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더 화려하게’ ‘더 가까이’…달라진 북한 공연

입력 2019.02.02 (08:08) 수정 2019.02.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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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도 1989년부터 음력설을 민속명절로 지정했지만 실제로는 양력설을 쇠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설 행사 중 하나가 바로 1월1일 새벽 진행되는 대규모 공연인데요.

특히 올해는 형식, 그리고 내용적인 면에서 크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북한의 설맞이 공연, 어떤 점에서 크게 변화했을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북한의 설맞이 공연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31일, 평양 김일성 광장.

늦은 밤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북한 당국이 준비한 설맞이 공연을 보려는 관중들이다.

관중들의 환호소리와 함께 등장한 것은 북한의 내로라하는 예술인들. 만수대예술단, 피바다가극단, 국립민족예술단 등 북한을 대표하는 예술단원들이 노래와 율동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노래 ‘인민의 환희’ : "우린 무엇도 두렵지 않아. 원수님 계시기에."]

잠시 후 자정을 앞두자 노래가 멈추고.

이번엔 숫자 ‘9’를 나타내는 작은 폭죽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이어지는 카운트다운.

["둘! 하나! 영!"]

2019년 새해가 밝았다.

평양의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들.

뒤이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드론이었다.

군집 비행을 하며 하늘로 올라간 드론은 새해 '2019'를 밤하늘에 새겼다.

자리를 바꿔 돌며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글자도 만들어냈다.

화려한 신기술까지 동원한 이 공연을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 들어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행사로 평가한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 : "실황중계를 했기 때문에 그건 아마 초유의 일이 아닌가 싶고요. 그만큼 공연의 콘텐츠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랑할 만하다 이런 의미도 있을 거 같고 프랑스라든가 서울이라든가 이런 여러 장소에서 우리 보신각에서 행사하듯이 이미 외부 세계에서는 흔히 많이 있는 일인데 그걸 평양에서도 똑같이 관례화해서 만들어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의 공연 형식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설맞이 공연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연을 실내 무대에서 진행 해 온 북한.

무대와 객석은 철저하게 보여주는 곳과 바라보는 곳으로만 구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설맞이 공연 무대는 광장 한가운데 자리한 것은 물론, 사방을 뚫어 놓아 관중석 어디서든 무대가 보이도록 했고 예술인들 역시 초소형 무선 핀 마이크를 얼굴에 붙이고 나와 무대 곳곳을 누비며 노래와 율동을 자유롭게 선보였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굉장히 큰 무대 공연에서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면서 야외에서 현장음도 들어가기도 하고 어떻게 본다면 북한의 방영물 중에서 이렇게 질서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도 처음인 거 같습니다."]

[북한 노래 ‘당이여 나의 어머니시여’ : "당이여 어머니시여..."]

광장 한가운데엔 보조 무대도 마련해 더 많은 관객이 공연을 즐기도록 도왔다.

공연과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결합시킨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는 김정은 체제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연예술행위로 평가되는 부분.

이번 설맞이 공연은 불꽃놀이를 접목시킴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보통은 축포만 따로 띄워서 별다른 공연 없이 진행이 됐었기 때문에 두 가지가 분리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2019년 새해를 알리면서 공연하고 축포가 계속 이어지면서 설 명절 경축 분위기를 높이는 활용을 했고 또 마지막에 엔딩 장면에서 사실 축포라든가 이런 것이 등장함으로써 굉장히 화려한 무대 자체를 구성을 했고요."]

[조선중앙TV/2009년 4월 : "우리당과 우리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 야외장 관람석에 나오셨습니다."]

지난 2009년 4월,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의 아흔 일곱 번 째 생일을 기념하면서 대규모 불꽃놀이를 진행했다.

당시 이 불꽃놀이 행사는 후계자 신분이었던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북한 군부대에서 근무했던 탈북민은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공연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고 증언한다.

[차리혁/2014년 탈북 : "김정일 때만 해도 정권 때만 해도 축포를 그렇게 많이 쏘고 그러지 않았어요. 그런데 김정은이 집권을 한 게 2008년부터 군부대에는 등장을 했고 2009년부터 그런 행사들을 많이 했는데 2010년에도 군대에서 당대회 같은 것도 하면서 축포 이런 행사들 신년행사도 많이 했어요."]

