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한국은 ‘패싱’ 북한엔 ‘손짓’…일본의 전략은?

입력 2019.02.02 (07:50) 수정 2019.02.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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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계기 갈등으로 불거진 한일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이른바 한국 패싱이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반면 북한에는 국교정상화를 언급하는 등 관계 개선의 손짓을 보내고 있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미국은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열 정비에 들어간 모습인데요.

북미 간 실무회담이 이뤄지고, 2차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주가 또 하나의 중대 국면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다솜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달 28일, 아베 일본 총리는 국회에서 새해 시정연설을 가졌습니다.

50분의 시정 연설 중 외교관계 관련 연설은 마지막 10여 분.

미국과는 동맹, 중국과는 관계 정상화, 러시아와는 신뢰를 강조하며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강조했습니다.

눈에 띄었던 건 일본의 동북아 구상에서8 한국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한국’이란 단어가 등장한 건 북한 관련 부분에서 딱 한번 뿐이었습니다.

[아베/일본 총리 :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하겠습니다."]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한일 간 갈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말 동해 대화퇴 어장에서 북한 어선을 구조하기 위해 우리 광개토대왕함이 레이더를 사용한 게 자국 해상초계기를 겨냥한 거라며 강력 항의에 나섰던 일본.

[이와야 다케시/일본 방위상 : "(한국의 레이더 사용에 대해) 예상치 못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 받아들입니다."]

일본이 동영상으로 여론전에 나서자, 우리 군도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을 증명하겠댜며 추가 동영상 공개로 맞섰고, 이에 일본이 우리 해군함정에 대해 잇따라 위협비행을 가하며 문제가 커졌습니다.

[서욱/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 "명백한 도발 행위이므로 일본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출범했던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등에 일본이 노골적 불만을 표하면서 갈등은 이미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던 상황.

아베 총리의 한국에 대한 외면이 의도적 선택, 이른바 ‘코리아 패싱’으로 해석되는 이유입니다.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를 자신의 국내 정치상황에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그간 사학 스캔들, 외국인 노동자 수용 정책 등으로 위기에 몰릴 때마다 한국과의 갈등, 때로는 북한과의 갈등을 통해 국내 여론을 결집하는 시도로 효과를 톡톡히 봐 왔는데요.

초계기 위협 등 이번 한국과의 갈등 이후 발표된 한 일본 내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한 달 새 6% 포인트나 오른 5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과의 갈등 수위를 높였지만, 아베 총리는 북한에게는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까지 공언하는 등 이례적일 정도의 구체적 언급을 했습니다.

[아베/일본 총리 : "제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게 과감히 행동하겠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 기존의 압박으로만 일관하다가, 지난해 내내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외교전에서 소외된 것 아니냐는 이른바 ‘재팬 패싱’에 대한 비판을 받아오던 아베 총리,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피력하며 만회를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이원덕/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활성화함으로써 일본의 소외를 극복하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이 있는 걸로 보이고 또 동북아시아의 전략적인 상호관계에서 보면 일본의 입지가 다소 북한 문제에 관해서 좀 약화되어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전략적인 입지를 좀 강화하려고 하는 목적에서도 북한하고의 대화를 개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입니다."]

아베 총리의 남북에 대한 상반된 태도는 최근 동북아 정세의 변화, 특히 일본의 핵심 동맹인 미국의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보수 세력들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군사력 확충과 미일동맹 강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북미 협상 진전으로 최근 북한의 위협 수위가 낮아지고, 동시에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든 점을 반영해 한국과는 갈등을 용인하고, 북한과는 독자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양기호/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 "현재 여러 가지 중일 간의 일정한 화해 무드가 조성이 됐지만, 러일 간에 있어서의 영토 문제는 북방 영토 해결 문제에 상당히 요원한, 상당히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한일 관계도 약간 냉각된 상태기 때문에 일본 외교가 앞으로 지향할 목표점은 역시 금년은 북일 수교 또는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그런 노력이 가장 중요한 외교순위에 있다고 봅니다."]

