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바다에 추락한 10대들…공유차의 ‘두 얼굴’

입력 2019.03.28 (12:39) 수정 2019.03.2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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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틀 전에 공유차량을 빌려 운전하던 10대들이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 1시간이 지나 발견됐고, 5명 모두 숨졌는데요.

빌린 면허증으로 새벽시간에 차를 몰고 달리기까지 안타까운 이 사고는 막을 수 없었을까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이틀 전, 강원도 강릉의 한 해안도로.

승용차가 뒤집어진 채 바다 위에 떠 있고,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차가 발견 된 건 오전 6시 반쯤.

[목격자/음성변조 : "운동 가는 길이였거든 우리가. 운동 가다가 가드레일이 없어서 '이거 왜 이렇지' 하고 보니까 차가 빠져 있어서 우리 일행 중에 한 사람이 신고를 한 거지."]

[이희왕/목격자 : "가드레일이 뻥 뚫린 거야. 누가 사고 냈구나 하고 딱 보니 차가 뒤집혀가지고 타이어가 하늘 보고 있는 거야."]

새벽 운동 길이었던 인근 마을 주민들이 발견했을 당시엔 바퀴만 빼고 차체가 거의 잠겨있던 상황.

[신진구/동해해양경찰서 특수구조대 : "차량 창문과 그다음에 문이 닫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하게 인원 파악이 안돼서 손도끼로 창문을 깨고 그다음에 안에 있던 승객들을 한 명씩 구조를 했는데…."]

차 안엔 19살 김 모 군을 포함해 10대 5명이 타고 있었는데요.

[신진구/동해해양경찰서 특수구조대 : "저희가 일단은 구조를 하는 공간이 협소했기 때문에 바로바로 사람들을 구조해서 바로 육상으로 한 명씩 한 명씩 계속해서 이동시켰죠. 의식이 없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구조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을 거뒀습니다.

대부분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해시에 거주하는 동갑 친구나 지인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들이 차를 빌린 시각은 사고에 앞선 새벽 4시 40분경.

동해버스터미널 인근의 한 주차장 앞으로 택시 한 대가 멈춰서더니 남성 2명이 내립니다.

그리곤 잠시 후, 차량 한 대를 골라 타고 떠나는 모습이 주차장 CCTV에 포착됐는데요.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공유차를 빌렸던 겁니다.

문제는 해당 업체 규정상 만 21살, 면허 취득 1년 미만일 경우엔 차를 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10대였던 이들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빌리는 요건이 안 되니까 다른 사람 명의로 아는 형의 명의로 그렇게 대여를 한 겁니다."]

그렇게 빌린 운전면허증으로 차를 대여한 이들은 망상 해수욕장에 잠시 머문 뒤 해안도로를 달리다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커브길인데 운전대를 못 틀었으니까 운전 미숙으로 봐야죠. 그리고 운전면허 취득한지 얼마 안 돼요."]

블랙박스 확인 결과 사고 발생 시각은 오전 5시 20분.

차를 빌린 지 불과 40여분 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려 한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결국 구조를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운전자의 음주 운전 여부와 CCTV, 차량 주행 기록 장치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또다시 관리에 허점을 보인 카 쉐어링, 공유 차량 서비스.

대학생 사람 간의 거래가 아니라 그냥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하는 거라서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공유 차량으로 인해서 청소년이나 이런 친구들이 (차를) 빌려서 사고를 일으키고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사건은 굉장히 많아지고 있고 또 그 횟수도 늘어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리에는 공유 차량을 이용해 봤다는 10대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음성변조 :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면허증을 사진 찍어서 등록하면 차를 빌릴 수 있거든요."]

[고등학생/음성변조 : "네, 저도 그렇게 거기서 (차를) 구해요."]

직원을 직접 만나지 않는 비대면 방식에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와 면허증, 신용카드만 있으면 차량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음성변조 : "대여비가 택시비보다 덜 들고 놀러 갈 때 편해요. 오토바이는 추울 때는 바람맞고 그러면 춥잖아요. 근데 차는 그냥 가만히 가면 되잖아요."]

[고등학생/음성변조 : "막 유튜브나 그런 거 보면 자동차 멋지게 운전하고 다니니까 나이는 안 돼도 타고 싶으니까 충동적으로 형들이랑 차 빌려서 형들 고2였는데 차 타고 고속도로 달리고…."]

서비스 자체의 허점과 별도로 운전대를 쉽게 잡고 있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짚어볼 문제입니다.

[김미은/서울 마포구 :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되잖아요. 사용자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나 이런 것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유 차량 업체들은 사용자 인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차량 공유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본인인증 강화는 4월부터 더 도입되는 부분으로 더 준비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방법이 제시되는 가운데 제도 보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선진국에서는 역시 비대면의 특성은 있지만 사고가 거의 없는 이유가 어릴 때부터 안전 교육이라든지 윤리적인 부분들 굉장히 강화를 하는데 우리나라 같은 데는 자동차 관련 교육이나 안전교육이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또 하루 반이면 (운전면허를) 따는 나라니까 세계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나오는 일탈에 대한 것들을 제도적으로만 막을 생각을 하니까 답이 없는 거거든요."]