2012년 4월,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처음 맞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김정은 위원장 역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꽃놀이와 축포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권력을 막 승계 받은 앳된 모습의 북한 최고 지도자.

화려한 불꽃놀이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추켜세우면서도 젊은 새 지도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조선중앙TV/2012년 4월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높이 모시어 영원히 승리할 것입니다!"]

이후 북한당국은 주요 기념일마다 다양한 장소에서 불꽃놀이를 진행했고, 이는 김정은 정권의 공식적인 공연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형식적인 변화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공연을 관람하는 북한 주민들의 달라진 반응이다.

차디찬 겨울, 혹한의 날씨에도 광장에 모여든 평양 주민들은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멋을 부린 젊은 여성들은 환하게 웃으며 공연을 즐겼고, 아버지 어깨에 올라 탄 아이들도 풍선을 흔들며 환호했다.

과거의 모습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2015년 10월, 평양 대동강에서 개최된 북한 노동당 창건 70년 경축 공연.

특별 수상무대까지 설치하고 1만 명의 예술인들이 참가한 4년 전의 이 공연 역시, 북한의 대표적인 대규모 야외 공연으로 꼽힌다.

북한에선 익숙한 혁명 가극은 물론,

[현대무용 ‘륜춤’ : "끝없이 돌아라. 돌고 돌아라."]

다소 파격적인 현대무용을 선보이는가 하면, <반갑습니다> 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북한가수 리경숙이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 :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펼쳐진 불꽃놀이까지.

공연의 흐름은 올해 설맞이 공연과 비슷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박수도 치고 노래도 따라 부르지만 어딘가 조금 경직된 4년 전 공연의 관객들의 모습.

올해 열린 공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 : "관객들 거의 대다수가 촬영하면서 관람을 하는 적극적인 분위기도 있고 또 자유로운 분위기, 이런 것들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점들은 아마 다른 북한 행사들하고는 매우 다른 풍경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아마 그것을 일부러 연출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아마 사람들 스스로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화려한 공연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당국이 대규모 공연을 통해 체제 선전과 주민 단결을 도모하고 있지만 정작 공연의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주민들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북한이 불꽃놀이 행사를 한 번 여는 데 들이는 비용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 번에 20억 원만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2500만 북한 전체 주민의 하루치 식량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차리혁 /2014년 탈북 : "지방 주민들은 죽을 때까지 그 공연을 볼 수가 없어요. 티비나 방송으로는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실물은 한 번도 못 본다는 거예요. 평양에 들어갈 수조차 없으니까요 죽을 때까지. 중앙당 간부들이 대부분 살고있는 곳이 평양이잖아요. 그 사람들만을 위해서 보여주는 거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생각했을 때는 실질적으로 뼛골 빼먹는 격이에요. 주민들한테서 뭐 외화 벌이 뭘 하라 뭘 하라 뭘 하라 해가지고 평양에 다 끌어올려가서 그런 공연들 만들어놓는 거죠."]

여기에 체제선전이라는 북한 공연의 기본적인 목적 자체도 공연문화 발전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이번 설맞이 공연의 막바지 하이라이트, 8명의 여성들이 무대에 오르자 관중들의 환호가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판 걸 그룹이라 불리는 모란봉 악단이다.

마지막 무대인만큼 화려한 율동과 노래로 무대를 더욱 뜨겁게 달군 모란봉 악단.

그러나 이들의 노래 역시 그 내용은 체제 선전이었다.

[북한노래 ‘사회주의 전진가’ : "우린 폭풍 치며 나간다. 사회주의 승리의 길로!"]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 : "공연의 주된 레퍼토리들은 대부분 김정은 원수님을 찬양하는 이런 단어도 직설적으로 원수님 원수님 하는 그런 노래들이 거의 일색이고. 형식은 상당히 발랄하거나 좀 새로운 형식으로 많이 발전해가는 거 같아요. 그런데 노래 자체가 완전히 외부의 노래 또 자유로운 새로운 노래들을 얼마만큼 부르게 될지는 현재까지 북한 체제나 또 상황을 봐서는 언제 될지는 예단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2019 신년사에서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술 창작을 주문한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본보기라도 보이듯 화려해진 모습으로 한걸음 더 대중 속으로 들어온 북한의 설맞이 공연.

