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브랙시트’ 사재기·생존키트…영국은 지금

입력 2019.01.28 (10:47) 수정 2019.01.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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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영국과 북부 아일랜드 사이에 이렇게 장벽이 설치됐습니다.

실은 '가짜'입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국경이 강화되는 것을 반대하는 퍼포먼스인데요.

오는 3월 29일, 이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은 지금 혼돈과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지구촌 인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영국 웨이크필드에 사는 린다 메이올 씨.

최근에 창고를 저장 식품들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모를 걱정 때문인데요.

[린다 메이올/영국인 :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지금처럼 물건들을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격도 올라갈 테고, 물건도 부족할 거예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로 벌어질 식품과 의약품의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에 대비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노 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16일, 3년간 준비해 온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이 '노 딜 브렉시트' 공포가 커지고 있는 건데요.

[영국인 : "혼란스러워요. 모르겠어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브렉시트가 의미하는 핵심을 모르겠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어요."]

실제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영국은 더 이상 EU의 관세법을 적용받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통관 시 각종 세금이 새로 부과되고, 물류 대란과 수출입 등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지난 22일엔, 이러한 혼돈을 예상한 여러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영국 탈출'을 선언했습니다.

영국 해운사 P&O는 EU 세금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선박의 선적을 영국에서 키프로스 섬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일본의 소니도 유럽 본사를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고, 영국을 대표하는 가전 업체, 다이슨도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다고 발표했는데요.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는 영국에서의 투자 및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팀 엔더스/에어버스 최고경영자 :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한다면 에어버스는 영국에서 매우 치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대형 공장이 있어 에어버스가 영국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발언을 듣지 마세요."]

에어버스는 영국에서 만 4천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1만 명의 고용과 연관돼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반 국민들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식품 회사는 '브렉시트 박스'라는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치즈·치킨 같은 얼린 건조식품 60조각 등 30일 치 식품이 들어 있는 '생존 키트'인데요.

가격은 295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43만 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지난달 출시 이후 600여 개가 팔렸습니다.

[제임스 블레이크/브렉시트 박스 판매자 : "현재 우리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브렉시트 과정 중에 있습니다. 대비 방법 중 하나는 미리 음식을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1854년에 설립돼,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고 대공황에서도 살아남은 한 비누 업체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마이클 오브리언/비누 회사 관리자 : "원재료 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고, 결국 매출은 떨어질 겁니다."]

또한, EU 국가 간 비자 문제가 걸려 많게는 500만 장의 비행기 표가 취소되면서 항공 대란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영국은 오는 3월 29일 자동으로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게 됩니다.

영국민들은 유럽연합 탈퇴 시점을 늦추거나, 국민투표를 통해 아예 탈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향방을 알 수 없는 '노딜'의 두려움과 혼란 속에 브렉시트의 시계는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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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브랙시트’ 사재기·생존키트…영국은 지금
    • 입력 2019-01-28 10:48:54
    • 수정2019-01-28 1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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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영국과 북부 아일랜드 사이에 이렇게 장벽이 설치됐습니다.

실은 '가짜'입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국경이 강화되는 것을 반대하는 퍼포먼스인데요.

오는 3월 29일, 이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은 지금 혼돈과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지구촌 인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영국 웨이크필드에 사는 린다 메이올 씨.

최근에 창고를 저장 식품들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모를 걱정 때문인데요.

[린다 메이올/영국인 :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지금처럼 물건들을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격도 올라갈 테고, 물건도 부족할 거예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로 벌어질 식품과 의약품의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에 대비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노 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16일, 3년간 준비해 온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이 '노 딜 브렉시트' 공포가 커지고 있는 건데요.

[영국인 : "혼란스러워요. 모르겠어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브렉시트가 의미하는 핵심을 모르겠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어요."]

실제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영국은 더 이상 EU의 관세법을 적용받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통관 시 각종 세금이 새로 부과되고, 물류 대란과 수출입 등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지난 22일엔, 이러한 혼돈을 예상한 여러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영국 탈출'을 선언했습니다.

영국 해운사 P&O는 EU 세금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선박의 선적을 영국에서 키프로스 섬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일본의 소니도 유럽 본사를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고, 영국을 대표하는 가전 업체, 다이슨도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다고 발표했는데요.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는 영국에서의 투자 및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팀 엔더스/에어버스 최고경영자 :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한다면 에어버스는 영국에서 매우 치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대형 공장이 있어 에어버스가 영국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발언을 듣지 마세요."]

에어버스는 영국에서 만 4천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1만 명의 고용과 연관돼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반 국민들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식품 회사는 '브렉시트 박스'라는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치즈·치킨 같은 얼린 건조식품 60조각 등 30일 치 식품이 들어 있는 '생존 키트'인데요.

가격은 295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43만 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지난달 출시 이후 600여 개가 팔렸습니다.

[제임스 블레이크/브렉시트 박스 판매자 : "현재 우리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브렉시트 과정 중에 있습니다. 대비 방법 중 하나는 미리 음식을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1854년에 설립돼,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고 대공황에서도 살아남은 한 비누 업체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마이클 오브리언/비누 회사 관리자 : "원재료 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고, 결국 매출은 떨어질 겁니다."]

또한, EU 국가 간 비자 문제가 걸려 많게는 500만 장의 비행기 표가 취소되면서 항공 대란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영국은 오는 3월 29일 자동으로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게 됩니다.

영국민들은 유럽연합 탈퇴 시점을 늦추거나, 국민투표를 통해 아예 탈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향방을 알 수 없는 '노딜'의 두려움과 혼란 속에 브렉시트의 시계는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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