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편법 매매…무자격 택시 활개?

입력 2019.03.19 (23:46) 수정 2019.03.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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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개인택시를 돈 주고 살 수 있을까요? 답은 '가능하다' 입니다. 다만, 자격 요건이 아주 엄격합니다.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격을 다 갖추지 못한 사람이 개인택시 허가를 따내 버젓이 택시를 몰고 있습니다.

심층취재팀, 노준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금 당장 개인택시를 산다면 자동차 매매상사로 가면 됩니다. 현재 부산 기준으로, 개인택시 번호판 시세는 7천만 원 안팎입니다.

그렇다고 택시를 아무나 살 수 없습니다.

무사고 경력증명서에 정밀검사 판정표, 그리고 건강진단서까지 필수로 갖춰야 할 증명서만 약 10여 개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앞서 화물차를 몰았다면, 부가가치세 표준과세 증명서와 유가보조금사용내역서, 건강보험자격 득실확인서까지, 즉, 적어도 3년 이상 운송회사에 합법적으로 고용됐다는 걸 반드시 '서류'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일부 기초단체에서 개인택시 인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리포트]

부산의 한 자동차 매매 업체입니다. 카카오 카풀 영향으로 개인택시 매물이 제법 풀리다 보니 택시 번호판 시세는 7천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번 기회에 개인택시를 사볼까, 평생직장을 꿈꾸는 운전기사들의 문의가 이어집니다.

개인택시 대기자(음성변조)[녹취]
"나이가 있으니까 직장도 못 구하고, 어차피 밥은 먹어야겠고...자가용식으로 쓰면서 세금이 안 나가니까 일단은. 가스도 싸고."

문제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운전기사들의 편법 거래.

이 업체가 귀띔해준 서류 대행 업자 A 씨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몇몇 서류가 빠져도 택시 양수 인가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서류 대행 업자 A 씨(음성변조)[녹취]
"되도록 한 번 해볼 테니까요. 혼자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여기저기 아무 데나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수법이 가능할까? 실제로 통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개인택시를 사려고 한 57살 박 모 씨. 우선, 화물운송자격증을 땄고 2012년 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화물협회에 가입했습니다.

이 3년 2개월 치 기록을 바탕으로 기초단체에 서류를 넣어 개인택시 번호판을 따냈습니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박 씨가 화물운송회사에 들어가 정상적으로 급여를 받고, 또 세금을 냈다는, 직접적인 취업 증거가 없습니다. 사실상, '화물차 3년 무사고' 증명이 불가능한 겁니다.

수상한 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택시 번호판을 따려면 화물차를 실제 운행했다는 기록, 즉, '유류카드 사용내역서'와 '사업자등록증'도 필수.

그런데 박 씨는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물차 기사(유류카드·사업자등록증 대여자)[녹취]
"(박 씨가) 개인택시를 해보겠다 하니까 서류를 구하면서, 유류 뗀 게 필요하다고 해서 제 것을 떼어줬지요."

<기자 MIC> 그럼 박 씨의 운전경력은 누가, 어떻게 증명해줬을까? 박 씨의 운전경력 증명서 발급처, 운송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출근 도장을 찍어주는 담당 직원, 박 씨의 존재조차 모릅니다.

OO 운송회사 경리 직원[녹취]
"박 씨 이 분을 본 적도 없지만, 이 분을 채용한 (차주) 기사님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 사장님이나 사모님이 근무 결제를 해주시는 거죠."

박 씨가 실제 일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화물차에 '대리 운전기사'로 이름만 얹어놓았다는 소문이 도는 것.

택시업계에서는 허술한 서류로 자격을 따낸 이른바, '무자격 택시'를 의심합니다.

무자격 택시 의혹 신고자[녹취]
"(운송회사) 사장 직인 그게 불법으로 통과됐거든요. 거기서 전혀 근무 한 번 안 하고 출근 한 번 안 하고, 3년 일한 것처럼 이름만 올려놨다가 3년 되는 해에 경력을 떼왔단 말입니다
.(박 씨는) 자가용 9인 승합차 그건 몰고 다녔지만, 영업용을 운행한 역사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서류 대행 업자 A 씨에 돈을 줘 개인택시 인가 업무를 맡겼는데, 일부 서류가 빠졌다는 걸 시인했습니다.

박 OO/ 무자격 택시 의혹 당사자[녹취]
"(A 씨는) 그 당시 조합에 이사인가 하고 있는데 개인택시를 하면서 이중으로 중개업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150만 원 먼저 통장으로 보내줬고...제가 4대 보험 가입은 안 되어 있었어요. 급여를 받는 명세서는 없었고..."