편리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는 나름의 보완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고령 사회를 맞아 어르신 운전자들의 안전 운전 우려에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운전대 잡기 등 반복되는 사고와 위험해지는 도로문제 등은 사회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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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바다에 추락한 10대들…공유차의 ‘두 얼굴’
    • 입력 2019-03-28 12:44:39
    • 수정2019-03-28 12:52:10
    뉴스 12
[앵커]

이틀 전에 공유차량을 빌려 운전하던 10대들이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 1시간이 지나 발견됐고, 5명 모두 숨졌는데요.

빌린 면허증으로 새벽시간에 차를 몰고 달리기까지 안타까운 이 사고는 막을 수 없었을까요?

김병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이틀 전, 강원도 강릉의 한 해안도로.

승용차가 뒤집어진 채 바다 위에 떠 있고,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차가 발견 된 건 오전 6시 반쯤.

[목격자/음성변조 : "운동 가는 길이였거든 우리가. 운동 가다가 가드레일이 없어서 '이거 왜 이렇지' 하고 보니까 차가 빠져 있어서 우리 일행 중에 한 사람이 신고를 한 거지."]

[이희왕/목격자 : "가드레일이 뻥 뚫린 거야. 누가 사고 냈구나 하고 딱 보니 차가 뒤집혀가지고 타이어가 하늘 보고 있는 거야."]

새벽 운동 길이었던 인근 마을 주민들이 발견했을 당시엔 바퀴만 빼고 차체가 거의 잠겨있던 상황.

[신진구/동해해양경찰서 특수구조대 : "차량 창문과 그다음에 문이 닫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하게 인원 파악이 안돼서 손도끼로 창문을 깨고 그다음에 안에 있던 승객들을 한 명씩 구조를 했는데…."]

차 안엔 19살 김 모 군을 포함해 10대 5명이 타고 있었는데요.

[신진구/동해해양경찰서 특수구조대 : "저희가 일단은 구조를 하는 공간이 협소했기 때문에 바로바로 사람들을 구조해서 바로 육상으로 한 명씩 한 명씩 계속해서 이동시켰죠. 의식이 없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구조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을 거뒀습니다.

대부분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해시에 거주하는 동갑 친구나 지인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들이 차를 빌린 시각은 사고에 앞선 새벽 4시 40분경.

동해버스터미널 인근의 한 주차장 앞으로 택시 한 대가 멈춰서더니 남성 2명이 내립니다.

그리곤 잠시 후, 차량 한 대를 골라 타고 떠나는 모습이 주차장 CCTV에 포착됐는데요.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공유차를 빌렸던 겁니다.

문제는 해당 업체 규정상 만 21살, 면허 취득 1년 미만일 경우엔 차를 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10대였던 이들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빌리는 요건이 안 되니까 다른 사람 명의로 아는 형의 명의로 그렇게 대여를 한 겁니다."]

그렇게 빌린 운전면허증으로 차를 대여한 이들은 망상 해수욕장에 잠시 머문 뒤 해안도로를 달리다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커브길인데 운전대를 못 틀었으니까 운전 미숙으로 봐야죠. 그리고 운전면허 취득한지 얼마 안 돼요."]

블랙박스 확인 결과 사고 발생 시각은 오전 5시 20분.

차를 빌린 지 불과 40여분 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려 한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결국 구조를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운전자의 음주 운전 여부와 CCTV, 차량 주행 기록 장치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또다시 관리에 허점을 보인 카 쉐어링, 공유 차량 서비스.

대학생 사람 간의 거래가 아니라 그냥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하는 거라서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공유 차량으로 인해서 청소년이나 이런 친구들이 (차를) 빌려서 사고를 일으키고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사건은 굉장히 많아지고 있고 또 그 횟수도 늘어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리에는 공유 차량을 이용해 봤다는 10대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음성변조 :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면허증을 사진 찍어서 등록하면 차를 빌릴 수 있거든요."]

[고등학생/음성변조 : "네, 저도 그렇게 거기서 (차를) 구해요."]

직원을 직접 만나지 않는 비대면 방식에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와 면허증, 신용카드만 있으면 차량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음성변조 : "대여비가 택시비보다 덜 들고 놀러 갈 때 편해요. 오토바이는 추울 때는 바람맞고 그러면 춥잖아요. 근데 차는 그냥 가만히 가면 되잖아요."]

[고등학생/음성변조 : "막 유튜브나 그런 거 보면 자동차 멋지게 운전하고 다니니까 나이는 안 돼도 타고 싶으니까 충동적으로 형들이랑 차 빌려서 형들 고2였는데 차 타고 고속도로 달리고…."]

서비스 자체의 허점과 별도로 운전대를 쉽게 잡고 있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짚어볼 문제입니다.

[김미은/서울 마포구 :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되잖아요. 사용자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나 이런 것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유 차량 업체들은 사용자 인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차량 공유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본인인증 강화는 4월부터 더 도입되는 부분으로 더 준비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방법이 제시되는 가운데 제도 보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선진국에서는 역시 비대면의 특성은 있지만 사고가 거의 없는 이유가 어릴 때부터 안전 교육이라든지 윤리적인 부분들 굉장히 강화를 하는데 우리나라 같은 데는 자동차 관련 교육이나 안전교육이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또 하루 반이면 (운전면허를) 따는 나라니까 세계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나오는 일탈에 대한 것들을 제도적으로만 막을 생각을 하니까 답이 없는 거거든요."]

편리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는 나름의 보완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고령 사회를 맞아 어르신 운전자들의 안전 운전 우려에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운전대 잡기 등 반복되는 사고와 위험해지는 도로문제 등은 사회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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