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실 왜곡 용납못해, 보석 요구”…검찰 “李·朴도 구속, 보석 안 돼”

사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 심문에 출석해 "무소불위 검찰과 싸워야 하는데 구치소에서는 재판을 준비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오늘(26일) 오후 2시 중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심문 기일을 열었습니다.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양 전 원장은 구속 뒤 33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앞서 19일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기록이 방대해 방어권 행사를 위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보석을 청구했습니다.

양 전 원장은 보석 심문에서 직접 "무소불위 검찰과 싸워야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호미 자루 하나도 없다"면서 "내가 무슨 자료인 지 보지 않으면 기억도 나지 않는데 구치소에서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재임 기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정말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책임을 면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사실을 왜곡하는 것까지 전부 용납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또 검찰 수사에 대해 "문제 없다는 법원 자체 조사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수십 명 검사를 동원해 법원을 이 잡듯이 뒤졌다"며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공소장 300여 장을 만들어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에 대해서는 "공평과 형평이라는 우리 형사소송법 이념이 지배하는 법정이 되고 그 안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양 전 원장이 반헌법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한다"면서 "보석이 허가될 경우 도주의 우려가 있고, 전현직 법관들에게 부당향 영향을 끼치거나 진술을 조작 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양 전 원장이 대법원장 퇴임을 앞두고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 조사 요구를 허락하지 않았고, 업무용 PC에 저장된 내용을 디가우징 방식으로 삭제하거나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폐기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던 점을 예로 들었습니다.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구속돼있는데 연령이나 건강상태를 고려 할 때 양 전 원장 보석을 허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에 대해 직접 물었습니다. 먼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판에 대해 전범 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측과 논의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에 대해, 김앤장 한 모 변호사를 만난 사실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이에 양 전 원장은 "그 시기에 만난 사실 자체는 있다"면서도 "만난 이유는 공소장에 적힌 것과 다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재판부는 행정처가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는 기사를 신문에 내기 위해 기사 초안을 썼는지,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예산을 받아 법원장 격려금으로 사용했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양 전 원장은 대법원장이 보고 받거나 관여하는 내용이 아니라면서 모른다는 취지로 대답했습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거주지가 일정한 지, 건강상태가 양호한지도 확인했습니다. 양 전 원장은 "거주지에 시위대가 많이 몰려들어 잠시 집을 비운 적은 있지만 거주하는 곳이 맞다", "건강 관련해서 구속 이후 특별히 진료 받은 적은 없고 이상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과 양측 의견, 의견서 등을 검토한 뒤 보석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