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재벌 경영 방식에 ‘경종’

입력 2019.03.28 (07:43) 수정 2019.03.2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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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상 해설위원]

이른바 땅콩 회항에서 비롯된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갑질 파문이 유례없는 대표이사직 상실로 이어졌습니다. 조양호 회장은 주주권 행사를 통해 물러난 첫 번째 재벌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결정적이었던 만큼 이번 사태가 앞으로 재벌 기업들의 경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국민연금은 주주 총회에 하루 앞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주총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이미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를 권고했습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소액투자자 상당수도 반대쪽에 표를 던지면서 대한항공 측의 전방위 방어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의 이사직 박탈을 막지 못했습니다. 조 회장 일가는 갑질 행태 외에 수백억 원 대의 배임, 횡령 등 여러 혐의와 논란으로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첫 사례로 더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경영권 개입이 아닌 의결권 행사만으로도 총수의 대표이사 박탈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국민연금이 그동안 주총에서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국민들을 대표한 기관투자자로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이 정부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이른바 '관치'의 가능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독립성 논란이 큰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나 노조, 여론에 밀려 지나친 경영 간섭을 하는 부작용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한 항공은 창립 50년 만의 최대 위기를 맞게 됐지만, 이번 사태가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연금의 주인인 국민들의 재산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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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상 해설위원]

이른바 땅콩 회항에서 비롯된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갑질 파문이 유례없는 대표이사직 상실로 이어졌습니다. 조양호 회장은 주주권 행사를 통해 물러난 첫 번째 재벌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결정적이었던 만큼 이번 사태가 앞으로 재벌 기업들의 경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국민연금은 주주 총회에 하루 앞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주총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이미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를 권고했습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소액투자자 상당수도 반대쪽에 표를 던지면서 대한항공 측의 전방위 방어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의 이사직 박탈을 막지 못했습니다. 조 회장 일가는 갑질 행태 외에 수백억 원 대의 배임, 횡령 등 여러 혐의와 논란으로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첫 사례로 더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경영권 개입이 아닌 의결권 행사만으로도 총수의 대표이사 박탈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국민연금이 그동안 주총에서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국민들을 대표한 기관투자자로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이 정부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이른바 '관치'의 가능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독립성 논란이 큰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나 노조, 여론에 밀려 지나친 경영 간섭을 하는 부작용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한 항공은 창립 50년 만의 최대 위기를 맞게 됐지만, 이번 사태가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연금의 주인인 국민들의 재산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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