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이례적 기각 사유서
입력 2019.03.27 (07:43)
수정 2019.03.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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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익 해설위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기각됐습니다. 현 정부에서 장관 출신 인사의 첫 구속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 등으로 인해 영장 발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었지만, 막상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주목을 끈 건 영장판사의 이례적인 기각 사유서 첨부였습니다.
영장판사는 장관이 청와대와 인사를 협의하는 건 '관행'으로서 김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인해 산하기관의 임원들에 대한 감찰 필요성도 있어 표적감사라는 논란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기각 사유로 자세히 적시했습니다. 통상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할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고 없고, 범죄 사실이 소명되냐 안 되냐 정도만 짤막히 적시하는 것과 달리 이번엔 다소 긴 설명문을 붙였습니다. 정식 재판도 아닌 영장심사에서 판사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판사가 정치권을 의식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명단 관리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는 청와대 발언이 나왔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서 균형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수사나 재판에 '가이드라인' 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영장이 기각되자 청와대와 여권에선 '공정한 판단'이란 반응이 나온 반면 제1 야당에선 '권력의 압박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재판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법리에 따라 하는 겁니다. 판사가 이렇게 판단하는 게 맞다 식으로 재판도 하기 전 이미 정치권에서 결론을 내는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그것이 아니면 판사가 틀렸다고 공격하는 행태는 없어야 합니다. 특히 권력을 잡은 쪽에선 발언에 신중해야 하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지켜봐야 합니다. 사법부가 흔들려선 정의를 세우는 일도 요원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기각됐습니다. 현 정부에서 장관 출신 인사의 첫 구속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 등으로 인해 영장 발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었지만, 막상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주목을 끈 건 영장판사의 이례적인 기각 사유서 첨부였습니다.
영장판사는 장관이 청와대와 인사를 협의하는 건 '관행'으로서 김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인해 산하기관의 임원들에 대한 감찰 필요성도 있어 표적감사라는 논란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기각 사유로 자세히 적시했습니다. 통상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할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고 없고, 범죄 사실이 소명되냐 안 되냐 정도만 짤막히 적시하는 것과 달리 이번엔 다소 긴 설명문을 붙였습니다. 정식 재판도 아닌 영장심사에서 판사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판사가 정치권을 의식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명단 관리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는 청와대 발언이 나왔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서 균형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수사나 재판에 '가이드라인' 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영장이 기각되자 청와대와 여권에선 '공정한 판단'이란 반응이 나온 반면 제1 야당에선 '권력의 압박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재판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법리에 따라 하는 겁니다. 판사가 이렇게 판단하는 게 맞다 식으로 재판도 하기 전 이미 정치권에서 결론을 내는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그것이 아니면 판사가 틀렸다고 공격하는 행태는 없어야 합니다. 특히 권력을 잡은 쪽에선 발언에 신중해야 하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지켜봐야 합니다. 사법부가 흔들려선 정의를 세우는 일도 요원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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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19-03-27 08:03:09
[조재익 해설위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기각됐습니다. 현 정부에서 장관 출신 인사의 첫 구속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 등으로 인해 영장 발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었지만, 막상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주목을 끈 건 영장판사의 이례적인 기각 사유서 첨부였습니다.
영장판사는 장관이 청와대와 인사를 협의하는 건 '관행'으로서 김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인해 산하기관의 임원들에 대한 감찰 필요성도 있어 표적감사라는 논란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기각 사유로 자세히 적시했습니다. 통상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할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고 없고, 범죄 사실이 소명되냐 안 되냐 정도만 짤막히 적시하는 것과 달리 이번엔 다소 긴 설명문을 붙였습니다. 정식 재판도 아닌 영장심사에서 판사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판사가 정치권을 의식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명단 관리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는 청와대 발언이 나왔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서 균형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수사나 재판에 '가이드라인' 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영장이 기각되자 청와대와 여권에선 '공정한 판단'이란 반응이 나온 반면 제1 야당에선 '권력의 압박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재판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법리에 따라 하는 겁니다. 판사가 이렇게 판단하는 게 맞다 식으로 재판도 하기 전 이미 정치권에서 결론을 내는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그것이 아니면 판사가 틀렸다고 공격하는 행태는 없어야 합니다. 특히 권력을 잡은 쪽에선 발언에 신중해야 하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지켜봐야 합니다. 사법부가 흔들려선 정의를 세우는 일도 요원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기각됐습니다. 현 정부에서 장관 출신 인사의 첫 구속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 등으로 인해 영장 발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었지만, 막상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주목을 끈 건 영장판사의 이례적인 기각 사유서 첨부였습니다.
영장판사는 장관이 청와대와 인사를 협의하는 건 '관행'으로서 김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인해 산하기관의 임원들에 대한 감찰 필요성도 있어 표적감사라는 논란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기각 사유로 자세히 적시했습니다. 통상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할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고 없고, 범죄 사실이 소명되냐 안 되냐 정도만 짤막히 적시하는 것과 달리 이번엔 다소 긴 설명문을 붙였습니다. 정식 재판도 아닌 영장심사에서 판사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판사가 정치권을 의식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명단 관리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는 청와대 발언이 나왔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서 균형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수사나 재판에 '가이드라인' 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영장이 기각되자 청와대와 여권에선 '공정한 판단'이란 반응이 나온 반면 제1 야당에선 '권력의 압박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재판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법리에 따라 하는 겁니다. 판사가 이렇게 판단하는 게 맞다 식으로 재판도 하기 전 이미 정치권에서 결론을 내는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그것이 아니면 판사가 틀렸다고 공격하는 행태는 없어야 합니다. 특히 권력을 잡은 쪽에선 발언에 신중해야 하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지켜봐야 합니다. 사법부가 흔들려선 정의를 세우는 일도 요원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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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익 기자 wingj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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