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양호 이사 연임 실패…파장은?

입력 2019.03.28 (08:02) 수정 2019.03.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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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 지위를 잃게 됐습니다.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내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20년 동안 유지했던 대표 이사직을 주총 시작 40분 만에 박탈당하게 됐습니다.

친절한 뉴스를 맡고 있는 이윤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 기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 어제 하루 가장 큰 뉴스였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건가요?

[기자]

국민연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대한항공 내 지분은 11% 남짓이지만 주총 하루 전날 반대 의견을 미리 공개하면서 소액 주주들을 결집시키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하려면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요.

2.6% 포인트가 모자랐습니다.

주주들 손에 의해 재벌 총수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온 첫 사례가 됐습니다.

어제 주총장 풍경 잠시 보시겠습니다.

[우기홍/대한항공 주주총회 의장 :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안건은 원안대로 승인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반대 표가 있어요! 반대 표가!) (찬성 반대를 표시 안 하고 오신 분들의 표결권을 침해하면 위법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다 반대를 하고 찬성을 하더라도 결과가 바뀌지 않습니다."]

[앵커]

사실 주총 전만해도 조 회장에게 유리한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전망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주주들 마음을 움직인 요인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조 회장 일가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들의 막말과 구설수는 일지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자주, 끊임없이 일어났죠.

시작은 5년 전, 큰 딸인 조현아 씨가 기내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서 항공기를 되돌렸던 초유의 사건, 일명 땅콩 회항 사건입니다.

이후 둘째 딸인 조현민 씨와 부인 이명희 씨의 막말 파문.

여기에 조 회장 본인의 횡령, 배임, 탈세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더 이상 회사 경영을 맡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앵커]

조금 헷갈리는 게,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상실하긴 했지만 영향력을 상실한 건 아니라고 하던데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대한항공 측 입장인데요.

어제 기자들에게 "대표이사직을 상실한 건 맞지만 경영권을 잃은 건 아니다" 짤막한 세 줄 짜리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대표이사' 글자는 뗐지만, 그의 직함은 여전히 '회장'입니다.

여전히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이고 또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회장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조 회장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얘기죠.

조 회장이 더 이상 사내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당장 경영에서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대한항공은 당분간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 또 장남인 조원태 사장, 우기홍 부사장의 3인 대표이사 체제인데요.

조 회장만 빠진 공동 대표 체제가 되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의 의견을 통해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다른 대기업들에 주는 경고의 의미도 있어 보이고요.

[기자]

네. 조양호 이사 연임 실패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들의 연대, 이 둘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 측이 소액 주주 140여 명으로부터 위임받은 의결권은 전체 지분의 0.5% 수준이라 이들의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총을 앞두고 소액 주주들의 적극적인 요구와 공세가 다른 형태의 주주들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대기업 이사회나 주주총회는 하나의 요식 행위처럼 열렸습니다.

재벌 총수들은 간단하게 총회를 열고, 이사 결정 등 주요 안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습니다.

거수기 정도로 간주해 왔던 재벌 기업 주총에서 재벌 오너가 경영권을 상실한 첫 사례가 나왔다는데 이번 주총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전경련 등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일일이 경영에 개입하는 연금 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이 한창 주총 시즌인데요. 당장 내일 한진칼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또 어떤 결정이 나올지, 대한항공 주총을 계기로 다른 대기업 주총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앵커]

조양호 회장은 어제 주총장에 나오지 않았죠?

현재 어디 있는 거죠?

[기자]

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있는 별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회장은 주총 소식이 전해진 뒤 LA 현지에 파견된 대한항공 임직원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귀국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전해진 바가 없습니다만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 국세청도 조 회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한 상황이라 해외에 오래 머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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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 연임 실패…파장은?
    • 입력 2019-03-28 08:07:39
    • 수정2019-03-28 10: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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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 지위를 잃게 됐습니다.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내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20년 동안 유지했던 대표 이사직을 주총 시작 40분 만에 박탈당하게 됐습니다.

친절한 뉴스를 맡고 있는 이윤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 기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 어제 하루 가장 큰 뉴스였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건가요?

[기자]

국민연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대한항공 내 지분은 11% 남짓이지만 주총 하루 전날 반대 의견을 미리 공개하면서 소액 주주들을 결집시키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하려면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요.

2.6% 포인트가 모자랐습니다.

주주들 손에 의해 재벌 총수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온 첫 사례가 됐습니다.

어제 주총장 풍경 잠시 보시겠습니다.

[우기홍/대한항공 주주총회 의장 :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안건은 원안대로 승인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반대 표가 있어요! 반대 표가!) (찬성 반대를 표시 안 하고 오신 분들의 표결권을 침해하면 위법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다 반대를 하고 찬성을 하더라도 결과가 바뀌지 않습니다."]

[앵커]

사실 주총 전만해도 조 회장에게 유리한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전망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주주들 마음을 움직인 요인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조 회장 일가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들의 막말과 구설수는 일지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자주, 끊임없이 일어났죠.

시작은 5년 전, 큰 딸인 조현아 씨가 기내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서 항공기를 되돌렸던 초유의 사건, 일명 땅콩 회항 사건입니다.

이후 둘째 딸인 조현민 씨와 부인 이명희 씨의 막말 파문.

여기에 조 회장 본인의 횡령, 배임, 탈세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더 이상 회사 경영을 맡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앵커]

조금 헷갈리는 게,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상실하긴 했지만 영향력을 상실한 건 아니라고 하던데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대한항공 측 입장인데요.

어제 기자들에게 "대표이사직을 상실한 건 맞지만 경영권을 잃은 건 아니다" 짤막한 세 줄 짜리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대표이사' 글자는 뗐지만, 그의 직함은 여전히 '회장'입니다.

여전히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이고 또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회장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조 회장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얘기죠.

조 회장이 더 이상 사내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당장 경영에서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대한항공은 당분간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 또 장남인 조원태 사장, 우기홍 부사장의 3인 대표이사 체제인데요.

조 회장만 빠진 공동 대표 체제가 되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의 의견을 통해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다른 대기업들에 주는 경고의 의미도 있어 보이고요.

[기자]

네. 조양호 이사 연임 실패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들의 연대, 이 둘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 측이 소액 주주 140여 명으로부터 위임받은 의결권은 전체 지분의 0.5% 수준이라 이들의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총을 앞두고 소액 주주들의 적극적인 요구와 공세가 다른 형태의 주주들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대기업 이사회나 주주총회는 하나의 요식 행위처럼 열렸습니다.

재벌 총수들은 간단하게 총회를 열고, 이사 결정 등 주요 안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습니다.

거수기 정도로 간주해 왔던 재벌 기업 주총에서 재벌 오너가 경영권을 상실한 첫 사례가 나왔다는데 이번 주총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전경련 등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일일이 경영에 개입하는 연금 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이 한창 주총 시즌인데요. 당장 내일 한진칼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또 어떤 결정이 나올지, 대한항공 주총을 계기로 다른 대기업 주총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앵커]

조양호 회장은 어제 주총장에 나오지 않았죠?

현재 어디 있는 거죠?

[기자]

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있는 별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회장은 주총 소식이 전해진 뒤 LA 현지에 파견된 대한항공 임직원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귀국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전해진 바가 없습니다만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 국세청도 조 회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한 상황이라 해외에 오래 머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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