주민희생의 결과라는 비난과, 체제선전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북한 공연예술이 또 어떠한 변화를 보여 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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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더 화려하게’ ‘더 가까이’…달라진 북한 공연
    • 입력 2019-02-02 08:21:36
    • 수정2019-02-02 08: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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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도 1989년부터 음력설을 민속명절로 지정했지만 실제로는 양력설을 쇠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설 행사 중 하나가 바로 1월1일 새벽 진행되는 대규모 공연인데요.

특히 올해는 형식, 그리고 내용적인 면에서 크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북한의 설맞이 공연, 어떤 점에서 크게 변화했을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북한의 설맞이 공연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31일, 평양 김일성 광장.

늦은 밤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북한 당국이 준비한 설맞이 공연을 보려는 관중들이다.

관중들의 환호소리와 함께 등장한 것은 북한의 내로라하는 예술인들. 만수대예술단, 피바다가극단, 국립민족예술단 등 북한을 대표하는 예술단원들이 노래와 율동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노래 ‘인민의 환희’ : "우린 무엇도 두렵지 않아. 원수님 계시기에."]

잠시 후 자정을 앞두자 노래가 멈추고.

이번엔 숫자 ‘9’를 나타내는 작은 폭죽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이어지는 카운트다운.

["둘! 하나! 영!"]

2019년 새해가 밝았다.

평양의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들.

뒤이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드론이었다.

군집 비행을 하며 하늘로 올라간 드론은 새해 '2019'를 밤하늘에 새겼다.

자리를 바꿔 돌며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글자도 만들어냈다.

화려한 신기술까지 동원한 이 공연을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 들어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행사로 평가한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 : "실황중계를 했기 때문에 그건 아마 초유의 일이 아닌가 싶고요. 그만큼 공연의 콘텐츠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랑할 만하다 이런 의미도 있을 거 같고 프랑스라든가 서울이라든가 이런 여러 장소에서 우리 보신각에서 행사하듯이 이미 외부 세계에서는 흔히 많이 있는 일인데 그걸 평양에서도 똑같이 관례화해서 만들어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의 공연 형식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설맞이 공연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연을 실내 무대에서 진행 해 온 북한.

무대와 객석은 철저하게 보여주는 곳과 바라보는 곳으로만 구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설맞이 공연 무대는 광장 한가운데 자리한 것은 물론, 사방을 뚫어 놓아 관중석 어디서든 무대가 보이도록 했고 예술인들 역시 초소형 무선 핀 마이크를 얼굴에 붙이고 나와 무대 곳곳을 누비며 노래와 율동을 자유롭게 선보였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굉장히 큰 무대 공연에서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면서 야외에서 현장음도 들어가기도 하고 어떻게 본다면 북한의 방영물 중에서 이렇게 질서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도 처음인 거 같습니다."]

[북한 노래 ‘당이여 나의 어머니시여’ : "당이여 어머니시여..."]

광장 한가운데엔 보조 무대도 마련해 더 많은 관객이 공연을 즐기도록 도왔다.

공연과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결합시킨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는 김정은 체제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연예술행위로 평가되는 부분.

이번 설맞이 공연은 불꽃놀이를 접목시킴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보통은 축포만 따로 띄워서 별다른 공연 없이 진행이 됐었기 때문에 두 가지가 분리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2019년 새해를 알리면서 공연하고 축포가 계속 이어지면서 설 명절 경축 분위기를 높이는 활용을 했고 또 마지막에 엔딩 장면에서 사실 축포라든가 이런 것이 등장함으로써 굉장히 화려한 무대 자체를 구성을 했고요."]

[조선중앙TV/2009년 4월 : "우리당과 우리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 야외장 관람석에 나오셨습니다."]

지난 2009년 4월,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의 아흔 일곱 번 째 생일을 기념하면서 대규모 불꽃놀이를 진행했다.

당시 이 불꽃놀이 행사는 후계자 신분이었던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북한 군부대에서 근무했던 탈북민은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공연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고 증언한다.

[차리혁/2014년 탈북 : "김정일 때만 해도 정권 때만 해도 축포를 그렇게 많이 쏘고 그러지 않았어요. 그런데 김정은이 집권을 한 게 2008년부터 군부대에는 등장을 했고 2009년부터 그런 행사들을 많이 했는데 2010년에도 군대에서 당대회 같은 것도 하면서 축포 이런 행사들 신년행사도 많이 했어요."]