유지되고 있는 대북 제재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면 카드는 경제협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일본의 경제개발 지원금을 약속받고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와 회담에 나섰던 선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걸림돌은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산은 납치자 문제입니다.

90년대 말부터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던 정치인 아베 신조.

[아베/당시 일본 관방부장관/2002년 : "(일본인 납치자의) 사망을 특정하려면 한층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해 북한 측도 조사를 계속한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북한에 진상규명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입니다."]

총리가 되고나서도 지속해왔던 납치자 문제에 대한 강경함이 정치적 자산이기도 했던 아베 총리가 납치자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북한과 어떻게 문제를 풀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원덕/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 "북한은 대미 정상회담 그다음 남북한 관계, 북중 관계 이 3자 관계를 활용하면서 일본하고의 관계를 아마 전략적으로 거래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일본이 좀 북한이 적극적으로 일본하고의 대화에 나온다고 하면 일본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의 태도 여부가 사실은 일본의 대북 정책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닐까..."]

아베 총리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날. 북한 매체들은 일제 강점기 만행을 소개하며 일본을 맹비난했습니다.

[조선중앙TV/1월 28일 :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해서 납치, 강제 연행한 조선 청장년의 수가 무려 840만여 명이나...정말 뻔뻔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간 북한 대내외 선전매체들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화해 분위기 속에서도 유독 일본을 향한 비난 수위만은 높여 왔습니다.

[조선중앙TV /2018년 3월 : "아베 패당은 특대형 반인륜 범죄인 성노예 범죄를 덮어버리려고 그처럼..."]

[조선중앙TV/2018년 4월 : "일본의 정치가들은 우리 피해자들과 유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추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북한이 과거사 문제 등을 꺼내놓으며 협상력을 높이려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영환/ 前 북한 외교관 :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뭐냐면 지금 일본하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국과의 관계가 풀어지기 전에는. 그러니까 지금 같은 관계에서는 일본을 계속해서 공격을 하는 거죠. 그러면 어느 순간에 관계가 풀어져서 일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할 때 그것이 무기로써 외교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이런 가운데 북한은 2차 핵협상 국면을 앞두고 대내외 전열 정비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새해부터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가 하면,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새로운 북미 협상 진용도 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새해 첫날 소개한 체제 선전곡, 우리의 국기입니다. 최근 북한 매체가 자주 방송하는 노래로, 국가와 애국심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에는 김일성 주석 사망 25년 만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기일을 국가 추모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정상국가로 도약하려는 시점에서 주민들의 자긍심을 끌어내고, 외부에도 국제적 위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외교라인 진열도 정비했습니다.

북한 고위급 협상단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방미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와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 위원회 부위원장이 순서대로 앉았습니다.

회담 뒤 폼페이오 장관은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새 협상 상대를 언급했습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1월 23일 : "이번에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가 최근 새롭게 지명된 그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기회도 가졌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이 인물은 김혁철. 그는 미국 측에 자신을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로 소개한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1971년 생으로, 2000년대 초 6자회담에서 협상팀 멤버로 일하기도 했던 김혁철, 30대 초중반부터 북핵 협상을 다뤄온 외무성 핵심 일꾼인 셈입니다.

[김혁철/주스페인 북한 대사 시절 인터뷰 영상/2015년 1월 :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것입니다."]

다음주 초 열릴 비건과 김혁철, 두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실무협상 직후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오는 3일 실무협상을 위한 방한을 앞두고, 지금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뛰어넘을 시간이라는 말로 종전을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이미 핵 생산 관련 시설의 폐기를 약속했었다고도 밝혔습니다.

