몇 번 쫓겨 내려왔어요. 불안하죠. 밭에 가면 혼자는 못 가요."]

[김혜숙/마을 주민 : "겁나죠. 벌건 대낮에도 밭에 못 가고 있어요. 우리 밭이 저 산 밑이거든. 거기도 멧돼지가 많이 오는 곳이야. 우리도 못 가고 있죠."]

멧돼지의 습격, 이 같은 시골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 23일 새벽, 부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와, 크다."]

추적하는 순찰차를 피해 빠르게 도망가는 멧돼지.

도망치던 멧돼지는 아파트 출입문을 들이받고 주차된 차량 위로 뛰어내려 도주했습니다.

차량은 크게 파손됐습니다.

[조지훈/부산 사하소방서 소방장 : "1m 되는 턱을 넘어서 밑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파손하고 그것을 밟고 외부 도로가 보이니까 그쪽으로 뛰어나가서 인근 야산으로 도망갔습니다."]

인근 야산으로 도망간 멧돼지는 16시간 만에야 포획됐는데요.

크기가 어느 정도였을까요?

[김미정/부산시 환경정책과 생태지질팀장 : "저녁 8시쯤에 최종 포획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몸무게가 180kg에 수컷으로 상당히 큰 멧돼지가 포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멧돼지가 출몰하고 있는데요.

[이성민/대전세종연구원 연구원 : "밀도가 높아지고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내려오는 빈도가 높아지고 두 번째로는 멧돼지의 자체적인 생태적 특성이 있습니다. 먹이를 찾는다든지 계절별로 이동을 다르게 한다든지 그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해서…."]

최근에는 멧돼지뿐만 아니라 들개까지 자주 출몰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한 등산로 근처를 목줄이 없는 흰 개가 돌아다닙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하얀 개들 엄청나게 돌아다녀요. 막 덤벼. 덤비지만 않으면 괜찮은데 막대기를 들고 다닌다니까. 이거 어떻게 해 주셔야 해요. 진짜 무서워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두 마리가 다녀. 주인이 없어요. 공포증 생겨요. 개가 돌아다니면 물까 봐 순간적으로…."]

인근에 재개발 지역이 있다 보니 누군가 버리고 간 개들이 야생화되어 돌아다니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는데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유기견이 그쪽으로, 들개가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인천의 또 다른 지역.

이곳에서도 대여섯 마리의 들개들이 다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5~6마리가 무리 지어 다녀. 여기 뒷산 거기로 막 다니지. 버려진 개들 위험하죠. 돌아다니면서 사람한테 막 짖고 그러잖아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무섭죠. 개들이 떼로 몰려다니는데. 배가 고프니까 쓰레기 내놓은 것을 뒤지고 그러던데..."]

인근 농가에선 키우던 닭이 공격받아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물려서 좀 죽었어요. 저 윗집도 죽고 우리 것도 죽고 그런 적이 있어. 그때 10여 마리를 죽여 놨지."]

주민 피해와 신고가 잇따르면서 지자체도 전문포획업체와 들개 포획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특정한 개를 지정을 해 드리면 그 개를 잡았을 때 이제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현재 계획 중이기는 해요."]

사실 야생동물을 만날 경우 누구나 당황하거나 놀랄 수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성민/대전세종연구원 연구원 :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있는 상태가 좋고요. 여유가 된다면 어디 은폐물을 통해서 피한다든지 건물 안으로 대피를 한다든지…."]

환경부 조사 결과 2017년 포획된 멧돼지는 4만 8천여 마리로 2015년부터 해마다 만 마리 이상씩 급증하고 있는데요.

서식 밀도 증가 등 생태계 변화, 유기견 문제 등에 대해 대응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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