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대사관 습격 미스테리’

입력 2019.03.28 (20:38) 수정 2019.03.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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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송영석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도 인물 사진 준비하셨는데 누군가요?

[기자]

네, 하노이 북미 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는데요,

스페인 법원이 당시 대사관 침입을 주도했다고 밝힌 인물입니다.

이름은 '에이드리언 홍 창', 35살,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정보기관 개입설에, 스페인 법원의 이례적인 사건 정보 공개까지, 미스테리한 사건 만큼이나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오늘 키워드는 '대사관 습격 미스터리' 입니다.

북미 회담 때 스페인발 뉴스가 화제였던 건 사건 장소가 북한 측 실무 대표인 김혁철이 대사로 있던 곳이기 때문인데요.

첫 보도가 나오고 이틀 뒤 용의자는 10명, 모두 남성이고 공관원들을 결박한 상태에서 컴퓨터와 휴대전화기를 빼앗아갔다,

그런데 피해를 당한 대사관 직원들이 진술을 제대로 하지 않아 현지 경찰이 애를 먹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앵커]

저도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후 관련 뉴스가 한참동안 나오지 않더라고요?

[기자]

네, 대낮에 무장 괴한들이 북한의 대사관을 침입해 무려 5시간 동안 직원들을 감금한 사건이었는데 관련 뉴스도 더 나오지 않아서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러다 열흘쯤 지난 이달 13일, 스페인의 유력 일간지가 미국 중앙정보국 CIA 배후설을 제기하면서 관심이 증폭됐습니다.

스페인 정보기관을 인용해, "최소 2명의 신원이 확인됐는데 이들이 CIA 관련 인물"이라고 보도한 겁니다.

그런데 이런 보도가 나가자 사흘 뒤 미국 쪽에서도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의 배후가 북한의 비밀스러운 반체제 조직인 '천리마 민방위'라는 워싱턴 포스트 보도였는데요.

워싱턴 포스트는 "천리마 민방위가 어떤 나라의 정부와도 협조해 행동하지 않았다"는 취재원들의 말을 강조해 전했습니다.

CIA 연루설에 대한 반박으로 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앵커]

'배후가 미국 정보기관이다', 그러자 '아니다. 반체제 북한단체다' 스페인과 미국의 유력 언론이 서로 다른 보도를 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건의 배후를 놓고 누군가 서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듯한 인상을 줬는데요.

천리마 민방위는 2017년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고 주장한 단체로 유명하죠.

[김한솔/2017년 '천리마민방위' 영상 : "저는 북한 출신 김한솔입니다. 김일성 일가고요. 이것이 제 여권입니다. 아버지가 며칠 전 살해당했습니다. 저는 지금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있습니다."]

이달 1일부터는 김정은 정권을 대체할 임시 정부를 자처하면서 이름을 '자유 조선'으로 바꾸는 등 대담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만,

그래도 그 정체만큼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있던 이 단체가, 정보기관이 달려들어 신원을 캐고 대사관 습격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자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을 향해 단체 구성원들의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자유조선이 자신들이 배후가 맞다고 인정한 건가요?

[기자]

자유조선이 입장을 밝히는 패턴을 보면 언론보도가 나오면 해명하거나 대응하는 방식으로 체계적이면서도 신중한 모습인데요.

결국 대사관 사건이 자신들이 벌였다는 걸 인정하는 입장을 발표했는데, 그 전에 바로 스페인 고등법원의 수사 내용 발표가 있었습니다.

내용을 보면, 용의자는 모두 10명이 맞는데, 미국과 멕시코 국적자 각각 1명과 한국인들도 포함돼 있다고 했습니다.

대사관에서 컴퓨터 등을 챙겨 나온 이후 4개 팀으로 흩어진 뒤 포루투갈로 넘어갔는데, 이중 앞서 말씀드린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이 사건 발생 5일 뒤에 입수한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 FBI와 접촉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창 일행은 대사관 침입 당시 북한 외교관에게 탈북하고 망명하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유조선이 고위급의 탈북을 가속화해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탈북자들로 구성된 단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보도가 잇따르자 홍 창이 누군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미국에 기반을 두고 오랫동안 반북 활동을 해왔고 북한주민들의 탈북을 돕다 중국에서 체포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에이드리언 홍 창/美 허드슨연구소 연구원 출판 행사/2012년 :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와 악행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려면 몇시간은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 정보 탈취 때문에 대사관을 침입했던 건지, 범행 동기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은 상황인데요.

미국 시민권자 한명과 한국 국적자 한명 등 다른 이들의 신원도 노출된 상황에서 자유 조선은 FBI와의 접촉설에 대해 "FBI와 상호 비밀 유지에 합의하고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공유했다. 해당 정보는 'FBI의 요청에 따라' 공유된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습격이 아니었다. 대사관 내의 긴급한 상황에 대응했던 것 뿐"이라고 밝혀,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앵커]

자신들의 신원이 드러나고 사건 당시 상황까지 공개되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네, 자유조선이 FBI와 접촉한 배경에 대해 향후 북한의 보복을 우려했을 거라는 외신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FBI는 이 단체와의 접촉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해줄 수 없다"며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고요,

미국 국무부는 "미국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법원이 미국 정부에 용의자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겠다고 밝히자 자유조선 측은 신변의 위협을 호소하며 미국 정부가 정치적 편의를 위해 관련 내용을 언론에 누설했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는데요.