[비건/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1월 31일 :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해체하고 파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일 갈등은 고조시키며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영향력은 늘리려는 일본의 잰 걸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 시계도 다시 빨라지는 상황 더욱 세심한 외교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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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한국은 ‘패싱’ 북한엔 ‘손짓’…일본의 전략은?
    • 입력 2019-02-02 08:21:36
    • 수정2019-02-02 08: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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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계기 갈등으로 불거진 한일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이른바 한국 패싱이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반면 북한에는 국교정상화를 언급하는 등 관계 개선의 손짓을 보내고 있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미국은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열 정비에 들어간 모습인데요.

북미 간 실무회담이 이뤄지고, 2차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주가 또 하나의 중대 국면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다솜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달 28일, 아베 일본 총리는 국회에서 새해 시정연설을 가졌습니다.

50분의 시정 연설 중 외교관계 관련 연설은 마지막 10여 분.

미국과는 동맹, 중국과는 관계 정상화, 러시아와는 신뢰를 강조하며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강조했습니다.

눈에 띄었던 건 일본의 동북아 구상에서8 한국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한국’이란 단어가 등장한 건 북한 관련 부분에서 딱 한번 뿐이었습니다.

[아베/일본 총리 :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하겠습니다."]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한일 간 갈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말 동해 대화퇴 어장에서 북한 어선을 구조하기 위해 우리 광개토대왕함이 레이더를 사용한 게 자국 해상초계기를 겨냥한 거라며 강력 항의에 나섰던 일본.

[이와야 다케시/일본 방위상 : "(한국의 레이더 사용에 대해) 예상치 못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 받아들입니다."]

일본이 동영상으로 여론전에 나서자, 우리 군도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을 증명하겠댜며 추가 동영상 공개로 맞섰고, 이에 일본이 우리 해군함정에 대해 잇따라 위협비행을 가하며 문제가 커졌습니다.

[서욱/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 "명백한 도발 행위이므로 일본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출범했던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등에 일본이 노골적 불만을 표하면서 갈등은 이미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던 상황.

아베 총리의 한국에 대한 외면이 의도적 선택, 이른바 ‘코리아 패싱’으로 해석되는 이유입니다.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를 자신의 국내 정치상황에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그간 사학 스캔들, 외국인 노동자 수용 정책 등으로 위기에 몰릴 때마다 한국과의 갈등, 때로는 북한과의 갈등을 통해 국내 여론을 결집하는 시도로 효과를 톡톡히 봐 왔는데요.

초계기 위협 등 이번 한국과의 갈등 이후 발표된 한 일본 내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한 달 새 6% 포인트나 오른 5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과의 갈등 수위를 높였지만, 아베 총리는 북한에게는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까지 공언하는 등 이례적일 정도의 구체적 언급을 했습니다.

[아베/일본 총리 : "제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게 과감히 행동하겠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 기존의 압박으로만 일관하다가, 지난해 내내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외교전에서 소외된 것 아니냐는 이른바 ‘재팬 패싱’에 대한 비판을 받아오던 아베 총리,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피력하며 만회를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이원덕/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활성화함으로써 일본의 소외를 극복하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이 있는 걸로 보이고 또 동북아시아의 전략적인 상호관계에서 보면 일본의 입지가 다소 북한 문제에 관해서 좀 약화되어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전략적인 입지를 좀 강화하려고 하는 목적에서도 북한하고의 대화를 개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입니다."]

아베 총리의 남북에 대한 상반된 태도는 최근 동북아 정세의 변화, 특히 일본의 핵심 동맹인 미국의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보수 세력들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군사력 확충과 미일동맹 강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북미 협상 진전으로 최근 북한의 위협 수위가 낮아지고, 동시에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든 점을 반영해 한국과는 갈등을 용인하고, 북한과는 독자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양기호/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 "현재 여러 가지 중일 간의 일정한 화해 무드가 조성이 됐지만, 러일 간에 있어서의 영토 문제는 북방 영토 해결 문제에 상당히 요원한, 상당히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한일 관계도 약간 냉각된 상태기 때문에 일본 외교가 앞으로 지향할 목표점은 역시 금년은 북일 수교 또는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그런 노력이 가장 중요한 외교순위에 있다고 봅니다."]