2012년 4월,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처음 맞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김정은 위원장 역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꽃놀이와 축포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권력을 막 승계 받은 앳된 모습의 북한 최고 지도자.

화려한 불꽃놀이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추켜세우면서도 젊은 새 지도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조선중앙TV/2012년 4월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높이 모시어 영원히 승리할 것입니다!"]

이후 북한당국은 주요 기념일마다 다양한 장소에서 불꽃놀이를 진행했고, 이는 김정은 정권의 공식적인 공연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형식적인 변화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공연을 관람하는 북한 주민들의 달라진 반응이다.

차디찬 겨울, 혹한의 날씨에도 광장에 모여든 평양 주민들은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멋을 부린 젊은 여성들은 환하게 웃으며 공연을 즐겼고, 아버지 어깨에 올라 탄 아이들도 풍선을 흔들며 환호했다.

과거의 모습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2015년 10월, 평양 대동강에서 개최된 북한 노동당 창건 70년 경축 공연.

특별 수상무대까지 설치하고 1만 명의 예술인들이 참가한 4년 전의 이 공연 역시, 북한의 대표적인 대규모 야외 공연으로 꼽힌다.

북한에선 익숙한 혁명 가극은 물론,

[현대무용 ‘륜춤’ : "끝없이 돌아라. 돌고 돌아라."]

다소 파격적인 현대무용을 선보이는가 하면, <반갑습니다> 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북한가수 리경숙이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 :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펼쳐진 불꽃놀이까지.

공연의 흐름은 올해 설맞이 공연과 비슷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박수도 치고 노래도 따라 부르지만 어딘가 조금 경직된 4년 전 공연의 관객들의 모습.

올해 열린 공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 : "관객들 거의 대다수가 촬영하면서 관람을 하는 적극적인 분위기도 있고 또 자유로운 분위기, 이런 것들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점들은 아마 다른 북한 행사들하고는 매우 다른 풍경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아마 그것을 일부러 연출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아마 사람들 스스로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화려한 공연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당국이 대규모 공연을 통해 체제 선전과 주민 단결을 도모하고 있지만 정작 공연의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주민들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북한이 불꽃놀이 행사를 한 번 여는 데 들이는 비용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 번에 20억 원만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2500만 북한 전체 주민의 하루치 식량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차리혁 /2014년 탈북 : "지방 주민들은 죽을 때까지 그 공연을 볼 수가 없어요. 티비나 방송으로는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실물은 한 번도 못 본다는 거예요. 평양에 들어갈 수조차 없으니까요 죽을 때까지. 중앙당 간부들이 대부분 살고있는 곳이 평양이잖아요. 그 사람들만을 위해서 보여주는 거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생각했을 때는 실질적으로 뼛골 빼먹는 격이에요. 주민들한테서 뭐 외화 벌이 뭘 하라 뭘 하라 뭘 하라 해가지고 평양에 다 끌어올려가서 그런 공연들 만들어놓는 거죠."]

여기에 체제선전이라는 북한 공연의 기본적인 목적 자체도 공연문화 발전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이번 설맞이 공연의 막바지 하이라이트, 8명의 여성들이 무대에 오르자 관중들의 환호가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판 걸 그룹이라 불리는 모란봉 악단이다.

마지막 무대인만큼 화려한 율동과 노래로 무대를 더욱 뜨겁게 달군 모란봉 악단.

그러나 이들의 노래 역시 그 내용은 체제 선전이었다.

[북한노래 ‘사회주의 전진가’ : "우린 폭풍 치며 나간다. 사회주의 승리의 길로!"]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 : "공연의 주된 레퍼토리들은 대부분 김정은 원수님을 찬양하는 이런 단어도 직설적으로 원수님 원수님 하는 그런 노래들이 거의 일색이고. 형식은 상당히 발랄하거나 좀 새로운 형식으로 많이 발전해가는 거 같아요. 그런데 노래 자체가 완전히 외부의 노래 또 자유로운 새로운 노래들을 얼마만큼 부르게 될지는 현재까지 북한 체제나 또 상황을 봐서는 언제 될지는 예단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2019 신년사에서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술 창작을 주문한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본보기라도 보이듯 화려해진 모습으로 한걸음 더 대중 속으로 들어온 북한의 설맞이 공연.

주민희생의 결과라는 비난과, 체제선전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북한 공연예술이 또 어떠한 변화를 보여 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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