북미 관계와 맞물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유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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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대사관 습격 미스테리’
    • 입력 2019-03-28 20:42:13
    • 수정2019-03-28 20:55:30
    글로벌24
[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송영석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도 인물 사진 준비하셨는데 누군가요?

[기자]

네, 하노이 북미 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는데요,

스페인 법원이 당시 대사관 침입을 주도했다고 밝힌 인물입니다.

이름은 '에이드리언 홍 창', 35살,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정보기관 개입설에, 스페인 법원의 이례적인 사건 정보 공개까지, 미스테리한 사건 만큼이나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오늘 키워드는 '대사관 습격 미스터리' 입니다.

북미 회담 때 스페인발 뉴스가 화제였던 건 사건 장소가 북한 측 실무 대표인 김혁철이 대사로 있던 곳이기 때문인데요.

첫 보도가 나오고 이틀 뒤 용의자는 10명, 모두 남성이고 공관원들을 결박한 상태에서 컴퓨터와 휴대전화기를 빼앗아갔다,

그런데 피해를 당한 대사관 직원들이 진술을 제대로 하지 않아 현지 경찰이 애를 먹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앵커]

저도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후 관련 뉴스가 한참동안 나오지 않더라고요?

[기자]

네, 대낮에 무장 괴한들이 북한의 대사관을 침입해 무려 5시간 동안 직원들을 감금한 사건이었는데 관련 뉴스도 더 나오지 않아서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러다 열흘쯤 지난 이달 13일, 스페인의 유력 일간지가 미국 중앙정보국 CIA 배후설을 제기하면서 관심이 증폭됐습니다.

스페인 정보기관을 인용해, "최소 2명의 신원이 확인됐는데 이들이 CIA 관련 인물"이라고 보도한 겁니다.

그런데 이런 보도가 나가자 사흘 뒤 미국 쪽에서도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의 배후가 북한의 비밀스러운 반체제 조직인 '천리마 민방위'라는 워싱턴 포스트 보도였는데요.

워싱턴 포스트는 "천리마 민방위가 어떤 나라의 정부와도 협조해 행동하지 않았다"는 취재원들의 말을 강조해 전했습니다.

CIA 연루설에 대한 반박으로 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앵커]

'배후가 미국 정보기관이다', 그러자 '아니다. 반체제 북한단체다' 스페인과 미국의 유력 언론이 서로 다른 보도를 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건의 배후를 놓고 누군가 서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듯한 인상을 줬는데요.

천리마 민방위는 2017년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고 주장한 단체로 유명하죠.

[김한솔/2017년 '천리마민방위' 영상 : "저는 북한 출신 김한솔입니다. 김일성 일가고요. 이것이 제 여권입니다. 아버지가 며칠 전 살해당했습니다. 저는 지금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있습니다."]

이달 1일부터는 김정은 정권을 대체할 임시 정부를 자처하면서 이름을 '자유 조선'으로 바꾸는 등 대담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만,

그래도 그 정체만큼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있던 이 단체가, 정보기관이 달려들어 신원을 캐고 대사관 습격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자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을 향해 단체 구성원들의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자유조선이 자신들이 배후가 맞다고 인정한 건가요?

[기자]

자유조선이 입장을 밝히는 패턴을 보면 언론보도가 나오면 해명하거나 대응하는 방식으로 체계적이면서도 신중한 모습인데요.

결국 대사관 사건이 자신들이 벌였다는 걸 인정하는 입장을 발표했는데, 그 전에 바로 스페인 고등법원의 수사 내용 발표가 있었습니다.

내용을 보면, 용의자는 모두 10명이 맞는데, 미국과 멕시코 국적자 각각 1명과 한국인들도 포함돼 있다고 했습니다.

대사관에서 컴퓨터 등을 챙겨 나온 이후 4개 팀으로 흩어진 뒤 포루투갈로 넘어갔는데, 이중 앞서 말씀드린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이 사건 발생 5일 뒤에 입수한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 FBI와 접촉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창 일행은 대사관 침입 당시 북한 외교관에게 탈북하고 망명하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유조선이 고위급의 탈북을 가속화해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탈북자들로 구성된 단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보도가 잇따르자 홍 창이 누군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미국에 기반을 두고 오랫동안 반북 활동을 해왔고 북한주민들의 탈북을 돕다 중국에서 체포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에이드리언 홍 창/美 허드슨연구소 연구원 출판 행사/2012년 :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와 악행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려면 몇시간은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 정보 탈취 때문에 대사관을 침입했던 건지, 범행 동기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은 상황인데요.

미국 시민권자 한명과 한국 국적자 한명 등 다른 이들의 신원도 노출된 상황에서 자유 조선은 FBI와의 접촉설에 대해 "FBI와 상호 비밀 유지에 합의하고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공유했다. 해당 정보는 'FBI의 요청에 따라' 공유된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습격이 아니었다. 대사관 내의 긴급한 상황에 대응했던 것 뿐"이라고 밝혀,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앵커]

자신들의 신원이 드러나고 사건 당시 상황까지 공개되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네, 자유조선이 FBI와 접촉한 배경에 대해 향후 북한의 보복을 우려했을 거라는 외신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FBI는 이 단체와의 접촉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해줄 수 없다"며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고요,

미국 국무부는 "미국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법원이 미국 정부에 용의자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겠다고 밝히자 자유조선 측은 신변의 위협을 호소하며 미국 정부가 정치적 편의를 위해 관련 내용을 언론에 누설했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는데요.

북미 관계와 맞물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유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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