유지되고 있는 대북 제재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면 카드는 경제협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일본의 경제개발 지원금을 약속받고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와 회담에 나섰던 선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걸림돌은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산은 납치자 문제입니다.

90년대 말부터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던 정치인 아베 신조.

[아베/당시 일본 관방부장관/2002년 : "(일본인 납치자의) 사망을 특정하려면 한층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해 북한 측도 조사를 계속한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북한에 진상규명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입니다."]

총리가 되고나서도 지속해왔던 납치자 문제에 대한 강경함이 정치적 자산이기도 했던 아베 총리가 납치자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북한과 어떻게 문제를 풀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원덕/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 "북한은 대미 정상회담 그다음 남북한 관계, 북중 관계 이 3자 관계를 활용하면서 일본하고의 관계를 아마 전략적으로 거래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일본이 좀 북한이 적극적으로 일본하고의 대화에 나온다고 하면 일본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의 태도 여부가 사실은 일본의 대북 정책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닐까..."]

아베 총리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날. 북한 매체들은 일제 강점기 만행을 소개하며 일본을 맹비난했습니다.

[조선중앙TV/1월 28일 :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해서 납치, 강제 연행한 조선 청장년의 수가 무려 840만여 명이나...정말 뻔뻔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간 북한 대내외 선전매체들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화해 분위기 속에서도 유독 일본을 향한 비난 수위만은 높여 왔습니다.

[조선중앙TV /2018년 3월 : "아베 패당은 특대형 반인륜 범죄인 성노예 범죄를 덮어버리려고 그처럼..."]

[조선중앙TV/2018년 4월 : "일본의 정치가들은 우리 피해자들과 유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추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북한이 과거사 문제 등을 꺼내놓으며 협상력을 높이려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영환/ 前 북한 외교관 :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뭐냐면 지금 일본하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국과의 관계가 풀어지기 전에는. 그러니까 지금 같은 관계에서는 일본을 계속해서 공격을 하는 거죠. 그러면 어느 순간에 관계가 풀어져서 일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할 때 그것이 무기로써 외교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이런 가운데 북한은 2차 핵협상 국면을 앞두고 대내외 전열 정비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새해부터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가 하면,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새로운 북미 협상 진용도 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새해 첫날 소개한 체제 선전곡, 우리의 국기입니다. 최근 북한 매체가 자주 방송하는 노래로, 국가와 애국심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에는 김일성 주석 사망 25년 만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기일을 국가 추모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정상국가로 도약하려는 시점에서 주민들의 자긍심을 끌어내고, 외부에도 국제적 위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외교라인 진열도 정비했습니다.

북한 고위급 협상단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방미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와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 위원회 부위원장이 순서대로 앉았습니다.

회담 뒤 폼페이오 장관은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새 협상 상대를 언급했습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1월 23일 : "이번에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가 최근 새롭게 지명된 그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기회도 가졌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이 인물은 김혁철. 그는 미국 측에 자신을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로 소개한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1971년 생으로, 2000년대 초 6자회담에서 협상팀 멤버로 일하기도 했던 김혁철, 30대 초중반부터 북핵 협상을 다뤄온 외무성 핵심 일꾼인 셈입니다.

[김혁철/주스페인 북한 대사 시절 인터뷰 영상/2015년 1월 :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것입니다."]

다음주 초 열릴 비건과 김혁철, 두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실무협상 직후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오는 3일 실무협상을 위한 방한을 앞두고, 지금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뛰어넘을 시간이라는 말로 종전을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이미 핵 생산 관련 시설의 폐기를 약속했었다고도 밝혔습니다.

[비건/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1월 31일 :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해체하고 파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일 갈등은 고조시키며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영향력은 늘리려는 일본의 잰 걸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 시계도 다시 빨라지는 상황 더욱 세심한 외교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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