서류가 허술한데도 박 씨에게 일사천리로 택시 허가를 내준 기장군청. 부실한 심사로 인해 개인택시 편법 등록처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노준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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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택시 편법 매매…무자격 택시 활개?
    • 입력 2019-03-19 23:46:46
    • 수정2019-03-20 10:26:58
    뉴스9(부산)
[앵커멘트] 개인택시를 돈 주고 살 수 있을까요? 답은 '가능하다' 입니다. 다만, 자격 요건이 아주 엄격합니다.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격을 다 갖추지 못한 사람이 개인택시 허가를 따내 버젓이 택시를 몰고 있습니다. 심층취재팀, 노준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금 당장 개인택시를 산다면 자동차 매매상사로 가면 됩니다. 현재 부산 기준으로, 개인택시 번호판 시세는 7천만 원 안팎입니다. 그렇다고 택시를 아무나 살 수 없습니다. 무사고 경력증명서에 정밀검사 판정표, 그리고 건강진단서까지 필수로 갖춰야 할 증명서만 약 10여 개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앞서 화물차를 몰았다면, 부가가치세 표준과세 증명서와 유가보조금사용내역서, 건강보험자격 득실확인서까지, 즉, 적어도 3년 이상 운송회사에 합법적으로 고용됐다는 걸 반드시 '서류'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일부 기초단체에서 개인택시 인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리포트] 부산의 한 자동차 매매 업체입니다. 카카오 카풀 영향으로 개인택시 매물이 제법 풀리다 보니 택시 번호판 시세는 7천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번 기회에 개인택시를 사볼까, 평생직장을 꿈꾸는 운전기사들의 문의가 이어집니다. 개인택시 대기자(음성변조)[녹취] "나이가 있으니까 직장도 못 구하고, 어차피 밥은 먹어야겠고...자가용식으로 쓰면서 세금이 안 나가니까 일단은. 가스도 싸고." 문제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운전기사들의 편법 거래. 이 업체가 귀띔해준 서류 대행 업자 A 씨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몇몇 서류가 빠져도 택시 양수 인가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서류 대행 업자 A 씨(음성변조)[녹취] "되도록 한 번 해볼 테니까요. 혼자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여기저기 아무 데나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수법이 가능할까? 실제로 통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개인택시를 사려고 한 57살 박 모 씨. 우선, 화물운송자격증을 땄고 2012년 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화물협회에 가입했습니다. 이 3년 2개월 치 기록을 바탕으로 기초단체에 서류를 넣어 개인택시 번호판을 따냈습니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박 씨가 화물운송회사에 들어가 정상적으로 급여를 받고, 또 세금을 냈다는, 직접적인 취업 증거가 없습니다. 사실상, '화물차 3년 무사고' 증명이 불가능한 겁니다. 수상한 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택시 번호판을 따려면 화물차를 실제 운행했다는 기록, 즉, '유류카드 사용내역서'와 '사업자등록증'도 필수. 그런데 박 씨는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물차 기사(유류카드·사업자등록증 대여자)[녹취] "(박 씨가) 개인택시를 해보겠다 하니까 서류를 구하면서, 유류 뗀 게 필요하다고 해서 제 것을 떼어줬지요." <기자 MIC> 그럼 박 씨의 운전경력은 누가, 어떻게 증명해줬을까? 박 씨의 운전경력 증명서 발급처, 운송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출근 도장을 찍어주는 담당 직원, 박 씨의 존재조차 모릅니다. OO 운송회사 경리 직원[녹취] "박 씨 이 분을 본 적도 없지만, 이 분을 채용한 (차주) 기사님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 사장님이나 사모님이 근무 결제를 해주시는 거죠." 박 씨가 실제 일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화물차에 '대리 운전기사'로 이름만 얹어놓았다는 소문이 도는 것. 택시업계에서는 허술한 서류로 자격을 따낸 이른바, '무자격 택시'를 의심합니다. 무자격 택시 의혹 신고자[녹취] "(운송회사) 사장 직인 그게 불법으로 통과됐거든요. 거기서 전혀 근무 한 번 안 하고 출근 한 번 안 하고, 3년 일한 것처럼 이름만 올려놨다가 3년 되는 해에 경력을 떼왔단 말입니다 .(박 씨는) 자가용 9인 승합차 그건 몰고 다녔지만, 영업용을 운행한 역사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서류 대행 업자 A 씨에 돈을 줘 개인택시 인가 업무를 맡겼는데, 일부 서류가 빠졌다는 걸 시인했습니다. 박 OO/ 무자격 택시 의혹 당사자[녹취] "(A 씨는) 그 당시 조합에 이사인가 하고 있는데 개인택시를 하면서 이중으로 중개업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150만 원 먼저 통장으로 보내줬고...제가 4대 보험 가입은 안 되어 있었어요. 급여를 받는 명세서는 없었고..." 서류가 허술한데도 박 씨에게 일사천리로 택시 허가를 내준 기장군청. 부실한 심사로 인해 개인택시 편법 등록처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노준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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