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가신 나랏님들…‘구치소 국무회의’ 가능할까?

입력 2019.02.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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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구치소 국무회의'

최근 구치소가 이렇게 붐빈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단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각 서울구치소와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수감 신세입니다. 전직 국정원장은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까지 네 명이나 수감돼 있습니다. 여기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얼마 전 구치소 멤버에 합류했습니다.

이밖에도 조현오 전 경찰청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미결수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거물급 인사들은 열 명이 훌쩍 넘습니다. 미결수들은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면 석방되거나 교도소로 옮겨지는데, 워낙 진행중인 재판이 많은 데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구치소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구치소 수감자들로 정부를 꾸릴 수도, 국무회의도 열 수 있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구치소 내 '작은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 가능성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99.99% 불가능합니다. 일단 수감자들은 서로 만날 수가 없습니다.


서울구치소에 함께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경수 경남지사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의 '공범 관계'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뜻대로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재판 거래에 적극 나선 정황이 드러난 건데요. 공범 분리 원칙에 따라, 공범 관계 미결수들은 서로 분리 수용됩니다. 하지만 공범 관계 이전에 두 사람은 성별이 다릅니다. 여자 수용자와 남자 수용자는 사용하는 건물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마주칠 수도 없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경수 경남지사를 볼까요. 둘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김 지사에 법정구속을 선고한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만큼, 김 지사는 선고 뒤 "재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라는 점이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습니다. 같은 구치소에 수감된 둘은 마주칠 수 있을까요? 역시 아닙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수감된 사동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만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칠듯 스치지 않는 인연...'3인방'의 독방살이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 김 지사는 모두 독방에 수용돼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독방이 3.1평으로 가장 큽니다. 양 전 대법원장과 김 지사는 박 전 대통령의 3분의 2 크기인 1.9평짜리 독방에 생활하고 있습니다. 혼거실의 수용자들이 6~7명이 다닥다닥 붙어 생활하는 것과 달리, 독방수용자들의 수감생활은 외롭습니다. 이들은 밥 먹을 때도 다른 수용자들을 만날 수 없습니다. 음식이 담긴 식판이 독방으로 오면, 방 안에서 혼자 밥을 먹습니다.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방 수용자들은 보통 개별 운동을 합니다. 본인이 다른 수용자들을 마주치는 걸 불편해하기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수용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구치소 독방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구치소 독방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웬만한 남자보다 더 잘 지낸다"고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의 변호인을 해고했는데요. 유일하게 유영하 변호사만 선임계를 내고 구치소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책도 유 변호사가 넣어줍니다. 유 변호사는 어제 한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일주일에 수백 통에서 1천 통이 넘는 편지를 받아 다 읽어 본다"고 말했습니다. TV나 신문은 보지 않고, 영어사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들도 일체 방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수감된 지 이제 열흘이 채 안 된 김 지사는 가족들의 방문이 잦습니다. 주로 가족들이 넣어주는 책으로 독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한번 접견을 가면 1시간 정도 보고, 길게 보지 않는다"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필요할 때만 오라고 하고, 항소심 준비 등 업무적 얘기만 하고 수감 생활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전 사법부의 수장에서 구속된 피의자 신분이 된 양 전 대법원장은 의외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고 합니다. 가족들 면회도 많고, 변호인 접견도 자주 하면서 다가올 재판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고령으로 고혈압이 있긴 하지만, 건강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형법상 극단적 선택의 우려가 있거나,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의 수감자가 수용된 방에는 CCTV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 김 지사의 독방 모두 처음에는 CCTV가 설치됐다가 심사를 거쳐 현재는 설치가 해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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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9 10:01:09
    취재K
'2019 구치소 국무회의'

최근 구치소가 이렇게 붐빈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단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각 서울구치소와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수감 신세입니다. 전직 국정원장은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까지 네 명이나 수감돼 있습니다. 여기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얼마 전 구치소 멤버에 합류했습니다.

이밖에도 조현오 전 경찰청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미결수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거물급 인사들은 열 명이 훌쩍 넘습니다. 미결수들은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면 석방되거나 교도소로 옮겨지는데, 워낙 진행중인 재판이 많은 데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구치소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구치소 수감자들로 정부를 꾸릴 수도, 국무회의도 열 수 있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구치소 내 '작은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 가능성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99.99% 불가능합니다. 일단 수감자들은 서로 만날 수가 없습니다.


서울구치소에 함께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경수 경남지사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의 '공범 관계'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뜻대로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재판 거래에 적극 나선 정황이 드러난 건데요. 공범 분리 원칙에 따라, 공범 관계 미결수들은 서로 분리 수용됩니다. 하지만 공범 관계 이전에 두 사람은 성별이 다릅니다. 여자 수용자와 남자 수용자는 사용하는 건물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마주칠 수도 없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경수 경남지사를 볼까요. 둘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김 지사에 법정구속을 선고한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만큼, 김 지사는 선고 뒤 "재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라는 점이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습니다. 같은 구치소에 수감된 둘은 마주칠 수 있을까요? 역시 아닙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수감된 사동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만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칠듯 스치지 않는 인연...'3인방'의 독방살이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 김 지사는 모두 독방에 수용돼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독방이 3.1평으로 가장 큽니다. 양 전 대법원장과 김 지사는 박 전 대통령의 3분의 2 크기인 1.9평짜리 독방에 생활하고 있습니다. 혼거실의 수용자들이 6~7명이 다닥다닥 붙어 생활하는 것과 달리, 독방수용자들의 수감생활은 외롭습니다. 이들은 밥 먹을 때도 다른 수용자들을 만날 수 없습니다. 음식이 담긴 식판이 독방으로 오면, 방 안에서 혼자 밥을 먹습니다.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방 수용자들은 보통 개별 운동을 합니다. 본인이 다른 수용자들을 마주치는 걸 불편해하기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수용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구치소 독방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웬만한 남자보다 더 잘 지낸다"고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의 변호인을 해고했는데요. 유일하게 유영하 변호사만 선임계를 내고 구치소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책도 유 변호사가 넣어줍니다. 유 변호사는 어제 한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일주일에 수백 통에서 1천 통이 넘는 편지를 받아 다 읽어 본다"고 말했습니다. TV나 신문은 보지 않고, 영어사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들도 일체 방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수감된 지 이제 열흘이 채 안 된 김 지사는 가족들의 방문이 잦습니다. 주로 가족들이 넣어주는 책으로 독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한번 접견을 가면 1시간 정도 보고, 길게 보지 않는다"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필요할 때만 오라고 하고, 항소심 준비 등 업무적 얘기만 하고 수감 생활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전 사법부의 수장에서 구속된 피의자 신분이 된 양 전 대법원장은 의외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고 합니다. 가족들 면회도 많고, 변호인 접견도 자주 하면서 다가올 재판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고령으로 고혈압이 있긴 하지만, 건강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형법상 극단적 선택의 우려가 있거나,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의 수감자가 수용된 방에는 CCTV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 김 지사의 독방 모두 처음에는 CCTV가 설치됐다가 심사를 거쳐 현재는 설치가 해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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