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중 이주노동자 사망”…인권위 “국가가 책임져야”

입력 2019.02.13 (12:00) 수정 2019.02.1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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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8월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과정에서 건물 밖으로 떨어진 뒤 숨진 이주노동자와 관련해 직권조사한 결과,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인천 출입국·외국인청 단속 관계자를 징계하고, 단속 과정을 의무적으로 녹화하고 보존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고 오늘(13일) 밝혔습니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인 26살 딴저테이 씨는 지난해 8월 22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공사현장 간이식당에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직원을 피해 달아나다 7.5m 공사장 아래로 떨어져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딴저테이 씨는 이후 보름여 간 뇌사 상태에 있다가 9월 8일 숨졌으며, 딴저테이 씨의 아버지가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앞서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피해자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응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 추락의 원인이며 단속반원들이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단속 과정의 과실 여부를 수사하던 경찰은 지난해 10월 딴저테이 씨가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보고 단속반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과잉 단속'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4일 직권조사를 결정했습니다.

이후 사고 당시 상황을 녹화한 바디캠 영상과 법무부 내부 보고서, 119 신고자료를 검토하고 단속반원과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인권위는 단속반원이 창문 밖으로 나가려던 딴저테이 씨의 다리를 잡으면서 추락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단속반원과의 신체적 접촉이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단속반원들은 사건 현장의 구조나 제보 내용을 통해 사고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구체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단속반원들이 사고 이후 119신고 외에는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단속을 진행한 것도, 공무원으로서 인도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매우 부적절한 대처라고 봤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피해자 사망에 대해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보고, 법무부 장관에게 관련자 징계를 권고하고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에 피해자와 유가족 권리구제 법률구조를 요청했습니다.

또 이번 사건에서 지적된 주거권자 동의 절차 위반, 긴급보호서 남용, 단속 중 과도한 강제력 사용, 단속 후 장시간의 수갑 사용 등 적법절차 위반 사례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공무원에 직무교육을 시행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단속과정에서 반복되는 인명사고를 막기 위해, 사실상 체포와 연행 등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할 때는 법원의 통제를 받고 형사사법 절차에 준해 감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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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3 12:00:44
    • 수정2019-02-13 13:07:54
    사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8월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단속과정에서 건물 밖으로 떨어진 뒤 숨진 이주노동자와 관련해 직권조사한 결과,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인천 출입국·외국인청 단속 관계자를 징계하고, 단속 과정을 의무적으로 녹화하고 보존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고 오늘(13일) 밝혔습니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인 26살 딴저테이 씨는 지난해 8월 22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공사현장 간이식당에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직원을 피해 달아나다 7.5m 공사장 아래로 떨어져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딴저테이 씨는 이후 보름여 간 뇌사 상태에 있다가 9월 8일 숨졌으며, 딴저테이 씨의 아버지가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앞서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피해자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응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 추락의 원인이며 단속반원들이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단속 과정의 과실 여부를 수사하던 경찰은 지난해 10월 딴저테이 씨가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보고 단속반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과잉 단속'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4일 직권조사를 결정했습니다.

이후 사고 당시 상황을 녹화한 바디캠 영상과 법무부 내부 보고서, 119 신고자료를 검토하고 단속반원과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인권위는 단속반원이 창문 밖으로 나가려던 딴저테이 씨의 다리를 잡으면서 추락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단속반원과의 신체적 접촉이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단속반원들은 사건 현장의 구조나 제보 내용을 통해 사고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구체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단속반원들이 사고 이후 119신고 외에는 아무런 구조행위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단속을 진행한 것도, 공무원으로서 인도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매우 부적절한 대처라고 봤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피해자 사망에 대해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보고, 법무부 장관에게 관련자 징계를 권고하고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에 피해자와 유가족 권리구제 법률구조를 요청했습니다.

또 이번 사건에서 지적된 주거권자 동의 절차 위반, 긴급보호서 남용, 단속 중 과도한 강제력 사용, 단속 후 장시간의 수갑 사용 등 적법절차 위반 사례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공무원에 직무교육을 시행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단속과정에서 반복되는 인명사고를 막기 위해, 사실상 체포와 연행 등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할 때는 법원의 통제를 받고 형사사법 절차에 준해 감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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